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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투방] 잇단 가스 누출과 폭발 사고를 접하면서 - 경위, 원인, 대책과 투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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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태일노동연구소 작성일13-11-30 00:00 조회1,3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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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투방]  잇단 가스 누출과 폭발 사고를 접하면서
- 경위, 원인, 대책과 투방에 대하여


1. 들어가며

지난 반여 년 동안 국내에서 십여 건의 가스 누출, 폭발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이전에 이런 종류의 사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전국 각지에서 연이어 사고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2012년 8월 23일 「LG화학」 청주공장에서 다이옥산을 담은 드럼통이 폭발해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하는 큰 사고가 있은 후 금년 1월 15일 청주의 청주산업단지 내 「(주) GD」에서 불산 용액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국내 굴지의 초거대 기업인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경기도 소재)에서 금년 1월 27~28일 사이에 불산 용액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나 공장 노동자, 인근주민, 나아가 온 국민을 놀라게 했다.
경북 구미에서 이런 사고가 집중적으로 일어나서 민심이 뒤숭숭한데, 2012년 9월 27일 구미 4공단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가스 누출사고가 터져 노동자 5명이 사망하고 공장 일대가 폐허가 되는 초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이 일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그런데 이런 초대형사고 이후에도 구미에서는 사고가 잇따랐다. 금년 3월 2일 「LG실트론」 구미 2공장에서 불산, 질산, 초산이 섞인 혼산 용액이 누출되었고, 3월 5일에는 구미 공단 내 「(주) 구미케미칼」에서 액화염소가 누출되었다. 또 3월 7일에는 「한국광유」 서부지점의 벙커 B유 옥외저장소에서 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반년 사이에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4건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같은 경북의 상주에서는 태양광 발전소 소재를 생산하는 공장인 「웅진폴리실리콘」 상주공장에서 염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3월 14일 여수 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에서 폴리에틸렌 분말을 보관하는 사일로가 폭발하여 6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 밖에 강원도 영월에서도 3월 6일 몰리브덴 제련공장「(주) 포스코엠텍」에서 이산화질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상은 언론에 노출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 밖에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크고 작은 누출, 폭발 사고가 여럿 일어났을 것이다.
이 사고들은 어떻게 해서 일어났고 또 왜 일어났는가? 재발 방지 대책을 논하기 전에, 그것을 잘 논하기 위해서라도, 이 지점을 먼저 짚어봐야만 할 것이다.
 
2. 각 사고들의 경위와 원인
 
여기에서 각 사고들의 발생 경위와 발생 원인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하기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 정보의 측면에서도, 지면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각 사고들의 발생 경위와 원인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것들을 취합하는 수준에서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다.  

<「LG화학」 청주공장, 다이옥산 드럼통 폭발>​
2012년 8월 23일 오전 10시 16분경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LG화학」 청주공장 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공장 2층에서 폭발성 용매인 다이옥산을 회수하는 드럼통에서 샌 유증기가 정전기로 인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노동자 8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 후 경찰 수사에 의해 「LG화학」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철저히 무시했기 때문에 대형 인명피해를 낳은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LG화학」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에 쓰이는 다이옥산의 폭발위험성을 알면서도 노동자들의 안전을 무시하고 설계를 변경했다. OLED 재료공장은 신축 당시 폭발위험이 있는 다이옥산을 사용하고 공정이 끝난 후 회수할 때 정전기 발생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자유낙하를 이용해 1층에서 회수 또는 폐기하도록 설계․시공되었다. 그러나 「LG화학」은 회수된 다이옥산을 신속히 재활용하기 위해 2층 탱크 옆에 드럼통을 설치하고 호스를 이용해 직접 회수하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또한 폭발 방지를 위한 유증기 배출구도 만들지 않았고 탱크 접지도 하지 않았다. 탱크 접지만 있었어도 정전기를 땅으로 방전시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다이옥산이 폭발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조건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다음으로 「LG화학」은 위험한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을 사고로부터 지킬 수 있는 안전시설도 구축하지 않았다. 작업장 바닥에 정전기를 예방하는 대전(帶電) 방지용 페인트를 칠해야 했으나 대전 방지용 페인트의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불연재 페인트를 칠했다. 그러고도 산업안전보건공단에는 대전 방지용 페인트를 칠한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 또한 「LG화학」은 OLED 재료공장을 ‘폭발방지 지역’으로 지정해서 정전기를 예방하는 신발인 제전화(除電靴)를 신고 작업복인 제전복(除電服)을 착용하도록 했지만, 사고 당시 노동자들은 이런 제전화와 제전복을 착용하지 않은 채 일을 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LG화학」은 노동자들에게 제전복만 지급했을 뿐 제전화는 아예 제공조차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다이옥산 회수라는 위험성 있는 작업이 진행 중인데도 신규 시설 테스트를 하는 직원 7명(협력업체 직원 2명 포함)의 현장 출입을 허용함으로써 대형사고를 가져왔다.
이처럼 「LG화학」 청주공장 폭발사고는 자본의 탐욕으로 인한 ‘안전 불감증’이 낳은 총체적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10월 16일 이 공장 임직원 6명을 입건하고(사장은 빼고!), 이 가운데 책임자 급인 상무와 직원 2명에 대해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청주지법은 11월 19일 재료팀장만 노동자들의 안전보호구 착용 여부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그리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하고, 상무와 다른 직원 한 명에 대해서는 “범죄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LG화학」청주공장 폭발사고는 위에서 보았듯이 자본이 이윤을 위해 안전관리에서 체계적으로 잘못을 범해서 일어난 과실치사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입건도 하지 않고, 중간관리자는 구속도 하지 않고, 오로지 말단 관리자인 재료팀장만 구속한 것이다. 이것은 권력이 얼마나 하층 노동자와는 소원하고 상층 경영진(특히 재벌기업의!)과는 절친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청주 「(주) GD(Global Display)」불산 누출>
2013년 1월 15일 오후 9시 50분경 청주시 흥덕구 청주산업단지 내 「(주) GD」 휴대전화 액정(LCD)가공 공장에서 순도 8%의 불산 용액 2,500리터가 누출됐다. 사고는 작업자가 실수로 넘어지면서 불산 용액을 수송하는 PVC 파이프를 밟아 파이프가 깨지면서 용액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즉 작업자가 불산 용액이 담긴 탱크를 점검하면서 사다리를 이용하지 않고 탱크의 요철을 밟고 내려오다가 미끄러지면서 이런 실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작업자는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있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보호 장비 틈새로 불산 용액이 튀면서 화상을 입었다. 부상이 크지 않아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인사 사고에 이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사고의 원인의 측면에서 보면, 비록 작업자의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유독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이 쉽게 파손될 수 있는 약한 PVC 재질로 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시설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업체는 2011년 6월과 8월에도 유독가스 누출 의혹이 제기됐던 업체로서, 공장 주변 조경수가 잎이 말라 고사하고 이웃 공장의 유리창이 변색하는 등 유해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것 같다는 민원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현장조사 결과 유독가스가 누출되지 않았으며 대기환경에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 업체가 주변 공장의 변색한 유리창 등을 배상하는 차원에서 매듭지어졌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유독가스가 누출됐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해 왔다.
한편, 청주산업단지 관리공단의 관계자는 “불산 용액이 공장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출이 아닌 단순 사고”라고 말하고 또 “화학물질 사고는 2009년 이후 이번 사고가 처음”이라고 말해 안이함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 누출>

2013년 1월 27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11 생산라인 외부 ‘화학물질 중앙공급시설(CCSS)’에서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산 누출은 이날 오후 2시 11분께 불산 시설을 관리하는 하청회사 「STI서비스」 노동자 정 아무개 씨가 처음 발견했다. 「STI서비스」 측은 곧 누출 사실을 삼성전자 측에 알리고, 누출 부분에 내산(耐酸) 비닐봉투를 받쳐두는 임시조치를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수리하라는 지시가 없어서 10여 시간 동안 그 상태로 방치했으며 누출은 계속되었다. 그 후 「STI서비스」 11라인 파트장 박 아무개 씨를 비롯하여 노동자 3명이 날짜를 넘겨 28일 오전 0시 13분에서 오전 03시 21분까지 사고 부분을 수리하는 작업을 했다. 사고는 불산 탱크에서 불산이 나오는 배관의 밸브 부분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이 부분을 수리했다. 그러나 밸브를 교체한 뒤에도 불산이 계속 누출돼 오전 4시 36분에서 오전 6시 31분까지 다시 2차 보수 작업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 과정에서 누출된 불화수소 희석액이 2~3리터 가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간당 최대 7리터의 불산이 누출되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수리를 마친 뒤 박 아무개 씨 등 작업자 5명이 목과 가슴의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박 씨는 이날 오후 1시께 숨졌으며 다른 1명은 전신 2도의 화상을 입었다. 박 씨의 사인(死因)은 기도 내에 수포가 잡힌 불화수소산 중독사로 알려졌다. 다량의 불산이 기화되면서 불화수소가 박 씨의 방독면을 뚫고 호흡기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중간수사 발표에서 불산 누출의 최초 원인이 ‘밸브 이음쇠 부분인 실링(고무 패킹)의 노후화와 볼트 부식’이고, 또 ‘배관을 이어주는 부분인 플랜지 연결 볼트의 불완전한 조임, 개스킷 삽입작업 불량 및 재사용으로 인해 1차 보수작업 당시 교체한 밸브에서 작업 후 또 불산이 2차로 누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의 CCTV 분석에 따르면 숨진 박씨는 2차 보수작업에 들어가기 직전인 28일 오전 4시 40분 당시 방독면만 쓰고 방제복은 입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자들은 수리작업 도중에야 방제복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CCTV영상을 1분 20초 분량만 공개했다.
11라인 외부에는 ‘화학물질 중앙공급시설(CCSS)’에서 불화수소 희석액(액체 상태로 50% 농도의 불산) 공급 장치에 이상이 있음을 알려주는 경보기가 있는데, 사고 당시 그 센서가 작동하지 않아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가 밖으로 알려져 사고 경위에 대한 주민들의 질문이 쇄도하던 사건 초기, 삼성전자 측은 “센서가 울려서 사고를 알았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 삼성 측은 이처럼 이 사고를 ‘경미한 누출’로 간주하고 10시간이 넘도록 사실상 방치했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누출 사실을 알리거나 대피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불산 용액이 누출되는 도중은 물론이고 배관 교체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생산라인은 계속 가동됐던 것이다.  
사고 사실도 28일 오후 2시 42분이 되어서야 경기도에 알렸다. 병원 측의 변사자 발생신고를 받은 경찰이 경위 파악에 나서자 뒤늦게 사고 사실을 신고한 것이다. 이와 같이 쉬쉬했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화성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은 불산 유출 사실을 뉴스를 통해서 겨우 알게 됐다.  
삼성 측은 사고를 은폐하려 다각도로 노력했다. 경찰은 「STI서비스」 대표와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한 부상자 4명을 방문조사하려 했으나 대상자들이 진술을 거부했다. 화성사업장 소방대원들도 참고인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삼성 측은 경기도 민관 합동조사단의 현장 방문과 시료 채취, 경기도가 요구하는 대부분의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주민들의 의혹을 해소하려고 개최한 1월 31일의 주민설명회 당시에는 조사단 활동에 적극 협조를 약속했었음에도 말이다! 삼성전자는 그 동안에도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지방자치체의 지도·점검에서 벗어나 유해 화학물질을 자율적으로 관리해 왔다!  
삼성 측은 유해가스를 외부로 빼돌려 위험을 외부화했다. 사고 당시 배풍기를 이용해 불산 가스를 외부로 빼냈다. CCTV 녹화기록을 보면, 28일 오전 5시 52분과 오전 6시 56분 사이에 「STI서비스」 노동자와 삼성전자 환경안전팀 노동자들이 대형 배풍기를 설치하고 가동한 뒤 오후 5시 59분에 철거, 이동시키는 모습이 나와 있다. 배풍기 설치 이전에 이미 6시간 정도 문을 열어놓고 작업했다는 증언도 있다. 노동부는 “독성을 중화하는 배기장치가 6개 라인 중 2개 라인에만 설치되고, 사고가 난 11라인에는 설치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요컨대 배기장치로 독성을 중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해 불소 가스를 그대로 밖으로 내보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사고 발생지역 반경 2km 내 9곳에서 지난 2월 7일, 식물시료를 채취 분석한 결과 불소(불산 가스) 농도 추정치가 하루 노출 기준으로 0.02ppm부터 0.19ppm, 0.63ppm, 1.42ppm이었고 한곳은 2.59ppm까지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 상 노동자의 불소 노출 기준(작업장 안전기준)은, 1일 8시간 작업 시, 0.1ppm이다. 이런 노출 기준과 채취된 불소 농도에 비추어 볼 때 화성사업장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에 있는 동탄 신도시 주민들이 누출된 불산 가스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많다.  

<구미 불산 가스 누출사고>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
2012년 9월 27일, 경북 구미 4공단에 있는 화공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 불산(불화수소산)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하여 공장 일대가 폐허가 됐다. 이 사고는 9월 27일 오후 3시 43분쯤 「㈜휴브글로벌」에서 직원들이 탱크로리의 불산 20t을 파이프를 통해 사내 저장시설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불산 8t이 누출되어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5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지점 3km 반경에 있는 봉산리와 임천리 주민과 회사직원 등 1천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과 산동초등학교로 대피한 가운데 이날 밤 11시 30분경 사고 탱크로리와 밸브누수 밀봉 작업이 이뤄졌다.
불산은 반도체 산업 등에서 세정제로 사용되는데 치명적인 독극물로 쥐약과 살충제의 주성분이자 화학무기인 신경 독가스의 주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한 방울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에는 티가 나지 않지만 그 한 방울이 피부 속으로 침투하여 뼈 속까지 들어가 뼈를 녹게 하는 고위험 물질이다. 또한 불산 가스를 흡입하면 적은 농도라도 화학성 폐렴, 폐부종, 출혈성 폐포염,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등 치명적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사망한 5명의 노동자들은 방호복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불산을 액체 상태로 뒤집어써서 화상과 독성으로 사망하였고, 인근 마을 주민들은 불산 가스 흡입에 따른 피해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인 불안·우울·수면장애·두통 등으로 고통 받았다.
구미시는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이 398명이며, 91.2헥타르의 농작물 피해와 소 1,000여 마리 등의 가축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다. 그러나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0월 10일 기준으로 7,000여 명이 검진을 받았고, 농작물 피해는 376농가 237.9㏊, 가축피해는 3,209마리로 집계됐으며, 차량피해는 1,135대였다.
불산 가스는 인체뿐만 아니라 자연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는데 식물의 경우 잎이 말라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정도가 되고, 토양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불산 가스는 자연 정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바람으로 불산 가스가 퍼져서 그 농도가 얕아질 수는 있으나 완전한 정화는 안 된다고 한다. 사고 한 달 뒤인 10월 28일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지역 주변의 심각한 토양 오염뿐 아니라 낙동강 불소 농도가 10배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당시 구미 인근 지역은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환경당국이 누출된 불산과의 연관관계에 대한 조사를 한 바 있다.
따라서 흡입된 불산 가스가 이후에도 인체에 장기간 잠복되어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불산에 노출된 채소나 과일을 섭취함으로 인해 불산이 인체에 흡수되어 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처럼 불산 누출은 땅과 지하수, 강물을 오염시킴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 일대에 사람이 살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고 원인과 대처의 문제점)
경찰은 사고 원인을 직원들의 과실로 인한 인재라고 밝혔다. 사고는 작업자들이 탱크로리에 있는 불산을 저장탱크로 옮길 때 실수를 하여 탱크로리 안에 있던 가스가 대기 중으로 누출된 것이다. 에어밸브와 원료밸브의 마개가 모두 잠긴 상태에서 에어밸브의 마개를 열고 에어호스와 연결한 후 원료밸브의 마개를 열고 원료밸브와 원료호스를 연결한 다음, 에어밸브의 레버를 열어 탱크로리에 공기를 주입해야 한다. 그 다음 원료밸브의 레버를 열어 연료호스로 불산을 빼내는 게 정상적인 공정 순서다. 그런데 에어호스를 에어밸브에 연결한 뒤 작업자가 실수로 원료밸브의 마개를 열어 놓고 있는 상태에서 원료밸브의 레버를 건드려 밸브를 개방하면서 탱크로리 안에 있던 가스가 유출되었다는 것이다.(각 밸브는 마개와 레버로 2중의 잠금장치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구미 불산 누출 사고도 작업자의 잘못이 직접적인 사고원인이다. 당시 CCTV 영상에는 현장 노동자들이 흰색 작업복에 마스크만 쓰고 있었다. 작업순서를 지키지 않은데다가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고 작업했다는 것이다
또 사고 후 대처 과정에서도 문제가 컸다. 불산 가스가 누출될 경우, 석회수를 뿌려 불화칼슘으로 침전시켜 제거해야 하는데, 그냥 물을 뿌리는 바람에 불산 가스가 주위로 확산되면서 더 큰 피해를 가져왔다. 불산은 물과 반응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이 있는 불화수소산으로 변하는데, 소방당국은 이를 알지 못하고 물을 주입하여 불을 끄는 방식으로 방재 작업을 하여 불산을 오히려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또 이들 화학업체는 대부분이 60, 70년대 건설된 것으로 노후화로 인한 사고위험이 상존하고 있었다. 더구나 사고 업체인 「㈜휴브글로벌」에서는 2009년 6월에 불산에 노출됨으로 인해 한 노동자가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브글로벌」은 이번 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노동부의 관리·감독을 받은 적이 없다. 유독물질인 불산을 대규모로 취급하는데도 노동부에 공정안전관리보고서 및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제출하지 도 않았다.
이처럼 관계기관들의 초동 대응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소방관의 대응 매뉴얼이 없었을 뿐 아니라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대피한 주민들을 사고 다음 날 귀가시켰다. 환경부는 구미 불산 사고 현장조사를 마치기도 전에 ‘심각’단계 해제 공문을 발송하였고, 환경과학원은 풍향 고려 없이 대기 측정만 실시하고 ‘미검출’이라는 결론을 내려 독성물질 제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주민들을 귀가시킨 것이다. 또한 사고 발생 이후에 인근 공단의 조업을 중단시키지도 않았다.
정부는 이렇게 안이하게 대응하다가 피해 사례와 그 심각성이 SNS 등을 통해서 알려지자 뒤늦게 2012년 10월 8일 구미 산업단지를 비롯한 구미시 산동면 일대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사고가 나자 대통령 후보자들도 속속 구미로 달려왔었다. 그러나 이미 사고로 인한 노동자 5명의 사망이라는 직접적 피해 이외에 인근 주민들에 대한 2차 피해, 하류지역 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3차 피해까지 피해가 크게 확대된 뒤였다. 

<「LG실트론」 구미 2공장, 불산, 질산, 초산이 섞인 혼산 용액 누출>
2013년 3월 2일 오후 8시 34분 경북 구미시 임수동에 있는 반도체 부품 제조공장인 「LG실트론」구미 2공장에서 불산, 질산, 초산이 섞인 혼산 용액이 필터링 용기 덮개의 균열로 30~60ℓ 정도 누출되었다. 「LG실트론」구미 2공장은 반도체 부품인 웨이퍼(wafer) 제조업체인데, 누출된 혼산 용액은 작업 후 공정 중 하나인 에칭(eching) 공정에 사용되는 용액이다.
사고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필터링 용기 덮개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견되어 오후 6시경 이를 교체하고 난 뒤 이루어진 시험가동 도중 발생했다. 당시 현장 및 관련 생산라인에는 11명의 노동자가 있었으나 혼산 용액이 누출되자 회사 측은 조업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을 대피시켰으며, 3일 오전 4시 30분경까지 방제작업을 벌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LG실트론」은 관계당국에 사고 발생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사고 발생 16시간이 경과한 3일 낮 12시 30분경 제보를 받은 구미시와 소방당국이 사고 경위를 따져 물은 뒤에야 사고를 시인했다. 경찰은 누출 사고를 신고하지 않은 「LG실트론」에 대해 은폐 의혹과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언론을 통해 사고가 알려진 뒤에야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11명의 노동자들은 4일 오전부터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처럼 노동자 건강검진이 늦어진 데 대해 회사 관계자는, “불산이 작업자들의 몸에 튄 게 아니어서 구두로 재차 건강상태를 확인했으나 증상을 호소하는 작업자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불산은 노출 농도에 따라 그 증상이 24~48시간 뒤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추가 사고방지 차원에서 노동자들을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 건강검진을 받게 하고 주의·관찰에 나섰어야 했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과 대구지방환경청 등은 3월 4일 뒤늦게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조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하고 가스 누출 경위와 피해상황을 조사했다.  

<구미 「한국광유」 유류저장소 탱크 폭발>
구미시에서는 작년 9월에 대형 불산 누출 사고를 겪은 이후에도 최근 3월 들어 일주일 사이에 두 건의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일어났다. 그 가운데 하나로, 3월 7일 오전 8시경 구미시 오태동 「한국광유」 서부지점의 옥외 유류저장소에서 20만 리터짜리 벙커 B유(중유) 저장탱크가 폭발했다. 이날 유류탱크 폭발은 출하를 위해 벙커 B유를 탱크에 옮겨 실은 다음 탱크로리가 현장을 빠져나간 뒤 일어났다. 이 폭발로 탱크 상부의 철판 덮개가 떨어져 나가고 이어 탱크 안에 있던 기름 4,000리터에 불이 붙었다.
탱크 인근에 3명의 노동자가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거품 형태의 소화수가 도랑에 흘러들었으며, 탱크에서 폭발로 인해 새나온 기름이 인근 개울과 하천으로 유입될 위험도 있다.  
경찰조사에서 작업자는 “탱크 속 벙커 B유는 평상시 아스팔트처럼 굳어 있는 형태여서 탱크로리에 옮겨 담을 때는 전기모터를 이용해 40도 정도로 데운다.”며 “작업 도중 갑자기 ‘펑’하고 폭발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고 탱크 안에 있던 유증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탱크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폭발한 탱크는 1999년 11월에 사용을 시작한 후 한 번도 정밀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상주 「웅진폴리실리콘」 염산 누출>

2013년 1월 12일 경북 상주 청리산업단지 내 태양광발전 소재를 생산하는 공장인 「웅진폴리실리콘」에서 탱크 안에 보관 중이던 산도 35%의 염산 481t이 누출되었다. 염산누출을 처음 목격한 이 공장 직원은 이날 오전 7시 30분경 염산 탱크가 파손돼 연기가 나오는 것을 보았으며, 오전 10시 이후부터는 누출된 염산이 공기 등과 반응해 염화수소로 바뀌면서 흰 가스가 많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공장 직원은 자체수습을 한다는 이유로 어디에도 신고를 하지 않았고, 오전 11시 3분경 주민이 상주 소방서에 “연기가 난다”고 처음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이 공장은 작년 9월 휴업 신고 이후 가동이 중단돼 있는 상태여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염산이 흘러 내려 눈과 섞여 화학반응을 일으켜 기체 상태인 염화수소로 변해 인근마을로 퍼져 나갔고, 근처 하천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에 상주시, 소방서, 경찰서, 군부대 등 관계기관 25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어 즉각 사고수습에 나섰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인근 주민(반경 1.5Km 내 340가구 760여 명)을 용운중학교로 긴급 대피시켰으며, 상주 소방서에서 전문 인력과 수중펌프 등 방제장비를 현장에 신속히 투입해 1월 13일 오전에 방류벽과 집수조에 저류되어 있던 염산을 공장 내 자체 폐수처리장으로 이송시켜 응급복구를 완료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12일 주변지역의 환경오염을 측정한 한 결과(공장 주변 지역의 축사, 마을 등 총 8개 지역) 대기 중에서 염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자 이날 오후 주민 대피령을 해제했다. 
1월 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시한 정밀감식 결과, 사고는 한파로 염산 저장 탱크의 밸브가 파손되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태양광업계의 불황과 경영 부진으로 상주시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 점검이 있기 5일 전 화학물질 배출시설 폐쇄신고를 하고 이후 직원 10여 명이 염산이 들어있는 탱크를 관리해 왔는데 배관이나 밸브의 동파 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관리를 부실하게 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관계당국의 관리대책도 형식적인 것에 머물렀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9월 27일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 「휴브글로벌」 구미공장의 불산 누출 사고 이후 10월 2일 일선 시·군에 공문을 보내 도내 425개 모든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에 대해 전수 지도점검을 실시하라고 지시를 내렸고(그러나 일부 업체에 대해 가벼운 행정지도를 한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상주시도 작년 10월 19일 이 업체에 대해 점검을 했다. 상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에 “특수장비나 전문 인력이 투입돼 점검을 한 것이 아니라 담당 공무원 등이 점검해서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경북도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여수산단, 「대림산업」 폭발사고>

(사고 발생의 경위)
2013년 3월 14일 오후 8시 51분 경 여수시 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 고밀도 폴리에틸렌 공장(HDPE)에서 폴리에틸렌 분말을 보관하는 30미터 높이의 저장탑(이하 사일로) 1개가 3~4초 간격으로 두 차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일로 내에서의 폭발로 인해 생긴 폭풍은 사일로 위로 상승하여 상층부에 있는 알루미늄 재질의 뚜껑과 철골 구조물을 공중으로 날려 보냈다. 이 폭발로 사일로 상층부에서 사일로 점검·보수를 위해 난간과 외부 발판을 설치한 후 사일로 연결 통로 설치작업을 하던 노동자 9명이 온몸이 찢기면서 30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이중 6명은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8미터 높이의 2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7명과 지상에 있던 노동자 1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대림산업」은 매년 정기 보수점검을 실시하는데 올해는 3월 12일부터 4월 5일까지 실시할 예정이었다. 사일로 보수작업은 하청업체인 「유한기술」이 맡았다. 사일로의 점검 보수는 8미터 높이의 2층 지점에 지름 60cm의 구멍을 뚫고 이 구멍을 통해 수시로 사일로  내부를 점검하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이날 폭발사고는 구멍을 뚫어 놓은 상태에서 철판 용접을 하던 중에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과 대처)
이 사고의 원인을 놓고 대림 자본은 사일로 안에 남아 있던 미세한 분진에 불꽃이 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는 사일로 안에 인화성 잔류 가스가 남아 있었다고 주장하며 대림 자본이 사고의 원인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규탄하고 있다. 점검을 하기 전에 사일로 내부의 가연성 가스를 제거하는 작업(퍼지, purge)을 하는 것이 필수인데, 사고 당일 지상 작업을 한 노동자 이재석씨는 “통상 퍼지를 한 뒤에 위험물질이 빠지는데 3~7일이 필요하지만, 이번엔 우리가 점검을 하는데도 퍼지를 계속 하더라”고 증언하였고, 퍼지 작업을 할 때는 작업자를 현장에서 철수시켜야 하는데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고 폭로하였다. 또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사일로와 연결된 가스관이 심하게 요동을 친 것으로 보아 사일로 안에 가스가 남아 있은 것으로 생각된다는 작업자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대림산업」은 점검 작업 전에 해야 할 사일로 내부의 물청소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 사고 원인에 대한 최종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림산업」이 사일로 점검 전에 반드시 수행해야 할 분진과 가연성 가스 제거 작업을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남아 있던 이 가연성 가스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대림산업」은 작업자에게 분진이나 가스 등의 위험성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고, 공기 단축을 위해 야간 연장근로를 강행했다.
사고가 일어난 「대림산업」은 2012년 6월에도 사일로에 폭발사고가 일어나 사일로 1개에서 폴리에틸렌 5톤이 유출되었고 사일로 3개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이 사고로 노동부는 작년 11월 11~13일까지 ‘공장안전보고서 이행실태’를 점검하였고, 총 14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되었다. 그러나 「대림산업」은 그 중 9건을 개선하지 않고 과태료를 내면서 노동부의 시정조치를 무시했다. 개선하지 않은 위반사항에는 ‘공정안전자료’를 반영하지 않고 변경사항이 관리되지 않는 등 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결국 작년에 큰 폭발사고를 일으키고도 또 노동부의 시정조치를 묵살한 대림 자본의 오만하고 무책임한 대응이 이번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참사가 있기 한 달 전에도 유사한 폭발사고가 있었다고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의 김경철 사무국장은 폭로하고 있다.
한편, 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 등 8개 단체는 「대림현장 대형참사 책임자 처벌과 근본적 대안 마련을 위한 대책위」를 구성하고  ①여수산단 폭발참사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림산업」 최고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투쟁한다. ②진상조사에 노동조합과 사회단체 참여를 보장하는 공동조사를 실시하라. ③산재사망은 기업 살인이다, ‘기업살인법’을 제정하라는 등을 요구하며 지난 16일 규탄집회를 열었다.    

<영월 「(주) 포스코엠텍」의 이산화질소 누출>
영월군 팔괴농공단지 내 비철금속(산화 몰리브덴) 제련공장인 「포스코엠텍」에서 3월 6일 오후 6시 44분경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질소(갈색 연기) 5입방미터가 15분 동안 누출되었다. 사고는 원료인 몰리브덴과 부원료인 질산, 가성소다 등을 혼합하는 공정 과정에서 급격한 이상반응이 일어나 누출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고는 원료가 바로 누출된 것이 아니라 원료가 다른 것과 혼합하는 공정 중에 일어난 사고라는 점에서 다른 가스누출 사고에 비해 색다르다.
이날 사고는 누출량이 적고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이 긴급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인근 주민들은 두통과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 화학물질 유출공장은 마을에서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문제는 이런 가스 누출 또는 방출이 “주 2~3회 정도 발생하고, 한번 발생하면 2~3시간 정도 지속”된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이후 확인된 것만 3차례나 누출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업체 측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산화질소는 산성비를 내리게 할 정도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지만 유해화학물질로는 지정돼 있지 않다.  


3. 연이은 화학물질 사고의 원인과 대책


이들 연이은 유해화학물질 누출 및 화학물질 폭발 사고에 대해 대부분의 보도는 사고 발생의 원인을 작업자의 실수나 불가피한 조건 탓으로 돌린다. 그리고 피해가 커진 원인에 대해서도 작업자의 부주의 탓으로 돌린다. 이런 점에서 그 전형은 「삼성전자」가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불산이 누출된 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남의 탓으로 돌린다. 우선 사고의 직접적 원인을 밸브의 노후(불산 탱크 밸브의 이음쇠 부분인 실링(고무 패킹) 노후화와 볼트의 부식)에다 돌린다. 밸브가 노후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원청인 「삼성전자」에 있는가, 유해시설(불산을 공급하는 ‘화학물질 중앙공급시설’)을 관리하는 하청회사인 「STI서비스」사에 있는가? 다른 대기업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삼성에서는 원청이 하청에게 작업지시까지 하는 관계에 있는데, 하청회사가 사내하청으로 같은 공장 안에 들어와서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그 시설의 관리책임이 「삼성전자」에 있지 않고 오로지 하청회사에게 있다는 것인가?
다음으로, 「삼성전자」는 불산이 밸브에서 누출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보고한 관리업체 측에서 “사고가 경미하므로 나중에 수리해도 된다” 「경기방송」 2013.03.01, <뉴스초점>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 ‘그 진실과 오해’
고 했다며, 사고 확대를 초래한 초동 대처 잘못의 책임이 하청회사에 있다는 투로 주장한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고 발생 확인 즉시 삼성전자 측 담당자에게 사고 사실을 알렸으나, 원청과 하청 담당자 양측은 누출된 양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내산(耐酸) 재질의 비닐봉투를 받쳐놓는 임시조치만 취했다고 한다. 과연 관리업체가 주도적으로 그런 판단을 했을까? “소량이고 해서 월요일까지 가도 무방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의 말에서 보듯이 일요일 특근 작업을 하던 「삼성전자」 측에서 “큰 누출 사고가 아니므로 낮에는 작업을 계속하고 밤에 수리하자”고 하지 않았을까? 이런 추정은 「경기방송」 기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도 뒷받침된다. “사고 발생 후 4시간 정도 누출 뒤 누출되는 양이 많아 교체 필요성을 (삼성 측에) 보고했고, 삼성 측은 또 4시간 정도 지난 뒤에야 교체작업을 승인했습니다. 처음 불산이 누출된 지 10시간 정도 지나 밸브 교체 작업이 이뤄진 겁니다.” 
다음으로, 자정이 갓 지난 시간부터 새벽까지 수리하던 중에 작업자들이 가스에 노출되었는데, 그 책임을 전적으로 작업자들에게 돌린다. 경찰은 사망한 하청 관리업체 11라인 파트장이 방호복을 입지 않고 사고현장에 들어온 CCTV 장면을 경찰을 통해 언론에 내보낸다. 라인 파트장은 이 사고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인데, 그의 사망은 본인이 작업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라는 뜻이다. 그러면 경찰은 왜 CCTV 영상 가운데 1분26초 분량만 내보이고 그 전체를 내보이지 않는가? 이런 모습을 보면 꼭 천안함 사건 당시 국방부가 자기들 입맛에 맞는 장면만 내보내던 것이 연상된다.
그 뿐이 아니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2차 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또한 하청업체와 그 노동자들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이다. 1차로 고장 부분을 수리했으나 그 부분에서 다시 누출이 일어났다는 것인데, 2차 누출 원인으로는 ‘밸브 연결 볼트의 불완전한 체결’과 ‘보수 작업 시 노후화된 자재(개스킷)을 교체하지 않고 재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삼성전자」불산 누출 사고의 경우를 보면 모든 잘못과 원인제공은 하청회사나 그 노동자에게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방적인 사실왜곡과 책임전가를 관철시키기 위해 약자들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통제한다. 「삼성전자」측은 경찰이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한 하청회사 노동자들을 조사하는 것도 불응하게 했다. 또 경찰이 화성공장 소방대원들을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하도록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게 했다. 「삼성전자」측은 또 경기도 의회와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구성한 「민관합동조사단」에게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나, 약속을 어기고 조사단의 현장방문 및 시료채취를 거부했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다른 기업들이 본받고자 하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에서 위와 같았으면 다른 기업들에서도 크게 달랐을까? 삼성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가족들은 이렇게 말한다. “삼성에 민주노조가 있었다면 과연 이렇게 백혈병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반복되었을까?”라고. 최근에 연이어 유해화합물질 누출 및 위험 화학물질 폭발 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기업들은, 재벌 사업장이든 중소기업 사업장이든 막론하고, 대부분이 민주노조가 없는 사업장들이다. 만약 그 사업장들에 민주노조가 있었다면 사용자 측에서 저런 정도로 노동자의 목숨에 대해 무관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모든 노동현장에 민주노조를 건설하는 과제가 하루라도 뒷날의 과제로 미루어져서는 안 된다. 민주노조운동은 이 과제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한편, 앞에서 살펴본 사고들에서 구체적인 원인은 제각각 다르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을 찾다 보면 어느 경우에나 작업자의 과실이나 부주의는 잘 드러난다. 그러나 작업자들에게 작업을 명령하는 사람들은 뒷전으로 숨겨진다. 이게 이치와 도리에 맞는가?
공장에서 작업자가 작업지시자의 명령을 어기고 작업을 하다가 그런 사고가 났다면 그 원인과 책임의 상당 부분을 작업자에게 물어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작업지시자가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지시하지 않았거나 안전하지 않게 작업하도록 지시했다면 그 책임과 원인은 작업지시자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작업지시자는 현장 말단의 작업지시자만이 아니라 마땅히 상급의 작업지시자를 포함하며, 또 원청회사를 포함한다. 오히려 상급으로 올라갈수록 권한이 큰 만큼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작업지시자는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교육을 할 책임과,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지휘할 책임과, 작업이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시설을 설치할 책임과, 시설 자체가 노후하여 사고를 내지 않도록 시설을 관리할 책임을 지고 있다. 말하자면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는 이런 개념이 자리잡혀 있지 않다. 사고가 나면 희생자도 노동자고 책임자도 노동자다. 다른 모든 요소들은 부차적이라는 식이다. 이런 잘못되고 낡은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만 최근 빈발하고 있는 가스누출, 폭발 사고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산재사고 일반이든 화학물질 누출, 폭발 사고든 사고의 주된 책임은 작업을 명령하고 지시하는 경영자 측에 있다는 점이 의식에서나 제도에서나 확립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이 의제에 오르고 있다.
‘기업살인처벌법’이란 산재 사망사고는 기업의 살인에 의한 사망이라는 인식 하에 그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다. 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1년 산업재해 사망 만인률(업무상 사고)은 9.6이다. 2010년 OECD 주요 국가의 업무상 사고 사망 만인률은 미국 3.8, 일본 2.3, 독일 2.0, 영국 0.7이다. 이렇듯 사망을 야기하는 산업재해나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업체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극히 미미하다. 그 원인과 책임이 직접 작업을 하는 노동자에게 있다는 사고방식과 제도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법 제23조와 24조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는다. (노동자 한 사람 죽게 해 놓고 벌금이 고작 1억이라니!) 그러나 민주노총이 지난해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1월 ~ 2012년 7월까지 3년 동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송치된 사건 중 중대재해는 2,290건이었지만 이 중 벌금형이 57.2%로 가장 많고, 혐의 없음 13.8%, 기소유예 11.1% 등이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2.7%로 매우 낮았고, 이 중 실형은 거의 없었다. 원청이 대기업인 경우에는 최소한의 처벌도 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이른바 선진국들은 산재사망 관련법들을 제정해서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호주와 캐나다는 2003년 산재사망을 기업에 의한 구조적 살인행위로 보고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규정을 뒀다. 영국은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을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영국은 이 ‘기업살인법’을 적용해 노동자 1명 사망에 6억9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현재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노동자보호법(PAWA)’이 의회에 상정돼 있다. 「뉴시스」 홍세희 기자. 2013. 03. 17, “잇단 산업재해 ‘기업살인처벌법’제정 힘 받나?”에서.

해고만이 살인이 아니다. 산재, 특히 중대재해는 더 적나라한 살인이다. 이런 인식의 일대 전환이 없이는 최근 빈발하고 있는 유해물질 누출, 폭발 사고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백혈병 사고 역시 그와 같은 사고방식과 경영방식의 일대전환 없이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4. 나오며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지금 하나의 커다란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 2천만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하루 6시간 노동시간과 생활임금 쟁취,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 등에 더하여 산업재해와 사고 없는 일터 쟁취의 과제가 그것이다. 이 과제들 모두가 삶이냐 죽음이냐에 직결된 과제들이다. 어느 하나 소흘히 할 수 없다. 그러기에 전태일 동지는 “어떠한 인간적인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 과제이다.”라고 갈파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산업재해와 사고 없는 일터를 쟁취하기 위한 주요한 방도로서 ‘2천만 노동자 모두의 조직화’와 ‘기업살인처벌법’ 제정을 우리 노동계급과 노동운동의 주요 당면요구로 만들어야 할 때다.


                                                                          2013년 3월 19일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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