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 연구소
노동운동자료실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 노동운동자료실입니다.
민주노동연구소의 회원들이 자료를 서로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정세와 투방] 민주노총의 위기: 진단과 처방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태일 노동연구소 작성일13-11-30 00:00 조회1,079회 댓글0건

첨부파일

본문

[정세와 투방]  민주노총의 위기: 진단과 처방


1. 들어가며   

민주노총의 위기 및 노동운동 위기론은 2005년경부터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 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으로서, 수명을 다한 ‘87년 노동체제’를 버리고, ‘전투적 경제주의’를 버리고, 사회연대전략 - 정규직의 임금에서 일부를 떼어서 비정규직에게 보태 주자는 - 으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문제는 기업별 노조체제다”는 진단에 따라 산별체제 만능론으로 귀결되었다. 이 처방에 따라 2006년 이후 대부분의 산업별 노동조합 연맹들이 산업별 단일노조 체제로 개편되었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위기, 민주노총의 위기는 극복되지 않았다. 김승호,「한국 노동운동의 위기와 전망」,『실천문학』 2010년 봄호(통권 97호)에 노동운동 위기의 경과와 상태가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고 파일도 다운받을 수 있다.
http://dli.nodong.net/RUN/mgr/library_mgr.php?act=view&code=jrs&uid=672
 
민주노총에서는 그 이후에도 도덕성 문제가 계속 불거져 나왔다. 2005년 수석부위원장이 사용자 측으로부터 조직활동비를 받은 일로 인해 이수호 위원장 집행부가 중도 사퇴한 이후에도(비대위원장 전재환, 후임 위원장 조준호), 이석행 위원장 집행부 역시 핵심 간부의 성폭행 문제로 2009년 중도 사퇴했고 비대위가 꾸려졌으며(비대위원장 임성규) 이후 임성규 위원장 집행부가 잔여임기를 맡았다. 그러나 임성규 위원장 역시 차기 위원장 출마 문제를 둘러싼 진통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010년 중도 사퇴했다.
그런 상태에서 민주노총은 6기 지도부로 김영훈 위원장을 세웠다. 그러나 정치세력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012년 또 한 번 큰 위기를 맞았다. 표면적으로는 직선제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지만, 내면적으로는 중점 사업으로 추진했던 정치세력화 사업에서 우왕좌왕하여 실패한 것을 비롯하여 총파업 투쟁사업도 성과적으로 치러내지 못한 점 등 민주노총 사업의 총체적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직무대행 체제를 거쳐 비대위 체제로 나아갔다.
민주노총은 정의헌 직무대행 체제 하에서 잔여임기를 채우는 지도부 선거를 간선으로 치르려다 또 다시 혼란에 빠졌다. 김영훈 위원장이 물러나기 직전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직선제를 3년 유예하는 결정을 했는데(2012년 10월 30일), 이 결정이 부실투표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대의원대회에서 간선으로 지도부를 선출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단독후보로 등록했던 백석근 건설연맹 위원장은 후보를 사퇴했고,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는 2012년 10월 30일자의 직선제 3년 유예 규약개정을 무효로 판정했다.(2012년 11월 29일) 이에 민주노총은 2012년 12월 11일 비대위 체제로 넘어갔고, 백석근 건설연맹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웠다. 그리고 간선제로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다시 규약을 변경하는 대의원대회를 치러야 했다. 이에 따라 다시 소집된 임시 대의원대회는 직선제를 3년 유예하는 대신 1년을 단축하여 2년 유예하는 결정을 했고(2013년 1월 24일), 이 결정에 따라 3월 20일 다시 간선제로 지도부 선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도부를 세우지 못하는 혼미상태는 계속되었다. 3월 20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지도부 경선을 치렀으나(백석근 후보 조와 이갑용 후보 조로 나누어) 선거를 치르는 중도에 문제가 발생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다득표자(이갑용 후보 조)에 대해 가부투표를 해야 할 상황이 조성되었는데, 이 시점에 대의원대회 성원이 미달하여 지도부 구성이 불발에 그치게 되면서(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한 번 혼란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 불발 사태에 대해 대의원대회가 정족수 미달로 유회(流會)한 것으로 판단하고 지도부 선출이 아주 무산된 것으로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대의원대회가 잠시 휴회(休會)한 것으로 판단하고 다득표자에 대해 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것을 판정하는 칼자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로 넘어갔다. 선관위는 재투표를 결정했으며, 중집은 선관위의 결정을 보고받고 수용했다. 이에 대해 백석근 후보 조는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갑용 후보 조는 “재투표를 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리하여 선관위의 이 결정을 놓고 민주노총 안에서 또 다시 분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지도부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데서 나아가 차기 지도부를 정상적 절차를 거쳐 구성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른 민주노총의 상황은 비유하자면 “민주노총이 조합원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 하겠다. 아니,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 대해 아예 무관심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조합원들이 이러할진대 일반 노동자들의 민주노총에 대한 관심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지면 관계상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는 그렇고, 최근의 민주노총 지도부 구성 실패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민주노총 위기의 성격, 깊이와 극복의 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2. 7기 지도부 선출을 둘러싼 혼란  

1) 직선제 3년 유예 규약개정과 김영훈 지도부 사퇴(이후 정의헌 직무대행 체제)


2012년 9월 19일 민주노총은 2012년도 제2차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를 열어 규약상 2013년부터 실시하기로 되어 있는 임원 직선제 실시 시기를 유예하는 규약개정안을 대의원대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날 중앙위에서는 직선제 실시 시기 유예를 둘러싸고 중앙위원간 갈등이 표면화되었다. 직선제를 끝까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현재 민주노총의 실력으로는 직선제 실시가 불가능하므로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서로 맞섰으며, 직선제 실시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김영훈 위원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론도 제기되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가운데 9월 26일 열린 제54차 임시 대의원대회는 393명만이 참석하여 정족수(422명)에 미달하여 유회되었다.  
이에 10월 11일에 열린 제17차 중집에서 김영훈 위원장은, 임원 직선제 규약과 선거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고, 규약개정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대의원대회 직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임원 직선제 실시를 3년간 유예하는 규약 개정안을 대의원대회에서 통과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이어 10월 30일에 열린 제55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는, 내용적으로 직선제를 실시하지 못한 데 대해 김영훈 위원장이 정치적 책임을 지는 조건으로, 임원 직선제 실시를 3년간 유예하는 규약 개정안이 68.5%의 찬성(대의원 426명이 참가하여 292명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따라서 7기 임원은 간선제 방식으로 대의원대회에서 선출하기로 결정되었다.
한편, 김영훈 위원장은 규약이 정하고 있는 사항이고 자신의 선거공약 사항이던 임원 직선제 실시가 유예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11월 7일 제18차 중집에서 사퇴를 발표하였다. 동반 선출됐던 강승철 사무총장도 함께 사퇴했다. 이런 지도부 공백상황에서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12월 11일 임원 선거를 위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기로 결정하였다. 11월 22일 임원 후보등록을 마감한 결과 위원장 백석근(건설연맹 위원장)-사무총장 전병덕(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후보조가 단독 출마하였고, 부위원장 후보로는 김지희 전 금속노조 대변인 1명만이 출마하였다.


2) 직선제 유예 규약개정 무효화와 7기 임원선거 백지화, 그리고 백석근 비대위 구성


임원선거 후보등록 마감일이었던 11월 22일 열린 제19차 중집에서 김동도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10월 30일 제55차 임시 대의원대회의 투표과정에 의문점이 있어 확인해 본 결과 부정·대리투표 사례들이 발견됐다. 진행 중인 임원선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중집에서는 선거는 이미 결정한 대로 치르고 제기된 의문점에 대해 조사, 보고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11월 28일 「좌파노동자회」에서 성명서를 내고 “민주노총 7기 임원선거 간선제 결정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재차 선거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진상조사위원회가 제대로 조사하지 못할 경우 (제55차 임시) 대의원대회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인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11월 29일 열린 제20차 중집에서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가 있었다. 그 내용은 규약개정 투표에 참가한 후보 대의원 28명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들은 위임장 없이 대의원대회에 참가했거나 대의원대회 현장에서 대의원 명부를 교체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를 통해 규약과 회의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집은 “투표 대의원 426명 중 규약·규정을 위반한 (자격이 없는) 대의원 28명을 제외하면 의결정족수인 421명에 미달해 대의원대회가 유회되었다.”고 결정하였다. 이렇게 제55차 임시 대의원대회가 유회된 것으로 판정됨에 따라 직선제 3년 유예 실시 규약개정은 자동으로 무효가 되었다.
이어 12월 6일에 열린 제21차 중집에서는 제55차 임시 대의원대회의 무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정의헌 위원장 직무대행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할 것을 결의하였다. 비대위는 당면 투쟁, 선거관련 규약의 정비, 새로운 지도부 구성의 역할을 맡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산별연맹에서 추천된 6명, 지역본부에서 추천된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정작 다가올 2013년 1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시행해야 할 임원 직선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12월 11일 오전에 열린 제22차 중집은 백석근 건설연맹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에, 김경자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양윤석 공무원노조 부위원장, 김현미 금속노조 부위원장을 비대위원으로 선정, 중앙위원회에 추천했다. 이어 이날 오후 열린 제3차 중앙위원회에서 비대위 구성과 비대위원 인준이 이루어졌다.  


3) 「좌파노동자회」의 ‘직선제 실시’ 촉구 농성과 직선제 2년 유예로의 규약 개정


비대위의 책임을 맡은 백석근 비대위원장이 12월 14일 교통사고로 입원하면서 한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였다. 비대위는 임원 직선제 실시 문제에 대해 방침을 확정하지 못하고 해를 넘겨 2013년을 맞았다. 2013년 1월 10일~11일 이틀간 열린 수련회 형태의 2013년도 제1차 중집에서 비대위는 직선제 실시를 일단 유예하고, 7기 임원을 간선제로 선출하는 규약 개정안과 「임원직선제 실시 및 조직민주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위원회」신설 안을 제출했다. 비대위가 제출한 안에는 직선제 유예 기간이 못 박혀 있지 않았는데, 토의 과정에서 2014년 12월까지 직선제 실시를 2년 유예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4월 중으로 직선제를 실시하자는 의견도 있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2월 18일에 재논의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비대위에서 직선제 실시를 유예하는 규약개정이 다시 공론화되면서 대부분의 정파들은 2년 유예 안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 흐름과 다르게 「좌파노동자회」는 1월 14일, ‘직선제 실시’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과 동시에 민주노총 점거농성에 돌입하였다. 「좌파노동자회」는 1월 24일 열릴 대의원대회에서 1년 이내에 직선제 실시를 실시할 것을 결의하라고 요구하였다.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1월 18일에 열린 제2차 중집에서는 임원 직선제 실시를 2년 유예하는 규약개정안을, 소수의 반대가 있었다는 것을 명시하면서 다수안으로 대의원대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하였다. 또 직선제 실시에 대한 준비로서 「직선제 추진을 위한 전담본부」 설치안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월 24일 열린 제56차 정기 대의원대회는 임원 직선제 실시를 2년 유예하는 규약 개정안을 참석 406명 중 307명 찬성(76.5%)으로 통과시켰다. 또 임원 직선제를 준비하기 위하여 특별기구로「임원직선제 실시 및 조직민주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4) 7기 임원 선거 재개와 통합지도부 구성 시도의 실패


2월 19일 열린 제4차 중집에서는 임원 선출을 위한 임시 대의원대회를 3월 20일에 갖기로 결정하고 7기 임원 선거 세부일정을 확정하였다.
한편, 2월 20일 「노동전선」의 제안으로 ‘7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원탁회의(이하 「원탁회의」)’가 열렸다. 이 「원탁회의」에는 「노동전선」, 「전국회의」, 「현장노동자회」, 「현장실천연대」, 「좌파노동자회」, 「노동포럼」등의 정파조직들과 공공운수연맹, 언론노조, 인천본부 등이 참가하였다. 이 회의에서는 6개 정파조직들과 「산별대표자 모임」의 수임자 등으로 기획논의팀을 구성하기로 하였다. 또 2월 22일에는 「노동포럼」이 주최한 ‘7기 집행부의 임무와 과제’라는 주제의 공개 집담회가 있었다. 이 집담회에는 공공운수연맹, 언론노조, 서비스연맹, 보건의료노조, 건설연맹, 제주본부 등 산별연맹 및 지역본부들과 원탁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대부분의 정파들이 참가하였는데, 이들은 민주노총의 위기에 대해 공감하고 통합집행부를 구성하자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이 집담회의 공감대에 따라 이후 2월 23일, 25일, 26일, 27일 등 4차례 열린 「원탁회의」기획회의에는 6개 정파조직들과 「산별대표자 모임」 수임자가 참석하여 논의를 진행했다. 2월 23일 열린 1차 기획회의에서는 “투쟁과 직선제를 완수하는 집행부, 지역본부와 산별연맹 위상 재정립, 사무총국 조직 혁신 추진 및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 등에 합의했다. 7기 집행부의 성격과 정치방침에 대해서는 합의되지 않아 더 토의하기로 했다. 2월 25일에 열린 2차 기획회의에서는 “7기 집행부는 연합집행부이고 과도적 성격임을 확인한다.”는 7기 집행부의 성격과, “민주노총은 아래로부터의 정치세력화 방향 수립에 대한 논의에 착수하고, 노동자 계급정치를 지향하는 정당·정치세력과 지지, 지원, 연대, 협력을 강화한다.”는 정치방침에 대해 합의했다. 이후 2월 26일 열린 3차 기획회의에서는 임원후보 선출 문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산별대표자 모임」, 「노동전선」, 「현노회」, 「현장실천연대」등에서 후보군을 내었으나「좌파노동자회」는 후보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원탁회의」에서 퇴장했다.
이후「원탁회의」는 27일 4차 기획회의를 열었지만 후보군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연합지도부를 구성하자는 데는 합의했으나 “특정 인물(백석근 위원장)에 대해 위원장 후보로 안 된다”는 「노동전선」등의 입장과 특정 인물을 위원장 후보로 고수하는 「산별대표자 모임」 등의 입장으로 나뉨으로써 연합지도부 구성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또 제3의 인물을 위원장 후보로 세우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시간에 쫒기면서 논의되지 못하였다.


5) 지도부 경선


이런 상황에서 2월 28일에 임원 후보등록이 마감되었는데, 위원장-사무총장 후보로 백석근(전 건설연맹 위원장)-전병덕(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조와 이갑용(민주노총 전 위원장)-강진수(현 금속노조 GM지부 교육선전실장) 조 등 두 개 조가 출마하여 경선으로 치러지게 되었다. 부위원장 후보로는 양성윤(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이상진(비대위 집행위원장, 전 화섬연맹 위원장), 김경자(비대위원,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주봉희(민주노총 전 부위원장) 등 4명이 출마했다.
기호 1번인 이갑용-강진수 조는 “빵꾸 난 민주노총을 용접하겠다.”를 선거구호로 내세우며 민주노총의 성폭행 사건이나 ‘묻지마 야권연대’ 등 지난 시기 과오의 청산과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결별에 기초한 혁신을 주장하였다. 또 공약으로 민주노총을 지역조직 중심으로 혁신하는 것과 사무총국을 비정규직·미조직 사업국, 자본 이데올로기 대응전략국, 투쟁국의 3원 체제로 운영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기호 2번인 백석근-전병덕 조는 “처음처럼 뜨겁게”를 선거구호로 내세웠다. ‘연대와 단결’의 기치 아래 무기력해진 민주노총을 다시 살려내는 혁신을 주장하며, 미조직·비정규 조직화사업에 중점을 두고 조직화 사업 전략사업본부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지역별로 순회하면서 진행한 합동유세는 조합원들의 무관심 속에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그 동안의 정치세력화 사업과 조직운영의 파행으로 민주노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어버린 데다 후보들도 노동운동 위기 극복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6) 지도부 선출 실패와 이후 선거 방침에 대한 혼선


3월 20일 열린 제57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임원 선출이 있었다. 부위원장으로 출마한 4명은 모두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획득하여 당선되었다. 그러나 위원장-사무총장 선출에서 기호 1번인 이갑용-강진수 조는 투표 대의원 570명 중 272표를 얻어 1위를 했지만 47.7%의 지지로 과반 득표를 확보하지 못해 당선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 후 1위 득표자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려고 성원을 확인해 본 결과 의결 정족수인 460명에 한참 밑도는 268명만이 남아 있어서 위원장-사무총장 선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발생했다. 대의원대회가 유회되어 위원장 선거가 무산되었으므로 후보를 새로 등록받아 재선거를 치룰 것인지, 아니면 대의원대회가 일시적으로 휴회된 것이므로 대회를 속개하여 1위 득표를 한 이갑용-강진수 후보 조에 대한 찬반을 묻는 2차 투표를 할 것인지로 의견이 나뉘었고, 이 문제의 결정은 선관위와 중집으로 넘어갔다.
이 문제에 대해 선관위는 3월 26일 오후 아주 독특한 결정을 내놓았다. “△재투표를 한다. △선거통합관리규정 2편 간선제 27조 2항에 의거 최다득표자와 차점자에 대해 투표한다. △차기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다. △차기 대의원대회 유회 시 재선거 공고를 한다.” 등의 결정을 하고 중집에 이를 보고했다. 선관위는 이런 재투표 결정의 근거로 위에서 언급한 규정에 “1차 투표에서 입후보 조 중 출석 대의원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경우 최다득표자 및 차점자에 대해 2차 투표를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는 점을 들었다. 선관위는 “간선제 규정에는 두 팀, 세 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법률원장이 확인했다.”는 것으로 자신의 결정을 뒷받침했다. 
같은 날 중집은 선관위의 이 보고를 접수하고 선관위 결정대로 재투표를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대해 5일 이내에 이의신청이 가능하며,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 선관위는 조속히 처리해 신청자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 선거를 위한 차기 대의원대회는 이의신청과 그 처리가 이뤄진 후 결정한다. 그런데 이갑용 후보 조의 이의제기가 예상되는 만큼 지도부 공백 상황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 민주노총 위기에 대한 여러 견해들과 그것들에 대한 간략한 평가


​1) 민주노총 전·현직 지도부


(가)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매일노동뉴스>의 전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임성규 전 위원장은, 지금의 민주노총 상황에 대해 “소위 노동운동 전체의 위기 상황이지만 민주노총 입장에서 보면 지금이 최대의 위기상황이다. 잠복해 있던 모든 일이 한꺼번에 드러났다.”라고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도력의 위기라도 극복해 보고자 통합지도부 구성을 위해「원탁회의」를 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하며, 「원탁회의」를 통해 통합지도부를 구성했더라면 민주노총 지도력의 위기라도 극복했을 텐데, 「원탁회의」에 참여한 세력들의 자리에 대한 ‘욕심’ 때문에 통합지도부 구성이 무산되어 지도력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또 이렇게 각 세력들의 욕심으로 통합지도부를 내놓지 못하고 그로 인해 지도부 선출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경선에 출마한 두 후보 조들은 모두 대의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은 격이라고 평가한다. 따라서 지도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합지도력을 재창출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위해 “모두 나 자신부터 반성하자.”고 역설한다.
이와 같이 그는 “노동운동 전체의 위기”, “민주노총 최대의 위기상황” 등의 표현을 쓰면서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면서도 마치 민주노총 지도부의 위기만 극복되면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의 총체적 위기가 극복될 수 있는 것처럼 ‘지도력의 위기’를 일면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물론 <매일노동뉴스>의 질문이 민주노총 지도부 선출 무산에 초점이 맞추어졌기 때문에 그와 같이 답변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력의 위기’만을 일면적으로 강조하는 한계는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그는 지도력 위기의 극복 방안으로서 ‘통합지도부 구성’을 또 일면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과연 통합지도부만 구성되면 지도력의 위기는 극복되는가? 민주노총 또는 금속노조의 통합지도부들의 경험을 평가해 보면, 통합지도부가 구성되면 조직 내에 소모적인 갈등을 완화시키기는 하지만 노동운동을 혁신하는 것까지 이루어내지는 못함을 보여주었다고 할 것이다.


(나)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양성윤 부위원장은 “전국 곳곳에서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만큼이나 힘든 여건에서 싸우고 있는 동지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노동조합마저도 만들 수 없는 비정규․미조직 노동자에게는 민주노총이 희망이기 때문”에 “모두들 민주노총이 위기에 빠졌다고 얘기하는데 그런 진단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 그래서 보다 공세적으로 ‘노동기본권 확보’ 투쟁전선을 전면화해야 할 시기다.”라며 투쟁 임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나부터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고립과 반목, 익숙하고 낡은 관성에서 벗어나 사회적 연대․대중적 참여․노동운동 복원을 통해 민주노총의 잃어버린 존재감을 찾아야 한다.”고 낡은 운동의 혁신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조속히 지도부를 힘 있게 세워 갈등과 절망이 아니라 단결과 희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한다.
현직 부위원장이고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투쟁 임무의 긴급성과 이를 위한 노동운동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정식으로 선출된 지도부가 조속히 구성되어야 함을 역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태에서 조속히 지도부가 선출되기만 하면 그 지도부가 그런 막중한 투쟁 임무와 혁신 임무를 잘 수행할 거라는 보장이 과연 있는가? 그의 처방은 이런 질문에 대해 답변해 주지 못하고 있다.


2) 노동운동단체 지도자

(가)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이남신 소장은 이번 대의원대회에서의 지도부 선출 실패에 대해 “천재지변도 아니고 성원 부족으로 지도부를 선출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단순한 정파 문제를 넘어 민주노총의 난맥상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정파적 이익이나 정치적 계산 등 이러저러한 핑계와 변명이 이젠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고 상황을 진단한다. 이런 상황 인식에 따라 그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지경에 이른 만큼 노동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자”, “조합원들과 함께 현장을 지키며 노동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살 길이다.”, “미조직․비정규직․중소․영세․이주 노동자 중심으로 조직화 사업을 다시 설계하자.” “지역과 현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위기 극복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민주노총의 현 상황에 대해 “비감하고 부끄럽다”, “대중조직으로서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강한 자기성찰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는 왜 이런 사태가 초래되었는지에 대해 도덕적 요인 이외의 요인들에 대한 진단과 그에 따른 처방을 생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덕성만이 일면적으로 강조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지역과 현장에서 새로 시작하자는 주장만 되풀이되고 있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들은 다 비워놓아도 되는가? 도덕성을 회복하고 각 지역에서의 조직화 사업과 현장활동만 열심히 하면 노동운동을 되살릴 수 있는가? 총체적이고 심각한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런 실천적 지점들에 대해서도 함께 대답해야 할 것이다. 


(나) 한지원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지원 실장은 “민주노총 지도부 선출이 무산된 원인으로 ‘정파’를 지목하는 데, 이는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문제”이며,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선출되는” 대의원의 수동성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이런 대의원의 수동성 때문에 정파적 이해관계가 관철되어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파적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회의가 유회되고 투표가 무산되는 구조로 가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대의원들의 상태가 이러한 데 더하여 민주노총 창립 이후 15년간 지켜왔던 두 전략적 과제인 산별노조화와 정치세력화도 실패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억지로 민주노총 지도부를 세워내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지도부를 선출한들 ‘실패’라는 예정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보인다. 그래서 억지로 간선제로 지도부를 선출하려고 하지 말고 “산별연맹 비대위 체계로 가면서 직선제를 추진하는 게 대안”이고, “산별연맹의 지역조직과 지역본부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자생력을 갖고 지역운동을 주도”하는 것, “긴 안목으로 지역에서부터 민주노총을 세워나가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의 견해는 매우 독특하다. 그는 민주노총 위기의 원인에 대해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조합원들과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무관심이 진짜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면 조합원들과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왜 민주노총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었는가? 그 지점에 대해 그는 답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그 원인은 단지 정파들의 파벌적 행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조합민주주의가 원천적으로 억제되고 있는 민주노총의 의사결정구조 자체가 이런 무관심을 재생산하고 있다. 예컨대 민주노총에서는 임원이 조합원들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의원들이 대부분 직접 ‘선출’되지 않고 간간선제로 ‘구성’되고 있다. 이런 간간선제의 대의구조는 지난날 한국노총의 철도노조에서 실시되어 오다가 법원에서 불법성이 판정난, 전형적인 비민주적 관행이다.
 그리고 정파들이 이런 의사결정 구조를 혁파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구조에 편승하여 민주노총과 산별 노조(연맹)의 상층부에 둥지를 틀고 관료화되어 있고, 나아가 그 관료 자리를 둘러싸고 분파적, 파벌적 활동을 벌임으로써 조합원의 이런 무관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는 또 민주노총이 억지로 지도부를 세워봐야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거라고 진단한다. 전략적 과제인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에서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주력군이었던 87년 세대와 96년 총파업 세대가 20여 년간 새로운 투쟁의 세대를 만들지 못한 채 고령화됐으며”, “해외공장 증가와 비정규직 확대, 대체인력 투입방식의 다양화 등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산업재편으로 민주노조가 실제 파업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적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건 의지로 돌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진단 위에서 그는 긴 안목을 가지고 지역에서부터 민주노총을 새로 세워내야 한다고 노동운동 위기 극복의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을 새로 세워낼 때까지는 비대위 체계로 가는 게 적절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그의 주장은 지금 민주노총의 위기를 매우 심각하게 보는 점에서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만 조직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법·제도개선 및 총파업 같은 ‘이상적’ 투쟁에서 찾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서 현재의 운동에 대한 청산주의 경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역에서 “새로운 운동 주체를 발굴해야 한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의 권리를 누려보지 못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는 ‘이상적’ 방향만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공상적이라는 느낌을 부인할 수 없다. 새로 노동조합의 권리를 누리는 노동자는 저절로 계급적이고 변혁적인 노동자가 되는가? 완성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다!


3. 정파 


(가) 이승철 「노동전선」 정책위원장

「노동전선」은 민주노총 임원선거를 위한 대의원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3월 19일 ‘「원탁회의」 제안 배경과 무산 과정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참세상>에 기고했다. 20일 대의원대회가 유회 또는 휴회된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직적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그 기고 글에서 임원선거에 관한 「노동전선」의 입장이 잘 드러나고 있다.
「노동전선」은 이 글에서 “민주노조운동 현실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과 혁신의 필요성” 때문에「원탁회의」를 제안했다고 제안 취지를 말한다. 그리고 정파들과 산별 대표자들이 몇 가지 의제에 대해 공감을 모아내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일부 산별 대표자들과 정파의 “패권과 아집” 때문에 통합지도부 구성이 무산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근거에서 「노동전선」은 임원 선거에서 누구도 지지하기 어렵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그러나「노동전선」은 민주노총 전임 김영훈 집행부가 “불과 반 년 사이에 통합진보당 1당 지지와 지지 철회를 선언하며 우왕좌왕했기” 때문에 김영훈 집행부에 참여한 임원과 중집 구성원은 통합지도부 후보로 나서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일부 산별 대표자들이 “백석근 후보가 위원장이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을 부려 결국 통합지도부 구성이 무산되었으며, 따라서 이들 일부 산별 대표자들이야말로 가장 ‘정파적’이며 그들로 구성된 「산별대표자 모임」은 “벽제파의 재림”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균형 있게 이야기하자면 「노동전선」의 이런 주장은 ‘통합’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것이 아니고 ‘혁신’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제안하는 것이 진실했을 것이다.
또한 「노동전선」은 이 글에서 통진당 사태로 인해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가 실패한 데 대해 이른바 우파 정파들에게 ‘대중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지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노동전선」 등 좌파 정파들 역시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 통진당 분당 사태 이후에 조성된 정세에서 ‘독선과 아집’으로 각개약진 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정치세력화 흐름을 좌절시킨 데 대해 ‘대중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여러 정파들의 그런 각개약진으로 인해 민주노총은 사실상 통일된 대선 선거 방침을 만들어 낼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더 나아가 노동운동 실패와 위기의 원인을 진단해 보면 조합주의적이고 개량주의적인 이념과 전략 때문이라고 하겠는데, 이 지점에서 이른바 좌파와 우파 사이에 과연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가? 모두가 신자유주의 반대를 당면의 최고 목표로 삼아 활동해 오고 있지 않았는가? 또 좌파와 우파 모두가 분열과 담합을 혼합한 분파적인 사업 작풍을 보여 오지 않았는가? 그것이 대중을 소외시키지 않았는가? 위의 글에 대한 댓글에서 이장우는 이렇게 지적했다. “「원탁회의」 논의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정파조직과 산별 대표자들의 의견만 중요하다. 현장에서 제기될 수 있는 혁신의 의지는 사전에 차단되는 것이다. 차단되지 않더라도 산별 대표자들과 정파조직들이 담합하여 후보를 결정한다면 좌절될 수밖에 없다.”, <참세상>, “‘혁신과 연대’ 사라진 민주노총 7기 임원선거” 기사의 댓글, 글을 보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renewal_col&nid=69714
 위에서 말한 글에서는 이런 지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을 발견하기 어렵다.
  
(나)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

「다함께」도 민주노총 임원선거를 위한 대의원대회가 열리기 직전인 3월 19일 ‘민주노총 7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라는 글 외에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별도의 문건으로 자기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글에서 지도부 구성에 대해 책임 있는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다만 두 후보 조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만을 내 놓았다.
이 글에서 「다함께」는 백석근, 이갑용 두 후보 모두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백석근 후보 조에 대해 “무색무취의 개성 없는 전형적인 관료”이고, 혁신을 할 “기대와 확신을 주지 못하는 듯하다.”, “게다가 3개월여 동안 비대위원장으로서 백석근 후보는 ‘혁신과 투쟁’을 이끌 리더로 인상을 크게 남기지 못했다”고 인색한 평가를 한다. 그러면서 그와 그를 추천한 산별대표자들 상당수는 오히려 지금의 운동 현실에 책임이 있는 혁신의 대상이라고 혹평한다. 이런 평가와 비판에 약간의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자신들의 혁신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 제출과 자기비판은 일체 하지 않고 대중운동을 마구 비판할 자격이 정파들에게 과연 있는가? 
한편,「다함께」는 이갑용 후보 조에 대해서 “말은 급진적․좌파적으로 하면서 실천은 종파적으로 하는 ‘초좌파주의’로 운동을 분열시킬 위험이 매우 커 보인다.”며 혹독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이갑용-강진수 후보 조를 입후보시킨 「좌파노동자회」의 ‘좌파노총’ 구상을 보면 “이번 선거는 새로운 노총을 향해 나아가는 데 명분 쌓기가 될 수도 있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이갑용 후보와 「좌파노동자회」에 대한 「다함께」의 이 견해는 「다함께」 자신이 지난해와 지지난해에 보여준 정치적 행보를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라는 느낌을 준다. 「다함께」는 3자 야합으로「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끝까지 국참당과 통합한 「통합진보당」 창당을 두둔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 통진당 지지 세력은 물론 “그들과 조직이 달라도 권력을 나누며 함께해 온 세력들과도 단절해야 한다.”는 이갑용 후보 조의 입장이 「현장실천연대」 등 이른바 우파적 정파나 우파 경향의 산별노조들만이 아니라 자신들에게도 해당한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왜냐하면, 실천을 종파적으로 하기만 하면 이념적으로 급진적·좌파적이지 않아도 ‘초좌파주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이기 때문이다. 좌익공산주의처럼 주장하는 말도 매우 급진적·좌파적이면서 실천도 매우 종파적으로 해야만 ‘초좌파주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좌파노동자회」는 그 구성이 매우 다양할 뿐더러 주장하는 바가 대체로 신자유주의 반대에 제한되어 있으므로 이념적으로 매우 급진적·좌파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4. 나오며 - 위기 극복의 대안 


이상에서 간략히 살펴보았듯이 민주노총 위기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제출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의견이 새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데 국한되어 있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상황이 왜 조성되었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과 처방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조성된 원인은 직접적인 것들만 하더라도 과두제적으로 분열/담합하고 있는 개량주의적인 좌우 기회주의 정파들이 민주노총 지도부 선출과 중집 및 사무총국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문제가 있고(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문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좌우 기회주의는 변혁운동 안에서의 좌우 기회주의가 아니다. 모두가 개량주의 운동이다. 그 개량주의 운동 안에서 강성 편향과 온건 편향으로 나뉘어져 있는 좌우 기회주의이다.
, 그 정파 문제와 바로 직결되어 있는 문제로서 특정 정파에 편향된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의 종파적 실행과 그에 따른 정치세력화 실패 문제가 있으며, 또 흔히 임원 직선제 문제로 둔갑되어 있는 민주노총의 조합원 민주주의 부재 문제 및 간부들의 관료화 문제가 있고, 또 민주노총의 투쟁력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문제가 있다. 또 이 투쟁력 약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주노총이 조합원의 의식을 높여내는 사업이 방기되고 있는 문제와 조직화 사업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제가 있다. 이것들이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의 축소를 가져오고 있고(실 조합원 수는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숫자인 80만 명에 한참 못 미친다!) 조합원들의 의식수준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사회개혁주의보다도 한참 못한 실리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나 간부들은 아직도 우리나라 노동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 숫자를 지금도 1천5백만 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수는 2천만 명을 훨씬 넘는다. 정부통계상으로도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가 1천7백5십여만 명이다. 또 이주노동자가 80여만 명에 가깝다. 또 실업자도 1백만 명에 가깝다. 그리고 잠재실업자가 270여만 명이다. 이것들을 합하면 국내 거주 임금노동자는 대략 2천2백만 명이 된다. ‘2013년 2월 고용동향’, 「통계청」, 국내 총 임금노동자 수는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 공식 실업자 + 잠재실업자(취업준비생 + 단기 구직단념자 + 장기 구직단념자) +이주노동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2월 고용동향으로 계산해 보면 국내 총 임금노동자 수 = [1,749만 명 + 99만 명 + 265만 명 + 79만 명] =2,192만 명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 정부의 실업자 통계는 과소 계산되고 있다. 통계상 통학(通學)으로 분류되지만 통계상 통학 범주에는 정규교육기관과 입시학원 통학만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고시학원과 직업훈련기관 등에 통학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 경우는 사실상 취업준비생이다.
 사실상 취업준비생인 경우도 많다.
계급적 노동운동이라면 무엇보다도 이 거대한 전체 임금 노동자들을 민주노조로 조직하는 사업을 가장 선두에 놓아야 한다. 민주노총에는 이러한 개념이 없다. 이 지점은 계급적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좌파 정파들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정파들의 관심사는 민주노총의 지도부의 성향을 좀 더 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적극화하는 데 국한되어 있다. 그런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계급적’ 또는 ‘좌파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민주노총은 창립 당시 사회개혁주의를 표방하고 출범했다. 그러나 근년의 금속노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합간부들은 사회적 의제보다 정책적 대안을 더 원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노동자들의 사회·역사의식이 현존 지배체제의 틀 안에 갇혀 있는 한 조합원들은 좁은 의미의 기업별 노사관계에 그 관심이 제한되게 된다. 사회적 의제들을 제기하면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것들은 대개가 최소한 정권은 교체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며, 사실 제대로 해결하려면 정권을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수준에서든 사회를 변혁해야만 해결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가 대중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노총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민주노총은 사회변혁 노선이 아니라 사회개혁 노선에 입각하여 창립되었다. 당시에는 소련의 붕괴와 민주화 이행의 진행이라는 특수한 정세 때문에 개량주의적인 개혁노선으로 많은 것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환상이 지배했다. 정치세력화와 노동자 집권까지, 또 산별교섭과 그 교섭권 행사를 통한 산업별 조직화까지! 그래서 독일이나 스웨덴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이제 뒤늦었지만 하루빨리 그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 개량주의 진보언론에서 그런 환상을 부추길지라도 그런 소시민적 언론의 이데올로기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특히 정치·군사적으로, 제국주의에 예속되고 분단되어 있으며, 대내적으로 수구·보수 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천민자본주의 사회이다. 이런 구조적 현실을 변혁하지 않고는 계급해방은커녕 사회진보조차 실현할 수 없다. 전태일 동지는 이런 구조적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생 자체에 대한 환멸과 자기 자신의 나약한 소리를 증오하면서, 인간의 둘레를 얽어매고 있는, 인간이 만든, 빠져나올 수 없는, 인간 본질의 희망을 말살시키고 있는, 모든 타율적 구속을.”, 『전태일 평전』 중에서.
 즉 사회변혁에 의거하지 않는 사회개혁이나 사회진보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환상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창립 당시의 그 낡은 생각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혁신의 부재 때문에 현장 조합원들 속에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고 투쟁하기보다 임금과 고용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자는 의견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이 2012년 3월 노조 대의원 7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임금, 고용 등 경제적 삶의 개선 대 사회개혁이나 정치적 영향력 증대 △조합원 이익 증진 우선 대 전체 노동자의 이익증진 우선 △임금, 고용확보 대 경영참가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를 조사했다. 경제적 삶과 조합원 우선, 고용과 임금이 우선한다고 응답할수록 -3, 사회개혁과 정치영향력, 전체 노동자가 우선한다고 응답할수록 3점을 부여한 결과 “서울, 울산, 대구, 경주 등 11개 지부에서 모두 평균값이 마이너스로 집계됐으며, 대부분의 지부 대의원들이 임금과 고용이라는 경제조건 향상을 노조목표로 인식하고 있었다.”

요컨대 민주노총은 지금 비록 그 수위는 다소 낮게 잡더라도 그 지향은 계급적이고 변혁적인 노동운동으로 자기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도 시급히! 물론, 임금과 고용 등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전투적으로 옹호하는 것을 기초로! 이런 방향을 민주노총을 창립하던 당시 개량적 진보주의자들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거나 이념적으로 좌경적이라거나 ‘전투적 경제주의’라고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온건·합리적인 사회개혁주의 노선을 주창했었다. 바로 그 비현실적인 대안에 민주노총은 지금도 관성적으로 안주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큰 그림의 문제를 덮어둘수록 민주노총의 위기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2013년 3월 27일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