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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여러분, 제발 우리 좀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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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산외국인노동자의 집 작성일02-11-30 00:00 조회6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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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양산의 동아타이어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인연수생들입니다.
농사를 짓던 우리는 JIC라는 회사가 한국으로 가는 연수생을 모집한다고 해서 한 사람 당 500만 원에서 800만 원 씩 내고 한국에 왔습니다. 모두 가난하고 찌든 살림에서 벗어나 보려고 한국에 왔기 때문에 이 돈은 전부 비싼 이자를 약속하고 빌린 돈입니다. 연수생으로 신청할 때, 먼저 JIC에 계약금으로 450만 원을 내고 면접에 합격한 사람만 한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합격한 후에 먼저 동아타이어에 연수생으로 와 있던 사람들에게서 동아타이어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너무 걱정스러워 한국에 안가겠다고 했더니, JIC는 계약금으로 낸 450만 원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와야 했습니다.

JIC는 우리가 한국에 도착한 후에 도망쳐서 불법체류를 할 지 모른다며 엄청난 담보금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본인 담보금 160만 원에 더해서 친지 다섯명에게 각각 160만 원씩과 부동산 담보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도합 1,000만 원과 세 채의 집을 도망치지 않겠다는 담보로 내밀어야 했던 것입니다. 1,000만 원이면 중국에서 노동자가 5년 동안 월급을 한푼도 안 쓰고 모아야 만들 수 있는 큰 돈입니다. 게다가 함께 온 연수생들을 여섯명 씩 묶어서 서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게 했고, 누구 하나라도 도망가면 여섯명이 각자 설정한 담보를 몽땅 몰수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에 도착해서 입국절차를 밟는데 JIC가 동아타이어의 중국공장에서 일하다 왔다고 거짓말을 하라고 시켰습니다. 우리는 동아타이어라는 회사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때는 왜 이런 거짓말을 시키는 지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한국법에 우리 같은 연수생은 본래 중국 현지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을 한국의 본사로 데려다 잠깐동안 기술연수를 하는 경우에만 입국이 허용된다고 하더군요.
우리와 처음 계약했던 JIC라는 회사는 중국에 공장이 있기는커녕, 여관방을 얻어 회사라고 차리고 있는 유령회사였습니다. 직원도 없고 사무집기도 없었습니다. JIC 사람들은 어떻게든 우리들에게서 돈을 더 울궈 내려고 했습니다. 한국에 빨리 가고 싶으면 급행료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급행료로 150만 원을 더 낸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JIC는 그 많은 돈을 받아 챙기며 불법적으로 우리를 데려다 동아타이어에 넘긴 사기꾼 조직이었습니다.

동아타이어에 도착해서 우리는 더욱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동아타이어는 우리가 JIC와 처음에 계약했던 조건은 전부 인정할 수 없으니 다시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동아타이어가 계약 내용을 대충 불러주며 서명하라고 해서 우리는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 채 억지로 서명을 해야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노예문서에 서명을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권도 회사에 빼앗겼고 외국인등록증도 받지 못했습니다.
동아타이어는 우리월급 42만 원 중에서 6만 원을 식비라 하여 도로 빼앗아 갔습니다. 여러분은 6만원이 적은 돈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생명과도 같은 돈입니다. 우리는 이 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울면서 매달렸지만 거대한 동아타이어의 거짓말과 협박은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식비까지 받는 회사가 우리에게 주는 밥은 너무 형편없어서 우리는 매일 굶다시피 하며 일했습니다. 또 회사는 나머지 36만 원 중에서 15만 원씩 빼내서 250만 원이 될 때까지 은행에 적립하더니 담보금으로 잡아놓고 도망가면 안 주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유황가스가 가득한 공장에서 회사가 원하면 36시간 연속노동도 거부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작업현장은 50도가 넘는 열기에 숨도 못 쉴 지경이지만 우리는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몸이 아무리 괴로워도 더 많은 연장근무를 해야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대부분 폐가 상하고 체중이 많이 줄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20kg이나 준 사람도 있습니다. 먹지도 못하고 그렇게 일만 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작년 추석에 우리가 중화교회에 갔을 때, 먼발치에서 우리를 본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분명히 동아타이어 사람들 일거야”, “어떻게 알아?”, “봐라, 저 사람들은 굉장히 말랐고 얼굴도 누렇게 떴잖아. 뻔하지 뭐.”
그런데 회사는 연수생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42만 원에서 47만 원으로 오르자 식대를 10만 원으로 올려 받았습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25만 원으로 또 올린다고 합니다.

한국인 여러분, 우리는 불법체류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빨리 계약기간을 마치고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받게 될 22만 원으로 송출비용으로 냈던 500만 원을 벌려면 최소한 2년은 걸립니다. 그런데 우리 계약기간은 1년입니다. 원래 계약에는 근무성적에 따라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했지만, 동아타이어는 식비를 25만 원으로 인상하지 않으면 계약연장을 안 해 주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돈을 벌어가지 않으면 우리 식구들은 빚쟁이의 횡포에 죽어날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도망갈 수도 없습니다. 중국에 저당 잡힌 돈 1,000만 원과 집 세 채를 몽땅 빼앗기게 될 테니까요...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몸은 망가져 가고, 돈도 못 벌고, 우리는 차라리 죽고 싶습니다.....

한국인 여러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발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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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타이어는 우리나라 타이어 업계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큰 회사로, 양산․북정․온산․진주에 공장을 두고, 중국인 연수생 136명을 편법 고용하여 불법이득을 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수생들에게 살인적인 노동을 강요하면서도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하여 온갖 악랄한 방법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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