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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식 구조조정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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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 작성일98-11-30 00:00 조회8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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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조조정의 성격과 의미

그러면 이렇게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어떤 성격을 띠고 있으며 우리 노동자·민중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1) 지금의 구조조정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나라의 김대중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통제해 나간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지금의 구조조정은 철저하게 IMF의 통제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IMF 및 IBRD 관계자들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 부실기업 판정작업 뿐 아니라 이후의 기업 구조조정 전반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스스로 구조조정이 IMF의 통제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2) 이런 속에서 IMF와 정부는 IMF식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IMF식 구조조정이란 공황을 계기로 하여 미국과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관철하는 소유·경영 구조변경이다.

3) 그 하나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 관철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첫째로, 대대적인 자본의 가치감소를 통해 평균이윤율을 상승시키고, 이를 통해 높은 금융이윤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대적인 퇴출을 통해 이루어진다. 한편으로는 수익성이 낮은 기업, 즉 채권에 대해서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퇴출시킴으로써 전체적으로 이윤율을 높일 수 있다.(초국적 금융자본이 수취하는 고이자율의 유지가 퇴출의 실질적인 기준이다! 실제로 18일 발표된 퇴출기업 판정의 기준은 ‘빚 갚을 능력’이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참조) 다른 한편으로는 퇴출은 실업자를 늘리고, 여성·고령 노동력까지 노동시장으로 끌어내 산업예비군을 증가시킴으로써 노동자의 교섭력을 떨어뜨리고 임금을 낮출 수 있다.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주식투자를 확대하고 높은 배당을 취득하는 것이다. 이는 주가에 반영된다. 부실한 재벌 계열사들을 퇴출시키고 수익성 높은 기업들이 독립성을 가지게 되면 그만큼 주가는 오르게 된다. 때문에 6~64대 재벌은 대부분 사실상 해체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셋째로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초국적 자본들은 금융산업에 진출할 기회를 보장받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을 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싼 값에 인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초국적 금융자본들은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경우 이미 해외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감자 후 증자의 절차를 밟아 민영화할 계획이다. 초국적 금융자본들은 민영화 은행에 지분 참여하거나 은행·종금·리스·투신·증권·보험 등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거친 후 대형 종합금융자본을 설립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4) 초국적 금융자본뿐 아니라 초국적 산업자본의 이해도 관철되고 있다. 이들 초국적 산업자본들은 월스트리트 저널 등을 통해 기업의 붕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기업 살리기론’을 펴고 있다. 이들은 퇴출기업을 싼 값에 인수하고자 한다. 우량기업에 지분을 참여하거나 경영권을 인수할 수도 있다. 특히 민영화되는 공기업을 인수하는 데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다.

5) 그러면 이러한 구조조정을 관철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첫째는 이러한 구조조정 과정을 신속히 처리하여 저항을 조기에 극복하고자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기득권 세력의 반발도 강해지고 노동자·민중의 투쟁도 격화될 것이다. 그래서 시장원리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5대 재벌에 특혜를 제공하면서 협력을 구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빅딜이다. 5대 재벌은 특혜는 찬성하면서 간섭은 반대하고 있다. 예컨대 LG반도체는 외자유치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빅딜에 반대하고 있다.
IMF-미-초국적 자본은 5대 재벌에게 저위(低位) 초국적자본으로서의 지위를 보장하는 대신 재벌체제는 사실상 해체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6~64대 재벌 기업들을 퇴출시키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초국적 자본의 요구를 충실히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재벌특혜와 부실채권 떠넘기기(기업→금융기관→성업공사→재정→국민),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저항 완화 등을 위해 미국-IMF는 적자재정을 승인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정부 주도 아래서, 그리고 재정팽창 하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서 IMF의 초긴축은 철의 원칙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또한 초국적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사이의 이해관계가 조율되는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노동자에 대한 무마책이 추가되고 있는 것이다.

6) 이 과정은 재벌해체, 수구·기득권 세력의 약화라는 긍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측면은 매우 제한적이다. 긍정적인 측면은 매우 제한적인 데 비해 이 과정의 주된 방향은 소수 재벌을 초국적 독점자본으로 회생시키며, 초국적 자본(금융·산업)에 의한 공기업, 은행, 일반기업의 지배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속에서 미국식 경영원리에 따른 지속적 퇴출, 고용불안의 항상화, 불평등의 증대, 빈곤층의 형성, 그리고 사회 불안과 인간성의 황폐화가 개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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