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의 <정세와 투쟁방향>입니다.

국내정세(노동운동 동향) | 어둠을 함께 헤쳐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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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5-13 14:36 조회1,7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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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을 함께 헤쳐 나갑시다!
 
                                                                                                       반명자(전국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금 공무원노조는 퇴출제와 ‘법 안이냐, 법 밖이냐’ 하는 문제로 무척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 민주노총 위원장이 행자부 장관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장관은 ‘법외 사람들 ’과 만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는 것입니다. ‘특별법’대로 가겠다는 말이지요. 어떻게 하여 이 지경까지 왔는지, 먼저 간단히 말씀드립니다.

 ‘공무원노조 설립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2005년 2월, 국회에서 의결되어 2006년 1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공무원노조는 노조 활동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독소 조항으로 가득한 이 법의 국회 통과를 막으려고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을 벌였으며, 그리하여 455 명이 내쫓기고 2천 622 명이 징계를 당하는 커다란 탄압을 겪었습니다.
 2006년 법이 시행되고 난 이후에도 정부는 단순히 법에 따라 설립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법단체로 몰아 조합비 원천징수 거부, 조합원 탈퇴 강요, 친인척에 대한 협박을 하였으며 마침내 9월 22일 전 지부에 대한 사무실 강제 폐쇄를 몰아붙였습니다. 새벽에 경찰병력은 물론 해머, 소화기, 소방차까지 동원하여 강제 진압에 나섰지요. 지금까지도 정부의 탄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별법은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쟁의권이 아예 부정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리본 달기나 투쟁조끼를 입는 것조차 쟁의 행위라 규정하고 처벌조항도 가혹합니다(5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둘째, 정부정책과 인사(人事)를 포함해 조직운영 사항이 전혀 교섭사안이 되지 못합니다. 공무원에게 인사처럼 중요한 일이 없고, 연금이나 총액인건비제, 퇴출제도 공무원의 삶을 좌우하는 문제인데도!
 셋째로 교섭구조도 문제입니다. 특별법은 대정부 교섭에서 복수 노조가 있을 때는 교섭 창구를 반드시 단일화하라고 못박고 있고, 교섭위원 숫자도 10명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넷째, 특별법은 노조 가입대상을 ‘6급 이하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6급도 ‘다른 공무원들의 업무를 지휘 감독하거나 업무를 총괄하는 자’를 배제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6급의 90%가 제외됩니다. 이미 가입해서 활동 중인 수많은 6급 공무원들을 추방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2004년 11월 15일의 총파업으로 파면 해임된 공무원 455명 중에 복직 판결을 받지 못한 250명 남짓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민주노조로서 첫 걸음을 떼는 막중한 투쟁에 기꺼이 참여한 동지들을 바깥으로 내몰라니요!   

 한편으로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벌이는 전방위(全方位)의 구조조정 공세에 휘말려 있습니다. 이미 2005년 2월에 ‘총액 인건비제’가 발동했거니와, 그 총액 인건비 규모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인건비를 줄여 퇴출을 강제하고, 보수체계를 성과급제(나아가 연봉제)로 바꾸는 것이 골자입니다.
 정부 구상은 공무원들을 업무 성과에 따라 6등급으로 나누어 해마다 5% 퇴출 준비군을 만들고 이들을 직권 면직하여 1차로 10%인 9만 1800명을 해고하는 것과
기관장들로 하여금 민간 위탁을 늘리게 하여 인건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민간 위탁의 경우 용역업체 노동자 임금이 ‘물건비’로 처리되어 총액인건비 대상에서 빠지지요.
 성과급도 이미 올해에는 6급 공무원을 기준으로 S 등급과  C 등급 사이에 격차가 3백만원이 되었습니다. S 등급기관 S 등급 공무원과 C 등급기관 C 등급 공무원 간의 차이가 거의 천만 원에 이릅니다. 2010년까지 성과급을 2배로 늘리려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고, 그 뒤로도 총 보수액의 30%에까지 확대할 복안이지요.
 차등 성과급제는 능력 인사제로 이어지는데 상급자가 모든 결정권을 갖는 이 능력 평가는 공무원들의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이어서 이 제도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서 정부는 ‘팀제’와 ‘균형 성과 지표(BSC)’라는 체제를 들여왔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아시다시피 ‘퇴출제’가 선을 보였습니다. 무능력 공무원 3%를 뽑아서 직위를 해제하고 쓰레기투기 단속, 교통위반 적발 등 현장에 투입하여 그 업무 성과를 평가하고 개선되지 않는 사람은 해고시키는 제도로, 인사스카웃제, 인사풀제, 현장 시정반제 등의 갖가지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퇴출제이지요.
 이 제도는 머지 않아 공기업과 사기업으로 확대될 전망이어서 예사롭지 않은 문제가 되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체가 인사와 임금에 대한 통제를 넘어 ‘강제 퇴출권’까지 갖게될 경우, 인건비 절감과 노동강도 강화는 물론이요 눈치행정이 기승을 부릴 것이 너무나 분명합니다. 95만 공무원이 이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새삼스레 해설할 것도 없습니다.

 특별법은 공무원노조의 권리를 빼앗아 조합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그래서 구조조정에 맞서지 못하게 하려고 입법된 것입니다. 퇴출제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첫 출발이고요.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어떻게 대응해 왔습니까?
 작년 11월 25일의 대의원대회는 공무원의 생존권을 지키는 대정부투쟁을 결의했지만, 올해 2월 24일의 대의원대회는 아시다시피 ‘특별법 수용 여부를 묻는 총투표’로 조직이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누가 옳았고 누가 글렀는지 간단하게 흑/백으로 가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쪽 다 나름의 이유와 명분에 따라 처신했고, 거꾸로 보자면 두 쪽 어디나 조합원들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특별법은 옳지 못하니 반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옳을 수 있지만,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반대투쟁을 일으키는 일에 게을렀다면 그 주장의 설득력은 줄어듭니다. 힘들더라도 이 싸움을 벌여야 하기는 하지만 ‘조합원 전체의 뜻을 물어보자’는 주장도 나름의 이유가 없지 않습니다.

 공무원노조 조합원 여러분! 조직이 이렇게 내분 사태로까지 발전한 것을 생각하면, 저는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떻게 변명을 해도 비껴갈 수 없는 수석부위원장 자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내/법외 논쟁 대신에 다함께 갈 길을 열었어야 하지 않으냐는 자책감이 저를 괴롭힙니다. 어찌해야만 좋을까요?        
 우리가 공무원 모두에게 들이닥치는 퇴출제 공격에 ‘다 함께’ 맞서는 것도 지난 날의 다툼을 가라앉혀줄 좋은 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당위적인 방침 하나만으로 선뜻 힘이 모아지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예전에 종교단체에서 벌였던 ‘내 탓이오!’ 운동이 지금 정말로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허물이 있는지를 따지기 전에, 나와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게을리 했는지 냉철하게 살피는 마음이 소중합니다. 내가 달라지지 않고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함께 갈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내부가 이렇게 어려운 가장 큰 까닭은 노무현 정부가 비열하고 부도덕한 탄압을 휘둘렀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많은 동지들이 내쫓기고 그들의 집안이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정권은 조합원들을 서로 이간질하고 올가미를 씌우고 분열을 꾀했습니다. 그들에게 놀아난 탓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탓하는 마음도 조금은 덜어냅시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우리 공무원노조는 95만 공무원들을 엄호하는 ‘호민관’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일이 정말로 귀하고 귀한 일이라면 우리의 뜻과 힘을 모아낼 깊은 길을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서로 마음을 열고 말문을 트고 이야기를 나눕시다!(2007.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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