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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세계경제의 미래』독중감(讀中感)-매일노동뉴스연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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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호 작성일14-11-30 00:00 조회8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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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1124일자)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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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의 미래독중감(讀中感)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지금 한 권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다 읽지는 못하고 읽는 중이지만 소감을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헤리 텐트와 로드니 존슨이 함께 저술하고 2012년에 권성희가 우리말로 옮긴,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디플레이션 시대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은 현 시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의 위기상황과 그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각국 정부가 아무리 제로금리로 돈을 푸는 경기부양책을 쓰더라도 세계경제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디플레이션 늪에 빠질 것임을 예측했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납니다. 201411월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D(Deflation)의 공포\'를 입에 올리고 있지만, 3년 전만 해도 그런 주장은 경제학계의 이단(異端)격인 \'파국론\'에 속했습니다. 아니, 바로 몇 달 전만 해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저자들은 이미 3년 전에 머지않아 디플레이션이 닥쳐올 것임을 정확히 내다봤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디플레이션을 동반하는 경제대공황이 자본주의 생산방식 그 자체에 의해 초래되었다고 보지 않는 점에서 아주 잘못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디플레이션을 동반하는 대공황이 자본주의 생산방식의 不義(불의)가 아니라 노동자의 소비축소 때문에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즉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가 나이가 들어서 퇴직을 준비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이는 데서 이 위기가 오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향후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인 에코붐 세대가 핵심 소비계층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성장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그런 전망을 현실화 하려면 250년 전 미국 민주주의 혁명 이래 가장 위대한 혁명적인 구조개혁이 있어야만 한다고 토를 답니다.

\"이 시대의 도전들은 인류가 추구해 온 더 큰 자유와 더 견고한 안전, 더 높은 생활수준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분명히 등장했음에도 지난 수십 년 간 호황에 젖어 개혁을 늦췄다. 이번 위기는 과거의 낡은 정부체제와 경영모델, 근로형태를 더욱 빨리 폐기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 기업소유주들, 경영자들, 기업가들처럼 정보기술과 네트워크의 논리, 조직의 분명한 원칙을 이해하라. 이러한 원칙들을 통해 우리는 더 자유롭고 더 기업가적이 될 수 있다. ... 이 위기에 수동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대처하라. 다른 사람들이나 환경을 탓하지 마라.\"

이 같은 주장은 아주 급진적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실은 세상 모든 관계가 상품·자본관계가 되는 초자본주의를 제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의 진단이 틀렸으므로 처방도 당연히 틀렸습니다. 디플레이션은 인구의 주기적 변동과 그에 따른 소비의 주기적 변동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자본축적 자체가 스스로 빚어낸 결과입니다. 디플레이션을 동반하는 대공황의 원인의 하나는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이윤율의 장기추세적 저하입니다. 총자본이 벌어들이는 총 이윤량은 늘어나지만 단위자본이 벌어들이는 이윤량은 적어져서 이윤율이 낮아집니다. 이는 자본주의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을 추구하는 한 불가피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윤생산이라는 생산의 목적에 따라 수반되는 생산(이윤+임금)과 소비(임금)의 불균형입니다. 이윤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자본가계급이 이윤을 모두 소비로 사용하지 않는 한, 이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자본가는 축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윤을 모두 소비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이 불균형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생산방식에 원인이 있지만 이윤율 저하를 상쇄하려는 착취도 강화 움직임 속에서 더욱 심화됩니다. 그런 착취도 강화를 자본은 오늘날 기만적으로 구조개혁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착취강화로 노동자의 주머니가 얇아지면 노동자는 소비를 늘이지 못합니다. 또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악화되면서 자녀를 낳지 않아서 인구가 줍니다. 이 둘이 합쳐지면 소비가 절대적으로 줄고, 이로 인해 생산에 비해 소비가 매우 부족한 과잉생산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노동자는 한동안 빚을 끌어서 소비를 유지하지만 빚에 짓눌리면 한계에 도달합니다. 그 결과 노동은 소비를 하지 않고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음으로 인해, 성장도 물가도 내리막을 걷는 악순환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런 자본축적의 법칙을 은폐하고 주기적인 인구 변동과 그에 따른 소비 변동에 디플레이션의 원인을 돌립니다.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들을 다 키우고 노후에 대비하면서 소비를 하지 않아서 성장과 물가가 나선을 그리며 마이너스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베이비붐 이후 노동자들이 자녀를 많이 낳지 않아서 노동을 하고 소비를 할 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따른 사회의 노령화가 디플레이션을 지속시키는 요인이라고 합니다. 요컨대 모두 노동자들이 인구조절을 잘못해서 생겨난 일이라는 식입니다. 한 때는 너무 많이 낳고 다른 한 때는 너무 적게 낳아서 말입니다.

노동자들은 왜 자녀 낳기를 포기하게 되었습니까. 현대 자본주의 아래서 자녀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려면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을 투여해야 하는데 그럴 조건을 사회가 노동자에게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까. 저출산과 인구감소는 결국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하고 자본축적을 숙명으로 하여 굴러가는 자본주의 생산방식이 만들어 낸 것 아닙니까. 노동자들에게 강제한 것 아닙니까. 그러므로 이 공포스러운 디플레이션에 대한 올바른 처방은 자본주의를 더욱 전면화하는 초자본주의 구조개혁이 아니라 자본주의 운행원리를 폐기시키는 반자본주의 변혁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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