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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세(정치) |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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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승호 작성일08-05-31 00:00 조회1,6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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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으면?
          -국공립 대학의 등록금 문제


                            김 창 빈 (충북대 사회학과 학생)1)

  요즘 대학가에서 군대를 다녀온 남학생들이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후배들에게 술자리에서 종종 건네주는 덕담(?) 이 있다.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으면 졸업 후에 군대를 가라!” 얼핏 들었을 때는 무슨 연유로 그런 말을 하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왜 선배들은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할까? 등록금, 얼마나 올랐나 필자는 2001년도에 국립 충북대학교에 입학하였다. 국립대생 다수가 그러하듯이 나도 저렴한 등록금에 끌려 포항에서 멀고도 낯선 충북 청주에 유학을 왔다. 2년 뒤 해군에 입대하여 2006년에 학교로 돌아 왔다. 복학이 너무나 기뻤지만 그 감정은 불과 잠깐이었다. 등록금 고지서가 나를 낙담케 했다. 필자가 2001년에 낸 한 학기 등록금은 104만 1천원이었다. 올해 낸 돈은 175만 7천원이다. 군 복무기간과 그 전후의 공백기를 따지면 보통 3-4 년 뒤에 다시 등록금을 헌납하는데 그동안 등록금은 다락 같이 치솟는다. 그러니 졸업 후에 군대를 가야 ‘효자’가 되지 않겠는가?


날치기 등록금 협의회와 국립대 법인화

  대부분의 대학에서 1월이 되면 등록금 협의회가 열린다. 필자도 올 1월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의 신분으로 그 협의회에 참가하였다. 학생, 교수, 교직원으로 구성된 등록금 협의회는 겉으론 민주적인 틀을 갖추었지만 실제로는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 당국의 등록금 인상에 학생들이 동의했다’는 명분을 부여해주는 허울 뿐인 기구.

  등록금 협의회가 민주주의 장치로 기능하려면 협의체의 구성 및 운영, 그리고 협의 일정에 대해 미리 3자 간의 조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조율을 거치는 대학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게다가 학생 대표들은 학사 행정에 아무런 전문성도 없고 구체적인 자료를 볼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니 첫 1주 동안의 협의는 ‘자료를 달라’는 공방으로 흘려 보낸다. 대학 당국은 자료조차 건네주지 않고 차일피일하기 일쑤다. 사전협상에서 오갈 이야기를 본협상에서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신입생 등록금액 고시일 및 고지서 납부일이 코 앞에 닥쳐온다. 결국 ‘시간이 없다’고 을러대는 대학본부 앞에 학생 대표들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충북대는 올해 신입생과 재학생의 등록금을 차등 인상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앞에서 언급한 과정의 산물이다. 대학본부는 일정을 핑계 삼아 신입생 등록금은 수월하게 인상했다.

  대학 측은 학생들과 협의하려는 마음이 애시당초 없다. 각 대학이 1차 협의에서 제시하는 인상률을 보면 안다. 올해 1차 협상에서 충북대학교가 제시한 인상률은 40%이다. 터무니없는 인상률로 공방을 벌이다 보면 논의 마감 시한이 닥쳐 온다. 논의가 원활하지 못해 학생 측이 기자회견이나 집회와 같은 행동을 취하더라도 이미 일정은 학생 측에게 불리하다. 결국 인상률을 대충 절반으로 깎는 수준에서 마무리되게 되어있다. 합리적인 등록금 산정과 전혀 동떨어진 의사결정이 아닌가.

  국공립대학의 경우, 요즘 등록금 문제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국립대 법인화 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등록금 인상을 막는 것이 학내의 공방만으로도 얼마쯤 가능했다. 대학 측도 운동권 총학생회가 당선되었을 때는 얼마쯤 양보했다. 그러나 올해 등록금 협의 과정에서는 대학 측도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교섭위원으로 나온 한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으니 국립대 법인화 추진은 기정사실이고 그러니 법인화를 대비하려면 오히려 등록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대 수준의 예산을 따라 잡으려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제 학생들은 개별 대학과 대결하는 게 아니라 정부와 맞서야 한다! 그러니 ‘등록금 협의회’가 제 구실을 하려면 그 기구가 전국적으로 구성돼야 하지 않는가.

교육 공공성은 어디에?

  필자는 지금의 국공립대학 등록금도 감당하지 못해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뛰어드는 친구들을 숱하게 보았다. 필자도 정부 학자금 대출에 의존해서 학교를 다녔다. 비정규직 노동자인 학부모는 국공립대학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민중 교육권을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이 사회의 화두로 제출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미 김대중 노무현 두 정권이 신자유주의에 의거해 경쟁과 평가를 중시하는 시장주의적 교육정책을 펼쳐왔으며 교육비의 수익자 부담원칙을 더 강제했다. 이제 대학은 자본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학원으로 몰락해 버렸고 기초학문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무능한 학문으로 몰락했으며 대학생들은 토익과 공무원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2mb의 집권 덕분에 이 추세는 더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한나라당은 이미 대선 공약으로 국립대 법인화를 천명하였으며 지난 3월 20일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서 법인화 추진의 구체적 일정이 나왔다. 여건이 되는 곳부터 먼저 벌이겠단다!

등록금 상한제를 넘어

 요즘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국회 총선 덕분이다. 그러나 정작 대학생들의 외침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학생의 탈정치화 현상으로 설명한다. 그렇다. 과거의 민주화운동 세대에 비해 지금의 대학생들이 탈정치화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굳이 변명하자면, 지금의 대학생들이 프랑스의 대학생처럼 거리로 나서지 못하는 까닭은 그들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구조 때문이다. 졸업 후에도 놀고 있는 선배들, 공무원 시험 때문에 고속철도를 증편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비정규직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지금의 대학생들은 오직 자신의 개별적인 생존만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결국 이런 구조는 탈정치화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끊임없이 파편화된 개인을 양산해낸다. 게다가 자본에 종속된 대학이 이제 대학생들에게 기초학문에 대한 편견마저 심어주고 있다. 돈도 안 되는 학문, 졸업장만 따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이미 대학에 널리 퍼져있다.

  ‘88만원 세대’라는 책과 ‘20대에 독립해서 1억 만들기’라는 책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등록금 문제 그 이상이다. 교육권의 현주소를 전면적으로 살필 때다. 지금 촉발된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등록금 상한제>와 같은 최소의 요구를 넘어서서 무상교육 요구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유럽에서 실현된 무상교육을 경제 발전정도가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가 시행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2008.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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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은 체험에 토대한 소박한 연구서다. 현안을 다루었고 필자 발굴의 차원도 고려하여 싣는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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