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의 <정세와 투쟁방향>입니다.

세계정세(각국의 계급투쟁과 국제정치) | \'시장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휘말린 중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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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호 작성일08-04-30 00:00 조회1,5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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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짧은 주마간산으로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13억 인구의 거대한 제국인 중국인데. 솔직히 중국에 대해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저 몇 가지 생각거리만 던져본다.
  첫째, 중국에서 정치와 경제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사람들의 의식에도 완전히 별개로 비쳐진다.
  원래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와 정치의 외관상의 분리와 내용적 통일을 특징으로 한다. 시장경제의 상품교환관계 때문에 경제로부터 권력관계인 정치가 분리될 뿐만 아니라 정치도 자유․평등의 외관을 갖춘 형식적 민주주의가 꽃피운다. 자본주의에서의 정치와 경제의 외관상의 분리와 외관상의 자유․평등 원리(그래서 자유민주주의이다!)는 그 내용으로 경제와 정치에서의 계급적 지배․예속을 담고 있다. 경제적 착취와 부르주아 독재가 그것이다.
  중국 사회주의는 사회주의 초급단계, 시장사회주의, 자본주의 등 다양하게 규정되고 있는데, 시장경제와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가 결합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경제는 자본주의인데, 정치는 사회주의인 셈이다. 그래서 경제와 정치는 다른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것으로, 따라서 완전히 별개의 실체인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경제와 정치의 분리가 자본주의 사회보다 더 철저하게 실현된 것으로 나타나고, 사람들도 그렇게 인식한다. 이것은 중국 정부의 공식이데올로기인 ‘시장사회주의’ 담론(시장경제와 국가사회주의의 선(善)조합)과 결합해서 사람들에게 혼란되고 모순된 인식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대안과 전망을 세우기 어렵게 만드는 듯하다. 예컨대, 유럽의 사민주의를 ‘이상적 사회주의’ 모델로 착각하는 것을 보라.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의 국가사회주의는 자본주의로 체제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가자본주의적 성격과 양태를 띠고 있다. 국가 주도의 시장경제화, 자본주의화인 것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부러워했듯이, 국가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하고 급격하게 자본주의로 체제 전환한 것이 아니라 국가사회주의체제가 점점 자본주의 체제로 옮아가고 있다.
  현재 중국사회주의는 국가사회주의의 단점과 시장경제의 단점이 결합된 악(惡)조합으로 나타난다. 국가권력의 정치적 억압과 시장의 무자비한 경쟁/도태로 인해 개인들은 정치․경제적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흥 쁘띠부르주아/부르주아, 그리고 관료계층을 제외한 다수의 인민들은 ‘무표정’할 수밖에 없다. 불만이 있어도 표출할 수 있는 출구가 정치적으로 봉쇄되어 있으니 시장에서 성공한 (쁘띠)부르주아의 모습에 자신의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겉으로는 모두가 ‘사회와 생활에 대해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표현하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며, 개인주의와 가족주의 가치관이 자본주의 사회보다 더 강하게 작동한다. 이것이 중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중국의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느끼는 패패감과 무력감의 원인이 아닐까?

  둘째, 중국사회주의의 신 지배계급이 뚜렷하게 형성되고 있다.
  중국의 국가사회주의는 그 시초부터 스탈린주의 모델에 따라 당과 국가의 관료층이 지배계급화하는 경향이 작동했다. 이것은 문화대혁명에서 인민의 반(反)관료 투쟁이 모택동에 의해 진압되면서 더 강화되었고, 등소평의 개혁․개방 이후 확실해졌다. 관료계층이 자본주의화에 따라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신흥 부르주아들과 함께 중국의 지배계급을 형성하고 있음은 관료들의 특권과 기업이윤의 공동전유(상납)에서 확인된다.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라는 국가사회주의의 유산은 앞으로 상당기간 중국의 자본주의화가 관료자본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띨 것임을 말해준다. 또한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본격화됨에 따라 “위기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져서 중국의 급속한 자본주의화와 그에 따른 신흥 부르주아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가/관료자본주의적 성격이 강화될 것이다. 중국 지배계급 내에서 관료계층의 헤게모니는 상당기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중국의 성공적 자본주의화가 저항운동을 무력화하고 있다.
  등소평의 개혁․개방 이후, 특히 천안문 사태 이후 더욱 가속화된 개혁․개방으로 1990년대 이래 중국자본주의의 두자리 숫자 고도성장은 중국 인민들의 저항의지를 주저앉히고 시장경제의 확대․발전을 계속 기대하고 그곳에서 개인의 성공 기회를 찾게 만들고 있다. 국유기업에서 정리해고된 4천~5천만 명의 노동자들, 지방에서 올라와 대도시의 하층을 형성하고 있는 8천만 명의 노동빈민들이 적극적 투쟁으로 나서지 않는 현상은 정치적 억압으로 저항 출구가 봉쇄된 측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부분적 폭동을 넘어선 광범위한 저항으로 표출되지 않는 것은 주체적 요인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10%대의 고도성장이 마감되고 세계적인 장기불황이 예상되는 앞으로의 구조적 위기 하에서 저항을 무력화시킨 주체적 요인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중국 사람들은 일국적 관점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다.
  중국이 대국이라서 ‘중국이 곧 천하’라는 전통적 인식 때문인지 만난 사람들은 세계에 대해, 다른 나라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또 지식인층조차도 세계정세에 대해 어두웠다. 어둡다기보다는 별로 알려고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중국 자체가 워낙 커서 “중국 자체가 바로 세계”라는 인식이 암암리에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편협한 민족주의적 관점이 강했다. 중국자본주의의 욱일승천과 국가자본주의적 성격에 따른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광범위한 주입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리라. 티베트 문제에 관해 짧은 대화 과정에서 대부분이 티베트에 대한 탄압을 당연시했다.
중국 사람들의 이러한 일국적 관점과 그와 연관된 민족주의 관점은 저항과 대안 문제로 갈 때 사람들의 사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 같다.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중국자본주의의 전망을 내오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고도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운동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오고 있었다.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통합된 일부로서 중국자본주의를 파악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것은 아닐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앞으로도 10~20년은 중국자본주의가 요즘처럼 고도성장해 갈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초국적 자본의 세계 최대의 투자처이고 중국 GDP의 절반 이상을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이러한 일국적, 민족주의적 관점이 풍미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2008.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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