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 노조주의: 일본의 사이키 조선소 노조 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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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광영 작성일02-11-30 00:00 조회1,151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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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키조선소.hwp (64.8K) 0회 다운로드 DATE : 2018-06-15 11: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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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 노조주의: 일본의 사이키(佐伯) 조선소 노조 사례를 중심으로
신광영(중앙대, 사회학과)
들어가는 말
역사적으로 노조운동은 운동의 내용과 방식에 인식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그리고 노조운동의 성격과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19세기부터 시작된 서구 좌파 논쟁의 핵심이었다. 노동조합을 노동계급조직으로 보고, 노조운동을 통한 혁명적인 사회변혁을 기대했던 맑스와 엥겔스의 논의에서부터 노조운동의 한계를 인식하고 전위집단에 의한 노조운동의 성격 변화를 주장했던 레닌에 이르기까지 노조조직과 운동노선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매우 다양하게 때로 상반되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논쟁에서 핵심적인 쟁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노동조합이 노동계급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인가 아니면 조합원들의 이해만을 대표하는 조직인가 하는 ‘노동조합의 계급성’의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이 체제 자체의 급진적인 변혁을 추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체제 내에 안주하는 이익집단인가 하는 ‘노동조합의 혁명성’ 문제이다. 이것은 주로 노동조합의 이념이 사회주의를 내세우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합당한 조직과 활동을 하고 있는가와 연관된 문제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노동조합이 자발적인 조직이자, 특정한 목적을 지니는 운동조직이며, 또한 동시에 노동시장 조직이라는 복합적인 속성에서 기인한다. 특히 경제학에서는 노동조합을 노동시장 조직으로만 인식하는 것 이 주된 흐름이다. 노동조합을 조합원들의 임금,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의 개선은 물론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 조직으로 본다. 시장 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의 정치적 성격이나 계급적 성격 대신에 노동시장에서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경제학 내부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이론적 이해에 큰 차이가 존재하지만, 노동시장 조직으로 인식하는 것은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학적 시각들은 모두 노동조합의 경제적인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노조운동이 지니는 정치적 성격을 간과하고 있다.
정치운동이나 노동시장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과는 다른 노동조합의 인식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환경변화로 인하여 전통적인 노동조합의 정치적 성격이나 노동시장적 성격 자체가 노조운동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노동시장에서 주변적인 노동자층의 확산으로 인하여 그리고 공공성을 내세운 시민운동의 발달로 인하여 전통적인 노동조합의 역할이 오히려 집단 이기주의적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특히 미국과 같이 보수적인 정당체제에서 노동조합이 노동시장에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배타적인 노동계급 성격만을 내세워 노동조합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스스로 고립되는 경우도 많이 나타났다. 노조와 정당이 동일한 조직으로 간주되어 노조가 정당의 하위 조직으로 인식되는 경우 노조는 독립적인 조직으로 인식되지 못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운동 노조주의(social movement unionism)를 새로운 노조운동의 이념으로 제시되었다. 노동운동에서 사회운동 성격을 강조하는 것이 계급성과 시장성을 모두 초월하는 새로운 노조운동의 방향으로 제시되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논의된 노조운동의 성격을 벗어나는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의 성격으로서 사회운동적인 속성을 지니는 노조운동을 지칭한다. 사회운동노조주의는 최근 여러 노조운동의 경험에서 나타난 새로운 노조운동 노선이다. 사회운동 노조주의는 90년대 들어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COSATU, 브라질의 CUT, 한국의 민주노총(KCTU), 필리핀의 KMU, 미국의 공공부문 노조, 캐나다 자동차(CAW) 노조 등지에서 나타난 노조운동 노선으로서 제도화된 틀 내에서 경제적인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노동운동과는 달리 공장과 산업을 넘어서 지역사회 및 시민운동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전체 사회의 개혁을 목표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와 결합하고, 새로운 사회운동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사회운동과 결합하여 노동조합이 생산현장 밖의 사회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 논문은 일본 오이타현 사이키 조선소 노조운동을 중심으로 기업별 노조체제가 지니고 있는 경제주의 노조운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간주되는 사회운동 노조주의의 가능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사이키 조선소 노동운동은 일본의 소수파 노조운동으로 하나로 오늘날 논의되고 있는 전형적인 “사회운동 노조주의”의 한 예로 분류될 수 있다.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불황기에 사이키 노조는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리해고에 대응해서 지역주민과 결합하여 8년간에 걸친 조선소 합리화 반대 투쟁을 성공적으로 전개하였다. 사이키 조선 노조운동이 사회운동 노조주의에 기초하여 발전하였기 때문에, 조선산업 불황기에 공장폐쇄에 반대하는 노조의 투쟁이 지역주민과 지역 시민단체들의 지지에 힘입어 사이키 조선소 폐쇄를 성공적으로 막아 낼 수 있었다. 사이키 조선 사례는 일본의 기업별 노조와는 달리 사회와 통합된 노조활동 혹은 공공성을 지향하는 노조활동을 통하여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린 사회운동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사회운동 노조주의에 관한 논의를 논의의 등장배경과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본다. 사회운동 노조주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COSATU와 브라질과 한국 등의 제3세계 노동운동의 이념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반드시 제3세계 노동운동에서만 나타난 이념이 아니라 이미 일본 총평의 노조운동 노선으로 등장했다는 점을 논의한다. 그 다음 노조운동의 환경으로서 70년대와 80년대 오이타 지역의 경제 상태, 오이타 지역에서 확산된 전통적 좌파 정치운동과 노동운동을 살펴본다. 그 다음, 1970년대 석유파동으로 인하여 불어닥친 일본 조선업 불황과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우스키철공소(臼杵鐵工所)가 선택한 공장폐쇄 그리고 기업의 공장폐쇄에 반발하는 우스키철공소의 한 공장노조인 사이키 조선 노조 사이의 노사갈등을 살펴본다. 여기에서는 오이타 현노평과 사이키조선소 노조의 활동을 1978년부터 1985년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오이타 지역의 사회주의 전통과 사이키 조선소 노동조합의 특성을 다룬다. 그 다음 1970년대 후반 조선산업 경기불황으로 인하여 발생한 공장폐쇄와 집단해고에 대한 노동조합의 투쟁 내용과 이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 시민사회의 대응을 다룬다. 조직적으로는 기업별 노조체제이면서도 단위 노동조합의 울타리를 넘어서 이루어지는 노조의 합리화 반대 투쟁과 이에 대한 지역사회의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분석한다. 특히 지역 시민사회의 지지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사이키 노동조합의 노선과 활동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경제 불황기에 정리해고를 막을 수 있었던 사이키 노조의 운동노선을 사회운동 노조주의라는 관점에서 정리하고 사이키 노조의 투쟁이 노조운동에 주는 함의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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