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성격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 경제에서 보여지고 있는 불안정성과 폭발성은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과 개발도상국들 모두의 경제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의 위기가 급작스럽게 발현한 것은 1997년 말 경 아시아에서였다. 그리고 놀라운 속도로 러시아, 동유럽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로 확산되었다. 이 위기는 이제 “개발도상국들”과 이른바 “신흥시장들” 거의 대부분을 삼켜버렸다.

이 위기의 가장 즉각적인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 수출시장, 특히 동남아시아 수출시장의 위축; * “신흥시장들”로부터의 자본의 대량이탈; * 경기후퇴의 심화. 이것은 동아시아 나라 경제들에서만 1조 5000억 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날려버렸던 환율 및 자산가격의 폭락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러한 경제 통계치들의 이면에는 여러 차원에서의 사회위기가 가로놓여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그리고 특히 동아시아와 러시아에서 실업, 불완전고용 및 빈곤이 증대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의 추정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 가운데 빈곤선 이하의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인구의 1998년도 비율은 1996년의 그것에 비해 거의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과 일～이십 년 전에는 초강대국에서 살았던 러시아 민중들의 경우, 지금 그 생활수준이 아프리카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는 세계 경제에 완전히 통합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 경제위기를] 상처입지 않은 채 지나오지 않았다. 올해 초, 단기 외국자본의 급작스런 이탈은 우리 통화가치를 폭락시키는(29% 정도) 사태를 초래했다.(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통화인 랜드화는 올 7월에도 초국적 투기자본의 집중공략에 의해 그 가치가 21%나 폭락했으며, 통화가치 방어에 실패한 남아공 정부는 이자율 인상과 긴축정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내몰렸다 : 역주) 이자율은 치솟았고,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는 극적으로 낮게 수정되어야만 했다.

이같은 상황들은 일반적으로 모두들 동의하는 기본 사실들의 일부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약 이 위기에 대해 가능한 효과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면, 이러한 [표면적인] 징후들을 뛰어넘어 이 위기의 근원적인 성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