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전력산업 해외매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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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찬식 작성일99-11-30 00:00 조회787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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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엄해외매각토론문1999년.hwp (32.0K) 0회 다운로드 DATE : 2018-07-03 11: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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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다음은 ‘공기업 민영화와 해외매각에 관한 시민사회단체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가한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박찬식 소장의 토론문입니다. 공청회의 주발제문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전력 분할 해외매각에 관한 상황과 쟁점들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간 진행되어온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어 옮겨 싣습니다.
1. 전력산업 분할 해외 매각은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강요에 의한 것이다.
그 동안 극히 일부 관계자들 안에서만 논의가 이루어진 채 졸속적으로 추진되어 오던 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의 장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전력 노조가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파업까지 결의하면서 투쟁에 나서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전부나 다름없는 한국전력이 갈가리 분해되어 소리소문 없이 초국적 자본에 팔려갔을지 모를 일이다.
참으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아무리 정부가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구조개편안을 만들었다고 자신한다손 치더라도 전력산업이 어떤 산업이며, 한전이 어떤 기업인가?
자동차 산업이나 반도체 산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잠시 가동을 멈추었다고 나라경제가 치명타를 입거나 사람들의 삶이 혼란에 빠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에 하나 전력이 단 하루 이틀이라도 끊긴다고 생각해 보라. 상상하기에도 끔찍한 가공할 사태가 벌어지지 않겠는가?(일찍이 선구적으로 전력산업을 민영화한 칠레에서는 작년 말부터 몇 차례에 걸쳐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또 혹시라도 전력요금이 대폭 오른다고 생각해 보라. 당장 서민들의 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이 미칠 것인가? 그밖에도 전력산업을 개편했을 때 닥칠 문제들, 검토해야 할 과제들은 무수히 많다. 더구나 한전은 국민의 혈세로 키워온 국민의 재산이다. 국민의 재산을 국민들도 잘 모르는 가운데 팔아 넘길 수 있는 것인가?
지난 1월 21일 정부가 확정 발표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 측면으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말 그대로 전력산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발전․송전․배전부문이 한전이라는 하나의 기업에 수직․수평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독점적인 구조로부터 발전, 송전, 배전을 수직적으로 분리하고, 발전과 배전 부문은 그 안에서 또 여러 개의 기업으로 수평 분할해서 경쟁적인 구조로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는 단순히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아니라 분할된 기업―원자력을 제외한 발전부문과 배전부문―들을 민간자본에 매각하여 ‘민영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민영화의 방식도 과거에 추진했던 국민주 방식이 아니라 국내외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그것도 단기간 내에(당장 올해부터 시작하여 2002년까지) 팔아치운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김태유 교수는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에 대해 조목조목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21세기를 준비하는 에너지․자원정책기획단,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보고서」,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원회, 1999, pp. 90-111 참조) 그 외에도 고려대 김동기 교수(“기간산업 외국인 소유 재고해야”, <문화일보>, 1999.3.3자 참조),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 교수(“민영화정책 재검토 필요하다”, <한국일보>, 1999.6.23자 참조), 전 한전기공 사장인 현대중공업 서석천 상임고문(“전력의 식민지화를 막자”, <한국일보>, 1998.4.28) 등 많은 전문가들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안을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구조개편안을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이다. 지난 8월 13일 정덕구 산업자원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원안대로 강력히 추진할 것이며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투쟁으로 전력산업 분할 해외매각 문제가 국민적으로 공론화되려고 하는 시점에서 아예 토론의 여지를 봉쇄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결정(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은 국내·외 전문가 및 전력산업구조개편위원회, 공청회 등에서 충분한 토의과정을 거쳐 결정한 사항”이라고 강변하고 있다.(1999.1.28 ‘전력산업해외분할매각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의 질의에 대한 기획예산위원회의 회신)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억지인지는 집권당의 논평이 말해주고 있다. 국민회의 제2정책조정위원장이고 당내에 설치된 ‘21세기를 준비하는 에너지․자원 정책 기획단’ 단장인 박광태 의원은 1999년 1월 21일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 확정 발표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논평에서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제, 사회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신중히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데 대하여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민적 논의조차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우리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전력산업을 초국적 자본에 팔아 넘기는 것은 1997년 금융위기 당시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협박과 강요에 굴복해 우리 정부가 받아들인 밀약사항이었다는 것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그것을 포장하기 위한 수사일 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이들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냐고, 물증이 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도무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밀약하면서 물증을 남길 리 있겠는가? 물증이 없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1997년 금융위기에 대해서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공격이라고 했을 때에도 언론은 물론 소위 진보세력에서도 이를 소위 ‘음모론’이라고 치부하면서 애써 부정했다. 그 때도 물증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 고문이 <요미우리> 신문에 기고한 회고록 등을 통해 실상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초국적 자본이 전 세계를 경제적으로 통합시키기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전략이 있으면 전술도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전술에는 공공연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음모와 술수도 있는 것이다.
물증이 없다고 해서, 근거도 없이 목소리만 높이자는 것이 아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되는 한전의 분할 해외매각이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정황증거들은 충분히 있다.
다음은 ‘공기업 민영화와 해외매각에 관한 시민사회단체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가한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연구소 박찬식 소장의 토론문입니다. 공청회의 주발제문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전력 분할 해외매각에 관한 상황과 쟁점들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그간 진행되어온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어 옮겨 싣습니다.
1. 전력산업 분할 해외 매각은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강요에 의한 것이다.
그 동안 극히 일부 관계자들 안에서만 논의가 이루어진 채 졸속적으로 추진되어 오던 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의 장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전력 노조가 비상대책위를 만들어 파업까지 결의하면서 투쟁에 나서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전부나 다름없는 한국전력이 갈가리 분해되어 소리소문 없이 초국적 자본에 팔려갔을지 모를 일이다.
참으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아무리 정부가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구조개편안을 만들었다고 자신한다손 치더라도 전력산업이 어떤 산업이며, 한전이 어떤 기업인가?
자동차 산업이나 반도체 산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잠시 가동을 멈추었다고 나라경제가 치명타를 입거나 사람들의 삶이 혼란에 빠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에 하나 전력이 단 하루 이틀이라도 끊긴다고 생각해 보라. 상상하기에도 끔찍한 가공할 사태가 벌어지지 않겠는가?(일찍이 선구적으로 전력산업을 민영화한 칠레에서는 작년 말부터 몇 차례에 걸쳐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또 혹시라도 전력요금이 대폭 오른다고 생각해 보라. 당장 서민들의 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이 미칠 것인가? 그밖에도 전력산업을 개편했을 때 닥칠 문제들, 검토해야 할 과제들은 무수히 많다. 더구나 한전은 국민의 혈세로 키워온 국민의 재산이다. 국민의 재산을 국민들도 잘 모르는 가운데 팔아 넘길 수 있는 것인가?
지난 1월 21일 정부가 확정 발표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 측면으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말 그대로 전력산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발전․송전․배전부문이 한전이라는 하나의 기업에 수직․수평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독점적인 구조로부터 발전, 송전, 배전을 수직적으로 분리하고, 발전과 배전 부문은 그 안에서 또 여러 개의 기업으로 수평 분할해서 경쟁적인 구조로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는 단순히 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아니라 분할된 기업―원자력을 제외한 발전부문과 배전부문―들을 민간자본에 매각하여 ‘민영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민영화의 방식도 과거에 추진했던 국민주 방식이 아니라 국내외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그것도 단기간 내에(당장 올해부터 시작하여 2002년까지) 팔아치운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김태유 교수는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에 대해 조목조목 설득력 있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21세기를 준비하는 에너지․자원정책기획단, 「전력산업구조개편 정책보고서」,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위원회, 1999, pp. 90-111 참조) 그 외에도 고려대 김동기 교수(“기간산업 외국인 소유 재고해야”, <문화일보>, 1999.3.3자 참조),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 교수(“민영화정책 재검토 필요하다”, <한국일보>, 1999.6.23자 참조), 전 한전기공 사장인 현대중공업 서석천 상임고문(“전력의 식민지화를 막자”, <한국일보>, 1998.4.28) 등 많은 전문가들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안을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구조개편안을 그대로 밀어붙일 태세이다. 지난 8월 13일 정덕구 산업자원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원안대로 강력히 추진할 것이며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의 투쟁으로 전력산업 분할 해외매각 문제가 국민적으로 공론화되려고 하는 시점에서 아예 토론의 여지를 봉쇄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결정(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은 국내·외 전문가 및 전력산업구조개편위원회, 공청회 등에서 충분한 토의과정을 거쳐 결정한 사항”이라고 강변하고 있다.(1999.1.28 ‘전력산업해외분할매각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의 질의에 대한 기획예산위원회의 회신)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억지인지는 집권당의 논평이 말해주고 있다. 국민회의 제2정책조정위원장이고 당내에 설치된 ‘21세기를 준비하는 에너지․자원 정책 기획단’ 단장인 박광태 의원은 1999년 1월 21일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 확정 발표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논평에서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제, 사회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신중히 추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데 대하여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민적 논의조차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우리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우리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전력산업을 초국적 자본에 팔아 넘기는 것은 1997년 금융위기 당시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협박과 강요에 굴복해 우리 정부가 받아들인 밀약사항이었다는 것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그것을 포장하기 위한 수사일 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이들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냐고, 물증이 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도무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밀약하면서 물증을 남길 리 있겠는가? 물증이 없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1997년 금융위기에 대해서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공격이라고 했을 때에도 언론은 물론 소위 진보세력에서도 이를 소위 ‘음모론’이라고 치부하면서 애써 부정했다. 그 때도 물증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대장성 고문이 <요미우리> 신문에 기고한 회고록 등을 통해 실상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초국적 자본이 전 세계를 경제적으로 통합시키기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전략이 있으면 전술도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전술에는 공공연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음모와 술수도 있는 것이다.
물증이 없다고 해서, 근거도 없이 목소리만 높이자는 것이 아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되는 한전의 분할 해외매각이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강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정황증거들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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