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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 없는 16대 총선, 민주변혁에 대한 각성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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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찬식 작성일00-11-30 00:00 조회7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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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와 붕당체제 강화로 퇴행하는 정치판
16대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 쪽에서는 자민련이 공조파기를 선언하고 나왔고, 야당 쪽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민주국민당이 만들어지면서 이번 총선은 1여 3야의 4당간 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4당 구도 하에서 치러지는 선거판은 역대 그 어떤 선거보다도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4당 구도로 가면서 우리 정치의 고질병, 나아가 망국병이라고까지 지탄받아 온 지역주의가 또다시 발호하고 있다. 외견상 지역주의는 특히 자민련과 민국당에 의해 부추겨지고 있다. 수구적이고 부패한 집단으로 낙인찍히고 있는 자민련은 텃밭이라고 생각하는 충청권을 방어하기 위해 지역주의에 호소하고 있다. 특히 자민련은 민주당이 ‘지역주의 배격’을 외치며 이인제 선대위원장을 앞장세워 충청권 공략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해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자민련은 지역주의는 김대중 대통령 때문에 생겼다고 ‘책임론’을 내세워 김대중 대통령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충청도 핫바지론’처럼 내놓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역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지역주의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거기에 극단적인 동서대결을 중재하려면 자민련이 충청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기묘한 논리를 동원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정부 요직을 호남이 독식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민련의 김대중 대통령 책임론에 가세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박정희 책임론에 역동을 가함으로써 영남지역에서 지지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민국당은 보다 직접적이고 필사적으로 지역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지역주의를 확대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민국당의 주요 기반인 부산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부산과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며 동정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92년 대선 당시 문제가 되었던 “영도다리에 빠져죽자”는 극언까지 동원되었다. 대구경북에서도 “영남 정권 재창출을 위해 TK와 PK가 협력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있다.
이들과는 달리 민주당은 ‘지역주의 극복’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진정으로 지역주의에서 탈피하려 한다고 믿을 사람은 많지 않다. 호남지역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하지 않고도 거의 전 의석을 석권할 정도로 난공불락의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비호남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전술 차원에서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을 뿐이다. 타 지역 공략 전술로서 지역주의 배격을 외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비호남 지역에서 반사적으로 지역감정을 더 악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이제는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선거판은 정반대로 더욱 더 심각한 지역주의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다. 지역주의 정치가 왜 문제가 되는가? 정치란 사회의 주요한 이해관계를 모아내고 조정하며, 사회의 발전방향(비전)을 내놓고 국민적 역량을 모아내는 역할을 하는 장(場)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정당, 정치세력은 일정한 사회계급 내지 세력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념적 기준이 실종되면서 나타난 것이 지역주의 정치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노동자․민중의 이해에 기반한 정치를 억압하고 배제한 가운데 지배세력들끼리 권력 다툼을 벌이고 나누어 가지는 과정에서 생겨나고 고착화돤 것이 ‘지역연고에 바탕을 둔 클리엔틸리즘(주인-피보호인 체계)인 지역주의 정치이다. (다른 하나의 중요한 연고는 학연이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주의 정치는 역으로 노동자․민중의 이해에 기반한 이념 정치가 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 중요한 질곡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치가 정치답게 되는 것을 가로막는 지역주의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주의는 지역주의를 배격하자는 구호로 극복될 수 없다. 정치가 이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지역주의는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주의와 더불어 클리엔틸리즘의 다른 한 축인 붕당체제 또한 척결되기는커녕 더 심화되었다. 낙천운동이 폭발적으로 전개된 이후 실제로 이루어진 공천 과정과 그 결과를 보라! 각 당의 공천은 철저하게 밀실에서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당원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철저히 봉쇄되었고 보스와 그 가신(혹은 측근)들이 배타적으로 공천권을 휘둘렀다.
그래도 사람이 적지 않게 바뀌었으니 정치가 바뀌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개혁 공천을 내세워 상당수 물갈이를 했다. 자민련까지도 일부 물갈이를 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도 낙천대상으로 꼽힌 수구적이고 부패한 인물들 중에서도 보스에 충성을 바친 가신이나 측근들은 공천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물이라는 사람들도 지역주의와 붕당정치를 부정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에 영합하고 편승해서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되려는 출세주의자들일 뿐이다. 뚜렷한 이념을 가지고 당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붕당체제를 부정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도 않다. 물론 과거의 수구적이고 부패한 인물들이 물러가고 새로운 세대, 새로운 인물들이 정치판에 들어가는 것이 아무 의미도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얼굴만 바뀌었지 내용은 바뀐 것이 없다. 물갈이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보스 지배의 붕당체제는 더욱 강화되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물갈이를 통해서 마치 정치판이 크게 바뀔 수 있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은 진실에 대한 심각한 호도이다.
그러면 민국당은 뚜렷한 1인 보스가 없으니 붕당이 아닌가? 그렇지가 않다. 나머지 세 당이 1인 보스가 지배하는 붕당이라면 민국당은 몇 명의 보스들이 연합한 과두제적 붕당일 뿐이다. 그 대부분은 썩은 정치권 안에서도 가장 수구적이고 부패한 인물들이고 이념적으로는 그야말로 잡탕이다. 이들에게서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욕심 말고는 그 어떤 공통성도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민국당이야말로 지역주의․붕당정치의 전형이요 가장 조악한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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