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의 <정세와 투쟁방향>입니다.

국내정세(정치) | ‘6.8 고유가 대책’과 화물노동자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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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협 작성일08-06-30 00:00 조회1,5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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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정국 변화를 몰아온 촛불시위와 화물파업은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았다. 촛불 정국으로 각성된 운수노동자들이 미친소 저지투쟁에 동참해 나섰고, 마찬가지로 각성된 일반 대중들이 화물파업을 일찌감치 지지하고 나섰다. 두 운동 모두, 미조직 대중의 절박하고 진취적인 요구와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창의적인 운동 방식이 돋보이고, 여지껏의 민중운동이 보여준 도식적인 요구와 관성화된 운동 방식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지금의 정세는 급속하게 변화 발전하고 있어서 기존 운동이 이를 따라잡기도 여의치 않다. 누구도 정권 퇴진운동이 이렇게 빨리 터져 나올지, 예측하지 못했다. 이는 한국의 지배체제가 국민의 건강권을 내다 팔고 유가 상승을 그대로 방치하는 반민중적 성격을 더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우발적이거나 일회적으로 생겨난 사건이 아니다. 정부와 자본의 반격에 따라 저항운동의 고저와 진폭은 있겠으나 근본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한, 민중 항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화물파업도 다단계의 전근대적 물류체계가 변함없이 버텨온 가운데 97년 이후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 정책이 실패하여 모순이 거듭 쌓이고, 올해 들어서는 경유가마저 뛰어오름에 따라 대중적으로 터져 나왔다. 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전개한 일주일간의 위력적인 전국총파업은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와의 19% 인상 합의 등 20% 내외의 운송료 인상과 함께 정부의 6.17 화물운송시장 대책, 6.19 국토해양부의 2009년 표준요율(운임)제1)의 법제화 추진 성과를 내왔다. 그렇지만 유가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고 화물운송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제도개선도 아직은 ‘포괄적 약속’에 불과한 까닭에 앞으로 유가가 계속 치솟거나 제도개선 시행 과정에서 노자•노정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불거져 나올 경우 다시 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6.8 대책에 민생 안정도, 고유가 극복 방안도 없다





  정부는 6월 8일 고위 당정협의를 열어 ‘근로자·자영업자 등을 위한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하였다. 제3차 석유위기가 올 수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 고통분담, 근본 대책 병행’을 밝혔다지만 ‘국가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제한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고유가의 위기를 낳는 에너지산업의 왜곡된 가격결정과 소유지배 구조에는 손대지 않았다. 정유업계에게는 ‘가격인상 자제’를 호소할 뿐이었으니 고통분담에서 자본은 빠져나갔다. 정부도 건설자본의 안정된 재원으로 쓰이는 유류세제와 관련하여 면세유 지급이나 유류세율 대폭 인하 등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지 않았다.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은 1년에 한정하여 푼돈을 나눠준 것이니 그야말로 ‘약 올리기’에 불과하다. 유가 인상에 따른 물가인상 전부를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교통비 인상분을 보조하는 선에서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고작해야 연간 24만원만 지급받는다. 화물노동자들에게는 적자운행을 가져온 그동안의 유가 인상분에 대한 대책은 없이, 리터당 183원의 한도내에서 1,800원을 기준으로 상승분의 50%를 지급받고, 1톤 트럭의 생계형 운전자의 경우에는 겨우 연간 10만원만 지급받는다.



  대책을 살피기에 앞서, 지금 고유가가 한국경제와 국민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부터 알아보자. 우리는 세계 4위의 원유수입국이며 7위의 석유소비국이다. 지난해 국내 석유소비량은 7억 8천여만 배럴로서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수입이 78억 달러 이상 늘어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소비자 물가는 0.2% 상승하고, 실질성장률은 0.2% 하락한다. 정부는 유가가 170달러 이상 올라가면 추가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는데,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에도 유가상승이 계속돼 200달러에 이를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2.5%,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8.9%, 경상수지는 180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계하였다. 이쯤 되면 한나라당의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외환위기 직전’이라 말한 것이 결코 엄살이 아니다.

  현재의 고유가 추세는 중국, 인도 등의 수요 급증으로 인한 공급부족, 달러화 약세와 투기자본의 유입, 중동 지정학적 불안의 만성화 등 현 신자유주의 세계 자본축적체제의 구조적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전쟁과 혁명 등에 의한 감산과 수출 중단 등 국제정치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은 1,2차 오일쇼크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며 중장기적인 것이다. 이에 비추어 정부가 잉여세수를 활용한 한시적 대책으로 내놓은 ‘6.8 대책’은 너무나 뻔한 미봉책이다.



  민생을 도우려면 유류환급금이나 보조금 지급이 아니라 근본 대책을 세워 고물가의 원인인 고유가 자체를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의 유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AEA)가 26개 회원국들의 휘발유값을 비교한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터키와 노르웨이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다.

  그 원인은 한국의 높은 유류 세제와 정유산업의 민영독과점 체제다. 지난해 정부는 유류세로 무려 21조 5천억원을 거둬들였는데 이는 국가 총세수의 11%나 된다. 유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웃돈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2), 주행세3), 교육세4), 부가가치세로 구성된다. 탄력세율로 되어 있고,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그동안 30%에서 50%로 확대되었다. 교통에너지환경세 중 80%는 교통특별회계로 편입되어 주로 도로 건설의 재원으로 쓰인다. 안경률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을 감안한 우리나라의 유류세 부담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경유의 경우 OECD 평균의 1.9배이고 미국의 11.4배, 우리와 같은 비산유국인 일본의 3.8배 수준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유류세 대폭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은 간접세로 세수를 쉽게 확보할 수 있고 주로 자본의 도로건설 재원으로 사용되어 건설자본의 축적을 돕기 때문이다.

  지난해 민영정유 5사는 영업이익 3조9천억에 당기순이익 3조5천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33%, 23%나 늘어났다. 1980년 유공 민영화 이후 초국적 석유자본과 합작한 4대 재벌인 SK(Templeton 7.26%) , GS칼텍스(Chevron 50%), S-OIL(Aramco 35%), 현대오일뱅크(Hanacal 50%, IPIC 33%)가 서로 어울려서 정유산업의 민간독과점체제를 만들어냈고 1997년 유가자유화 조치 이후로 가격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해 왔다. 높은 순이익률은 정유산업에 대한 재투자나 시설 고도화가 아니라 높은 배당으로 연결되었다.5) 그 동안 정부의 석유시장 자유화 조치는 1997년 가격자유화 이외에도 석유수출입 자유화, 1998년 정유산업 대외 개방 등으로 넓혀져 왔다.

  지금의 고유가는 국제 가격 결정 요인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고 있으므로 에너지 도입 및 소비 구조에 대해서도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다변화와 자주개발 확대, 에너지 절약을 말하고 있지만 이 역시 국가생존 차원에서 국제투기자본의 투기장으로 전락한 에너지 교역시장으로부터 필요자원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나 에너지 절약적 산업과 수송 체계로 신속한 전환을 이뤄낼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분노한 화물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세상이 들썩





  정부 대책이 결코 민생안정 종합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6월 9일 화물연대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90% 이상의 압도적 가결, 6월 10일 백만 촛불대항쟁 참여, 6월 11~12일 간부파업, 6월 13일 전면총파업 돌입으로 금세 입증되었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은 2003년, 2006년 총파업과 비교하여 단기간에 훨씬 위력적인 투쟁력을 보여주었다. 13일 전면파업을 시작한 날, 각 항만과 산업 단지 물동량의 90% 이상을 멈추게 만들었다. 물류파업의 효력은 2~3일 사이에 항만의 수출입 기능과 산업 단지 생산 기능의 축소 마비로 이어졌으며 일주일이 안되어 도소매 유통 기능의 축소 마비로 파급되었다. 이번 파업의 위력은 파업에 들어간 우리 노동자를 포함하여 자본가, 정부를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 전 지구적이며 적기 생산 방식의 현 신자유주의 자본축적 양식하에서 금융과 쌍두마차로서 물류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이번 파업이 위력적이었던 것은 화물노동자 35만명중 화물연대 조합원은 1만 3천여명으로 3% 조직에 불과하지만 비조합원의 다수가 총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이다.6) 따라서 화물연대는 이전과 같은 공세적 투쟁전술을 배치하지 않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충분히 위력적인 파업의 효과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경유가의 폭등으로 말미암아 운송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화물노동자 대중의 처지와 ‘경유가 인하, 운송료 인상, 표준요율제 시행’으로 집약된 화물노동자의 절박한 요구가 조합원 비조합원 할 것이 모두 파업에 나서게 만들었다. 5월 10일 부산역에서 7천여명의 화물노동자가 모여 총력결의대회를 개최하고 1개월의 시한을 둔 대정부 협상 요구를 통해 대중적으로 파업투쟁을 천명하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기정사실화되면서 총파업 대오가 밑으로부터 광범하게 형성되었다. 비조합원의 대거 참여와 함께 파업의 효과가 극대화된 ‘비결’은 자본측에서 사전에 물동량을 빼기 어렵게 6월 6일 확대간부수련회 이후 최단 시일내 총파업에 돌입했고 총파업 돌입 이전에 순차적 지역별 투쟁에 돌입하여 단계적으로 물동량을 잡아온 덕분이다. 운수노조 차원의 산별연대 투쟁도 총파업의 위력을 높였다. 화물연대 자체의 파업만으로도 철도와 공항 항만의 대체수송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되었지만 의왕, 부산진, 제천 조차장 등 화물 거점역에서의 안전운행투쟁 등 철도본부와 공항항만 운송본부의 대체수송 거부 실천은 아래로부터의 산별연대 투쟁을 통해 산별노조의 대중적 토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 지지 1호 파업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은 네티즌들이 ‘국민 지지 1호 파업’이라 이름 붙였다. 운수노조 홈페이지에는 수천개의 지지글과 수백 통의 지지 팩스와 지지 전화가 걸려왔다. 촛불시위를 선도한 ‘다음’의 아고라에서도 지지방문을 왔고, 김달식 본부장의 단박 인터뷰가 국민들을 울게 만들었다. 캐나다에 사는 한인 주부가 떡을 보냈고 옷 잘 입는 사람들의 카페인 소울드레서는 과자와 라면을 보내주었다.

  이와 같은 국민들의 전폭적지지 뒤에는 촛불 정국에 함께 하려는 운수노조와 화물연대본부의 노력이 있었다. 미친소 운송 거부를 국민 앞에 천명했고, 그 뒤로 집회, 선전전, 부두 및 냉장창고의 반출 저지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게다가 경유가 인하 요구는 화물노동자만이 아니라 전국민적 요구였으며 그 투쟁의 성과는 (생색내기 수준이긴 해도) 6.8 정부 대책을 통해 다수의 노동자와 자영업자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국민지지 1호 파업은 끝나고 나서도 우리에게 큰 책임감을 남겨 주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미친소 수입 고시가 강행되거나 운하가 추진된다면 다시 투쟁에 떨쳐나설 것임을 약속했다.





        ‘생계형 파업’의 진실





  언론은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을 ‘생계형 파업’으로 명명하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화물연대의 파업은 생계형이니 파업 해도 괜찮다고 하였다. 그런데 노동자의 파업이 원래 대부분 생계형이 아닌가? 그러면 취임 초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자들에게 파업은 안했으면 좋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철학을 바꾼 것인가? 민주노총의 쇠고기 전면재협상 요구 총파업은 정치파업이라며 구분하고 있는데 이야말로 생계형 이전에 국민건강을 지키는 생존형이 아니던가? 화물연대 파업은 적자운행을 면하기 위해 벌이는 생계형 파업이 분명하다. 그런데 생계형이라고 해서 비정치적이거나 비정책적인 것은 아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이명박 정부의 화물시장 규제완화와 고유가 정책 기조를 바꾸는 투쟁이었으며 정권 초기 노정간의 정면 대결로 발전할 수 있었다. 촛불정국의 와중에서 실효성 있는 고유가 대책 부재로 민심이 이반되는 와중에 정부는 화물연대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싶었다. 애써 생계형 파업으로 규정함으로써 화물파업을 화물노동자와 화주의 싸움으로 돌리고 싶었던 것이다.





        추가 요구? 추가 대책!





  6월 17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유가보조금 지급기준 1,800원에서 1,600원으로 인하, 표준요율제 선 법제화, 노동기본권 보장’ 세 가지를 화물연대의 추가요구라며 이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발표하였다. 화물연대의 최초 요구는 5월 10일 집회에서 대중적으로 천명한 바와 같이 ‘경유가 인하, 운송료 인상, 표준요율제 시행’이라는 3대 요구였다. 유가보조금 지급 기준 인하는 경유가 인하 요구이고, ‘표준운임제 선 법제화’도 최초의 요구다. 노동기본권 보장7)도 늘 내걸었던 요구였을 뿐만 아니라 운송료 인상 협상 과정에서 대기업 물류자회사 등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서 다시 파생된 요구였다.

  오히려 파업의 위력에 놀란 정부가 최초의 요구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는 대신 추가요구와 관계없이 추가 대책을 쏟아냈다. 화물차 감차 지원, LNG 화물차 개조 지원, 통행료 할인 전 화물차종으로 확대, 다단계 거래구조와 지입제 개선 등 근본적인 제도개선 대책 마련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추가요구 수용불가 입장표명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한 대책회의에서 확정되었는데 자본의 입장에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정부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사전포석이었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여론 조작을 곁들여.

  화물연대는 6월 16일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면담을 통해 화물운송제도개선 및 생존권 쟁취를 위한 요구안8)을 전달하였는데 이것이 그동안 화물노동자의 투쟁을 통해 정부와의 사이에 정식화된 일반적 요구이다. 다만 고유가의 중장기 대책과 관련하여 이번에는 정유사 공공화 등이 추가되었다.





        화물운송시장의 신자유주의 실패와 규제 강화





  이명박 정부는 화물운송시장에서도 노무현 정부 시절에 허가제 등 일부 규제가 강화된 것조차 다시 풀어줄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런데 고유가 시대 화물운송시장의 신자유주의 실패가 더욱 명확해짐으로써 이번 파업의 결과 이명박 정부조차 표준요율제 법제화하라는 규제강화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물운송시장은 1997년 등록제로의 규제 완화와 지입제 전환 구조조정을 통해 공급과잉, 다단계화9), 운송료 협상권 부재의 문제를 낳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파업을 통해 허가제로 규제를 강화하여 신규 공급 확대는 막았지만 이미 공급 과잉과 편법 증차 등을 통해 정부 통계에 의하면 현재 2만 1천대가 과잉 공급되어 있다. 따라서 운송료 덤핑과 다단계 중간착취로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노동기본권 부재로 운송료 협상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총파업과 물류대란이 빈발하게 되었다. 올해처럼 경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표준운임제를 통한 최저운송료의 보장, 유가 연동제의 실시, 다단계 구조의 해소를 위한 규제를 하지 않고서는 화물운송시장의 안정을 회복하기 어렵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유가 문제가 진정되고 노동자의 단결투쟁력이 약화되면 이와같은 운임제도 및 물류체계의 규제강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거나 다시 되돌리려 할 것이다.





        총파업 조직력의 한계와 투쟁국면 전환





  화물연대는 파업돌입 일주일만인 19일 전국총파업을 끝내고 지역투쟁으로 전환하였다. 대정부 요구중 경유가 인하 요구에서 진전이 없었고 대자본 운송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쟁본부가 국면전환을 선택하게 된 것은 바로 조직력의 한계 때문이다. 비조합원들이 대거 가세하여 파업의 위력이 극대화되었지만 조직화되지 않은 화물노동자들이 장기간 강고한 투쟁을 벌이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전국총파업 동력의 핵심축인 부곡 경인ICD와 부산항간의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비조합원 화물노동자의 일부 복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운송료 협상이 타결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장기간 완강한 투쟁을 이끌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국면전환이 이루어졌다. 이번 파업을 전후하여 조합원 3천여명이 신규가입하는 등 조직 확대를 이뤄냈으므로 이후 조직력을 키워서 대정부투쟁을 더 강력하게 벌일 수 있게 되었다.





        시급한 고유가 대책, 급진적 대안





  파업 당시만 놓고 보면 정부, 정당, 언론 할 것 없이 물류제도의 근본적 개선에 이견이 없는 것 같다. 감차, 표준요율제 도입, 다단계 구조 개혁을 다 말한다. 오히려 화물연대가 운송료 협상에 주안점을 두어 제도개선 등 근본적 문제해결에 소홀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도 나왔다. 그 동안 제도개선을 위해 수차례의 파업을 벌여온 화물연대가 그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이번 투쟁이 당장 적자운행에 직면해 있는 화물노동자들에게 경유가 인하나 운송료 인상 등 생계에 급한 불을 끄는 것을 우선적 요구로 하여 대중적 동력이 형성되었다는 사정을 감안해주기 바란다.

  정부가 다단계 구조 해소를 거듭 약속하고 2009년 표준요율제 법제화가 합의되었지만 건설업과 운송업을 비롯해 산업 전반의 다단계 착취구조를 해결하는 것은 한국사회 전반의 변혁을 의미하는 것이고 표준요율제 도입도 다단계 구조 해소의 운송료 기준을 제공하고 화물연대의 산별운송료 교섭을 제도화한다는 점에서 이것이 정착되기까지는 몇 번의 총파업 고비를 맞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더 당면한 문제는 운송료 유가 연동제나 정부 유가보조금이 한계에 부딪칠 만큼 고공행진을 벌이는 고유가에 대한 대책이다. 노무현정부 시절 우리는 부동산 폭등에 민중이 절망할 때 진보적 대안을 제출하고 대중운동화하지 못함으로써 보수세력에게 정치적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명박 정부 내내 아킬레스건이 될 고유가와 물가앙등 문제에 대해서도 똑같은 결과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번 투쟁과정에 운수노조와 화물연대본부가 내세운 ‘정유사의 공영화와 가격통제, 대중교통의 공공성 강화, LNG 및 전기차로의 전환 등’과 관련하여 더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기업의 사유화 저지 투쟁에 머무르지 말고 정유사 국• 공영화 및 가격의 민중적 통제 등 훨씬 급진적인 대안을 제출해야 한다. 특히 원유 및 가스도입 과정이 초국적자본의 투기이익과 재벌의 독점이익이 실현되는 장임을 폭로하고 국가생존의 문제로 내몰릴 에너지 자원 확보와 관련해서 FTA(자유무역협정)보다 PTA(민중무역협정)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선전해야 한다. 제1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지고 있고 공공재의 물물교역을 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한국석유개발공사의 지사조차 없는 것10)이 한국의 자원외교이고 실용외교다.

  유류세제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환경, 시민단체, 민노당과 운수노조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더 토론이 필요하다. 유류세제의 인하 또는 면세유 지급과 관련해 전자는 세수 감소, 에너지 소비와 환경오염 증대, 조세질서 왜곡 등을 주장해왔는데 이는 유류세가 타국에 비해 높은 대규모 간접세로 조세 정의에 맞지 않고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주로 쓰인다는 점, 대중교통 및 수송용 유가는 바로 교통요금과 제품가격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 에너지 수요는 가격탄력성이 높지 않고 에너지 절약 및 환경오염 방지는 종합적 대책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최소한 대중교통 및 수송용 유가에 면세유를 지급하거나 이에 준하는 상설적 세액 환급이 실시되어야 하며 계속 유가가 오를 때 국민 부담을 줄이도록 유류세의 절반 이상을 인하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밖에도 에너지 절약적이며 친환경적인 산업, 수송체계로의 개편이나 에너지원의 다양화와 관련된 원자력 발전 축소 문제와 관련된 쟁점에 대해서도 목표와 방법을 포함하는 구체적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진정한 산별 투쟁은 가능하다





  화물연대와 운수노조는 이번에 네티즌과 소통하고 미친소 운송거부와 같은 전국민의 건강권 문제, 경유가 인하와 같은 전국민적 의제를 가지고 싸우면서 국민지지1호 파업을 만들어냈다. 화물연대는 미조직노동자의 투쟁 요구를 받아 안아, 표준요율제와 같은 업종 전체의 의제를 가지고 업종총파업을 만들어냈고 운수노조는 대체수송 거부 등 산별노조로서의 연대투쟁을 조직했다. 물론 이 투쟁은 화물연대와 운수노조가 선도적으로 조직했다기보다는 촛불정국과 경유가 폭등 이라는 정세 변화에 반응하여 만들어진 투쟁이다. 그러다 보니 정세와 대중의 역동성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후 동력과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교섭과 투쟁을 전개하는 데는 여러 모로 허술했다.

  그렇지만 이 투쟁은 산별노조 시대에 노조가 진정으로 산별운동을 꽃피울 수 있다면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조직노동자의 이해와 요구에 머무르지 않고 미조직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포괄한 원래의 산별투쟁을 전개하고 전 민중적 이해와 요구를 받아 안는다면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을 통해 우리는 민중과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 업종 수준이지만 비조합원도 참여하고 전 국민이 지지하는 산별적 화물파업이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탄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노동기본권 없이도 각 회사와 운송료를 교섭하고 큰 희생 없이 전국 총파업투쟁을 벌였다. 게다가 조직확대와 사회적 연대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다(2008.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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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준운임제란 수급의 불균형 또는 물가앙등과 같은 경제사정의 변동에 의하여 운임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에 대비해 최고 또는 최저운임을 정함으로써 공중의 편리와 화물운송시장의 안정을 확보하는 요금제도로서 일본에 입법례가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이를 표준요율제라 부른다.

2) 6.8 대책에 따른 주행세 인상으로 휘발유 리터당 630원에서 475원, 경유 리터당 454원에서 340원으로 조정, LPG의 경우 특별소비세

3) 유가보조금 재원으로 사용, 6.8 대책 재원마련을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의 32%에서 36%로 조정

4)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

5) GS칼텍스의 경우 평균배당성향이 최근 40% 선을 유지하고 있고, SK의 경우 소버린의 먹튀로 지난 9년간 평균배당성향이 100%로 나타남

6)  화물운송 관련 언론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비조합원의 90%가 파업 동참 의사에 응답하였음

7) 이와관련해 자본가 출신인 한나라당 정몽준 조차 최고위원회에서 ‘현대 사회에서 차량과 같은 자산을 소유하더라도 노동자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해 내부 논란을 벌이기도 하였다. .

8) 1. 운임제도 개선을 위해 표준요율제를 2008년 정기국회 선법제화, 주선료 상한제를 도입, 화주운임 공개 2. 물류체계 개선을 위해 불법다단계 근절, 수급조절, 재산권 보장, 과적 단속 강화 3. 직접비용 인하를 위하여 유가보조금 기준점 1,600원으로 조정, 고유가 중장기 대책으로 정유사 가격담합 근절 및 폭리 환수와 유가조정위원회 설치, 정유사 공공화, 고속도로 통행료 전차종 확대와 할인시간대 연장, 고속도로 운영개선, LNG 화물차 전환 지원 4.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근로기준법 노동자 개념 확장, 산재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 적용 5. 교통방해 삭제 및 업무개시명령제 폐지 등 화물악법 철폐 등이 그것이다. .

9) 참여정부 이후 2003년 ‘동북아 물류중심 추진 로드맵’을 마련하고 물류기본법 제정, 종합물류기업 육성 등 법제도를 정비해왔지만 막상 다단계 알선 및 영세업체의 난립과 같은 전근대적 물류체계의 개혁은 한발도 진전되지 못했다. 2002년에서 2005년까지 운송회사수는 130,711개에서 150,659개로 15.3% 늘어났고, 육운주선회사수는 10,107개에서 11,677개로 15.5% 늘어났다. 이 주선 및 운송회사 들이 알선료 등의 명목으로 화주운임의 30~40%를 중간착취해왔다 .

10) 미국의 눈치를 보거나 돈벌이가 안되기 때문일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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