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 그 비극적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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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승호 작성일01-11-30 00:00 조회1,116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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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비판.hwp (44.1K) 0회 다운로드 DATE : 2018-07-04 12: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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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비평> (2001년 봄, 제3호)에 기고한 글
구조조정 문제에 접근할 때 우리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그 내용의 방대함이다. 수많은 분야, 수많은 숫치들. 어느 한 부분만 보아 가지고는 그 의미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 더구나 잘 되고 있는지, 구조조정을 통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부 자료를 통해서 내리기가 더욱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하는 수많은 통계치들을 들여다 보기 전에 총체적으로 구조조정을 둘러싼 사회관계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숲을 보고 나무를 봐야 지엽말단에 빠지지 않고 전체를 보면서 구체적인 것을 볼 수 있듯이,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 한가지는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이 기획, 입안, 집행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할 때만이 그 성격이 객관적이고 전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은 ‘IMF식 구조조정’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가장 신비화된 말은 ‘시장’일 것이다. 시장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시장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등등 시장은 인격화를 넘어서 신격화되고 있다. ‘시장’이란 말이 나오면 이성적, 합리적 판단이 마비되고 ‘그저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하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시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시장이란 금융시장을 말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주식시장을 말한다. ‘전지전능한’ 시장의 판단이란 구체적으로 주가변동을 말하는 것이다. 주가변동은 누가 주도하는가? 주식투기꾼들, 이른바 기관투자가들, 바로 투기적 금융자본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가를 주도하는 것은 초국적 금융자본이다. 결국 시장의 판단이란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 판단이다. 예컨대 ‘정부 정책에 대해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정부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말은 그 정책이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주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또 하나 신비화된 말이 있다. ‘세계화’이다. ‘세계화’는 시대적 대세이고 불가피한 것이며 이는 정보통신혁명에 따른 기술적으로 필연적인 것이라고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에도 그것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주체가 있듯이, 세계화에도 주체가 있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 누가 세계화를 추진하는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세계화는 기술적 필연에 의해 자연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이 자신의 이익을 전 세계적 범위에서 관철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관계가 일차적으로 관철되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가 가장 앞서서 진행되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이다.
‘구조조정’이란 말도 ‘시장’, ‘세계화’에 버금갈 정도로 신비화되어 있다. 구조조정 역시 시대적 대세이고 불가피한 것이며 정상적인 경제논리의 회복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또 구조조정은 ‘잘못된 것은 바르게 고친다’는 의미를 풍기면서 그 정당성을 전제하면서 사용되고 있다. 그 결과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이나 저항을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기껏해야 구조조정의 정당성이 전제된 상태에서 그 집행에 일관성이 있느니 없느니, 속도가 빠르니 늦느니 하는 수준에서만 검토나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이란 말의 신비화를 벗겨내기 위해서는 ‘시장’이나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누구에 의해 추진되는가를 밝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4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주체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많은 비판이 김대중 정부가 재벌개혁의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물론 이처럼 보고 비판하는 것도 옳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만, 표면상으로만 옳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우리나라에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주체는 초국적 자본세력이다. 김대중 정부는 그 집행자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김대중 정권의 독자적인 정책이 아닌 것이다. 1997년 IMF 사태를 통해 한국의 경제주권을 강탈한 이후 IMF-미국-초국적 자본 세력은 김대중 정부에게 구조조정 정책을 강제해 왔다. 예컨대 구조조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고 있는 정리해고제가 어떻게 법제화되었는가를 상기해 보자.
97년 12월 18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한국경제는 다시 한번 외환위기로 내몰렸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과 금리가 폭등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12월 22일, S&P가 23일 한국의 신인도를 완전정크본드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 초국적 자본세력은 이처럼 자본철수를 가속화시킴으로써 국가부도 위기 상황을 조성하였고, 그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 차관보가 당시 김대중 당선자를 만나 담판하여 정리해고제 조기입법화를 확답받았다.
그 후 김대중 당선자가 전면에 나서서 노사정 위원회 구성을 서둘렀고, 98년 1월에 졸속으로 노사정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라는 기만적 틀을 만들어 놓고, 초국적 자본세력은 98년 1월부터 시작된 채무협상(우리나라 민간은행들의 단기외채를 중장기 외채로 전환하는 채무재조정 협상)에서 채무 재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정리해고제를 제시함으로써 정리해고제 입법화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켰다. 또한 IMF의 구제금융 지급을 정리해고제와 연계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IMF-미국-초국적 자본세력은 국가부도 협박을 통해, 외환위기를 모면하고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리해고제 입법화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것처럼 상황과 여론을 몰아세워 놓고 2월에 정리해고제 법안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은 IMF-미국-초국적 자본 세력의 요구와 협박 속에서 입안되고 추진되었다. 구조조정 정책이 본격적으로 집행되기 시작한 1998년 6월 55개 퇴출기업 명단 발표와 은행`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 발표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IMF 및 IBRD 관계자들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 부실기업 판정작업 뿐만 아니라 이후의 기업 구조조정 전반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당시 IMF-미국-초국적 자본 세력은 구제금융을 무기로 하여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공식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다. 분기별 정책협의회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구제금융을 자신들이 요구하는 정책 실시와 패키지화시켜서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통해서 완벽하게 통제권을 행사했다.
따라서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을 국내 세력관계의 틀 내에서 분석하거나 재벌개혁 여부 정도로 협소화 시켜서 보는 것은 전혀 현실과 맞지 않다.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의 기본성격은 IMF-미국-초국적 자본 세력이 그 추진 주체가 되어 초국적 자본세력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을 목표로 실시된 것이라는 데 있다. 김대중 정권은 그 실행주체에 불과할 뿐이다. 이는 한국경제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에 대해 1997년 12월 당시 IMF 협약에 구체적인 항목으로 명시되어 있음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IMF-미국-초국적 자본 세력은 구조조정을 통해서 무엇을 추구했는가?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초국적 자본세력이 제3세계 경제를 재식민지화하기 위해 마련한 전략으로서 1990년대 초반부터 하나의 모델로서 정립되어 있었다. 이른바 ‘워싱턴 콘센서스’로 공개적으로 정식화되어 있었다. 유연화, 민영화, 개방화(자유화), 규제완화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명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은 모두 초국적 자본의 제3세계 경제에 대한 직접 지배`장악을 목표로 한 것들이다.
초국적 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유로운 이윤추구 활동을 하기 위해서 가장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노동시장(고용 및 임금)의 유연화였다. 정리해고제와 성과급제로 대표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보장되지 않으면 한국의 산업을 지배하더라도 초과 이윤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동부문 구조조정이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을 직접 소유`경영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했다. 즉 한국의 국가주도 모델(재벌-은행-관료의 유착구조)을 깨뜨리고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미명 하에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로 개편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 은행이 상업성(수익성)이라는 유일한 기준에 의해 여신관리를 하도록 함으로써 은행(관치금융)을 매개로 한 정부의 재벌 지원을 차단시켰다. 그리고 초국적 자본이 한국의 은행을 직접 소유`경영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이것이 금융 구조조정이다.
또 한국의 알짜기업들을 자유롭게 M&A하기 위해서 재벌개혁을 요구했다. 재벌기업의 부채비율 감축, 상호지급보증 해소, 기업 자금조달 방식의 변경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구체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재벌의 선단식 경영 방식을 약화 내지 해체하려고 했다. 그래야 재벌의 우량 계열사들을 개별적으로 M&A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비율을 감축하도록 하고 재벌의 은행 부채를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으로 바꾸게 하는 등 자금조달 방식을 변경시킨 것은 초국적 자본이 금융시장(주식 및 채권시장)을 통해 재벌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이 기업 구조조정이다.
한국전력, 한국통신, 포항제철 등 우리나라의 알짜 기간산업이야말로 초국적 자본세력이 가장 탐내는 부분이다. 이들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는 바로 해외매각, 즉 초국적 자본의 인수로 귀결될 것이다. 그리고 공기업의 민영화 이전에 공기업에 수익성(이윤추구)의 원리를 적용하여 정리해고 등을 단행하는 ‘경영혁신’은 초국적 자본의 인수에 앞선 사전정지 작업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다.
이처럼 4대 부문 구조조정의 기본 성격은 초국적 자본세력이 한국경제를 직접 소유`지배하기 위한 노동`금융`기업`공공부문에 대한 제도개혁이고 구조개편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은 초국적 자본세력의 한국경제 식민지화를 위한 ‘IMF식 구조조정’이라 할 수 있다.
구조조정 문제에 접근할 때 우리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그 내용의 방대함이다. 수많은 분야, 수많은 숫치들. 어느 한 부분만 보아 가지고는 그 의미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 더구나 잘 되고 있는지, 구조조정을 통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부 자료를 통해서 내리기가 더욱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하는 수많은 통계치들을 들여다 보기 전에 총체적으로 구조조정을 둘러싼 사회관계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숲을 보고 나무를 봐야 지엽말단에 빠지지 않고 전체를 보면서 구체적인 것을 볼 수 있듯이,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 한가지는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이 기획, 입안, 집행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할 때만이 그 성격이 객관적이고 전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은 ‘IMF식 구조조정’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가장 신비화된 말은 ‘시장’일 것이다. 시장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시장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등등 시장은 인격화를 넘어서 신격화되고 있다. ‘시장’이란 말이 나오면 이성적, 합리적 판단이 마비되고 ‘그저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하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시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시장이란 금융시장을 말하고, 더 구체적으로는 주식시장을 말한다. ‘전지전능한’ 시장의 판단이란 구체적으로 주가변동을 말하는 것이다. 주가변동은 누가 주도하는가? 주식투기꾼들, 이른바 기관투자가들, 바로 투기적 금융자본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주가를 주도하는 것은 초국적 금융자본이다. 결국 시장의 판단이란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 판단이다. 예컨대 ‘정부 정책에 대해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정부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말은 그 정책이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국적 금융자본이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주가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또 하나 신비화된 말이 있다. ‘세계화’이다. ‘세계화’는 시대적 대세이고 불가피한 것이며 이는 정보통신혁명에 따른 기술적으로 필연적인 것이라고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에도 그것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주체가 있듯이, 세계화에도 주체가 있다. 누구의 이익을 위해 누가 세계화를 추진하는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세계화는 기술적 필연에 의해 자연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이 자신의 이익을 전 세계적 범위에서 관철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관계가 일차적으로 관철되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가 가장 앞서서 진행되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이다.
‘구조조정’이란 말도 ‘시장’, ‘세계화’에 버금갈 정도로 신비화되어 있다. 구조조정 역시 시대적 대세이고 불가피한 것이며 정상적인 경제논리의 회복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또 구조조정은 ‘잘못된 것은 바르게 고친다’는 의미를 풍기면서 그 정당성을 전제하면서 사용되고 있다. 그 결과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이나 저항을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기껏해야 구조조정의 정당성이 전제된 상태에서 그 집행에 일관성이 있느니 없느니, 속도가 빠르니 늦느니 하는 수준에서만 검토나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이란 말의 신비화를 벗겨내기 위해서는 ‘시장’이나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누구에 의해 추진되는가를 밝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4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주체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많은 비판이 김대중 정부가 재벌개혁의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물론 이처럼 보고 비판하는 것도 옳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만, 표면상으로만 옳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우리나라에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의 주체는 초국적 자본세력이다. 김대중 정부는 그 집행자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김대중 정권의 독자적인 정책이 아닌 것이다. 1997년 IMF 사태를 통해 한국의 경제주권을 강탈한 이후 IMF-미국-초국적 자본 세력은 김대중 정부에게 구조조정 정책을 강제해 왔다. 예컨대 구조조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고 있는 정리해고제가 어떻게 법제화되었는가를 상기해 보자.
97년 12월 18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한국경제는 다시 한번 외환위기로 내몰렸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과 금리가 폭등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12월 22일, S&P가 23일 한국의 신인도를 완전정크본드 수준으로 하향조정했다. 초국적 자본세력은 이처럼 자본철수를 가속화시킴으로써 국가부도 위기 상황을 조성하였고, 그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 차관보가 당시 김대중 당선자를 만나 담판하여 정리해고제 조기입법화를 확답받았다.
그 후 김대중 당선자가 전면에 나서서 노사정 위원회 구성을 서둘렀고, 98년 1월에 졸속으로 노사정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라는 기만적 틀을 만들어 놓고, 초국적 자본세력은 98년 1월부터 시작된 채무협상(우리나라 민간은행들의 단기외채를 중장기 외채로 전환하는 채무재조정 협상)에서 채무 재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정리해고제를 제시함으로써 정리해고제 입법화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켰다. 또한 IMF의 구제금융 지급을 정리해고제와 연계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IMF-미국-초국적 자본세력은 국가부도 협박을 통해, 외환위기를 모면하고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리해고제 입법화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것처럼 상황과 여론을 몰아세워 놓고 2월에 정리해고제 법안을 통과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은 IMF-미국-초국적 자본 세력의 요구와 협박 속에서 입안되고 추진되었다. 구조조정 정책이 본격적으로 집행되기 시작한 1998년 6월 55개 퇴출기업 명단 발표와 은행`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 발표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IMF 및 IBRD 관계자들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 부실기업 판정작업 뿐만 아니라 이후의 기업 구조조정 전반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당시 IMF-미국-초국적 자본 세력은 구제금융을 무기로 하여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공식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다. 분기별 정책협의회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구제금융을 자신들이 요구하는 정책 실시와 패키지화시켜서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통해서 완벽하게 통제권을 행사했다.
따라서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을 국내 세력관계의 틀 내에서 분석하거나 재벌개혁 여부 정도로 협소화 시켜서 보는 것은 전혀 현실과 맞지 않다.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의 기본성격은 IMF-미국-초국적 자본 세력이 그 추진 주체가 되어 초국적 자본세력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을 목표로 실시된 것이라는 데 있다. 김대중 정권은 그 실행주체에 불과할 뿐이다. 이는 한국경제 구조조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에 대해 1997년 12월 당시 IMF 협약에 구체적인 항목으로 명시되어 있음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IMF-미국-초국적 자본 세력은 구조조정을 통해서 무엇을 추구했는가?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초국적 자본세력이 제3세계 경제를 재식민지화하기 위해 마련한 전략으로서 1990년대 초반부터 하나의 모델로서 정립되어 있었다. 이른바 ‘워싱턴 콘센서스’로 공개적으로 정식화되어 있었다. 유연화, 민영화, 개방화(자유화), 규제완화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명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은 모두 초국적 자본의 제3세계 경제에 대한 직접 지배`장악을 목표로 한 것들이다.
초국적 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유로운 이윤추구 활동을 하기 위해서 가장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노동시장(고용 및 임금)의 유연화였다. 정리해고제와 성과급제로 대표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보장되지 않으면 한국의 산업을 지배하더라도 초과 이윤을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동부문 구조조정이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을 직접 소유`경영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했다. 즉 한국의 국가주도 모델(재벌-은행-관료의 유착구조)을 깨뜨리고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미명 하에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로 개편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 은행이 상업성(수익성)이라는 유일한 기준에 의해 여신관리를 하도록 함으로써 은행(관치금융)을 매개로 한 정부의 재벌 지원을 차단시켰다. 그리고 초국적 자본이 한국의 은행을 직접 소유`경영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이것이 금융 구조조정이다.
또 한국의 알짜기업들을 자유롭게 M&A하기 위해서 재벌개혁을 요구했다. 재벌기업의 부채비율 감축, 상호지급보증 해소, 기업 자금조달 방식의 변경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구체적으로 요구함으로써 재벌의 선단식 경영 방식을 약화 내지 해체하려고 했다. 그래야 재벌의 우량 계열사들을 개별적으로 M&A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비율을 감축하도록 하고 재벌의 은행 부채를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으로 바꾸게 하는 등 자금조달 방식을 변경시킨 것은 초국적 자본이 금융시장(주식 및 채권시장)을 통해 재벌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이 기업 구조조정이다.
한국전력, 한국통신, 포항제철 등 우리나라의 알짜 기간산업이야말로 초국적 자본세력이 가장 탐내는 부분이다. 이들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는 바로 해외매각, 즉 초국적 자본의 인수로 귀결될 것이다. 그리고 공기업의 민영화 이전에 공기업에 수익성(이윤추구)의 원리를 적용하여 정리해고 등을 단행하는 ‘경영혁신’은 초국적 자본의 인수에 앞선 사전정지 작업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다.
이처럼 4대 부문 구조조정의 기본 성격은 초국적 자본세력이 한국경제를 직접 소유`지배하기 위한 노동`금융`기업`공공부문에 대한 제도개혁이고 구조개편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 정책은 초국적 자본세력의 한국경제 식민지화를 위한 ‘IMF식 구조조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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