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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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각국의 계급투쟁과 국제정치) | 프랑스 대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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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수(한국외대 강사, 정치… 작성일07-07-31 00:00 조회1,3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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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선거에서 현지의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이 예견한 대로 사르코지(Nicolas Sarkosy)가 압승했다. 사르코지의 압승은 드골 정권(1958-1969) 이후 분산된 프랑스 우파 지지성향을 결집해낸 덕분이다. 극우부터 전통 보수주의, 드골주의, 신자유주의 및 중도주의 경향의 유권자 대부분이 사르코지에게 몰표를 던진 것이다. 특히 2002년 대선에서 20% 가까이 지지를 받았던 르펜(FN)의 지지층이 이번 대선에서는 사르코지 진영으로 대거 넘어왔다. 이는 시락 대통령이 그어놓은 보수와 극우 사이의 경계선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프랑스 정치의 앞날을 어둡게 전망케 한다.

 또한 사르코지는 이번 대선 운동에서 사회당이 노동 이슈를 삭제한 탓에 길을 잃어버린 일부 좌파성향의 표심까지도 ‘노동의 가치’를 설파하여 끌어들인 덕분에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사르코지의 승리는 프랑스 좌파 진영의 분열에 기인한 어부지리가 아니라 극우파를 비롯한 전체 우파진영의 결속 위에 좌파성향의 일부 유권자층까지 흡수한 결과였다.

 2002년부터 오랫동안 ‘인물난’을 겪었던 사회당에서는 그나마 유일하게 사르코지와의 지지도 격차를 좁힐 후보로 르와얄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여성 대통령 후보로써 르와얄이 갖는 참신성 하나만으로는 유권자 과반수의 표를 끌어모으기가 역부족이라는 점에서, 사회당의 대선 패배는 당연한 결과이다.
 투표결과 장년․노년층, 저학력․저소득층이 전자를, 청년층․고학력층이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나 세대간 대결의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과거 미테랑 후보시절 70%에 도달했던 노동자․일반 사무직 계층의 지지율은 이번 대선에서 49%로 위축되었고 기대를 걸었던 여성표조차도 사르코지 후보에 밀리는 득표율(49%)을 기록하였다. 결국 노동자계층과 중산층을 포괄하는 정치적 기획의 부재, 분배문제와 노동문제를 도외시하고 탈물질적 이슈(환경, 이민정책)에만 집착한 사회당의 선거전략은 프랑스 서민들의 표심을 앗아간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사회당의 참패만큼이나 사회당 좌측에 있는 반자유주의 급진정당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뷔페(공산당), 브장스노(LCR, 트로츠키주의자), 라기예(LO), 보베 등의 득표율은 모두 합해도 5%를 넘지 않았다. 2005년 대다수 프랑스 국민이 초국가적 제도인 신자유주의적 유럽통합의 기초였던 유럽헌법안에 대해서 반대하였던 사실과 2006년 많은 프랑스인이 최초고용법안(CPE) 반대시위에 많은 지지를 보낸 것을 상기한다면(2006년 4월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87%가 CPE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좌파 패배의 원인을 프랑스 사회의 전면적인 우경화에서 찾기보다는 대중의 염원을 정치적, 조직적으로 구현하지 못한 좌파 정당의 무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2007.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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