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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변혁성과 체제이행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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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돈문 작성일09-12-16 12:21 조회9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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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변혁성과 체제이행의 정치

조돈문(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 문제의 제기

1990년대 말부터 중남미를 풍미하기 시작한 좌파집권 붐은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으며, 이렇게 등장한 좌파정권은 대체로 두 유형으로 나뉘고 있다. 하나는 정치적 안정 속에서 개혁정책을 추구하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변혁정책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각각 브라질과 베네수엘라가 꼽히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1998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차베스(Hugo ChávezFrías)가 당선되어 이듬해 2월 2일 대통령직에 취임한 이래 극심한 정치적 불안정을 겪어 왔다. 차베스 정권과 반차베스 세력 사이의 대립은 2001년 11월 특별법 제정 이후 격화되기 시작하여 12월의 특별법반대 총파업투쟁을 필두로 다음해 4월에는 쿠데타가 발발하여 반차베스 세력이 차베스를 구금하고 48시간 동안 국가권력을 장악한 바 있다. 2002년 12월에는 석유산업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총파업이 10주 간에 걸쳐 전개되었고, 야당들은 제헌의회 국민투표와 총선 등 일련의 선거들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차베스 정권 시기에 대한 연구들은 대체로 차베스 정권의 성격 규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차베스 정권에 대한 상반된 평가에 기초해 있다. 대중주의론은 차베스 정권을 대의민주주의를 파괴한 대중주의 독재로 규정하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사회주의론은 차베스 정권을 기층 중심 참여민주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 정권으로 규정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중주의론(McCoy, 2005; Arenas & Gómez, 2006; Petkoff, 2005;Penfold-Becerra, 2007)에 따르면, 차베스 정권은 의회를 중심으로 한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폐기하고 국가권력을 독점하고 있으며, 의미있는 사회변화 없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시혜를 베풂으로써 온정주의적 관계를 형성하여 대중의 지지를 매수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대중주의로 규정된다. 다만 노동계급의 조직화와 코포라티즘의 제도화에 기초한 전통적 대중주의가 아니라 정치제도 밖에서 사회적 소외세력들의 지지를 동원한다는 점에서 페루의 후지모리와 같은 신대중주의로 분류된다. 차베스의 목표는 사회적 변혁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통치가 아니라 차베스 개인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독점과 재생산에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사회는 제4공화국 시기와 비교하여 민주에서 독재로, 사회적 통합과 합의의 정치에서 사회적 양극화와 대립의 정치로 후퇴했다고 한다.
한편, 사회주의론(Ellner, 2008; Wilpert, 2007; Domínguez, 2007;Piper, 2007; Sustar, 2007; Collins, 2005)은 제4공화국 시기를 대의민주주의의 외양을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양대 정당과 상층계급이 국가의 부와 권력자원을 독점했으며, 도시빈민들의 반정부 봉기들이 발발하는 등 정치적 불안정을 겪었으며, 따라서 사회적 합의가 아닌 지배세력의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지배에 불과했다고 본다. 따라서 대중주의론은 제4공화국 시기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근거해 있으며, 이는 계급이익에 기초한 구조적 분석의 결여에서 비롯되었다고 비판한다.
한편 차베스 정권은 석유수입의 사회적 활용과 부의 재분배를 통해 하층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물질적 혜택을 주었으며, 제4공화국 하에서 소외되었던 세력들을 동원하여 국가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은 직접민주주의의 성과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중주의론과 사회주의론은 제4공화국과 차베스 정권의 성격규정뿐만 아니라 차베스 정권의 차별성에 대해서도 상반된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두 이론 모두 차베스 정권에 대한 구지배세력의 극단적 저항에 대해 체계적 분석을 내놓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본 연구는 첫째, 제4공화국과 대비되는 차베스 정권의 차별성을 규명하고, 둘째, 누가 왜 차베스 정권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지에 대해 체계적 설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통령 차베스가 매주 최소 한 차례 이상 국민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기에서 무수히 많은 발언을 하고 있는데, 거리에는 “사회주의가 아니면 죽음(socialismo o muerto)” 등 급진적 구호들이 난무하는 조건 속에서 대통령 발언이나 공식 문건의 분석은 신중함이 요구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구조적 시각에서 차베스 정권의 정책적 실천 및 베네수엘라 사회의 변화를 분석하는 접근 방법을 취한다.
베네수엘라 사회세력들 간의 이해관계 갈등 및 역학관계의 심층적 이해를 위해서는 체제이행의 정치 관점이 요구되며, 체제이행의 핵심은 변혁적 정책과 이행주체의 형성이다. 이러한 연구 작업을 통해 대중주의론과 사회주의론을 평가•극복하고 차베스 정권의 변혁적 실천과 베네수엘라 사회 동학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 제4공화국과 사회적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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