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가고 있는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조운동… 작성일98-11-30 00:00 조회809회 댓글0건첨부파일
-
김대중정부재벌개혁98년.hwp (36.0K) 3회 다운로드 DATE : 2018-07-04 12:28:59
본문
1. 재벌이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경제 대공황과 IMF 신탁통치를 초래한 주범으로 낙인찍히면서 다소간 위축되었던 재벌(특히 5대 재벌)의 입지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주범이자 개혁의 대상에서 경제회생의 주역이자 “개혁의 동반자(주체)”로 인정되는가 하면 구조조정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고 있다.
재벌의 입지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계기는 7월 4일 김대중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의 오찬 간담회 자리였다. ‘민간 주도’를 내세워 사회까지 김우중 전경련 회장대행에게 맡긴 이 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재벌이 ‘나라를 살리는 동반자’임을 수차 강조했다. 그리고 “권력남용이나 기업환경을 위축시키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 “기업인의 신분과 명예,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한다”는 말로 이를 뒷받침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한 빅딜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재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정부는 제도적 지원을 강구한다는 원칙도 확인했다. 정부는 재벌을 ‘경제위기의 가장 큰 책임자’로 규정하고 빅딜 등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데에서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간담회를 (정부와 재벌간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것”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정부와 재벌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은 재경부 장관과 전경련 회장을 공동대표로 하는 정부-재계 간담회를 정례화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이에 따라 7월 26일 핵심 경제장관들과 5대 재벌 총수, 전경련 자문교수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제1차 정부-재계 간담회가 열렸다. 8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수출 부진 및 환율인하 대책, 빅딜 등 구조조정 방안, 정리해고 문제 등 당면한 핵심 경제현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자리의 내용을 주도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재벌이었다. 정부가 강력히 제기한 빅딜 등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가급적 빨리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정리해고에 대해서도 임금‧근로시간 조정 등이 가능할 경우 가급적 자제한다는 정치적 수사에 그쳤고, 오히려 합법적인 정리해고를 인정하고 불법 파업에 엄정 대처하라는 재벌의 요구가 주요한 기조를 이루었다. 이에 비해 재벌들은 수출금융 확대, 빅딜 등 구조조정에 대한 특혜 지원, 지주회사 설립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재벌의 이러한 주요 요구는 간담회 이후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지주회사 설립을 조기 허용함으로써 대부분 관철되었다.
정부의 태도가 변화하는 것과 때를 맞추어 재벌들은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경련은 대통령과의 간담회 직후인 7월 7일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완화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빅딜과 관련해서 세제지원뿐만 아니라 부채탕감까지도 요구했다. 또 김우중 전경련 회장대행은 7월 31일 관훈 클럽 토론에서 정부의 부당내부거래 제재와 부채 비율 축소 요구 등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면서 “옛날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내뱉었다. 이에 앞서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은 20일 열린 전경련 세미나에서 “6.29 선언 이후 하루아침에 민주화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경제가 혼란에 빠졌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등 수구반동적인 입장을 거리낌없이 표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 재벌은 노사정위원회의 해고자제 촉구 합의나 중재 시도까지 완전히 무시하고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이렇게 재벌의 입지가 강화되고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 정책도 재벌의 요구를 수용·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재벌들이 대형선도은행(리딩뱅크)의 설립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연내에 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빅딜을 비롯한 구조조정에 대해서 막대한 세제‧금융상의 지원(특혜)을 제공하기로 했다.
재벌은 천민적인 초과착취와 정경유착, 경제력 집중 등의 문제로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은행 및 외국으로부터의 차입에 의한 무모한 팽창으로 국민경제의 부실화와 IMF 신탁통치를 초래한 주범으로서 개혁의 1순위 대상이었다. 더구나 IMF와 초국적 자본의 입장에서도 재벌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걸림돌로서 약화되고 재편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이처럼 재벌은 우리 민중과 IMF-초국적 자본 양쪽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 물론 경제 대공황과 IMF 신탁통치 하에서 칼자루를 쥔 것은 IMF와 미국이었다. 그들의 입장은 재벌을 해체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재벌과 수구적 관료 등 기득권 세력을 굴복시켜 신자유주의적 개방과 구조조정을 관철하고 금융과 알짜 기업을 장악하는 속에서 재벌을 하위 파트너로 재편하려 했던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재벌의 입지는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5대 재벌에 대해서는 개혁을 압박하기보다는 그 체제를 유지‧강화하는 쪽으로 분명하게 전환하고 있다.
재벌정책의 변화가 IMF-미국과의 조율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과의 간담회 직전인 7월 1일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하여 대통령과 5대 재벌 총수를 잇따라 면담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루빈은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정부의 개혁과 구조조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재벌들의 동참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IMF-미국, 그리고 김대중 정부가 재벌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가운데 재벌들은 경제를 망친 책임을 지기는커녕 도리어 ‘나라를 살리는 동반자’로서 그 정치적‧경제적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경제 대공황과 IMF 신탁통치를 초래한 주범으로 낙인찍히면서 다소간 위축되었던 재벌(특히 5대 재벌)의 입지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주범이자 개혁의 대상에서 경제회생의 주역이자 “개혁의 동반자(주체)”로 인정되는가 하면 구조조정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고 있다.
재벌의 입지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계기는 7월 4일 김대중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의 오찬 간담회 자리였다. ‘민간 주도’를 내세워 사회까지 김우중 전경련 회장대행에게 맡긴 이 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재벌이 ‘나라를 살리는 동반자’임을 수차 강조했다. 그리고 “권력남용이나 기업환경을 위축시키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 “기업인의 신분과 명예,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한다”는 말로 이를 뒷받침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한 빅딜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재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정부는 제도적 지원을 강구한다는 원칙도 확인했다. 정부는 재벌을 ‘경제위기의 가장 큰 책임자’로 규정하고 빅딜 등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데에서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간담회를 (정부와 재벌간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것”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정부와 재벌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은 재경부 장관과 전경련 회장을 공동대표로 하는 정부-재계 간담회를 정례화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이에 따라 7월 26일 핵심 경제장관들과 5대 재벌 총수, 전경련 자문교수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제1차 정부-재계 간담회가 열렸다. 8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수출 부진 및 환율인하 대책, 빅딜 등 구조조정 방안, 정리해고 문제 등 당면한 핵심 경제현안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자리의 내용을 주도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재벌이었다. 정부가 강력히 제기한 빅딜 등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가급적 빨리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정리해고에 대해서도 임금‧근로시간 조정 등이 가능할 경우 가급적 자제한다는 정치적 수사에 그쳤고, 오히려 합법적인 정리해고를 인정하고 불법 파업에 엄정 대처하라는 재벌의 요구가 주요한 기조를 이루었다. 이에 비해 재벌들은 수출금융 확대, 빅딜 등 구조조정에 대한 특혜 지원, 지주회사 설립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재벌의 이러한 주요 요구는 간담회 이후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지주회사 설립을 조기 허용함으로써 대부분 관철되었다.
정부의 태도가 변화하는 것과 때를 맞추어 재벌들은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경련은 대통령과의 간담회 직후인 7월 7일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완화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빅딜과 관련해서 세제지원뿐만 아니라 부채탕감까지도 요구했다. 또 김우중 전경련 회장대행은 7월 31일 관훈 클럽 토론에서 정부의 부당내부거래 제재와 부채 비율 축소 요구 등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면서 “옛날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말까지 내뱉었다. 이에 앞서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은 20일 열린 전경련 세미나에서 “6.29 선언 이후 하루아침에 민주화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경제가 혼란에 빠졌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등 수구반동적인 입장을 거리낌없이 표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 재벌은 노사정위원회의 해고자제 촉구 합의나 중재 시도까지 완전히 무시하고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이렇게 재벌의 입지가 강화되고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 정책도 재벌의 요구를 수용·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부는 재벌들이 대형선도은행(리딩뱅크)의 설립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연내에 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빅딜을 비롯한 구조조정에 대해서 막대한 세제‧금융상의 지원(특혜)을 제공하기로 했다.
재벌은 천민적인 초과착취와 정경유착, 경제력 집중 등의 문제로 오래전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은행 및 외국으로부터의 차입에 의한 무모한 팽창으로 국민경제의 부실화와 IMF 신탁통치를 초래한 주범으로서 개혁의 1순위 대상이었다. 더구나 IMF와 초국적 자본의 입장에서도 재벌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걸림돌로서 약화되고 재편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이처럼 재벌은 우리 민중과 IMF-초국적 자본 양쪽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다. 물론 경제 대공황과 IMF 신탁통치 하에서 칼자루를 쥔 것은 IMF와 미국이었다. 그들의 입장은 재벌을 해체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재벌과 수구적 관료 등 기득권 세력을 굴복시켜 신자유주의적 개방과 구조조정을 관철하고 금융과 알짜 기업을 장악하는 속에서 재벌을 하위 파트너로 재편하려 했던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재벌의 입지는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5대 재벌에 대해서는 개혁을 압박하기보다는 그 체제를 유지‧강화하는 쪽으로 분명하게 전환하고 있다.
재벌정책의 변화가 IMF-미국과의 조율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과의 간담회 직전인 7월 1일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하여 대통령과 5대 재벌 총수를 잇따라 면담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루빈은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정부의 개혁과 구조조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재벌들의 동참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IMF-미국, 그리고 김대중 정부가 재벌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가운데 재벌들은 경제를 망친 책임을 지기는커녕 도리어 ‘나라를 살리는 동반자’로서 그 정치적‧경제적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