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세(노동운동 동향) | <주간논평> 한미FTA 저지 3월 투쟁, 적당히 때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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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철순 작성일07-02-28 00:00 조회1,321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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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투쟁추스리자070227.hwp (31.0K) 34회 다운로드 DATE : 2015-05-13 13: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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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평> 한미FTA 저지 3월 투쟁, 적당히 때우지 말라
김 철 순
한미FTA 7차 협상이 지난 2월 14일 종료되고 8차 협상이 3월 8일부터 닷새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7차 협상에서는 각 분야에서 ‘가지치기’ 작업이 마무리되고 민감한 중소규모 쟁점이 대부분 타결되어 고위급 협상에서 거론될 핵심 쟁점만 남았다고 한다. ‘협상 타결 전망이 밝다’고 양국 대표가 이구동성으로 밝혔으며, 양국 대통령이 전화 통화로 ‘3월말 타결’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3월말은 TPA(무역촉진권) 시한이 만료되는 시점이다.
협상이 한국측의 일방적 양보(‘묻지마 타결’)로 진행돼 온 것은 분명하다. 핵심 쟁점은 무역구제(반덤핑 및 세이프가드)와 관련한 우리측 요구와 한국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와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에 대한 미국측 요구의 ‘빅딜’인데, 사실은 한국측이 자동차와 의약품에서 양보안을 제시하면 미국이 이를 수용할지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어서 ‘빅딜’이랄 수가 없는 셈이다.
알아둘 것은 쌀도, 개성공단도 협상 결렬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 쌀의 전면개방은 없다”고 작년 2월 협상 시작 때 이미 천명되었고, 개성공단에 대해 미국측 입장 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타결에 시간은 걸릴지언정 결렬될 사안이 아니다.
민중운동 세력은 지금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정권이 낙관하는 대로 FTA협상은 결국 4월초에 타결될 것인가? 1월에는 농민들을 중심으로 전국행진이 있었고, 2월의 7차 협상에 맞서 민주노동당 결의대회와 언론노조 간부들의 단식농성투쟁이 치러졌다. 3월초 시국회의 개최, 3월 10일과 24일 전국총궐기 계획이 잡혀 있다. 그런데 막판 싸움에 얼마나 ‘힘이 붙을 거냐’, 과연 정부의 관철 의지를 꺾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총궐기 투쟁으로 하여 활동가 22명이 옥에 갇히고 8명이 ‘수배’ 생활 중이다. 긴 세월 동안 투쟁을 벌이느라 솔직히 운동주체들의 기운이 많이 움츠러들었다고 봐야 한다. 작년에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큰 규모로 결성되어 ‘연내 타결’을 늦출 만큼은 싸워냈지만, 지금은 집행력과 동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쩔 수 없는 ‘역부족’은 밀쳐두더라도, ‘운동 주체들’이 성찰할 대목은 없는지 한번쯤 살펴야 한다. 이를테면 범국본 내부의 의견 중에는 “주요 대중조직 중심으로 일하다 보니 내부 민주주의가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있음직한 일이겠거니와,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더 열심히 참여할 수는 없었을까.”하는 물음도 거꾸로 던져봄직하다. 한미FTA에 대하여 “IMF보다 백배는 더 민중생존을 파괴한다”고 비판했었는데, 이렇게 엄중한 일이라면 ‘다수파의 텃세’가 있다손치더라도 대오에서 물러날 수 없지 않겠는가.
주요 대중조직이나 주요 정파의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어볼 수 있다. “완승을 거둘 자신은 없다. 일부분이라도 막아내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지레 물러서려는 것은 아닐까. 평택 대추리 투쟁도 반전통일운동으로 높여내지 못하고 ‘주민 토지보상’의 해결로 자족해 버렸듯이 이 싸움도 적당한 선에서 멈춰 서려는 것 아니냐는 염려다. 한때 자주파가 ‘개성공단산 제품, 원산지 인정 요구’에 비중을 두지 않겠느냐는 그런 염려가 있었거니와 맥빠지게도 북핵사태 이후 이것조차 쉽게 엄두내기 어려워졌다.
한미FTA저지투쟁을 계급적 과제로 중시해온 평등파나 ‘좌파 중의 좌파’는 이 투쟁에 얼마나 치열하게 결합하고 있는가? ‘전진’은 “이 투쟁에 당의 명운을 걸라. 전선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도 ‘한미FTA 범국본’을 강화하자.”고 일찍이 제창한 바 있는데 지금도 민주노동당과 금속, 공공연맹을 채근하고 있는가?
‘미디어 참세상’에서 최근에 내놓은 논평이 우리의 염려를 자아낸다. “한미FTA 저지싸움, 할 만큼 했다. 분노도 실력도 보여주었고, 모두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거라는 경고도 했다. 8차 협상, 8.5차 협상을 거치며 저들 의도대로 될 것이다.” 미디어 참세상은 이 싸움을 그만해도 되는 이유로, “우리의 투쟁이 반자본주의적 성격을 띠기 시작했기 때문”이요, 그래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란다. “지금부터는 결이 다른 싸움(사회공공성과 사회화 쟁취 전략, 07-08년 시기 실행가능한 반자본 대중정치기획)”으로 나아가자는 주장이다. 얼핏 들으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따져 새기면 그렇지 못하다. 등가교환(?)이 불가능한 거래다. 새로운 가능성은 아직 머릿속에나 있는 공수표요, 협상 저지는 확실한 ‘현찰(?)’이 아닌가. 좌파들도 한미FTA에 대해서는 ‘경제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민족주의적 분노를 아끼지 않았거니와, 그 비판이 부풀려진 비판이 아니라면 싸움이 끝나기도 전에 ‘그만 접자’는 말을 꺼내는 것은 당치 않다. 누구더러 ‘물러서자’는 말일까? 그렇다면 이른바 ‘좌파 활동가 조직’이 3월 투쟁에 열심히 나서겠다고 다짐한 것도 ‘빈 말’인가?
‘참세상’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다른 주체들의 기백도 짐작이 간다. 한국진보연대에서 2월에 내놓은 문건을 보면,
▸ 타결되고 국회비준이 2007년 상반기경 처리될 경우
- 타결 양상이 굴욕적일 가능성이 크고, 정계개편에 따라 정치권내에서도 공공연한 반대 입장이 표출되면서 투쟁의 양성이 폭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음
- 즉각적으로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한다. 국민투표와 대선, 총선과 연결해 정치투쟁으로 발전시키고 군중적이고 역동적인 투쟁을 진행한다.
▸타결되고 국회비준이 2008년으로 이월될 경우
- 운동의 동력은 떨어질 것이지만 2007년 대선에서 의미 있는 쟁점으로 부상할 것
그런데 문제는 3월 투쟁이 치열하게 일어나지 못하면 ‘비준 저지’ 투쟁도 후속될 리 없다는 것이고, 지금 민주노총은 여러 이유가 겹쳐서 동력을 제대로 싣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그 문건에는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고민이 별로 담겨 있지 않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듯이 미래의 일정을 편하게 예견한다. ‘3월 투쟁의 엄중함’을 강조하는 말이 보이지 않으니, 이미 ‘남길 것만 남기자’는 적당주의의 태도로 돌아서지 않았느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진보연대의 건설이나 이뤄내자. 당은 ‘국민투표’를 이슈화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자.” 이런 태도는 10년 전에도 비슷하게 보이지 않았던가? “IMF 정리해고는 대세라서 어쩔 수 없으니,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합법화를 대신 얻은 것으로 위안 삼자(?)” 그렇게 적당히 멈춰서고 또 멈춰서는 식으로 하여 건설된 상설연대체가 무슨 전투적 변혁적 기풍을 담보해내겠는가? 자기 정파의 성과물을 챙기는 데에 마음이 쏠려서 연대운동을 패권적으로 벌이고 그리하여 그러모을 수 있는 동력도 더 그러모으지 못하는 악순환이 또 되풀이되고 있지 않은가. 국민파는 뿌듯하게 한국진보연대를 얻고, 중앙파는 당이 정치투쟁 벌일 거리라도 얻었음을 애써 자위하고, 계급좌파는 ‘반자본’의 기치를 내걸겠노라고 안간힘으로 얼버무리면서 다들 눈앞의 싸움을 적당히 끌어갈 때, 거침없이 통과된 한미FTA가 민중세력 모두의 뒤통수를 후려갈기지 않겠는가. “다들 정신 차려!”
돌이켜 보면 작년의 투쟁에서도 ‘적당주의’는 이미 드러났다는 것이 일선 활동가들의 판단이다. 구속과 탄압에 대해 치열한 대응이 없었지 않은가. 이제 투쟁은 적당히 줄이고, 그 성과물(한국진보연대)의 도움을 받아 이른바 ‘진보개혁세력이 다시 하나가 되는’ 자주민주정부 수립의 길에 나서는 것으로 보람을 찾아야 할까?
한미FTA와 관련하여 좀 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대목이 ‘노동권 박탈 공세’다. 협정문에 “양국의 노동법 규범을 일치시킨다”는 내용의 조항 하나를 넌지시 삽입해 놓으면 협상 체결 뒤에 ‘근로기준법을 뜯어고치라’는 압박이 들어올 수 있다. 그 핵심은 ‘해고의 자유’가 아니겠는가. 실제로 NAFTA가 체결된 뒤로, 이를 반영하여 미국 정부가 캐나다 정부에 ‘북미 노동협력협정(NAALC)’을 제안했는데 그 내용이 캐나다 노동법을 후퇴시키는 것이라 캐나다 주정부들이 반대하여 몇 년을 끌다가 1998년 가까스로 이 협정이 체결되었던 전례가 있다. 한미FTA 반대에 대한 선전이 ‘한국경제에 불이익이 초래된다’는 쪽으로 자꾸 흐르다 보니, 노동자들이 이를 자기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 결과, 경각심이 은연중에 줄어들었다.
우리는 ‘참세상’의 빗나간 청산주의에 반대한다. “대선에서 한미FTA를 쟁점화하는 것으로 만족하자.”는 한국진보연대 주류파의 달콤한 권유도 퇴짜 놓아야 한다. 지금 싸우지 않으려는 사람이 훗날에 싸울 리 없다. 투쟁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야 주체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것이다. 3월 투쟁에 힘이 실리지 못할 때, 한국진보연대가 느긋이 기대하는 ‘정세 전망’은 모두 허튼 말장난으로 판명 나서 쓰레기통 속으로 처박힐 것이다. 대중투쟁이 뒷받침될 때라야 대선에서 ‘민족 자주’의 의제화도 힘을 얻는 법이다. 우리의 주체 정세가 살얼음판이다. 그러니 동지들! 한미FTA 저지 3월 막바지 투쟁에 다들 힘을 모으자!(2007.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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