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세(정치) | 천안함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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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호 작성일15-03-31 00:00 조회1,696회 댓글0건본문
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3월 30일자) 글입니다.
천안함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함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용사·영웅이라는 말이 수구정권과 언론에 의해 마구 남용되고 있다. 어느새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천안함 수병 46명은 용사로, 나아가 영웅으로 호명되고 있다. 사건 5주년을 맞아 부쩍 심하게 이와 같이 과잉 칭송되고 있다. 사전에 보니 용사란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으로 숨진 46명의 수병들은 총 한 방 쏘지 않았다. 도대체 전투가 존재하지 않았다. 숨진 수병들은 배가 졸지에 두 동강 난 후 함미 부분이 급속히 침몰하면서 익사했고, 함수 부분에 있던 장교 전원과 일부 수병들은 운 좋게 해경 함정으로 구조됐다.
산 자도 죽은 자도 용기를 발휘할 여지가 없었다. 영웅이란 누구인가. 사전에 보니 "재지(才智)와 담력과 무용(武勇)이 특별히 뛰어난 인물" 또는 "보통 사람으로는 엄두도 못 낼 유익한 대사업을 이룩해 칭송받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천안함 희생자들은 용사라고 부르기도 뭐한데 무슨 근거로 영웅이란 말인가. 까닭 모르게 숨진 사람들에게 기일을 맞아 애도를 표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과도하게 칭송하는 것은 고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천안함이 어떻게 침몰하게 됐는지 그 진실이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그래서 영령들이 아직도 영면하지 못한 채 구천을 헤매고 있는데, 그렇게 칭송한다고 영령들이 과연 고이 잠들 것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데에도 정도가 있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폭침됐다고 우기고 희생자들을 용사와 영웅으로 떠받든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될 수는 없다. 일본 제국주의가 식민지 소녀들을 정신대로 끌고 가서 성노예로 삼아 놓고도 돈 벌려고 자기 발로 찾아온 매춘부라고 우긴다고 해서 성노예 강제동원이라는 엄연한 진실이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조금 놀랍다. 언론에 보도된, 천안함 희생자들의 묘역을 찾아 비석을 쓰다듬고 유가족의 손을 맞잡고 슬퍼하며 눈물을 참는 일그러진 얼굴이 그도 인간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는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연출된 조의 표시 말고 이런 인간적 슬픔을 표한 적이 없다. 그는 또 "천안함 영웅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결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세월호 희생 학생들은 수학여행 가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고, 천안함 희생 수병들은 조국을 지키려고 전투하다가 죽은 것이라서 그런 것인가.
그래서 한쪽에는 눈물을 보일 가치가 있고 다른 쪽에는 그럴 가치가 없다는 것인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어느 쪽이든 까닭도 모르고 고귀한 생명을 희생한 것이므로 인간적으로 안타까워하고 슬퍼할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모습이다. 그는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자 자격으로 천안함 사건이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임을 소극적으로 인정했는데, 이번에는 당대표 자격으로 적극적으로 그렇게 규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천안함 사건 5주년을 맞아 진실규명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전국 주요 지점에 "천안함 용사의 고귀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보수야당은 최소한의 양심도 버리고 이제 수구세력과 안보 문제에 관한 한 똑같은 입장을 취하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진보를 참칭한 보수정당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다른 여러 가지 의문점은 접어 두고라도 천안함 사건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분명하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천안함의 스크루들은 불에 의해 심하게 녹아내리고 부러뜨려졌는데, 무엇이 스크루를 이렇게 손상시켰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스크루의 날개들이 이상한 모습으로 휜 원인도 해명하지 못했다. 은폐와 조작을 멈추고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희생자에 대한 사람으로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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