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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니 너무나도 숨가쁘게 살아온 것 같다.
뒤돌아 볼 겨를도, 여유도 없이 앞만 보며 살아온 날들이 삶의 가치를 느낀 적도 있었지만 나를 믿고 여지껏 살아온 나의 가족과 동지들에게 너무나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진다.
인간답게 살자고 노동조합을 정말로 힘들게 결성했으나 악질 기업주 김문기 회장은 수억 원을 들여 용역깡패를 이용해 우리 노동자들을 길바닥으로 내몰더니, 이번에는 아예 노조를 없애고자 수십 억을 쳐 들여 노조파괴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구사대, 공권력을 동원해 우리의 사랑하는 동지 이현중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고 이현중 열사의 한을 풀어 달라고 대구에 내려와 농성중인 조합원들을 공권력을 이용해 불법으로 연행하고 간부 3명을 구속까지 시켜 놓은 세원그룹 회장 김문기를 용서할 수가 없다.
법에도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수 십억 원의 손배·가압류와 구속, 수배, 해고까지 당해야 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삶이라면 차라리 이런 나라에서는 살아갈 가치를 느끼지 못해 옳지 않은 방법임을 알면서도 많은 동지들에게 욕을 먹을 각오로 죽음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나 한 사람의 죽음으로 노동탄압 없는 세상.
노동자가 고통받는 지금의 세상이 바뀌어지기를…
세원그룹 김문기 회장, 그리고 노조파괴 전문가 장현수 사장, 김성백 이사, 정상민 이사!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차디찬 길바닥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현중이의 한을 풀기 위해 고생하는 조합원 동지들을 뒤로하고 이 세상을 떠나는 나의 심정을 알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한 마디만 충고하겠소. 나 한 사람의 희생이 마지막이 되길 바랍니다. 더 이상 제2의, 제3의 희생은 막아야 합니다. 계속해서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 한다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들!
이 땅의 노동해방을 위해 자신들의 삶과 가정을 내팽개치면서도 악착같은 투혼으로 여기까지 달려온 동지들을 나 죽어서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지 않습니까?
동지들! 끝까지 질기게 투쟁해서 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승리하기 바랍니다. 동지들의 투쟁하는 모습은 배달호 열사, 이현중 열사, 김주익 열사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동지들! 힘들고 어렵지만 기필코 우리 노동자들의 꿈과 희망인 민주노조를 사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원투쟁에 함께 하고 계신 대구본부, 대구지부 동지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합원동지들! 저의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 인호, 경호 부탁드립니다. 해방세상에서 만납시다.
이 해 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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