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세(경제) | 미국경제: 부채의 폭발적 증가와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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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맥도프 작성일07-02-28 00:00 조회1,706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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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요약070212.hwp (27.5K) 27회 다운로드 DATE : 2015-08-10 17: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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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부채의 폭발적 증가와 투기
글쓴이: 프레드 맥도프(Fred Magdoff)1)
옮긴이: 추선영(진보저널 읽기모임)
* 출처: "The Explosion of Debt and Speculation", <Monthly Review>, Vol. 58, No. 7, November 2006, pp. 1~23. 이 글은 원문 번역을 축약한 축약본입니다. 원문 번역문은 연구소 자료실에 별도로 올려져 있습니다.
성숙한 자본주의 경제는 경기침체를 향해가는 일반적 경향을 띤다. 지난 30년간의 산업생산능력 가동률은 평균 81%였고 지난 5년간의 가동률은 평균 77%에 그쳤다.
2006년 7월 공식 실업률은 4.8%에 머물렀다. 그러나 잠재적 노동력의 약 8%가 불완전고용이나 실업상태임을 추정할 수 있다. 노동시장 참가율은 2000년 이후 계속 하락해 왔다. 지난번의 경기후퇴(recession)에 종지부를 찍은 후에도 실질적인 평균고용증가율은 부진했다.
자본주의 경제의 본질적 작용에서 생겨난 제국적 공세는 국내에서라면 불가능했을 이윤을 낼 출구를 제공함과 동시에 산업에 필요한 원료시장을 통제함으로써 국내 시장에서의 이윤을 증진시킨다. 해외투자로부터 나오는 이윤은 1960년대에는 전체 기업이윤의 6%, 1970년대에는 11%,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15-16%로 나타났고 2000년-2004년 5년간 평균은 18%였다.
갖가지 이유로 말미암아 미국에서든 전세계적 차원에서든 외부로의 확장이 과잉축적으로 향해가는 자본의 경향을 대폭 완화하지는 못했다.
때로는 주요 혁신과 기술개발이 경제부양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고, 그 효과가 몇십년간 지속되기도 했다. 그 사례로 자동차 기술의 혁신을 들 수 있다. 자동차 기술은 20세기의 몇십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를 부양했다.
케인스가 지적한대로 물적 기간시설이나 인적 기반을 구축하는데 쓰이는 정부지출 또한 경제부양책이 될 수 있다. 가령 각 주(州)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은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경제를 직접적으로 떠받치며, 보다 효율적인 상품생산과 판매를 가능하게 만들어주어 간접적으로 보강한다. 그러나 경제부양효과가 특히 큰 부문은 군비지출이다.
실리콘밸리 산업 및 인터넷의 등장은 군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신산업을 창출”하는가를 보여주는 비교적 최근의 사례이다.
투자목적자금 대비 군비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군비가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다. (2000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5년 동안 투자대비 군비지출은 지난 4반세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저라고는 해도 여전히 민간총투자의 약 4분의 1, 기업투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연간 소비지출 증가율은 경기후퇴에 따라 다소 감소했다가 경제 회복에 따라 증가하게 마련이며, 물론 절대액은 여전히 해마다 증가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상대적인 고성장과 심한 저성장내지 마이너스 성장을 반복하는 경기순환의 원인은 민간투자의 부침이다. 그러므로 막대한 군 예산이 없었다면 큰 폭의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서 민간투자부문에서의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최근 군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민간주택건설부문이 성장했지만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한 이유는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기업투자 때문이었다.
정부부채와 민간부문의 부채 역시 경제를 부양한다. 정부의 적자지출은 경기후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인스주의가 제시한 해답 중 하나인데, 경기순환 과정에 달러를 추가적으로 유통시킴으로써 “수요”를 창출한다. 마찬가지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이나 주택이나 차를 사려는 개인에게 은행이 자금을 빌려주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는 경제활동이 활발해진다.
그러나 소비자의 차입과 기업의 차입은 그 성격이 다르다. 사람들이 소비재 구매를 위해 차입을 할 때, 구매 자체가 즉각적인 자극제가 된다. 소비가 이루어지면 상품을 만들고 운송하고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사용가능한 돈이 생기게 되며, 이들 역시 이 돈을 보통 바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경제에 소소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더 많은 공장을 짓고 내구성 있는 기계를 구매하며 서비스업 개업을 위해 기업이 차입할 경우, 차입한 돈의 지출효과는 경제활동이 확대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방식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된다.
한때는 은행의 임무가 대중이 예치한 자금을 대부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은행은 그 자체로 거대한 채무자가 됐다. 투기를 위해 금융기관들이 지고 있는 이 막대한 부채는 생산촉진효과가 전혀 없다. 여타 ‘생산적인’ 산업과 비교했을 때 투기과정에 고용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차입 금융거래를 통해 발생한 이윤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장이나 서비스부문에 투자되는 경우는 드물다. 투기 이윤은 투기나 부유층의 사치에 쓰이기 마련이다.
1970년대의 미지불 부채는 미국의 연간 경제활동(국내총생산) 규모의 1.5배였다. 부채가 국내총생산의 2배에 이른 1985년에는 부채문제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2005년 미국 부채총액은 국내총생산의 3.5배에 가까워졌고 44조달러인 세계 전체의 국내총생산에 육박했다.
1970년대 후반 이래 부채는 증가일로를 걸어왔는데, 국내총생산에 비해 부채가 급증했던 시기는 1981년-1988년과 1997년-2005년이다. 1980년대의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부문은 금융기관과 정부였다. 1981년-1988년 금융기관의 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22%에서 44%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44%에서 69%로 증가했다. 2차 부채폭증기인 1997년-2005년의 경우 금융업계의 부채는 국내총생산의 66%에서 100% 이상으로 폭증해 국내총생산을 넘어서고야 말았다. 이 시기에는 가계부채도 치솟아 국내총생산 대비 67%에서 92%로 상승했는데, 그 대부분은 주택경기 활황기에 갱신된 주택담보대출과 증가한 신용카드 빚이다. 비금융업계의 부채도 여전히 급속한 성장세를 유지한다.
그러나 금융업계의 부채는 절대액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봐도 국민경제에 비해 급등했을 뿐 아니라 경제 내의 부채의 구성양상을 바꿔놓았다. 1970년대 초반 미국 부채총액에서 10%를 차지했던 금융부문의 부채는 현재 전체의 3분의 1에 육박할 정도이다. 같은 기간 부채총액에서 비금융업계와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적으로 감소한 반면 소비자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중반의 경제위기 때와 다르지 않다.
부채총액이 증가할수록 경제부양효과는 오히려 줄어든다. 경기침체 경향은 다음의 통계자료에서도 분명히 확인된다. 1970년대에는 부채가 1달러 증가할 때마다 국내총생산이 60센트 증가한 반면 2000년대 초에 이르면 부채가 1달러 증가할 때마다 국내총생산은 약 20센트 증가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부채는 무슨 일에든 사용될 수 있다. 부채가 경제를 크게 부흥시키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신흥 기업에 투자하거나 기존 기업을 확장하는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비교적 단기적인 효과를 내는 부채도 있다.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부채도 있다(금융투기). 금융부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지금의 실정은 부채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경제부양효과가 줄어든 이유 대부분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경기침체의 경향과 더불어 바로 그 경기침체를 이유로 생산적 활동보다는 투기적 활동에 “투자”하려고 애쓰는 자본의 필요가 현 시기를 특징짓는다.
부채/국내총생산 비율 증가는 장단기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재와 같은 금융의 폭발적 증가가 지속된다면, 주기적인 “신용위기” 발생이 불가피할 뿐더러 결국에는 시스템이 쉽게 흡수할 수 없는 금융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부채가 얼마나 깊고 장기적인 위기를 유발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부채폭증과정의 속도를 늦추지 못해 터져나왔던 1987년과 2000년의 주식시장 거품붕괴가 단시일 내에 마무리된 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사건일 뿐이다.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막대한 소비자 부채로 인해 이미 생활비를 감당하면서 빚을 갚아나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가계가 빚을 갚기 위해 지출한 돈은 세후소득 내지 가처분소득의 13.75%를 기록했다. 임금소득자들의 소득은 거의 상승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2005년 7월-2006년 6월) 사람들은 벌어들인 소득보다 1조1천억달러나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개인의 마이너스 저축율은 대공황 이후로는 유례없는 일이다.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000년 주식시장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일련의 대책이 부추긴 탓이 크다. 기록적인 수준까지 금리를 낮추자 사람들은 주택이나 자동차를 담보로 빚을 내거나 신용카드 빚을 내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소유자들이 추가대출을 받거나 다양한 목적에 활용하기 위해 규모가 더 큰 대출로 갈아타면서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75% 증가했다. 게다가 주택투기열풍에 새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주택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부풀려진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이런 상황은 주가의 거품을 주택가격 거품으로 이전시키는 효과를 유발했다. 2005년 민간투자총액의 36%까지 상승한 주택에 대한 투자는 경제를 부양했다.
미국인들은 계속 새 주택을 구매했고, 주택가치 상승으로 더 큰 대출을 얻을 수 있게 된 기존 주택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아 부채를 늘려갔다. 게다가 사실상 주택구매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신종 주택담보대출상품도 개발됐다. 저금리 기조가 변하기 이전 몇 년간 초저금리로 받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주택가치의 100%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다. 만일 금리가 실제로 상승한다면, 사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은데, 과거의 대출비용 때문에 대부분의 가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담보대출을 감당 못해 담보물을 빼앗기거나 파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연체수수료 증가나 신용카드 이자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나 주택가치의 100%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미 높아진 대출이자를 감당해야하면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가치가 하락하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담보물을 빼앗기는 일은 2006년에 극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대출중개인, 최초 대출자인 은행, 대출판매인, 양질의 대출로 구성된 팩키지 상품을 구매한 헷지펀드와 기관투자가가 취급하는 대출상품에는 여전히 많은 돈이 걸려있다. “대출시장에서는 자금이 부족한 주택소유자들을 뺀 모든 참여자가 이득을 본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 시행했던 긴축재정과 주로 정보기술주에 집중된 투기거품이 한점에서 만나면서 연방예산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연간 연방재정적자와 연방부채는 막대하게 불어났다. 정부차입의 대부분은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세금감면(상향 소득재분배)과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에서 치른 값비싼 전쟁의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이른바 쌍둥이 적자의 한쪽 다리이다. 나머지 한쪽 다리는 경상수지적자이다.
1980년 이래로 미국은 다른 나라를 상대로 무역수지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 2년 동안의 미국 경상수지적자는 국내총생산의 6%에 가까운 7천억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이 말은 미국정부채권을 매입하거나 미국의 주식 및 부동산 같은 여타 자산을 구매하는 형식으로 매일 약 2십억달러의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지 않는다면, 미국시민이나 미국기업이 해외에서 공산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투자를 위해 해외로 유출하는 자금을 보충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금융전문가들은 외국의 중앙은행이나 부자들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에 투자할까봐 심히 우려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미국의 경상수지불균형에 대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저축 및 투자 불균형을 해소하는 정책이 없다면, 달러화의 무질서한 조정의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2005년 2월 한국의 중앙은행이 달러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외환보유고를 다각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겉보기에는 무난한 논평을 냈을 때 달러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음을 상기해보라. 당시 한국이 보유한 미국재무부채권은 6백9십억달러에 불과했는데도 사태가 이러했으니, 수조달러의 채권을 보유한 중국이나 일본의 중앙은행이 달러화를 다각화하겠다고 나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부채규모를 늘림으로써 경기를 부양해왔던 미국경제에는 부채의 성장과 더불어 큰 폭의 금융부문 성장과 금융투기가 찾아들었다. 부채는 금융투기를 부채질하며 동시에 금융투기는 더 많은 부채를 일으키도록 만든다!
“실물”경제에 대한 신규투자를 통해서 이윤을 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 자본은 다른 방식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하는데, 이는 금융시스템의 확대로 나타났다. 이 때 실물경제 이외의 경제부문의 잉여가치를 전유하기 위한 다양하고 새로운 속임수들도 함께 탄생했다.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몰랐던 미국 기업들은 2006년 중반 기업 주식가치의 20%에 달하는 현금과 미국재무부채권을 보유했다. 잉여자본은 단순히 미국 내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공업국에서도 투자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사실상 제로금리로, 유럽에서는 저금리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과 고유가가 조성한 엄청난 규모의 “석유달러”가 “세계 곳곳을 누빈다”. 이제 금융부문은 대규모로 퇴장된 자본을 위해 배출구를 새로 내어 확장할 책임을 떠안는다. 주류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를 무시했기 때문에 금융의 폭발적 증가나 그 위험성의 구조적 연원을 인식하지 못했다.
금융은 돈으로 돈을 버는 수없이 새로운 방식을 꾸준히 개발한다. 그러므로 금융은 자본주의 경제의 다양한 부문들을 연결하는 “접착제”이자 자본주의 경제의 작동을 매끄럽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하면서 성숙한 자본주의 경제에서 지배적인 활동으로 자리한다.
미국부채총액 중 3분의 1은 부채비중이 가장 큰 부문인 금융기관이 진 빚이다. 물론 금융기관이 빚을 지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이고 실제로 돈을 번다. 1960년대 금융부문의 이윤은 미국의 국내총이윤의 15%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거의 40%에 달한다. 한 때 국내 이윤의 50%를 차지했던 제조업 부문의 비중은 15% 아래로 떨어졌다. 이같은 금융부문과 제조업부문의 자리바꿈이 2000년의 주식시장 붕괴 이후 훨씬 더 심해졌다.
비금융기업들에게도 금융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주요 생산회사들과 소매회사들의 대차대조표에서 확인된다. 대형유통회사인 월마트사(社)조차 금융사업에 뛰어들어 청구서결제, 수표교환, 우편환, 해외전신환을 취급하는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금융회사는 대출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 대부분을 분산할 다양한 방법을 개발해냈다. 이제 금융회사들은 일련의 대출을 한데 모아 “팩키지”를 만들고 이를 헷지펀드나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거래를 주선한 금융회사는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 수입은 물론 이자수입보다는 적지만 대신 리스크는 거의 영에 가깝게 된다.
주식, 선물, 파생금융상품, 통화 같은 각종 금융 “수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투기의 규모는 놀라울 지경이다. 금융분석가들은 금융이 실물 부문과 무관하게 끝없이 떠오를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내뱉는다. 주식시장과 통화거래시장의 거래량과 거래가치는 그 기반을 이루는 실물경제부문의 규모를 훌쩍 넘어선 거대한 도박판. 가령 1975년 뉴욕주식거래소의 하루거래량은 1천9백만주였다. 2006년에 이르면, 거래량은 16억주, 그 가치는 6백억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국제통화시장의 일일거래량은 더욱 커서 1977년 1백8십억달러였던 것이 지금은 하루 평균 1조8천억달러에 이른다! 이 말은 매 24일마다 거래되는 달러화 규모가 전세계 일년 국내총생산과 맞먹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통화투기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하루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들고나는 일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거래 전문가들은 리스크가 어마어마하다고 경고한다. 시장의 경기진행방식에는 제한이 없다. 가령 특정 주식의 가격하락에 돈을 걸 수도 있다(공매(空賣)). 이 때 거래되는 것은 차입주식으로, 미래의 특정 시점에 해당 주식을 환매해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약정한다. 장래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권리나(콜 옵션) 팔아치울 권리(풋 옵션)를 구매할 수도 있다.
“선물”은 거의 모든 것의 미래가치나 미래의 지수에 돈을 거는 것이다. 곡물, 우유, 버터, 커피, 설탕, 오렌지 주스, 소, 돼지고기 같은 농산물 및 석유나 금속 같은 천연자원에 대한 선물시장의 역사는 깊다. 생산경제에서 회사는 당연히 생산품의 주원료 비용을 안정시키고 고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전세계의 선물거래를 살펴볼 때, 2005년 (선물, 선물에 대한 옵션, 유가증권에 대한 옵션)거래의 경우 체결된 약 백억건의 계약 중 농산물, 금속, 에너지 자원에 관련된 계약은 8%도 안됐다. 최근 선물에 걸리는 돈이 금융부문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통화 가격, 국공채, 주식, 금리, (일본의 니케이225,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500, 다우존스지수 등) 여타 다양한 금융관련지수나 주가지수에 자금의 92%가 걸려있다.
2003년 미 국무부가 민간회사와 합동으로 만들었던 선물시장은 그보다 더 기괴한 선물 시장 중 하나이다. 이 시장에서는 저격수나 테러리스트의 공격가능성에 돈을 건다.
파생상품과 헷지펀드 또한 금융투기폭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1년 4월부터 2004년 4월까지 거래된 일일 외환거래와 금리 연계 파생계약은 74% 증가해 2조4천억달러에 달했다. 2006년 말 파생상품 장외거래의 관념상 규모는 2백8십3조달러였고 이는 같은 해 전세계에서 생산된 상품 및 서비스 액수의 6배에 해당한다. 파생상품거래 현황은 2006년 상반기동안 “신용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전지구적 시장 규모는 52% 성장해 2십6조달러에 달했다”는 《뉴욕타임스》 2006년 9월 22일치의 내용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파생상품시장은 지난 4년간 매년 100%씩 성장해왔다.
미국에 본거지를 둔 헷지펀드가 보유한 자산규모는 1조2천억달러에 달하는데 이 대규모 자본은 신속히 움직이며 투자한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일일주식거래량의 거의 절반은 헷지펀드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헷지펀드는 고수익을 낸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이 잡은 큰 기회 이면에는 잠재적인 위험이 다수 도사리고 있다. 가령, 헷지펀드인 아마란쓰자문회사는 9월의 단 한주 사이에 관리하던 자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6십억달러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유가보다도 변동성이 큰 천연가스 가격에 큰 돈을 걸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수합병 광란의 도가니 한가운데 서 있다. 인수합병과 관련된 자금 대부분은 막대한 차입자본이므로 시스템 내의 부채총액만 상승시킬 뿐이다. “... 올해의 인수합병규모는 인수합병의 열풍이 몰아쳤던 지난 2000년의 총거래액인 3조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민간투자회사가 기업을 차입 매수하는 일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개선한 다음 일반투자자들에게 신규주식을 주식을 판매함으로써 가치를 증진시키는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재의 환경에서 민간투자회사들이 하는 일이란 “사서 벗겨먹고 차버리는” 일이다. 이런 류의 거래에서는 수입이 매우 빨리 만들어진다. 가령 2002년 버거킹사(社)를 사들인 민간투자회사가 사용한 자금 중 순수한 자기자본은 구매액 14억달러 중 3분의 1에 불과했다. 나머지 돈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 돈들은 버거킹사(社)가 진 부채의 형식을 취한다.
최근의 거래로는 베인사(社), 콜버그 크라비스사(社), 메릴 린치사(社) 이렇게 세 민간자산회사가 합작해 영리목적의 의료체인인 HCA사(社)를 구매한 일이 있다. [세 회사가 합작한] 퍼스트 패밀리사(社)가 투자한 현금은 고작 5십5억달러에 불과하다. 3백십6억달러라는 매입가의 나머지는 부채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 부채는 주택담보대출을 갚아나가듯 HCA사(社)가 벌어들일 돈을 이용해 갚아나갈 계획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기업은 보통주를 소유한 개인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 위해 6백9십억달러를 차입헸다...지난 6년간 빌린 돈이 백억달러였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우 대조적이다”. 2006년 7월 한달 동안의 차입매수액은 2천억달러에 달하는데, 2004년 일년간의 차입매수액의 두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자본은 가처분 잉여를 새로운 생산설비에 투자하지 않고 부를 가져다주는 금융청구권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주식매점에 투자한다.
차입매수는 더 많은 부채를 낳는 동시에 투기꾼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남겨준다. 차입매수를 통해 이들이 구매하는 기업이 신주발행을 통해 대중에게 되팔려나가기 전에 이윤을 남기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문제는 논쟁거리이다. 하지만 인수된 민간기업이 과중한 부채를 떠안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통화 및 선물투기, 복합 파생상품 거래, 헷지펀드의 등장과 성장, 부채의 엄연한 증가는 모두 동일한 현상에 대한 대처법이다. 경제가 침체되면서 M-C-M' 형식을 통해서는 높은 수준의 자본회수율을 달성할 수 없게 되자 새로운 “투자”가 등장했다. 자본은 금융수단들을 활용해 높은 투기이윤을 얻으려고 차입자금을 찾아다니고 거품에 가까운 팽창을 조장한다. 깊은 경기침체는 “거대한 도박판”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계급전쟁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임금 감소와 (세금축소와 사회서비스 축소를 통한) 부의 상향재분배만으로는 경제의 생산부문에 투자된 자본의 상향나선식 회수가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도박이 생겨났다.
부채와 투기의 엄청난 확대는 더 많은 잉여를 끌어낼 방법을 제공했다. (a) 일반대중과 기업에게 더 많은 대출시행, (b) 저소득층에게 매우 불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대출시행, (c) 차입자금을 가지고 주식을 매점하는 방법으로 기업에게 더 많은 부채를 부과, (d) 상쇄하기 위해 해외로부터 미국으로 막대한 액수의 돈이 유입되어야만 하는 미국 외 세계와의 무역수지불균형, (e) 큰 규모의 도박. 사회에 생긴 문제의 비용을 치르도록 강요당하는 밑바닥 계층만 빼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활동으로 돈을 벌었다. 자본이 제시한 금융속임수에 속아 일반대중이 치러야 하는 대가 즉, 실패할 경우 자본이 대중에게 전가하는 비용의 규모는 1990년대에 미국정부가 저축 및 대부업계에 투입한 구제자금 규모로 파악되는데 현재와 미래에 개인이 지불할 납세의무금액을 제외하고도 천7백5십억달러에 달한다.
부채와 투기의 성장이 가져올 잠재적 결과에 대한 염려가 높아지고 금융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경제의 취약 요인들은 자본이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사용한 다양한 기법을 통해 도입되었고 더 큰 모순을 창출했다. 미국의 막대한 연간 무역수지 적자, 실물경제에 비해 늘어만 가는 부채, 투기장이 되어버린 금융부문. 생산기반에 비례한 금융적 상부구조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투기적 “해결책”은 풍선과 같아서 시스템을 영원히 확장시킬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끝날 것인지, 지금의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자본은 어디쯤에서 가던 길을 되돌릴 것인지? 만성디플레이션을 동반한, 혹독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기후퇴가 하나의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1980년대에 은행시스템이 무너졌을 때처럼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개입해 구제할 가능성이다. 그러나 얽혀있는 부채와 투기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이런 개입이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구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전반적인 경제위기와 장기적인 위협을 확대할 뿐이다. (2007. 2. 12)
주)
1)프레드 맥도프는 벌링톤 소재 버몬트 대학 식물 및 토양과학과 교수이며 먼슬리 리뷰 재단 이사이다. 그는 해리 맥도프와 함께 <먼슬리 리뷰> 2005년 7-8월호에 실린 “사회주의에 다가서기 Approaching Socialism”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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