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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로 가는 이정표,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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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병상 작성일01-11-30 00:00 조회6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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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경관을 차갑게 가로막는 비닐하우스는 얼마 전까지 근교 농업단지의 특징이었지만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도로가 잘 닦여 있는 요즘, 어디에나 지천이다. 계절을 앞선 채소를 보다 먼저 출하하려는 조급함으로 출발한 비닐하우스는 이젠 농업의 한 분야로 정착한 느낌이다.
돈이 잘 벌린다는 소문을 듣고 너도나도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자 어떤 약삭빠른 농부는 연탄 난로를 들여놓아 앞서갔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안가 비닐하우스 농가는 연탄 보일러를 지나 기름 보일러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이제 보일러 없는 비닐하우스는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설비 투자가 많은 만큼 높은 소출이 보장되어야 하는 까닭에 마음 급한 농부들은 농약과 화학비료로 승부하기 십상인데, 환기도 안 되는 제한된 공간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거듭 뿌리자 농부들 사이에 하우스병이 만연하고 말았다.
최근 들어, 농약에 진저리치던 소비자들이 전통적 무농약 유기농 야채를 선호하기 시작하지만, 농부들은 선뜻 관행적인 비닐하우스 영농을 뿌리치지 못한다. 자본 경쟁이 치열한 영농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도무지 씨앗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약과 화학비료에 찌든 소품종 다량생산의 관행 농업과 비닐하우스 영농을 돈을 빨리 많이 챙기고 싶은 인간의 조급증이 몰고 온 우리 농촌의 치명적 역설이자 위기라고 본다면,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로 번져가고 있는 광우병 파동은 돈 욕심 때문에 생긴 세계적 재앙이라 하겠다.
모내기 끝나 몸이 푸석푸석해질 때면 돼지 잡아 마을 잔치하고, 사위 찾아와야 닭 잡던 시절, 고혈압․동맥경화․심장병․당뇨병․아토피성 피부병 환자는 보기 드물었지만, 쇼핑센터가 푸주간 몰아낸 요즘, 사망률 수위를 다투는 흔한 질병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쇠죽 되새김질하던 시절, 살붙이 같은 집안의 누렁 소는 광우병을 모르고 외양간을 지킬 수 있었지만, 소 팔아 마련한 학자금으로 농과대학에서 박사까지 받은 엘리트가 자영 축산업을 몰아내고 기업 축산업을 옹립하자, 느닷없이 광우병이 나타났다. 조급한 욕심으로 소도 사람도 미쳐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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