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 연구소
노동운동자료실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 노동운동자료실입니다.
민주노동연구소의 회원들이 자료를 서로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는 없다ꡓ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순흥 작성일00-11-30 00:00 조회725회 댓글0건

첨부파일

본문

지난 8일 이른 새벽,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고, 계획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긴장된 우리들 마음은 까맣게 숯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파업 176일을 맞는 우리는 더 이상 지체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어 이천일 아울렛 중계매장 점거농성에 나섰다.
오래 전부터 우리 조합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고용된 용역깡패들이 각 문마다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으나, 연대투쟁 온 동지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건물 내부로 들어가 각 출입문마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내부 전체를 점거하기 위한 시간은 촉박했다. 서둘러 올라갔으나 용역경비를 제압하는 데는 역부족이라 먼저 옥상으로 대피했다가 순간적으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6층으로 향했고, 내려가는 과정에 용역경비들의 저지로 마찰이 생기면서 부상자가 발생했으나 우리는 6층 전산실과 복도를 점거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비상구는 뚫려 있었고, 밖에는 전경들이 속속 배치되어 1층 출입문들을 봉쇄하며 직원들만이 들여보내졌다. 들어온 직원들은 6층으로 모이면서 우리와 대치를 하기 시작했다. 몇몇 입점 매장 관리자와 사측 관리자들이 나서서 비아냥거리면서 시비를 걸고, 욕설을 퍼부으며 박스 롤러 기계와 집기들을 우리가 앉아있는 농성장 복도 끝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입구를 봉쇄했다. 당산, 안양 지점장 및 지점별로 30~40명씩 돌아가면서 우리와 정면으로 대하는 곳에 앉아서 우리들을 노려보고 있었고, 우상배 지점장과 이남용 과장과 유병천(정보과 형사와 술 마신 당사자) 등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아마도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를 진압하기 위한 작전개시를 한 것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