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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힐링’은 아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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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호 작성일13-11-30 00:00 조회9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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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 열여섯 번째 글입니다.


  


  


‘힐링’은 아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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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요즘 ‘힐링 캠프’니 ‘힐링 투어’니 ‘힐링 뮤직’이니 하며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대유행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치유(治癒)라고 하는데, 굳이 힐링이라는 말을 쓴다. 그렇게 말한다고 치유가 더 잘되는 것도 아닐 텐데 굳이 힐링이라고 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런 힐링 바람을 타고 ‘힐링 도서’가 잘 팔리고 ‘힐링 작가’들이 유명세를 탄다. ‘힐링 멘토’들도 각광받고 있다. 이들 힐링 작가와 힐링 멘토 중에는 정목 스님·혜민 스님 등 스님들이 많다. 그 원조는 아마도 법륜 스님일 것이다. 법륜 스님이 최근 ‘힐링 도서’로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 대한 비판적 독후감을 몇 자 적고자 한다.

이 책은 노동자·민중들에게 아편을 주입하고 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친다고 하면서 인생을 헛살게 하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 법문이니 진리니 하면서 노예적 삶, 굴종의 삶을 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법륜이 가르치는 대로 하면 노동자는 도저히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행복한 인생을 산다 하더라도 결코 값있는 인생을 살 수 없다.

첫째, 이 책은 가장 좋은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인생이라고 가르친다. “왜 사느냐” 혹은 “사람이 왜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으로 삶에 시비를 거는 대신 “어떻게 하면 오늘도 행복하게 살까”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맞게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자본가처럼 노동자를 착취·억압하며 비평화적·비인간적인 관계로 다른 사람을 상대하더라도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주어진 삶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괴로워하며 불행하게 살 것인가, 즐거워하며 행복하게 살 것인가’의 문제뿐이라고 한다. 그것이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지닌 주인으로 사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이런 가르침은 지배자·착취자들이 저지르는 불의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그들이 저지르는 불의를 묵과하라는 가르침이다. 전태일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생존하는 목적의 본질이 희미함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세대 (…) 인간은 어딘가 잘못 가고 있는 것 같다. (…) 생각해야 할 것을 생각하므로 그대들의 존재가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전태일은 시류에 따라 맹목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거부하고 참다운 인생의 목적을 뚜렷하게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둘째, 행복한 삶은 만족하는 삶이라고 한다. 임금노예로 살더라도 그것에 만족하면 행복한 삶이고, 굶주림에 시달리더라도 그것에 만족하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성공적인 인생, 좋은 인생이란 어떤 걸까요. 세상에서 추구하는 성공과 상관없이 자기가 만족하면 좋은 인생입니다. (…) 세상의 성공 기준에 나를 맞추고 나의 욕구가 충족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욕구를 버리거나 기대를 낮추는 만큼 기쁨이 일어나고 만족이 일어납니다.”

“오늘의 삶이 만족스러우면 그게 곧 행복한 인생이지요.”

법륜의 말대로라면 삼성전자서비스의 고(故) 최종범 동지는 배가 고파도 만족하고 행복했어야 하는데, 그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배고픔을 면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려다 불행에 빠지고,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된다. 이처럼 법륜의 가르침에서는 행복의 객관적 조건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주관적 조건만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 그러나 인간은 객관적 조건에 있어 인간답게 살지 않으면 참답게 행복할 수 없다. 비인간적으로 살면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 행복은 환상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민주노조 우리의 사랑/ 투쟁으로 이룬 사랑/ 단결·투쟁/ 우리의 무기/ 너와 나 너와 나/ 철의 노동자.”

셋째, 법륜이 말하는 인생에는 사회도 없고 역사도 없다. 그는 인류 역사상의 어떤 시대든 사람 사는 모습은 똑같다고 말한다. 이처럼 어떤 시대에나 사람 사는 모습이 같다면, 우리가 지금껏 계급사회를 살아왔고 아직 무계급사회를 살고 있지 않으므로, 계급사회에서의 인생살이를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의 법문 속에는 계급사회의 적대적 현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의 법문 속에는 계급 간 대립도 적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그래야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방에게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자본가에게? 독재정권에게? 제국주의에게?

전태일은 이렇게 말했다. “금년과 같은 내년을 남기지 않기 위하여 결단코 투쟁하련다. 역사가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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