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세(각국의 계급투쟁과 국제정치) | 부시가 미얀마의 재난에 관심 두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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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승호 작성일08-05-31 00:00 조회1,437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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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미얀마의 재난에 관심을 두는 까닭 20080513.hwp (15.5K) 6회 다운로드 DATE : 2018-07-11 12: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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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최근 한국언론에는 “국제사회가 미얀마 사태에 강제개입이 필요하다”는 기사가 잇따랐다. 진보언론이라는 한겨레신문도 미얀마 군사정부는 ‘인도적 지원’에 어떤 제한을 두어서도 안된다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보수와 진보가 한 목소리로 미얀마 정권에 대한 규탄에 나선 셈이다. 이 사실에 담긴 미묘한 정치적 함의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결여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으며, ‘인도적 지원’마저 옹색하게 물리치는 군사정부의 태도는 비판받을 구석이 있다. 하지만 사태의 다른 측면도 살필 때라야 우리는 현실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왜 미얀마 정권은 ‘해외원조’의 수용을 그렇게 꺼리는가? 그 이유가 꼭 정권의 권위 실추를 두려워해서일까? 아래의 글은 이 사태를 미 제국주의의 패권주의라는 측면에서도 살필 것을 권유한다(wsws.org에 실린 ‘조 케이’의 글을 옮김). 흔히 언론에서 들먹이는 ‘국제사회’란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의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우리는 패권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부시 정부나 이른바 ‘국제사회’의 (단순한) 요구와는 섬세하게 구분되는 차원에서 미얀마 정권을 비판해야 한다.
부시 정부는 (사이클론이 초래한) 미얀마의 재앙적인 비극을 활용하는 데에 때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미얀마 전역을 강타한 사이클론 재난을 구실로 자기들의 대외정책 의제를 공격적으로 밀어붙였다. 화요일, 부시는 미얀마의 반대파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 의회의 금메달을 수여하는 특별한 식을 백악관에서 개최했다. 파괴된 나라에 어떤 원조 지출을 하더라도 도발적 조건을 부가하기 위해 그는 이 기회를 활용했다. “미국은 첫 원조를 베풀지만 더 많이 베풀 용의가 있다”고 부시는 말했다. “우리는 인명피해를 조사하고 잘못을 찾아내고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해군 조사단을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미얀마 군사정부는 미해군 조사단이 입국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그때까지 미국 대사는 고작해야 25만 달러(지난주 소말리아 반군 폭격에 쓴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한 개 값의 절반) 남짓의 원조 자금을 방출했을 뿐이다. 지난 화요일 정부는 USAID 재난대응팀에 3백만 달러를 추가로 배당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이 어떤 요구조건을 달아서 미얀마를 원조하려 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난폭한 짓이다. 왜 더 많은 원조를 방출하려면 조사단 파견이 필요한지, “미군이 상황을 안정시킨다”는 약속이 무슨 뜻인지 부시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 해군 함정은 출동 준비를 갖추고 태국 해안에 정박해 있다.
이들 약속은 단순한 이타적 인도주의의 표현이 아니다. 부시 정부는 미얀마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여러해 동안 부심해 왔으며 작년 불교 승려들의 저항이 일어났을 때는 미얀마에 경제적 제재를 가했다. 미국은 지금의 사이클론 재난을 자신의 “군사적 발판”을 획득할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미얀마 정권이 아무리 야만스런 독재 정권이라 하더라도 ‘아웅산 수치’의 활용을 포함하는 미국과 유럽의 음모는 미얀마 민중의 민주적 권리나 경제적 복지와 아무 관련이 없다. 늘 그랬듯이 미국 정부가 내거는 ‘인도주의’의 구실은 미국 지배계급의 이익을 조심스럽게 포장한 것일 뿐이다.
미얀마의 경우, 미국의 관심은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물리치는 것이고 인도양으로 접근하는 길목으로서 미얀마를 활용하려고 한다. 부시 정부에게 미얀마 민중은 자신의 지정학적 목표 추구에 보탬이 되는 수단일 뿐이다.
‘셰브론’ 석유회사를 비롯해 미국의 에너지 거대기업들도 미얀마에 이해관계가 있다. 부시 정부는 이 나라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지만, 이 조치는 셰브론이 자신의 보조회사 ‘유노칼’을 통해 미얀마에 투자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인권 그룹들은 셰브론이 자신의 파이프라인 길을 보호하기 위해 미얀마 정부의 억압정책에 공모해 왔다고 비판한다.
부시정부의 성명은 미국 자신의 사례와 비교하여 살펴야 그 위선이 생생히 드러난다. 월요일,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로라 부시는 사이클론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를 무능한 미얀마 정부를 비난할 기회로 삼았다. “비록 그들이 그 위협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미얀마의 국영 방송은 태풍의 경로를 때늦지 않게 예보하는 데 실패했다. 그들은 늘 그랬듯이 국민의 기본 요구 충족에 실패했다.” 이 발언은 너무나 위선적이고 냉소적인 것이어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난 사례와 얼마나 대비가 되는가.
올해 8월 29일은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를 강타하여 18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불어닥친 지 3주년이 된다. 허리케인은 미국의 주요 도시 뉴올레안즈를 파괴했다.
미국 연방과 주 정부는 뉴올레안즈의 치명적인 범람을 수십년 전부터 예견해 왔으면서도 대피계획도 세우지 않았고 재난 보호에 대한 민중의 요구를 충족시킬 의지도 없었다. 수만 명이 여러 날을 루이지애나 슈퍼돔에 갇혀 지냈고, 수만 명이 임시 트레일러에서 오래 묵어야 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재앙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정부의 냉담함과 무지로 하여 ‘제방 보수’의 요구는 거듭 묵살되었다. 미국 정부는 민중의 ‘기본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전혀 무능했다(2008.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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