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태일 정신을 새삼 거론하는 이유

우리가 왜 전태일 정신의 현재적 의미를 거론하는지는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금년 들어 배달호(두산중공업), 이현중(세원테크), 김주익(한진중공업), 곽재규(한진중공업), 이용석(근로복지공사) 등 여러 동지들의 연이은 죽음과 이해남(세원테크) 동지의 분신항거 투쟁이 전태일 열사의 자기희생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태일 정신을 거론하는 것이 자기희생의 정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머문다면 이는 전태일 정신의 진정한 계승이 아닐 것이다. 이른바 \'죽음의 행렬\'을 계속하는 것이 전태일 정신의 계승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 다시금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그러한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자는 데 있을 것이다. 죽지 말고 살아서 투쟁하자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태일 정신이란 무엇이며 그 합리적 핵심은 도대체 무엇인가? 열사가 간 지 33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그것을 재구성할 것인가? 그리고 계속 열사가 배출되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그것을 올바로 계승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 오늘 우리의 의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