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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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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호 작성일14-11-30 00:00 조회8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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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10월 13일자) 글 입니다.



님의 침묵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문득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26년에 발표한 님의 침묵이라는 시가 떠올랐습니다. 옮겨 보겠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여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리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이 시와 관련하여 인터넷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한일 합병(1910, 나라를 잃다).
1910729500년 조선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면서 강제로 합병하였기 때문이다.
(...)
일본의 산업화를 위한 원료공급지와 상품시장의 목표는 조선이었고,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막으려는 서구 열강들의 국제정세와도 맞물려 이루어진 결과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근대화의 역량이 부족하기도 했다.”

너무 뜬금없는 얘기일 줄 알지만, 그래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2014년의 대한민국 현실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님의 침묵이라는 시에 말한 것과 너무나 흡사해 보입니다. 민주화투쟁을 거치면서 희망하고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사랑할 조국을 잃어버린 상태 말입니다.

어제 오후에서 오늘 새벽까지 제가 몸담고 있는 전태일 노동대학에서 확대운영위원회 수련회를 가졌습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지금의 세계 경제대공황 정세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지금의 세계는 2008년 세계 금융공황이 회복되고 있는 국면이 아니라 더 심각한 파국으로 추락하고 있는 국면이라는 인식을 공유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자본의 노동에 대한 착취와 억압은 더 악랄해질 것이며 타협과 개량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우리 진보적 노동운동은 종래의 개량적 운동 기조를 혁신하여 변혁적 노동운동으로 나아가지 않고는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권이 국정원을 앞세워 운항하다가 저지른 사고이고, 그것을 은폐하고자 해경 123정을 시켜 배를 전복시키고 학생들을 수장, 학살한 사건이라는 판단을 공유했습니다. 또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되기 전과 후에 화물칸에서 핵물질 폭발로 의심되는 의문의 폭발이 있었음도 확인했습니다. 또 십중팔구 이 사건에 미국이 깊이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의 앞길에는 이처럼 엄청난 힘들이 가로막고 있지만 우리는 이 참혹하고 소름끼치는 학살극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사활을 걸고 투쟁해야 마땅하다는 것을 공유했습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인 조국을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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