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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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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 작성일99-11-30 00:00 조회7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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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치세력화란 무슨 뜻인가?

노동자·민중이 ‘정치세력화’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이 말은 뒤집어 말하면 지금은 노동자·민중이 ‘정치세력화’ 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즉 노동자·민중은 지금 정치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고(들러리로 되고 있다!), 정치판에서 한몫을 할 유력한 정치세력이 되지조차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정치는 지금 지배세력이 배타적으로 차지하는 “그들만의 몫”으로 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민중이 ‘정치세력화’ 한다는 것은 이런 상태를 깨부수고, 더 이상 정치가 지배세력이 배타적으로 차지하는 “그들만의 몫”으로 되게끔 고스란히 갖다바치지를 말고, 노동자·민중이 자기가 차지해야 할 응분의 몫을 되찾는 것이다. 노동자·민중이 정치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힘을 결집하는 것이다. 이렇게 힘을 결집하여, 정치라는 고차적인 분야에서도, 주인이 되는 방향 하에서 큰 몫을 하는 유력한 세력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금새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 것이다. 노동자·민중은 “선거 유세장에 동원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투표장에 나가기도 하는 등 정치에 적극 참여하고 있지 않느냐?” 라고. “노동자·민중도 정치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얼마나 참여 기회가 많으냐?” 라고.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노동자·민중은 정치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죄다 들러리서기에 불과하다. 그러한 갖가지 참여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민중은 정치의 핵심적인 분야에서는, 알맹이에 있어서는 엄연히 배제되고 있다. 노동자·민중이나 그 대표자가 정치권력을 가지거나 행사하는 것은 여러가지 법적·제도적 장치들로써 심하게 금지되고 있는 것이다.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노동자·민중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내놓고 주장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엮이기 십상이다. 또 선거는 국민의 손발에는 족쇄--요즈음 신문에서 검찰·경찰이 사용하는 족쇄를 구경할 수 있다!--를 채워놓고(합법 정당이 아닌 경우 선거 기간이 아니면, 또 선거 기간에도 입후보자이거나 그 입후보자의 운동원이 아니고는 정치활동을 못하게 되어 있다!) 입에는 재갈을 물려놓고서(자주적인 사회운동 단체들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면허증을 가진 정당들만이 돈을 물쓰듯 쓰고 마음껏 입을 놀리게 해 놓고 있다. 또 그들만이 돈쓰고 입놀리는(이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데! 노동자·민중의 표현의 자유는 얼핏하면 ‘제3자개입 금지’나 ‘반국가단체 찬양·고무’죄에 걸린다!) 정치행사를 마음껏 벌일 수 있게 만들어 놓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자·민중은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형편이니 노동자·민중이 정치권력을 만들어내거나(정권은 저들끼리만이 창출, 재창출한다!) 행사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노동자·민중이 정치권력을 만들어 내고 행사하는 데 있어서는 그 방식부터가 지배세력들이 행하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노동자·민중이 만들어 내고 행사하는 정치권력은 ‘지배권력’--폭력(이념적 폭력을 포함하여)에 의한 강제 위주의--이 아니라 자주적·민주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결권’(自決權)--토의에 의한 동의 위주의--이다. 노동자·민중의 권력은 말하자면 ‘민족 자결권’에 비유할 수 있는 ‘노동자·민중 자결권’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정치는 지배세력의 전유물이다. 노동자·민중에게는 정치적인 자결권이 없다. 우리 노동자·민중은 정치적인 자결권이 없음은 물론이고 현존의 정치권력(지배세력의 방식으로 만들지고 행사되는 지배권력)에 한몫 끼지도 못하고 있다. 노동자·민중은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인정되지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민중은 노동조합이나 농민·도시빈민의 대중단체(전국농민회총연맹이나 전국빈민총연합과 같은)들을 만들어서 유력한 사회세력이 되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으나 대중정치조직을 만들어서 유럭한 정치세력이 되는 데까지는 아직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진출하지 못하도록 내외의 지배세력이 극력 억압해 왔고 지금도 억압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어 : ‘정치세력(화)’ ‘정치권력’ ‘지배권력’ ‘(정치적) 자결권’ ‘정치적 진출’ ‘대중정치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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