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의 <정세와 투쟁방향>입니다.

국내정세(정치) | 김기종 사건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승호 작성일15-03-31 00:00 조회1,579회 댓글0건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본문

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3월 16일자) 글입니다.

 

김기종 사건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문화운동단체 ‘우리마당’의 김기종 대표가 3월5일 오전 주한 미 리퍼트 대사에게 과도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일주일이 지난 13일 경찰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살인미수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리고 차후로 배후와 공범 여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성격과 대처를 둘러싸고 각 세력과 정파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나는 수구 지배세력의 견해다. "종북세력이 치밀하게 계획한 살인미수 행위이며, 그 배후엔 종북 커넥션과 김정은 조선노동당의 대남혁명 노선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대규모 수사팀을 구성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처방으로 이어진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런 입장에 서 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야당이 종북과 손잡은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종북 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라고 말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이 꾸려졌다.

 

또 하나는 이 사건이 극단적 민족주의자의 개인적 일탈행위라는 것이다. 야당의 입장이 그러하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김기종씨에 대해 “극단적 민족주의자에 가깝고, 개인적인 돌출행동을 반복적으로 해 온 분”이라고 규정했다. 유 대변인은 "종북 활동 같은 것을 하는 사람은 아니며, 이번 사태가 종북 논란 같은 이념 논쟁으로 확산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의 발언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으르면서 “박근혜와 새누리당 같은 극단주의에 반대한다”고 정부·여당을 받아쳤다.

 

이것이 우리나라 정치를 양분하고 있는 두 정치세력의 입장이다. 박근혜 정권은 아직 수사도 끝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종북세력이 범한 살인미수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청와대 비선실세 농단 사건 때처럼 수사 방향을 정해 줬다.

 

그런데 정작 피해를 당한 미국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미국을 상대로 한 테러행위가 아니고 미 대사 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senseless attack) 또는 폭력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둘 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맞게 사건을 각색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반미 테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박근혜 정권은 종북세력의 조직적 테러로 몰아가고 싶은 것이다. 김기종씨는 "미국에 경종을 울리려고 혼자서 꾀한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이 훨씬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면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의 일탈행위 또는 돌출행위라는 야당의 입장은 어떤가. 성격적으로 과격할 수는 있으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니. 이것은 김기종씨에 대한 심한 인격모독이다.

 

또 극단적이라는 규정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나라 정치·이데올로기 지형에서는 극우는 극단이 아닌 보수로 지칭되고 있고, 중도는 보수가 아닌 진보로 지칭되고 있다. 반면 진보는 극좌로 규정되고 있다. 그러므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김기종씨를 극단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 자신의 보수성을 진보성으로 포장하고 진보를 극좌로 몰기 위한 교활한 딱지 붙이기에 다름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다. 김기종씨는 진보적 민족주의자다. 운동권의 대부분은 진보적 민주주의자이거나 진보적 민족주의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가정보원 대선 부정개입 사건과 세월호 참사에 이어 김기종씨 미 대사 공격 사건에서도 계속 민중의 편인 것처럼 자신을 호도하면서 실은 지배계급의 편을 드느라 우왕좌왕 하고 있다. 김기종씨의 행위가 과격해진 것도 바로 이들 때문인 면도 있다.

 

이 사건은 왜 일어났는가. 정당들도 언론도 그것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실에 대한 판단은 없고 각 계급과 정파의 이익에 기초한 가치판단만 난무하고 있다. 사건이 김기종씨의 정신적 문제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도, 북한의 배후조종에 의한 종북세력의 계획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도 사실적 근거가 희박하다. 이런 주관적 요인만이 아니라 김기종씨로 하여금 전쟁연습 반대 주장과 미 대사 폭행을 하게 만든 객관적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지금 세계는 대공황이 9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 끝무렵에 디플레이션 공포가 일반화되고 심화되고 있다. 이 위험이 진전돼 자본주의 질서에 파국이 온다면 미 제국주의 패권 역시 붕괴한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지정학적 위기를 조성해 잠재적 패권 도전자들을 제압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빌미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동아시아에서는 북한을 공격해 전쟁상태로 몰아넣고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남북대화를 막고,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사드 도입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이때에 야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진보운동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김기종 사건이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