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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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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호 작성일13-11-30 00:00 조회7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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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 열다섯 번째 글입니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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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
대표


 


 


통합진보당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지난 5, 박근혜 정권은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고 대통령이 결재하여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헌법재판소에서 심판해 주도록 청구했다. 이렇게 되자 언론에서는 정당의 해산을 국민의 투표로써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재판으로 결정하는 것이 온당한지 아닌지, 또 통합진보당이 과연 헌법이 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강령을 가지고 활동해 왔는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쟁점이 형성되어 있다.


  


깨어 있는 국민이라면 이 쟁점들에 대해 올바른 견해를 가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 문제는 개별 법률의 차원을 넘어 헌법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의 문제가 쟁점이 된 것은 876월 민주항쟁 때와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 이후에는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이 쟁점들에 대해 자기 견해를 가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쟁점들에 대해 올바른 견해를 가지기 위해서도 문제를 조금은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헌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헌법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그 무엇인가? 신성불가침한 것인가? 헌법이나 법률은 경제적 토대 위에 세워지는 법적 상부구조다. 그 법적 상부구조는 정치적 상부구조를 표현한다. 정치가 법적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법이 정치적 관계를 표현한다. 물론 이 정치 또한 경제적 토대에 조응하여 성립한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토대로 하는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적 계급관계 즉 자본-임금노동 지배‧착취관계의 정치가 조응한다. 그리고 그 자본주의적 계급정치 관계가 법으로 표현되고, 그 골격이 헌법으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지금 통합진보당 해산을 헌법재판에 부치는 문제는 법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 권력의 문제이다. 또 헌법재판관들이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라고 판결하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도 역시 단순한 법리다툼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다툼의 문제이다. 지금 같은 때야말로 마르크스가 한 말, “결국 헌법이 총검에 의해 폐기된 셈이라면, 우리는 그 헌법이 이미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인민을 향해 겨눠진 총검의 보호를 받았고 또 총검의 힘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권력다툼의 문제란 또 무엇인가? 위에서 인용한 바와 같이 궁극적으로는 폭력으로 결판나는 문제다. 그러나 보다 당면의 차원에서는 헤게모니 다툼의 문제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는 통합진보당이, 더 넓게는 진보정치 세력이 헤게모니를 상실한 데 따른 문제다. 또 이른바 범 민주세력의 헤게모니가 약화된 데 따른 문제, 지난 대선에서 확인되었듯이 수구,보수세력이 그처럼 부패했음에도 범 민주세력이 패배한 무능에 따른 문제이다. 나아가 진보세력이 그 이념, 강령과 활동에서 노동자‧민중의 깊은 공감을 받아내지 못한 데다 헤게모지 경쟁을 둘러싸고 사분오열되어 있는 데 따른 문제이다. 이런 약점을 간파한 수구,보수세력은 지금 이 자본주의 위기의 시점에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의 싹을 제거할 필요성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재판에 의거하여,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통합진보당 사수투쟁, 박근혜 정권 반대 투쟁만 더 열심히 하면 이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가? 그런 즉자적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은 백번 싸워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현재의 불리한 정치지형, 권력관계는 하루아침에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최소한 90년대 초부터 20여년에 걸쳐서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이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 성장 속에 쇠퇴의 약점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은 과연 박정희가 주창한 조국근대화와 새마을운동 이념을 넘어서고 있었던가? ‘선진조국잘 살아보세라는 자본주의 이념의 틀 안에서 그것이 성공하지 못하는 지점에 대해 반대하는 데, 정치적 반사이득을 추구하는 데, 안주해 오지 않았던가?


 


자신을 근본적으로 성찰, 혁신하지 않고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문제에서 우리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은 패배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인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다. 늦었지만 아주 늦기 전에 이념에서부터 우리 운동을 재창조해야 한다. 예컨대, 사회주의 대신 진보적 민주주의를 표방했다고 해서 탄압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면, 진보정치는 사회주의 지향을 더욱 분명히 하는 데, 전태일 동지의 인간해방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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