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세(경제) | 그리스 자본주의의 위기와 그것이 노동운동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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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태일노동연구소 작성일10-03-31 00:00 조회2,643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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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자본주의의 위기와 그것이 노동운동에 미치는 영향
2010. 2. 19
프레드 웨스톤, 스타마티스 카라얀노풀로스 작성
번역: 전태일 노동연구소 정세연구팀
[역자의 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24일 총파업 전후 상황을 간략히 소개한다.
그리스 정부는 작년 국내총생산 대비 12.7%로 추정되는 재정적자를 올해 8.7%로 낮추고, 2012년에는 2.8%로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안정과 성장 프로그램’을 마련해 유럽연합의 승인을 얻었다. 이 긴축 안에는 전(全) 공무원 급여 동결 및 보너스 10% 삭감, 퇴직연령 상향조정, 주류세 담뱃세 유류세 인상, 고소득층 소득세 인상 등이 포함되었다.
총파업을 하루 앞둔 2월 23일 금융시장은 더 많은 공공지출 삭감을 하도록 사회당 정부를 압박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그리스 4대 은행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다시 낮추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24일 그리스 노동총연맹(GSEE) 소속 노동자 2백만 명과 공공노조연맹(ADEDY) 소속 노동자 6십만 명이 정부의 재정 긴축 정책에 항의하는 하루 전국총파업을 벌였다. 작년 10월 사회당 정부가 들어선 뒤로 최대의 파업이다. 전국에서 관공서와 학교와 병원이 문을 닫았고, 버스와 지하철은 물론, 기차, 선박, 항공기 등이 모두 운행을 중단했다. 주요 관광명소도 모두 문을 닫았다. 언론 노동자들도 파업에 참가하여 다음날인 25일자 신문이 발간되지 못했다. 총파업은 온 나라를 정지시켰다. 총파업 참가율은 산업 전체에서 70%로 추산되었다. 대사업장이 높은 참가율을 보인 데 비해, 중소영세사업장, 특히 민간 서비스와 상업 부문의 참가율은 낮았다. 이날 노동총연맹 의장 파나고풀로스는 적자감축 정책의 "부담을 공정하게 배분할 것을 요구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수도 아테네에서 5만 명의 노동자들과 청년들이 참가한 두 개의 항의시위가 조직되었다. 하나는 노동총연맹과 공공노조연맹이 조직했는데 3만 명이 참여했고, 다른 하나는 공산당의 노조 분파인 전노동자투쟁전선(PAME)이 조직했는데 2만 명이 참여했다. 시위행진에서는 "금권과두제가 위기를 부담해라!", "모두에게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달라!", "사람이 시장이나 은행보다 더 중요하다!", "더 이상의 환상은 없다, 자본이냐 노동자냐" 등의 슬로건이 내걸렸다. 폭동진압경찰은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시위대오를 공격했고, 시위자들을 진압봉으로 야만적으로 폭행했으며, 여럿을 구속했다. 제2도시 테살로니키에서는 경찰 추산 7천 명이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날 전국 70개 도시에서 가두시위가 벌어졌다.
한편, 24일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사회당 정부는 3월 2일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관리들의 방문을 받은 후에 더 많은 긴축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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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본문에서 [ ] 부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가 첨가한 것임.
* 각주는 역주임.
그리스 자본주의의 위기는 누구의 눈에도 자명하다. 자본가들은 민중을 가혹하게 쥐어짜는 경제정책이 실행되기를 바라지만, 노동자들은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미 내주었다. 2월 24일 24시간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양대 노조연맹의 투쟁명령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자본가와 노동자는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스 자본주의는 지금 역사적인 분기점에 서 있다. 2008년까지 국내총생산이 16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으나, [세계경제대공황으로 인해 2010년 현재] 두 해째의 “마이너스 성장”, 즉 축소재생산에 들어서고 있다. 국내총생산은 2009년에 -1.6% 하락했는데, 2010년에도 비슷한 수치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몇몇 유럽 나라에서는 경기회복 조짐 - 비록 취약하고 불안정하기는 해도 - 이 보이고 있지만, [세계 자본주의 위기의] 가장 약한 고리인 그리스 자본주의는 점점 더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그리스는 2009년도(2008년 9월에서 2009년 9월까지)에 제조업 생산이 24.5%나 가파르게 감소했다. 노동부 장관 안드레아스 롬베르도스는 작년 말 의회 발언에서, 올해 그리스의 투자가 2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실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2009년에 18만 6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이 급증하다
공식 실업률은 작년 10월 9.8%에서 한 달 후인 11월에는 10.6%로 올라갔다. 재작년의 실업률은 7.8%를 나타냈는데, 이로 볼 때 실업률은 2009년 내내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그리스에는 지금 실업자가 5십만 명을 훨씬 넘는다.
[5십만 명이라고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 수는 인구가 천백만 명을 조금 넘는 나라에서의 실업자 수이다. 그리스에서 실업자가 5십만 명이라는 것은 인구수가 영국이나 이탈리아 규모인 나라에서 실업자가 3백만 명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리스의 실업률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계속 감소해 왔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실업률이 갑작스럽게 가파른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이야기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노동부 장관은 최근 실업률이 머지않아 20%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실업자가 곱절로 늘어나 백만 명쯤 된다.
이번 자본주의의 위기는 그리스 자본주의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 자본주의의 주된 취약점은 생산 기반이 매우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전체 국내총생산 중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에도 이미 취약했었는데, 아래의 표가 보여주고 있듯이 최근 몇 년 동안,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등함에 따라, 현저하게 저하했다.
그리스 경제의 구조
GDP 중의 비율 1984-85 1994-95 2003-04
농업 13.5 10.7 6.9
제조업 30.5 24.4 23.8
서비스업 56.0 65.0 69.3
그리스 자본주의의 또 다른 취약점은 국가에 대한 과중한 의존이다. 그리스 부르주아지들은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들의 한결 강력하고 힘 있는 민족 부르주아지들보다 훨씬 늦게 발달했다. 이런 후진적 성격으로 인해, 그리스 자본주의에서는 민간 자본이 국가로부터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받는 것이 만성화되어 있다.
그리스 경제는 최근까지 계속 확장해 왔지만, 이 성장이 무엇에 기초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전통적으로 그리스는 ‘신용에 의한 지출’의 수준이 낮았었는데, 근자의 호황기 동안에 모든 수준에서 대규모의 신용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양상이 극적으로 변했다. 2003년서부터, 신용에 의거한 소비자 지출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2003년 소비자 신용의 전면 자유화와 더불어 소매-대출이 개시되었는데, [전체 대출 가운데서] 그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은행권(圈)은 영국과 미국 같은 나라들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있었는데, [이 가르침에 따라] 신용카드 대부와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개인들의 신용도를 수집하기 위해 데이터 뱅크가 설립되었다.
그 당시 중앙은행인 그리스은행의 부행장 파나이오티스 토모폴로스는, “그리스는 국내총생산 대비 소비자 신용의 비율에 있어서 유럽 평균의 55%에 불과해서 아직 여지가 있다. 소비자 신용이 적어도 20%는 성장할 여유가 있다.”고 자랑했다. 가계의 신용 이용 수준이 그와 같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기 때문에 가계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였다. 알파은행은 2003년에 국내총생산 대비 주택담보대출의 비율이 유로-존 전체 차원에서 32%임에 비해 그리스에서는 17%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를 공표했다. 이 자료 역시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낮기 때문에 더 많이 대출할 여지가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이 신용완화 정책이 호황에 기여한 중요한 한 요소였다. 그 밖에 유럽연합 원조와 정부 지출과 같은 다른 요인들도 작용했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전후로 한 시기에 대규모 자금이 공급되었는데, 그 자금의 대부분은 70억 유로 이상을 지출한 중앙정부로부터 제공되었다.
그런데 이제 그동안 경제성장의 두 가지 원천(源泉) 역할을 하던 국가 지출과 은행 신용이 말라붙어 버렸다. 그것들은 실질적 허용 가능성의 한계를 이미 넘어버렸다. 은행들은 위기에 빠져 있고, 국가는 과중한 채무에 허덕이고 있다.
채무 급증
재정 적자는 2009년 하반기 동안 국내총생산의 6.2%에서 12.7%로 극적으로 늘었다. 단 여섯 달 만에 곱절이 된 것이다. 다음 세 가지 요인이 이런 갑작스런 채무 급증을 가져왔다. 첫째, 경기후퇴의 여파로 조세수입이 감소했다. 그리스에서는 탈세가 만성화되어 조세수입이 적었는데, 여기에 경기후퇴의 여파까지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그리스 정부는 한동안 국가채무와 정부지출의 실(實)규모를 유럽연합에 숨겨왔다. 이는 유럽연합으로부터의 자금 융통을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주지하듯이 그런 꼼수는 이제 완전히 반대의 효과를 낳고 있다. 그리고 셋째, 작년에 물러난 신민주당1) 정부는 선거에 이겨 계속 집권하기 위해, 예를 들면 임시직 노동자 문제와 같은 이슈들에 관한 이른바 “노동 개혁” 문제는 지연시키면서, 정말로 돈을 써야 야 할 곳이 아닌 데 돈을 마구 썼다. 그 결과 국가 채무가 급격하게 늘어나서 지금 현재 공식적으로는 112.7%이지만, 실제로는 120%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그리스가 앓고 있는 지금의 위기를 잘 설명해 준다. 그런데 이 위기는 [그리스에 그치지 않고] 유로-존 지역 전체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스 부르주아지와 유럽연합 집행위원들은 재정적자 비율과 국가부채 수준 - 다른 유럽연합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높은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특히 영국이 그렇다 - 때문이라기보다 그리스 경제의 암울한 전망 때문에 몹시 염려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전 지구적 위기는 어느 나라가 세계시장에서 버텨낼 힘을 갖고 있는지, 즉 어느 나라가 세계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게 해 줄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를 드러내 주고 있다. 그리스의 임금은 대부분의 유로-존 지역 나라들에 비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경쟁력은 그로 인해 높아지기는커녕 실제로는 사라져 버렸다. 이는 그리스 부르주아지의 기생적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그들은 생산설비 및 기술에 응분의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생산물 단위당 노동 비용은 지난 십년 사이에 그리스보다 훨씬 더 고임금인 독일에 비해 30% 상승했다. 그 이유는 평균적인 독일 노동자가 훨씬 더 발달된 기술과 기계를 가지고 일함으로써 그리스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 노동자의 하루 임금이 그리스에 비해 더 높을지라도 독일 노동자의 하루 생산량은 그리스 같은 나라보다 훨씬 많다.
진정성 있는 부르주아지는 그리스가 - 경쟁국들보다 갈수록 더 뒤처지고 있기 때문에 - 자신의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고, 채무를 오히려 더 늘려감으로써, 결국 채무 불이행 국가로 전락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올해 유로-존 지역 16개 나라 가운데 13개국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감독 하에 놓일 것인데, 이 나라들 가운데 그리스는 유럽연합 관리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국가다.
국제 부르주아지와 그리스 부르주아지는 아일랜드에서 실시된 것과 같은 대대적 공공지출 삭감을 단행하도록 그리스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그리스에서 아일랜드의 예를 끊임없이 들먹인다. 그러나 그들이 편의적으로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일랜드가 “신자유주의” 경제의 모델로 간주되었다는 사실이다.
그와 같이 신자유주의 경제의 모델 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또한 지금 매우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 있고, 강도 높은 재정지출 삭감을 실행해야 하는 형편에 처해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그리스 은행들은 접근하기 쉽고 저렴한 비용으로 신용을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이제 그리스 은행권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날 그리스 은행들은 동유럽과 터키에 많이 투자했다. 그러나 이렇게 투자했던 리투아니아와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들이 경제위기에 처함으로 인해 그리스 은행들의 수익이 곤두박질쳐 버렸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선 참패로 사임한 신민주당의 지도자
1년 전 카라만리스가 이끈 신민주당은 은행들에 2백8십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지원금의 일부는 현금으로 제공되었고, 일부는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정부가 보증해 주는 것, 즉 은행의 사적 채무를 정부의 공적 채무로 전환해주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그리스 경제는 지금 사실상 영속적인 불황 상태에 직면해 있다. 진정성 있는 부르주아 분석가들은 이 상황을 지금껏 일본이 직면해 온 [장기복합] 불황에 견주고 있다.
상당수의 그리스 가구들은 근래에 계속 빚을 끌어대서 간신히 가계를 꾸려가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이들 가운데 많은 수가 개인파산 상태에 처할 것이다. 또한 그 다음으로 다수의 소기업들이 부도에 직면할 것이다. 이와 같이 가계와 기업의 채무가 변제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은행들은 더욱 심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2009년 당시에 그리스의 은행들은 유럽 중앙은행으로부터 1%에 가까운 낮은 이자로 대부를 받은 다음 이를 그리스 국내에서 4%의 높은 이자로 가계와 기업에 대부해 주었다. 이는 그리스 은행들의 극도로 기생적인 성격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들은 거저나 다름없는 저금리로 돈을 빌려서 몇 배의 고금리로 손쉽게 수익을 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번 이윤으로 고객들에 대한 대출을 늘려주기는커녕 예전에 누적되었던 적자를 줄이는 데 그 돈을 썼다.
은행들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제공한 여타 유럽 나라들과 비슷하게, 그리스에서도 은행들에 투입된 거액의 공적 자금은 은행들로 하여금 주택담보대출을 더 용이하게 제공하도록 하는 유인(誘因)으로 되지 않았다. 실제로 신용은 2009년 6월에 전년 대비 7.9% 감소했다. 이런 대출 축소는 소기업과 가계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작년 말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유럽 중앙은행의 트리셰 총재가 그리스에 대한 대부 한도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때였다. 이 발표가 그리스 금융시스템에 현재의 악몽 시나리오를 가져왔다.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그리스의 어떤 주요 은행이든 부도날 수 있고, 그 경우 정부는 지난번처럼 대규모로 구제금융을 제공할 형편이 못 된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부르주아지들에게 허용된 유일한 선택지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와 임금동결 등 근로조건 개악과 더불어 [일반 국민들에 대한] 사회복지 지출의 대규모 삭감을 병행하는 것, 이른바 “충격요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신민주당의 위기
신민주당의 위기는 그리스 부르주아지들에게 커다란 정치적 문제를 안겨 주고 있다. 작년 10월 총선에서 보수적인 신민주당을 패배하도록 만든 것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그리스 자본주의의 깊은 위기다. 그것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다. 신민주당은 겨우 32.3%만 득표하여 1974년 창당 이래 최대의 패배를 기록했다.
그 패배는 신민주당에 커다란 내부 위기를 야기했으며, 카라만리스 당 총재가 사임함에 따라 극심한 당권 투쟁이 발생했다. 두 주요 경쟁자는 도라 바코얀니와 안도니스 사마라스다. 바코얀니는 전 수상 미초타키스의 딸이고, 전 외무장관이다. 사마라스는 1990년대에 신민주당의 분당을 주도했고, 그로 말미암아 1993년에 당시의 미초타키스 정부가 붕괴했다. 그는 1990년대 말에 신민주당에 복당했다.
경합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여론조사는 바코얀니가 신민주당을 이끌 경우, 앞으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는 바코얀니가 미 제국주의, 물러난 카라만리스 정부의 정책 및 국내의 부르주아 엘리트들에게 전적으로 동조하는 입장이고, 그리스 사회에서 매우 인기 없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반면, 사마라스는 지도부에 대한 반항자의 이미지를 띠고 있고, “마케도니아”2) 문제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처럼 애국주의적 수사를 구사하는 대중영합주의자다. 이는 대중의 관심을 진정으로 중요한 사회문제로부터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그리스의 우익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법이다. 지금도 그리스 사람들은 마케도니아가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을 쓸 수 없으며, ‘전 유고슬라브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으로 불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 이유는 그리스의 북부 지방도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을 쓰고 있기 때문에, 마케도니아가 [현재와 같은 이름을 계속 쓸 경우] 그리스 북부로 영토를 확장할 야심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작고 약한 마케도니아가 그리스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관념은 매우 어이없지만, 이 관념은 그리스인들을 두렵게 하고 민족주의를 선동하기 위한 도구로 부르주아지의 창고에 상비되어 있다.
그리스 부르주아지의 문제는, 그 계급의 직접적인 정치적 대표자인 신민주당이 지난번의 집권 시기에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르주아지의 한 분파는 신민주당이 앞으로 제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 그 이미지를 일신하고 새로운 면모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여기에 바코얀니가 미초타키스 가문이 연루되었던 지멘스 스캔들에 깊숙이 연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문제도 덧붙여져 있다. 독일 기업 지멘스는 정부조달 계약을 따내려고 그리스 관리들에게 1억 유로의 뇌물을 바쳤다고 한다.
이 모든 문제를 고려할 때, 사마라스가 당의 사회적 기반을 단결시키고 우익의 투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중적 지도자로 간주되었다.
그리하여 신민주당이 치른 당 총재 공개 예비선거3)에서 사마라스가 52%, 바코얀니가 39%를 얻었으며, 소미아디스가 3위를 기록했다. 소미아디스는 대(大) 살로니키(Greater Saloniki)의 시장으로 당의 극우파를 대표한다.
부르주아지들은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당이 더 강력해질 것으로 희망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좋은 결과였다. 실제로 2009년 말의 여론조사에서 신민주당이 사회당(PASOK)4)에 불과 10%밖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얼마간 회복했다. 이는 총선 직후에 신민주당이 사회당에 20%나 뒤처졌던 것과 대비된다. 사마라스는 지금 우익 유권자들을 뭉치게 하려고 분투하고 있으며, 의회에서의 협력을 위해 카라차페리스가 이끄는 극우 민중그리스정교회회복(LAOS) 당에 호소할 가능성도 있다.
새 사회당 정부의 딜레마
우익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선거에서 대승을 한 것은 사회당이었다. 그러나 새 파판드루 정부는 시미티스가 이끈 예전 사회당 정부와 매우 다르다. 시미티스는 호황이 정점에 달해 있고 계급투쟁이 상대적으로 진정되어 있던 시기에 통치했다. 그는 2001년을 제외하고는 파업 회수가 줄어들던 시기에 통치했다. 지금 그리스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은 그때와는 매우 다르다.
게오르게 파판드루, 그리스 수상
2001년으로 돌아가 보면, 총파업 이후 시미티스는 자신이 추진한 [반(反)노동 공격인] 연금개혁과 여타 사회복지 개혁을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황 덕분에 그는 사회복지에 대한 몇몇 공격계획을 늦출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인 지금 새 사회당 정부는 지난번에 비해 운신의 폭이 훨씬 좁다. 지배계급은 경제성장이 없는 시기임을 배경으로 새 사회당 정부에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그리스 노동조합과 청년들은 운동성을 회복하는 중에 있고 다시 각성하고 있다.
2004년 이래, 신민주당 정부 하에서 11번의 총파업이 있었다. 그 중 3개는 매우 대규모였다. 대학과 중고등학교에서 수많은 학생데모가 있었고, 이러한 학생데모는 2008년 12월 경찰이 한 중학생을 살해한 후 준-폭동적인 폭발로 그 절정에 달했다. 우리는 그때 그 운동의 가장 적극적인 주인공들인 중고등학생들의 용기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러한 상황이므로 파판드루 수상은 자신이 신중하게 행보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집권 첫 두 달 동안 그는 그리스 국내외 부르주아지들로부터 가해지는 압력을 무시하려고 애썼다. 그는 [현 경제위기에 대한 부담을] 가난한 사람과 연금생활자들이 아니라 부자들이 지불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했다. 이는 그가 기층 민중들로부터 받고 있는 거대한 압력을 반영한 것이었다. 즉 그것은 현재의 위기로 인해 가장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노동자계급, 그래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서 통치할 정부를 원하였기에 사회당에 투표를 한 수백만 노동자계급 가구들로부터의 거대한 압력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도입한 첫 조치의 하나는, 연금생활자와 실업자에게 3백~8백 유로의 소액 보조금을 지급하고 또한 부자와 사기업들에게 특별세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이는 올해에만 적용되는 일회성 세금으로서 정부에 3억 유로라는 소액의 세입을 가져다주었다. 이것은 부르주아지가 파판드루에게 기대했던 것이 분명 아니었다.
이와 같은 파판드루의 모순적인 행보는 밑으로부터의 압력, 즉 그의 당의 사회적 기반인 노동자계급의 압력을 반영한 것이었다. 사회당 정부에 가해지고 있는 이와 같이 상충하는 계급 압력들의 사례로는 재무장관 파파콘스탄티누가 한 달에 2천 유로 이상을 버는 모든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사회당 국회의원들의 지도자인 파푸치스가 공개적으로 이에 반대했고, 정부는 이를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리스 부르주아지와 국제 부르주아지가 재차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결국 2009년 12월 중순, 시장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여타 조치들과 함께, 공공부문의 임금동결이 최종 공표되었다.
이 모든 것에 앞서 - 그리고 더욱 강하게 압력을 가하고자 - 신용평가기관들이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A에서 B로 강등했다. 이는 그리스가 차입하는 금융의 비용을 더 비싸게 만드는 효과를 가지는 것이었다. 즉 이렇게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해외에서 차입할 때 그리스는 2-3% 더 높은 이자율로 빌려야 하며, 이에 따라 실제로 대외 부채 금액을 한층 더 키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반면, 은행들은 이와 같은 사태가 손쉽게 수익을 벌 기회를 확실하게 잠식하고 있음으로 인해 이 압박을 한층 더 심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외부의 압력이 파판드루를 또 한번 방향전환으로 내몰았다. 그는 원래의 공공부문 임금동결 제안에다 의료와 교육 분야를 제외한 분야에서 신규직원 채용을 동결하는 것까지 추가 제안하는 것으로 더욱 나아갔다. 그런데 그리스에서 오늘날 대부분의 공공부문 고용은 다름 아닌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 역시 부르주아지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그들은 파판드루가 이 제안으로 자기들을 속이고 있다고 간주했다! 그들은 실제로 이것을 “농담”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파판드루는 부르주아지를 달래기 위한 시도로서, [선거 공약과 달리] 몇 가지 추가 사유화 조치를 또 발표했다. 그런데 재선되기 전에 그는 ‘올림픽 항공’과 ‘OTE’(전기통신회사)의 재국유화를 약속했었다. 그와 동시에, 노동자들을 달래기 위해 그는 은행가들의 보너스에 90%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것이 그리스 부르주아 정론지의 하나인 ‘카치메리니’의 분노를 샀다. 이 언론은 그를 “대중영합주의”를 꾀한다고 비난했는데, 그렇게 규정하는 이유는 부자에게 세금을 매기는 것은 경제위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르주아 대중매체의 압력이 끊임없이 가해지고 있다. 그들은 파판드루에게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하면서 계속 포화를 퍼붓고 있다. 파판드루는 이 요구에 굴복하여 그리스 사회보장제도의 급진적인 변화를 공표했고, 군사독재자 피노체트 하의 칠레에서 도입되었던 것과 유사한 제도를 택했다. 그 계획은 모든 국민에게 소액의 최소 연금을 보장하고, 나머지는 필요한 금액은 노동자들이 사적 연금 펀드에 가입해서 충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개혁이 연금을 삭감하고 은퇴 연령을 높이는 [그래서 최초 연금 수령 연령이 높아지게 하는] 계획과 보조를 맞추어 추진되고 있다.
집권 직후부터 - 실제로는 선거 이전부터 - 파판드루는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타협하려고 했고, 모든 사람의 비위를 다 맞추려고 들었다. 그러나 그리스 자본주의는 한가하게 허비할 시간이 없다. 국가재정의 적자 상태를 볼 때 국가는 지출을 삭감하고, 삭감하고, 삭감해야 한다.
그리스는 지금 채무불이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동안 유럽연합은 국제통화기금이 유로-존 지역의 일부로 뚫고 들어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오직 그것을 위해서만 각 나라에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압력은 무자비하다. [이렇게 볼 때 친-노동적으로 보이는] 파판드루의 초기 조치들은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 즉 사회복지에 대한 한층 더 큰 공격의 서막에 불과했다.
사회당이 서로 다른 방향들로 잡아당겨질 수 있다는 것을 파판드루는 잘 알고 있다. 이미 정부 내에 뚜렷한 분열 조짐이 있다. 두 개의 큰 분파가 있다. 하나는 더 많은 삭감을 요구하는 공공연한 “신자유주의” 분파로서, 이들을 대표하는 파파콘스탄티누와 판갈로스(부수상) 주변에 결집해 있다. 다른 한 분파는 은행들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고 빈민과 채무자들에게 더 큰 구제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분파로서, 경제성장부(전 무역-상업부) 장관 노라 카첼리 주변에 결집해 있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에 대한 압력
파판드루는 두 분파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려고 한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이들 두 분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두 분파 모두 “시장”을 지지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현 단계로서는 당 내에 아직 진정한 좌익 반대파가 없다. 그것은 차후에나 나타날 것인데, 처음에는 노동조합 분파에서 즉 노동총연맹(GSEC)5)과 공공노조연맹ADEDY)6) 내부에 있는 사회당 정파7)에서 출현할 것이다.
사회당과 연결된 노조 지도자들은 최근까지 계속 평조합원들을 억누르려 애쓰고 있었다. 이를테면 지난번에 공공부문에 대파업이 벌어지는 동안 공공노조연맹은 더 이상 밑으로부터의 압력을 억누를 수 없었던 반면, 노동총연맹의 지도자들은 자기 조합원들에게 총파업을 명령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밑으로부터의 압력에 밀려서, 그리고 노동자들에 대한 총자본의 대공세 때문에, 노조 지도자들은 “대화 테이블”을 포기하고 2월 24일 24시간 총파업을 명령하도록 강제되었다.
파판드루가 당선된 이래, 그에 대한 그리스 노동자계급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투표를 통해 그를 선출한 것이 노동자계급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으로서는 집권 초에는 그가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들은 파판드루를 적이 아니라 “친구”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시일이 흐름에 따라, 그리고 파판드루의 정책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가 점차 밝혀짐에 따라 노동자계급 가운데 영향력 있는 중요한 층위들은 급속히 이러한 환상에서 벗어나고 있다.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래 노동자계급 대중이 충격과 공포 상태에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량해고는 공포심을, 실직에 대한 두려움을 조성했다. 이 두려움은 지도부 잘못 때문에 더 심해졌는데, 지도부가 아무 대안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리스에서 “전통 좌파”라 불리는 사람들, 즉 공산주의 전통을 이어받은 정당들인 그리스 공산당(KKE)과 연합(SYN)8)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 두 정당의 득표수를 합산하면 12%가 넘는데, 이는 노동자계급과 청년들의 상당한 층위가 총선 이전부터 이미 사회당 정부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이 두 좌파정당의 경우에도 역시] 그 지도부들 은 노동자계급에게 진정한 대안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는 점이다.
노조 지도부 역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그들은 사회당 정부의 정책에 대해 아무런 설득력 있는 대안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그 점을 사회보장 “개혁” 문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부 공격에도 불구하고, 노동총연맹 의장 파나고풀로스와 공공노조연맹 의장 파파스피루스는 모두 정부와 모든 문제에 대해 “공동의 해결책”을 찾는 “대화”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상황의 압력은 공공노조연맹 지도자들로 하여금 2월 11일 총파업을 소집하도록 강제했다.
정부는 앞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돈이 4년 치 밖에 없다고 하며 민중을 협박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진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언제나 수많은 사기업들이 사회보장기금에 납부할 돈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리스 기업 전체 가운데 30%가 사회보장기금에 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지하경제에서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로-존 지역에서 탈세 수준은 일반적으로 5~8%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만약 지하경제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이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보장 세금을 납부한다면, 사회보장기금이 그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필요한 것은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노동자 통제다. 그것이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길이다. 그런데 이렇게 진취적으로 요구하는 대신에, 노조 지도자들은 만사를 오로지 은퇴 연령이 얼마나 높아져야 하는지, 연금이 얼마나 삭감돼야 하는지에 대해 정부와 협상하는 데 한정시키려 했다!
급진화 되고 있는 노동자계급
이 모든 사태는 처음에는 노동운동 내에 혼란과 일정한 마비를 조성했다. 하지만 이제 벌써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 전환은 “실습(stage)” 노동자들9)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근로 체험”을 위한 유럽연합의 특별 “실습” 프로그램에 의해 제공된 기금으로 급여를 지불받은 노동자들). 이들은 주로 정규 고용계약 없이 또는 일체의 권리 없이 정규직의 절반 임금을 받고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청년 노동자들이다.
사회당 정부의 공격에 의해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분야가 바로 이곳이었다. 그들은 실제로 모두 해고되었다! 이 해고는 2만5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대파업(및 3개의 대시위)를 촉발했다. 그들은 그 후 다른 부문들과 연계를 시도했다. 놀랍게도, 노조 지도자들의 초기 반응은 그 문제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며 노동자들은 해고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008년 12월 10일 아테네의 총파업
또한 중국 기업 코스코(COSCO)에 팔린 피레우스 부두의 사유화에 맞선 부두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다. 총선 전에 사회당 지도부는 이 사유화를 번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선된 뒤로는 그 약속을 저버렸다. 부두 노동자들의 파업은 너무 일찍 터졌고 또 지도부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패배했다.
이 모두가 노동자계급 안에 혼란을 빚어냈고, 정부에 대해 일종의 “관망하는” 태도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자들이 오래 기다릴 처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들은 벌써 희생할 만큼 희생했고, 이제 더 이상 희생할 여유가 없다.
이것이 노동자계급과 특히 청년층 가운데 영향력 있는 층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냈다. 상당히 많은 노동자들의 의식에서 분명한 좌선회가 있었다. 그 분위기는 2008년 12월에 뚜렷이 드러났고, 지금 다시 표출되고 있다.
청년층의 이와 같은 급진적인 분위기는 그들의 투표 패턴에 표현되고 있다. 18~25세 청년 가운데 25%가 그리스 공산당과 ‘연합’에 투표했는데, 이는 이 두 정당에 대한 전체 인구의 지지 수준의 두 배를 넘는다. 또 위와 같은 연령의 청년들 가운데서 17%만이 신민주당에 투표했는데, 이는 신민주당이 전체 인구로부터 받은 득표 수준의 절반 남짓이다.
작년 11월 말에 ‘카치메리니’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미, 그리스인의 46%가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18~34세 인구의 21~26%가 “혁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표했다. 또 모든 연령 집단의 60~65%가 “철저한 사회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표했다.
이는 그 동안의 의식의 변화가 얼마나 깊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대중의 의식변화는 좌파 지도부 구성에 아직 충분히 반영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좌파의 이러한 지도력의 위기 때문에 청년층 가운데 일부가 극좌파 주변으로 견인되고 있고, 무정부주의 분위기가 얼마쯤 유행하고 있다. ‘비마(Vima)’ 지는 12월 초에 발행된 한 기사에서, 경찰보고서를 전거(典據)로 하여 2008년 12월까지 아테네의 무정부주의자가 8백 명이었지만 이제 2천~2천5백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제로 작년에 1973년 폴리테크닉 대학생들의 대량학살을 기념하는 11.17 연례 집회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은 청년공산주의자(KNE) 깃발 뒤에 모인 2천5백 명 다음으로 대규모의 인원을 동원했다. 이 사실들은 청년들의 급진화 수준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들이다. 개량주의자들이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청년층의 일부는 실천적, “직접적 행동”이라는 길을 추구하게 된다. 이 때문에 무정부주의자들이 이 단계에서 청년들의 일부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카치메리니’지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4%가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공언하고 있고, 또 다른 4%는 자신을 반(反)권위주의자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개량주의의 위기를 반영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청년층 일부의 경이로운 혁명적인 잠재력이 무정부주의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끌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맑스주의자가 개입하여 무정부주의와 개량주의라는 두 개의 막다른 골목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들이다. 노동운동과 전체 노동자계급이 상황에 개입해 들어감에 따라 극좌파의 한계는 점차 분명해질 것이다.
유럽연합과 그리스 부르주아지들로부터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파판드루는 사회복지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것을 포함한 내핍 조치들을 발표했다. 이것이 2월 11일의 부분 총파업을 촉발했다. 그것이 ‘부분적’인 것은 노조운동 전체에 의해 소집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공공노조연맹은 공공부문의 파업을 소집했다. 이 공공부문은 자본의 공격의 예봉이 온통 겨누어진 부문이다. 그러나 노동총연맹 내의 공산당계 정파조직인 전노동자투쟁전선(PAME)도 그 파업명령에 서명했다. 이 서명은 그리스 전역에 걸쳐 대규모 집회들이 조직되는 것과 같은 심대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이미 살펴보았듯이, 노동총연맹 내 사회당계 정파인 내셔널데이 노동자 노동조합운동(PASKE)10)의 지도자들은 당시에 사회당 소속 노동조합 활동가로서의 자신들의 권위를 이용하여 노동자들의 행동을 말리고자 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분노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노조 지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세금 부과 방식의 변경에 항의하는 택시 운전사들의 파업도 일어났다. 세관원들이 임금 삭감 조치에 항의하는 파업을 벌였다. 공무원들도 이달 초 임금동결에 항의하는 대파업에 참여했다. 어제 재무부 장관 파파콘스탄티누는 파업 중인 정부고용 노동자들이 재무부 건물 바깥에서 피켓 시위를 하였기 때문에 자기 집무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같은 장소에서 최근 사유화된 ‘올림픽 항공’의 해고 노동자들도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한편, 정부의 긴축조치들이 파업을 더욱 촉발하고 있다. 세관원들은 어제 48시간 파업을 끝냈지만, 다음 주에 더욱 긴 시간의 파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런 고양 기류는 노동총연맹 지도부가 다음 주 수요일인 2월 24일 24시간 총파업을 명령함으로써 최고조에 이르렀다. 노동총연맹 지도자들이 마침내 총파업 명령을 내리도록 강제되었다는 사실은 밑으로부터의 압력이 얼마나 강력해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극좌파 전술
이제 운동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노동총연맹 안의 공산당 계 정파인 전노동자투쟁전선(PAME)의 지도자들이 터무니없는 행동을 벌여 통일된 노동자계급 운동의 건설을 그르쳤다. 그들은 한동안 “제3시기”11) 유형의 극좌파 소란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행동을 했다. 공산당 정파인 전노동자투쟁전선(PAME)의 지도부는 아무런 참된 대안을 제출하지 못하면서, 이를 감추기 위해 일종의 “혁명 체조”를 벌여왔던 것이다.
작년 12월 16일 그들은 그들만의 “총파업”을 소집했다. 그들은 노동총연맹 내 사회당 정파인 내셔널데이 노동자 노동조합운동(PASKE) 노동자들에게 파업에 함께하자고 촉구하지 않았다. 총파업을 위한 아무런 준비도 없었고, 노동자들을 확신시킬 아무런 캠페인도 없었으며,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아무런 총파업 결의도 없었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공산당 파업이었고, 명백히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는 당-파업이었다. 그들은 처음에 공산당 기관지인 ‘리초파스티스’에 이 파업을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심지어 ‘연합’계 조합원들까지 “사회당 정파인 내셔널데이 노동자 노동조합운동(PASKE)과 아주 똑같다”고 매도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따돌리려 했다.
노동자 대다수가 사회당에 투표했고, 그들이 “자신들의 정부”에 맞서는 것으로 여기는 파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그들의 정부”가 무엇을 내놓을지를 관망하고 있었다. 작년 11월 24일에 이미, 파업 소집에 대한 또 하나의 분파주의적 접근이 있었다. 노동총연맹 안의 공산당 정파인 전노동자투쟁전선(PAME)의 파업과 시위가 있었는데, 너무 규모가 작았던 것으로 보아 공산당 당원들조차 모두 참여한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
12월 16일 파업에서는 심지어 좌파들 간에 분열도 일어났다. 노동총연맹 내부의 공산당 정파인 전노동자투쟁전선(PAME), ‘연합’ 정파 및 다양한 좌파 소그룹들은 모두 각자의 집회를 따로 조직했다. 이는 사회당계 노동자들에게 좌파에게 진정성 있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최선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모든 한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노조연맹이 노동총연맹 내 공산당 정파인 전노동자투쟁전선(PAME)과 함께 최근에 있은 2월 16일의 총파업을 조직하게 된 것은 순전히 상황이 가한 압력 덕분이다. 그리고 이제 노동총연맹 내의 사회당 정파인 내셔널데이 노동자 노동조합운동(PASKE) 지도자들도 마침내 파업명령을 발동하도록 강제되었다.
공산당의 상황
그리스 공산당의 노동조합 전선 부문에서 채택한 이 극좌파 전술들은 공산당 자체 내부에서도 몇몇 내부 비판을 초래했다. 이는 공산당의 기관지와 웹사이트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공개토론하는 형태로 표출되었다. 또한 작년에는 훨씬 공개적인 ‘당 대회 전 예비대화’가 있었다. 이는 공산당으로서는 변신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변신은 또한 한편으로 당으로부터의 제명이 늘어나는 것도 설명해 주고, 다른 한편으로 노동총연맹 내의 공산당 정파조직인 전노동자투쟁전선(PAME)이 극좌적 노조전술을 쓰는 것도 설명해 준다. 하지만 이것은 레닌의 통일전선 전술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렇기는커녕 그것은 코민테른 ‘제3시기’로 알려진 스탈린 치하의 1920년대 말에 있었던 극좌적 방향전환과 훨씬 더 많이 관련되어 있다.
당 지도부는 자신들의 기회주의를 은폐하려고, 지난 당 대회에서 1930년대의 모스크바 재판을 정당화하면서, 당이 스탈린주의 고수를 재확인하도록 밀어붙였다. 이 모두는 현실의 객관적 상황에서 오는 영향으로부터 당의 일반 당원들을 격리시키려는 시도였다. 그들은 스탈린주의 깃발을 들고 그 뒤에 숨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스탈린주의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이 곧 그들이 의연히 공산주의 이념에 충성을 바치고 있음을 뜻한다는 것을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그리스는 오랜 공산주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74년 이전에 그리스 노동자계급의 주된 정당은 그리스 공산당이었다. 오늘날까지 그 청년 부문인 ‘청년공산주의자(KNE)’는 그리스에서 최대의 좌파 청년조직이다. 하지만 이는 당 지도자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렇게 청년들의 숫자가 많게 되다 보면, 불가피하게 객관적 상황으로부터의 점증하는 압력이 당 안으로 끌어들여지기 때문이다. 이에, 당 지도자들은 그들 자신의 한계를 은폐하기 위해 스탈린과 스탈린주의에 대해 충성을 표명하는 것을 통해 자신들을 좌파로 치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러한 방법으로는 지난날에도 밑에서 밀고 올라오는 지도부에 대한 거센 반대를 막을 수 없었으며, 심지어 ‘청년공산주의자’ 내부에서 출현하는 반대 조류는 물론 균열조차도 다 막아낼 수 없었다. 이로 미루어 현 정세 하에서 수천 명의 공산주의 노동자들과 청년들이 레닌과 혁명적 맑스주의의 진정한 이념을 추구함에 따라, 지도부에 대한 반대가 다시 한번 커지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연합(SYN)
그리스 공산당 지도부의 이와 같이 경직된 스탈린주의 고수와 노동조합 전선에서의 극좌주의야말로 ‘연합(SYN)’이 왜 존재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연합’은 과거에 그리스 공산당의 분열에서 생겨났다. ‘연합’은 원래 두 개의 그리스 공산주의 정당을 한데 모은 1980년대 말의 선거연합체였다. 그 하나는 친소 ‘그리스 공산당(KKE)’이었고, 다른 하나는 유로코뮤니스트 공산당(Interior)의 계승자인 ‘그리스 좌파(Greek Left)’였다. 그런데 소련 붕괴 이후 그리스 공산당의 공공연한 스탈린주의 분파는 당으로부터 모든 여타 조류들을 숙청했고, ‘그리스 좌파’와의 선거연합을 깨고 떨어져 나갔다.
그 이후 사회당의 왼쪽에는 두 개의 정당, 즉 그리스 공산당과 ‘연합’이 존재하게 되었다. ‘연합’은 훨씬 더 공개적인 정당이어서 반대 의견을 표현할 자유가 훨씬 더 많다. ‘연합’은 정식명칭이 ‘급진좌파연합(SYRIZA)’으로 알려진 선거전선체를 꾸렸는데, 그 안에는 가지각색의 좌파 그룹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그 선거전선체의 대부분은 ‘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객관적 상황의 압력은 이 정당 안에 공개적인 좌우 갈등을 빚어냈다. 우파는 사회당과의 동맹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고, 당의 해산까지도 지지한다. 반면 좌파는 이에 반대하고 있고, 사태의 전개에 강하게 영향 받으면서 좀 더 왼쪽으로 이동되었다.
알레코스 알라바노스가 당 의장으로 선출된 2004년에, 처음으로 당의 좌파가 당권을 잡았다. 2008년에 그는 다시 당 좌파 출신인 알렉시스 치프라스로 교체되었다. 그러나 당 우파가 당을 더 오른쪽으로 끌고 가려고 함으로써 항상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급진좌파연합’을 정당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치프라스는 과거에 이 방안을 옹호했고, 심지어 모든 좌파 그룹들에게 당 내부에서 [일종의 의견그룹인] ‘경향’(tendency)을 조직할 권리가 보장된 단일 정당을 만들자는 공개적인 요청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는 당의 우파에 맞선 투쟁의 일부이다. 당의 우파는 그 숫자는 매우 적지만, ‘급진좌파연합’ 소속 의원 총 13명 중 5명의 의원을 거느리고 있어서 의원단 내부에서 큰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
작년 10월 총선 전에 ‘연합’의 우파는 분당해서 사회당과 동맹을 맺으려고 움직임으로써 커다란 소란을 일으켰다. 그들은 사회당이 의회 내에서 다수가 되려면 ‘급진좌파연합’의 우파 의원들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서 그러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사회당은 통치하기에 충분한 의석을 자력으로 확보했고, 분당 전망은 결국 얼마간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우파의 그런 기도는 공공연한 반당행위로 보였기 때문에, ‘연합’의 기층 당원들 내에는 우파에 대한 분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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