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세(정치) | 4.13총선 결과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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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4-25 10:41 조회1,428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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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결과 바로보기.hwp (48.0K) 22회 다운로드 DATE : 2016-04-25 10: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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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4월 25일자) 글입니다.
4.13총선 결과 바로보기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이번 20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새누리당 당선자가 적어서 놀랐고, 더민주당 당선자가 많아서 놀랐고, 국민의당이 호남권에서 의석을 휩쓸어서 놀랐다. 여기까지는 제도권 언론들이 한결같이 하고 있는 얘기다. 다만, 거기에 진보정당들이 모두 패배 내지 참패했다는 사실을 더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면 이런 놀라운 결과의 성격과 원인은 무엇이고, 가져올 귀결과 노동운동에게 던져주는 실천적 함의는 무엇일까.
첫째, 이런 예상 밖의 결과는 최상의 결과인가? 아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최선이나 차선을 두고 선택하는 선거가 아니라 최악과 차악을 두고 선택한 선거였다는 것이다.1) 국민의 다수가 새누리당을 최악으로 판단, 심판했다. 그리고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을 차악이라고 평가, 선택했다. 새누리당을 최악으로 심판한 데는 막장공천 드라마나, 진정성 없는 사죄 퍼포먼스나, 붉은 옷 입은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한 국회심판론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세월호 진상규명 거부, 노동악법 밀어붙이기, 재벌과 부동산 소유자만 돌보는 경제정책, 국정원의 정치도구화, 국사교과서 밀실 국정화, 군위안부 문제 굴욕 처리, 대북 적대시 정책과 개성공단 철수 등 지난 3년간 집행돼온 박근혜정권의 통치 전반이 심판을 받은 것이다.2) 그런데 이 지점에 대해 조·중·동은 물론이고 의외로 많은 의석을 얻은 야당들도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차선이 아니라 차악으로 당선됐다는 데 유의하면서, 차선이 되고자 분발하기보다 오히려 차악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몸을 사리고 있다.3)
둘째, 이번 총선에서 ‘악들의 경주’가 이루어진 원인은 무엇인가?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참다운 정치·최선의 정치가 제도권 안팎, 특히 제도권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구 아니면 보수밖에 선택지가 없도록 구조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은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하고, 차악 중에서 당선 가능한 차악을 선택한 것이다. 또 제도권에서 활동하는 진보정당들이 있지만 보수야당과 크게 다르지 않고, 대중이 보기에 최선이 아닌 차선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최선의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는 진보적 대중도 자신의 표가 무효화되는 차선을 선택하기보다 차라리 최악을 막는 차악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큰 틀에서 이렇지만 국민의당이 호남권에서 싹쓸이 압승을 한 원인은 약간 복잡하다. 더민주당 안에서는 김종인 대표의 보수선회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런 요인이 더민주당에 대한 호남 대중의 지지를 떨어뜨렸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가 김종인 대표 못지않게 보수적이므로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로 몰려간 것을 이 때문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수도권의 호남향우회 인사들이 현지에 내려가 국민의당 지지운동을 폈다는 설이 있는 것을 보면, 오히려 더민주당에서 친노파가 주도하면서 주변화된 호남 기득권층이 반발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또한 악들의 경주의 하나로서, 차악 중에서 보다 이득이 되는 차악의 선택이었을 뿐이다.4)
셋째, 여소야대라는 이번 총선 결과가 가져올 정치적 귀결은 무엇일까? 피상적으로 보면 천정배의원이 주장하고 있듯이 청문회로 이명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밝히고 청산하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여소야대는 야당들이 최선이거나 차선 정도는 되었던 88년 총선 후의 여소야대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5) 당시는 독재와 민주가 선과 악으로 확실하게 구별되고 전선이 형성돼 있었으므로 일정 정도 그런 청산작업이 가능했다. 물론 그것조차도 90년 1월 22일 민의를 배반한 김영삼, 김종필의 보수대연합 동참으로 유야무야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번 여소야대는 제도정치를 3당정립 체제로 만들고자 하는 지배계급의 의도에 맞게 흘러갈 것이다. 야당을 탈운동권화시켜 친자본화하고, 여당을 박근혜의 사당에서 자본가계급 전체의 공당으로 바꾸어, 수구·보수대타협의 정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쪽으로 이끌기 위해 수구언론들이 놀랍도록 열심이다. 국회청문회 주장을 ‘혁명군’과 ‘완장’으로 매도하고 경제·민생 중심으로 수구와 보수가 협력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에 부응하여 임시국회 개회를 제안했고,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새누리당도 야당과의 협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자본가계급은 수구·보수대타협을 통해 무도하고 무모한 박근혜 일인독재가 불러올 민중혁명을 예방하면서 통치를 원활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본가계급이 한목소리로 ‘선거혁명’이라고 미화하는 이번 총선결과는 십중팔구 제도정치의 총보수화와 수동혁명으로 귀결될 것이다.
넷째, 노동운동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별로다. 지지한 후보가 몇 당선됐지만 현실이 노동운동에 기대하는 바에 견주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번 총선은 실천적으로 두 가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하나, 참다운 진보정치가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제도정치판에서 노동운동이 운신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사실, 재야의 변혁정치투쟁이 필요불가결하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둘, 노동자도시 울산에서 전 통합진보당 후보가 둘이나 당선된 데서 보듯이 노동운동이 노동계급의 사회적·민족적 요구에 부합하는 강령 -교육·보육·의료·노후·주거 보장, 6시간노동제와 완전고용 및 노동기본권 완전 보장, 금융·토지 대개혁, 재벌·국정원해체, 평화협정체결과 자주적통일 추진 등- 을 무기로 당파적으로 단결·투쟁한다면,6) 담대하게 보수에 수렴되는 진보개혁이 아니라 그와 확연히 구별되는 진보변혁 정치를 편다면, 제도정치 공간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의 확인이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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