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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시대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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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라리아 마리아 살라 작성일98-11-30 00:00 조회7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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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주] 이 글은 근착 르 몽드 디쁠로마띠끄 98년 7월호에 실린 글을 번역·전재한 것입니다. 현재 경제 대공황과 IMF 신탁통치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우리 노동자들의 사정을 제3자의 눈을 통해 보는 것도 우리 문제를 객관적으로 이헤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편집자 주] 6.4 지방자치체 선거에서 여권(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립으로 구성된)은 광역 시장 및 도지사 16석 가운데 10개(특히 서울시장)를 차지했다. 이렇게 지방자치체 선거에서 지지기반을 강화함으로써, 국제금융기구들로부터만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도 압력을 받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의 산업계를 “대청소”할 수 있게 되었다. [한데] 5대 거인―현대, 삼성, 대우, LG, SK―들은 당분간 정부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반면에, 55개 기업들은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거나 사라져 버리라고 통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노동자들에게는 일대 재난이 되고 있다. 이른바 “아시아의 기적” 시기에 가중(加重)된 경제상의 그릇된 버릇들(빚경영, 공격경영, 정경유착 등 : 역주)의 대가를 애꿎은 노동자들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일라리아 마리아 살라(Ilaria Maria Sala)
르 몽드 디쁠로마띠끄 홍콩 특파원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사회에 개입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은 자신이 “떠오르는 강대국”으로부터 해외에다 “온정을 구걸하는” 약소국의 지위로 전락해 버렸다는 관념에 대해 [아직도 쉽게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익숙해지고자 애쓰고 있다. 아마도 서민대중들의 [빨리 신탁통치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사 하는] 주문(呪文)이거나 [IMF 구제금융의 대가가 너무나 비싼 것을 야유하는] 반어법이겠지만, IMF는 지금 한국에서 ‘에누리’와 동의어가 되어 있다. 그리하여 식당들은 할인된 값으로 제공하는 음식을 “IMF 식사”라고 부르며 광고하고 있다.
이렇게 IMF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할인판매하는 장사 기법은 모든 재화와 서비스 판매에서 널리 채용되고 있다. 예컨대 [어떤 이발소에서는] 견습 이발사들이 무보수로 행하는 이발에다 “IMF이발”이라고 명칭을 붙여 정규 이발요금의 절반을 받고 있다.

산업 및 금융 부문의 깊은 위기는 이제부터는 백일 하에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이면서 전개되고 있다. 서울의 지하철 통로에는 몇몇 사람이 책상 한 개를 갖다놓고 빙 둘러서서 행인들을 향해 종을 흔들면서, 구조조정의 희생자들인 “신종 빈곤층”을 돕기 위해 기부금을 내라고 호소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신종 빈곤층”은 점점 더 사람들 눈에 띄게 가시화(加視化)되고 있는 바, 이 “신종 빈곤층”으로 인해서 노숙자―이들은 주로 서울역에서 묵고 있다―의 숫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은 [정부 당국에 의해서] ‘집 없는 사람’의 범주에 넣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 당국이 매양 취하고 있는] 순-기술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들은 자기 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 여성 노동자회 이 마리아 씨가 하는 말이다. “이들은 단지 자신의 일자리를 잃었을 뿐이며, 그래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를 매우 부끄러워하고 있을 뿐이다.”

‘재벌’―거대한 기업복합체―들의 대량해고는 가을까지는 실행하지 않기로 미루어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의 사회적 결과들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거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범주의 사람들이 일순위로 타격을 받고 있다. 즉 여성 노동자들, 외국인 노동자들(특히 중국, 파키스탄, 및 뱅글라데쉬 등에서 들어 온), 및 재벌 그룹에 비해 특혜를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는 중소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 중소기업들에서는 사회적 보호와 고용보장 같은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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