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 11월(촛불) 혁명의 전망과 과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1-10 16:00 조회1,133회 댓글0건첨부파일
-
11월 혁명의 현주소-2.hwp (48.0K) 24회 다운로드 DATE : 2017-01-10 16:00:06
본문
11월(촛불) 혁명의 전망과 과제
- 정원 스님의 입적을 애도하며 -
2017년 1월 10일
전태일 노동연구소 정세연구실
1. 성격
이번 혁명을 촛불혁명보다 ‘11월 혁명’으로 부르고자 한다.
11월 혁명은 분명히 민주주의 혁명이다. 그러나 단순한 민주주의 혁명이 아니다. 왜냐하면 단순한 민주주의 혁명이 반봉건주의 지향 아래 전개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인데 비해 이 혁명은 반파시즘 지향 아래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반파쇼 민주주의 혁명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 혁명은 박근혜 파쇼정권을 퇴진시키고 파쇼적 국가형태를 해체하는 것을 그 출발점으로 하지만 파쇼국가와 독점재벌이 하나로 융·복합된 천민자본주의 지배체제 타파를 향해서도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혁명의 지향점은 반봉건 또는 반파쇼 일반 민주주의 혁명이 아니고 남한 천민자본주의 - 토대와 상부구조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에서 - 를 변혁하는 급진 민주주의 혁명이다.
또 이 급진적 민주주의 혁명은 남한 천민자본주의 해체와 더불어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부정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반자본주의·급진 민주주의 혁명이다. 물론 이 혁명은 본격적인 사회주의 혁명은 아니다. 전면적으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부정하고 이를 사회주의 생산관계로 대체할 정도로 주·객관적 조건이 조성되어 있지는 않다. 객관적 조건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주체적 조건이 그 정도로 성숙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광장으로 떨쳐나선 노동자·민중이 지금 자본주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고 한국 자본주의의 천민성이나 신자유주의 제도·정책 패러다임에만 반대한다고 보는 것은 그것들의 내적 연관에 대한 이해 부족의 소산이다. 우리가 비판하는 그 천민성은 지난 60여 년에 걸쳐 한국자본주의와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융·복합되어 있는 뿌리 깊은 속성이다. 따라서 그 천민성 청산이 남한 자본주의의 합리화로 귀착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개혁!), 그보다는 노동자·민중에 대한 내외 독점자본의 지배력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변혁!) 단 그 청산이 철저하게 이루어질 경우. IMF사태 이후 남한 천민자본주의에 접목된 신자유주의 제도·정책 패러다임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발전의 현 단계에서 신자유주의 착취·축적 패러다임이 폐기되는 것은 곧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착취도가 현저하게 저하되면서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마지막 착취·축적 패러다임이었던 것이다.(There Is No Alternative!)
다른 한편 이와 같이 노동자·민중이 아래로부터 천민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착취·축적체제를 변혁해 나갈 때 노동자·민중은 불가피하게 자본주의 생산관계 그 자체에 대해 문제 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문제 삼지 않고, 자본주의 운행원리 -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노동력의 상품화 - 를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천민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를 제대로 변혁할 수 있는지 자문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변혁의 목표를 천민성이나 신자유주의 같은 구조적 문제의 해결에만 제한할 것인지(착한 자본주의로!) 더 나아가 자본주의라는 역사적 생산관계의 극복으로까지 고도화할 것인지(사람 사는 세상으로!)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래로부터의 변혁의 진전으로 그런 자문과 고민을 하게 되는 상황이 무르익는 만큼 노동자·민중은 불가피하게 자본주의 생산관계에 반대하고 이를 더 발전된 생산관계로 대체하는 역사적 프로젝트를 받아 안게 될 것이다. 모든 혁명이 그렇듯 계속 전진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후퇴·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혁명은 본질적 경향의 측면에서 볼 때 사회주의 지향의 반자본주의·급진 민주주의 혁명이다. 즉 사회주의 요소의 도입을 포함하는 - 예컨대 대학 무상교육 - 천민자본주의 변혁을 거쳐 사회주의 생산관계의 확대 - 예컨대 은행 비영리기관화와 독점대기업의 국유화 및 사회화 - 와 전면화 - 가치[상품]관계와 잉여가치[착취]관계의 폐지 - 로 나아가는, 계속 급진화 되는 민주주의 혁명이다. 혁명의 성격이 이러하므로 이 혁명은 진전되면 될수록 노동계급의 주도 속에서 전개될 것이다. 사회주의는 누구보다도 노동계급의 이해관계와 가치지향에 부합하는 것이므로.
2. 전망
이 혁명은 수동혁명인 한 세대 동안의 민주화 이행기를 거쳐 이제 갓 시작되었을 뿐이다. 많은 운동권 사람들은 이 혁명이 시작될 줄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왜 예상조차 하지 못했을까? 운동권은 대부분이 상층 노동자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든 진보민중운동이든 다 그러하다. 또 이념적으로는 자유주의 또는 본질적으로 자유주의인 사회민주주의에 포섭되어 있다. 그런 상태에서 이들은 기층 노동대중과 민중 삶, 청년세대의 삶, 희망이 사라진 헬조선의 삶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공감도 잘 못한다. 그들은 불평등에 대해서는 대단히 민감하지만 그들에게 민감하게 다가오는 불평등은 금수저·은수저와 그 밖의 사람들(동수저·흙수저·무수저) 사이의 불평등이 아니라 금수저와 은수저(범위를 넓게 잡으면 동수저 상층부를 포함한다.) 사이의 불평등이다. 이것을 그들은 금수저와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은수저·동수저·흙수저·무수저) 사이의 불평등이라고 포장한다. 그래서 이들은 현사회의 주요한 모순은 1%와 99%의 불평등이라고 말한다. 마치 프랑스혁명 당시 “제3계급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제3계급은 전부다(everything)”라고 말한 부르주아지의 대변인 시에예스의 말을 연상시킨다.1)
그러나 봉건제가 아니라 자본제인 지금의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금·은 수저의 소유에 대한 동수저·흙수저·무수저들의 비소유 또는 무소유다. 10% 대 90%의 불평등이다. 금·은 수저는 이른바 기득권층이다. 이 90%들에게는 단지 불평등이 문제일 뿐만 아니라 포기와 절망이 문제이다. 그래서 그토록 ‘희망’이라는 단어와 ‘포기’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2) 따라서 문제를 1% 대 99%의 대립으로 파악하면서 1%의 특권을 폐지하거나 줄이는 데 초점을 두는 ‘개혁’은 절대다수 민중에게는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이런 복잡성 속에서 이 혁명은 전개되고 있다.
이 혁명의 1단계에는 극소수 특권층 1%와 맹목적인 그들 추종자들만 뺀 96% 국민의 통합으로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고 있다. 이 과정은 조만간 완료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부르주아 계급은 부르주아계급 일반의 이해관계에 입각하여 효력이 소진된 박정희 모델 - 정경유착에 의해 특권·특혜를 향유하는 부패한 모델, 선진자본주의로의 도약을 실현할 수 없는 기생적인 지대추구 모델, 세계대공황과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파국을 피하기 어렵게 하는 위험한 선단(船團)형 기업모델, 첨단기술 제품 생산을 의미하는 제4차 산업혁명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비창조적인 모델 - 을 수술하는 2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이렇게 이 혁명의 제2 단계는 박정희 모델 청산이 주요 과제로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려는 진보·자유주의 당파 - 청산을 말하나 실은 개혁을 추구하는 - 와 그것을 소극적으로 수행하려는 개혁·보수주의 당파 - 개혁을 주장하나 실은 온존을 추구하는 - 가 이를 둘러싸고 주도권 쟁패전을 펼치게 될 것이다. 이는 대선과 개헌을 매개로 전개될 것이다. 이때 특권·특혜적 및 지대추구적인 부르주아지를 대변하는 수구보수 당파(친박)가 온존되면서 개혁·보수주의 당파(비박)에 가세할 것이다. 반면 기층의 노동자·민중은 박정희 모델의 철저한 청산을 요구하며 자유주의 당파와 전략·전술적으로 제휴하게 될3) 것이다.
그러나 부르주아계급이 주도하는 혁명의 2단계 안에서 박정희 모델 청산은 철저하게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박정희 모델로 특혜를 누려온 특권층이 박근혜 정권의 퇴진은 어쩔 수없이 받아들이더라도 순순히 특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자유주의 부르주아지 또한 특권 분파를 청산하기 위해 철저하게 투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노무현 정권에서 잘 확인되었다.(탄핵 사태 이후 민주노동당과의 연정이 아니라 한나라당과의 연정 추진) 반면에, 천민자본주의 헬조선에 절망하고 있는 절대다수 노동자·민중은 한통속의 기득권자들인 부르주아계급 일반과 특권적 부르주아 분파 사이의 싸움에서 비특권 부르주아지를 지지하면서(비판적으로든 아니든) 이들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해 싸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싸움에서 비특권 부르주아지가 특권적 분파를 이기더라도 노동자·민중에게 돌아오는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또한 노무현 정권 하에서 이미 경험된 바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은 부르주아 계급과는 독자적으로 박정희 모델의 철저한 청산을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긴밀하게 결부지어 헬조선 천민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목표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 헬조선 해체·변혁투쟁에서 노동자·민중은 수구 당파만이 아니라 보수주의 당파와 자유주의 당파를 망라한 부르주아지 일반을 비판과 투쟁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변혁을 추구하는 이 노동자·민중세력이 사회적·정치적 힘을 얻는 만큼 혁명의 2단계는 빠르게 그리고 철저하게 수행될 것이다. 이처럼 이 혁명의 두 번째 단계는 박정희 모델 처리를 둘러싼 부르주아 진보(자유)·보수당파간의 싸움(각기 청산과 개혁을 표방하지만 실은 개혁과 온존 사이의 대립)과 함께 박정희 모델의 철저한 청산 및 헬조선 체제 변혁을 둘러싼 기층 노동자·민중과 부르주아계급 일반과의 대립(개혁과 변혁 사이의 대립)이 중첩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지형은 1단계의 국민적 합의는 깨지고 계급적·당파적으로 이중적으로 분열된 양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의 분열과 함께 자본계급과 노동계급의 분열!
노동계급과 자유주의 부르주아 당파와의 제휴(연합이나 동맹이 아니다!)에 의해 이 두 번째 단계 혁명인, 사회주의 요소가 일부 포함된 진보개혁이 어느 정도 성취되어 지배세력을 대변하는 수구보수 당파가 충분히 약화·고립되면 이 혁명은 90%의 노동계급이 10%의 부르주아 계급의 독재를 타파하는 세 번째 단계로 전진할 것이다. 이 단계는 노동자·민중이 국가권력을 쟁취하는 것으로 시작될 것이다. 민중권력 쟁취! 그렇지만 혁명의 이 세 번째 단계 또한 곧바로 사회주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혁명으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 제국주의의 남한 지배와 남북의 분단이라는 정치·군사·경제적 조건 및 그것과 결부된 노동자·민중의 이념적 낙후성이 일정하게 혁명의 진행에 제약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단계 혁명의 주요 과제는 노동자·민중의 이념적 해방과 함께 정치·경제·사회·문화 제 영역에서 자본주의 관계가 지배적인 한계 안에서 사회주의 요소를 적극 확대하는 반자본주의 급진적 민주주의 혁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혁명은 이렇게 대내적으로 급진적 민주주의 과제를 해결하는 것과 더불어 민족적 자주와 통일(두 국가의 평화적 협력에서 출발!)이라는 대외적 과제, 한 세기가 지나도록 미해결된 민족해방의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해방과 민족적 해방이라는 이 두 과제는 분리될 수 없다. 이 둘을 분리시켜 무엇이 선차적이라고 설정하고 실천하는 것은 그간의 변혁운동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 두 과제를 긴밀하게 결합, 추진하는 이 세 번째 혁명이 이 나라와 사회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및 국내 자본계급과 피지배 노동자·민중 사이의 진검승부라고 할 것이다.
이 세 번째 혁명이 성공한 다음 단계에 가서야 비로소 우리 혁명은 가치관계와 착취관계를 동시에 소멸시키면서 사회주의 생산관계를 전면화하여 지배적으로 만드는 사회주의 이행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도 국제적 요인이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이 단계에서부터 우리 혁명은 세계혁명의 발전 정도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진행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미 전 지구적 생산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금의 우리 혁명은 주체의 역량과 대상의 조건에 따라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다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우리의 혁명은 단기간에 일회적 사건으로 성취된다거나 일국적으로 2단계로 완성된다거나 하는, 혁명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과 매우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3. 당면 변혁과제 (1): 해체!
아직 박근혜 정권 퇴진조차 완료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여전히 최우선 과제는 조속한 박근혜 정권 퇴진이다. 특검에 대한 지지와 헌재에 대한 압박이 힘 있게 지속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것보다 박정희 모델을 청산하고 천민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는 투쟁이 적극화 돼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민심 속에서 이미 퇴진됐기 때문이다.
박정희 모델 또는 천민자본주의 체제란 독점재벌 체제를 물질적 토대로 상부구조에 파쇼통치 제제가 결합되어 있는 사회구성체적 체제다. 여기에 이른바 시민사회인 언론, 교육, 종교 등이 모두 이런 천민적 자본주의에 조응하여 대미 종속적, 국가 기생적, 지대 추구적, 파쇼탄압적 등 천민적인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이 체제의 해체에 결정적인 지점은 실은 토대인 독점재벌이 아니라 그것을 엄호하고 있는 국가기구다. 국가기구의 엄호가 없이 독점재벌 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 독점자본 체제나 자본주의 자체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기구는 제왕적 대통령, 특권적 국회와 당원 없는 정당, 민중의 통제에서 면제돼 있는 행정·사법 관료기구, 국정원·검찰·경찰 같은 파쇼 공안기구를 망라한다. 선차적으로 이런 국가기구들을 해체 또는 무력화해야 한다.
그것들을 해체 또는 무력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수구·보수 당파, 그 가운데서도 수구 당파다. 이 수구당파의 진지인 국정원·정치검찰·국가경찰 등 공안기구부터 해체해야 한다. 그렇게 수구세력의 진지를 해체시킴으로써 증강된 노동자·민중의 힘으로 행정·사법 관료기구들로 하여금 직·간접적인 다양한 방법으로 민중의 통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국가기구들과 한 몸인 새누리당을 완전 해체해야 한다. 동시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국회의원 소환제, 정당의 특권과 국고보조금 폐지, 16세 이상 청소년과 공무원 및 군인을 비롯한 모든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정당 활동 보장, 대통령에 대한 소환제 또는 중간평가제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렇게 억압적 국가기구를 해체·변혁하는 것과 나란히 토대에서 독점재벌 해체·변혁이 추진돼야 한다. 그것은 노동자가 민주노조로 단결하고 계급형성으로 나아가는데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두 정치적·경제적 조건이 충족되는 정도에 따라 언론, 교육, 종교 등 시민사회의 이데올로기 장치들이 해체·변혁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제들은 단계적으로가 아니라 동시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다. 어느 시기에 어느 과제에 보다 집중적으로 힘을 쏟아야 할지에 대해서만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기에 어느 과제가 주요한 과제로 될지는 미리 뭐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정세의 전개 속에서 무엇이 언제 주요 과제로 자리매김 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현 시점으로 말하면 새누리당 해체·청산과 독점재벌 해체가 주요한 과제다. 그 둘 다 이미 의제에 올라 있고 진행 중이다. 적당히 리모델링해서 살아남으려고 서로 싸우는 새누리당을 남의 집 불구경 하듯 두고만 볼 것인가? 삼성재벌 총수 구속만 요구하고 삼성재벌 자체는 그냥 두고 볼 것인가? 부정축재 재산 환수와 재벌체제 해체를 밀어붙일 때다.
그 다음이 국정원 해체다. 국정원은 대선에 불법 개입했을 뿐 아니라 국정 전반에 개입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박정희 군사독재 하 중앙정보부의 자본독재 버전이다. 물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국보법도 폐지돼야 한다. 이 기구를 해체한 다음 국가정보기구를 원점에서 새로 만들지 않고는 국가정보기관의 잘못된 체질과 행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 역시 이미 의제가 되고 있다. 정치검찰 해체도 마찬가지다.
이런 변혁 과제들은 부르주아계급이 주도하는 당면의 혁명 2단계에서는 완전히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과제들이 민중권력이 쟁취된 세 번째 혁명 단계에 가서야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서도 노동자·민중은 혁명의 2단계에서부터 이런 변혁과제들을 적극 제기하고 실현을 요구하며 투쟁해야 할 것이다.
4. 당면 변혁과제 (2): 건설!
혁명은 낡은 질서의 해체와 새로운 질서의 건설이 함께 이루어지는 역동적 과정이다. 논리적으로는 전자가 선차적이지만 실천적으로는 거의 동시에 또는 연이어서 이루어져야 한다.
혁명의 현 국면에서 우리 노동계급이 건설해야 할 주요 과제는 무엇인가.
지배계급의 지배력이 약화되거나 후퇴하는 공간을 노동계급의 진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2천만 노동자 대중을 민주노조로, 하나의 계급으로 조직하는 일이다. 우리는 87년 6월 항쟁 이후 7,8,9 노동자 대투쟁으로 어느 정도 이것을 실현한 바 있다. 그 여세를 몰아 1990년 1월 관제어용 한국노총에서 독립한 민주노조의 내셔널센터인 전노협을 결성했다. 1960년 4월 혁명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결성하고 활발하게 쟁의를 벌였고, 그해 11월 자유당 산하조직인 대한노총을 대체한 민주적 노총인 한국노련을 결성했다. 1980년 민주화의 봄 시기에도 비록 전두환 일당의 쿠데타로 좌절되기는 했지만 노동자들의 활발한 민주노조 결성과 노동조건 개선 투쟁이 있었다.
지금 시기에 어떤 내용과 형태의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어떤 내용과 형태의 노동자투쟁을 조직할 것인지는 따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큰 가닥만 얘기한다면 지금의 혁명적 상황에는 단순히 기업별 민주노조를 건설하거나 조합주의적 투쟁을 조직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조직과 투쟁으로는 광범위한 노동대중을 조직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영세 사업장의 기업별 노조들은 지금도 자본과 정권의 노동탄압으로 인해 힘 있게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초기업적인 노조를 통해 초기업적인 사용자단체나 정부 또는 준정부 기관(예컨대 공단본부나 상공회의소)을 상대로 교섭·투쟁할 필요가 있다. 전태일 사후 만들어진 1970년대 청계피복노동조합처럼! 이런 초기업 단위 조직들은 지역단위로 건설되고 전국적으로 연합하는 것이 좋다. 전국단일 조직이 반드시 항상 최선인 것은 아니다. 전국단일 조직은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현 정세에서 국가나 사용자단체에게도 전국단위에 힘을 집중시켜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지금은 그들의 힘을 무력화시켜야 할 때, 그런 힘들을 지역 수준으로 분산·약화 시켜야 할 때이다.
그러나 요구의 측면에서는 특정 산업부문이나 지역의 특수한 요구보다는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요구, 전 계급적인 요구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 특히 조합주의적 정치, 경제적 정치의 요구를 넘어서 계급적·변혁적 정치의 요구, 급진적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 그런 요구를 내걸고 전체 노동자대중이 함께 투쟁하는 과정에서 계급적 일체감과 계급의 정체성이 형성된다. 예컨대 노동부장관 퇴진, 노동 개악기도 중지와 노동법 전면 개정, 최저임금 인상 같은 경제적 정치의 요구와 함께 그리고 그보다 더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 황교안 총리 퇴진, 헌재 조기탄핵 심판, 새누리당 해체, 독점재벌 해체, 국정원 해체와 국보법 폐지, 정치검찰 해체 등 계급적·변혁적 정치의 요구와 투쟁을 적극화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청년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일이다. ‘청년유니온’처럼 청년들만을 따로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으나 각 노동조합에 20~30세대를 구성원으로 청년부 또는 청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조직에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하여 활성화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 10,20,30대 청년들이 이번 혁명 과정에서 가장 진취적이고 적극적일 것이므로 이들을 주체화하는 데 특별한 노력이 기울어져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노동자 정치는 의회주의를 극복하는 대안의 정치형태를 발전시켜야 한다. 의회와 의회주의는 본질적으로 부르주아지의 계급지배에 복무하는 정치형태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노동계급을 배제하는 절차와 장치이다. 절차적으로 민주주의 형식을 띠되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의회주의 정치이다. 이런 의회주의에 대한 대안이 직접민주주의이고 자기통치이며, 역사적인 형태로는 소비에트(노동자대표 평의회)가 있다. 이번 혁명은 아직 그런 것을 실천할 상태나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노동자·민중의 광장정치이다. 이에 비하면 대통령 선거든 국회를 통한 개혁입법이든 그런 의회주의·대리주의 정치는 근본적으로는 지양해야 할 반 노동자적 형태들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슬로건은 “모든 권력을 광장으로!”다. 이것이 지금 노동계급의 가장 중요한 구호가 돼야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