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 연구소
기타자료실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 기타자료실입니다.
민주노동연구소의 회원들이 자료를 서로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계약직 노동자 형근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주간정세동향 작성일01-11-30 00:00 조회1,020회 댓글0건

첨부파일

본문

* 이 시는 부산문화방송 계약직 노동자가 쓴 시로서 계약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부산문화방송
계약직 노동자 형근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MBC에 들어와
일년에 4,200시간, 한 달에 350시간, 하루에 14시간 혹사당해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쪼그라들어 반똥가리 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무지 귀여운 우리 형근이,

여기가 무슨
19C 산업혁명 시대인가
과로사 데드라인이라는 1년 2800시간 이상을 일하고도
그것도 7년을 연속적으로 일하고도
거뜬하게 살아남은 자랑스런 우리 형근이
31살 노총각

한때는
MBC에 다닌다고
어깨에 힘도 주고, 명함도 돌리고, 미팅도 나가고
직장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기자아저씨들 사환 노릇, 시도 때도 없는 잔업특근
이놈 저놈 반발에 넌더리가 나도
쥐꼬리만한 월급이 좀 캥기기는 해도
그래도 어엿한 방송인, 남들이 부러워하는 문화방송 사원 형근이

그놈의 IMF 때문에
임금이 동결되고, 상여금을 반납하고, 정든 동료들이 직장을 떠나가도
언제가는 언제가는 정규직이 되겠지
계약직 노동자에게도 희망은 있겠지
부장님이 핸말이 있는데
사장님이 핸 말이 있는데

나도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내한테 시집올 여자가 있겠나?
이래 일하다가 죽으면 우짜꼬
노총각 형근이는 고민을 시작했지
이거 빛 좋은 개살구 아이가?
1998년 재계약 하던 해
계약직 노동자 몇몇이 모여
ꡒ이거 너무하는 거 아이가ꡓ
우리도 올라가서 말해봐야 되는 거 아이가....
어느날 부장님이 부르더니
“형근아! 니 괜찮은 직장 있으면 알아 봐래이”
니 인생은 니가 책임지야 안되겠나
형근이는 눈물이 핑 돌았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MBC에 들어와
31살 노총각이 되도록 청춘을 바쳐 일했건만
쓴물 단물 다 빨아먹고 이제 와서
시장 가격 운운하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란다

그래
미련없이 떠날란다
계약직의 냇떼루를, 차별대우를, 죽음같은 장시간노동을
쪽팔려서 말도 못하는 월급을
훌훌 털고
사람다운 세상, 인간다운 삶을 향해 미련없이 떠날란다

이제 투쟁이다
그래 노동조합이다
이 서러움 이 분노 이 한을 가슴에 품고
당당한 노동자
투쟁하는 노동자로 다시 서는
자랑스런 형근이

나는 그런 형근이가 대견스럽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