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세(노동운동 동향) | 더 높이, 참교육의 깃발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은교 작성일06-09-30 00:00 조회1,997회 댓글0건첨부파일
-
참교육운동060918.hwp (69.0K) 30회 다운로드 DATE : 2015-05-13 12:57:43
본문
더 높이, 참교육의 깃발을
정은교 (전교조 전 편집실장)
전교조는 오는 10월에 교원평가 반대 ‘연가투쟁’을 벌이겠노라고, 지난 8월말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다. 정부의 ‘교원평가’ 제도화 추진은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의 완성판인 바, 대다수 언론이 이에 맞선 연가투쟁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사설을 일제히 내놓았다. 전교조가 저항의 소리를 내면 다 함께 달려들어 누르겠다는 심산이다. 여론지형이 불리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은 더 심해졌다. 이 지형을 어떻게 헤치고,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야 할지, 깊고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생각의 실마리라도 살펴본다.
전교조는 맷집이 튼튼하다?
그동안 전교조가 보수언론들에게 받아온 험담은 거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다. 최근 것만 잠깐 들추자면 7월말 치러진 제 5대 (교육자치) 교육위원 선거에서 전교조 ‘조직후보’들의 진출이 주춤한 데 대해 언론이 입방아 찧어댄 것이 자못 흥미롭다. “선거 결과가 말해주듯 전교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졌는데도 여전히 강경투쟁으로 일관하니, 학부모들이 전교조 추방운동이라도 벌여야 전교조가 정신 차릴 것인가.”하고 중앙일보가 막말로 을러댔으며, 조선일보는 아예 ‘압수 수색’에 들어갔다. 8월초 1면 톱기사로 “전교조를 PD계열 소수 이념 그룹이 사유화했다.”며 그 배후 조종세력(?)을 열댓 명이나 거론했다. 어느 단체 지도부든 어떤 방향성을 띠게 마련이요, ‘실세’가 있기 마련인데도 이를 새삼스레 무슨 뉴스 거리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뉴스 거리’ 아닌가. 이는 그야말로 언론판 ‘이적단체 발표’요, ‘운동권 마녀사냥’이다. 마치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그룹)이 9.11테러 이후 마음껏 테러정국을 펼쳤듯이 한국의 수구세력도 박정희 전두환 때 써먹던 망나니 수작을 5.31 지방선거 압승에 들떠 되불러냈다.
내 가까운 한 동지는 전교조가 이렇게 몰매를 맞고도 태연한 데 대해 “한 개인 같았으면 죽어도 벌써 몇 번은 죽었을 게다. 전교조의 맷집이 정말 튼튼하다.”고, 달관한 도인처럼 갈파했는데 그렇게 달관만 할 일이 아니다. 가랑비에도 옷이 젖는다.
따지고 보면 수구언론이 ‘전교조 때리기’를 머뭇거리지 않는 까닭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현실에 국민의 불만이 너무나 겨워, 그 주체 못할 불만이 당장 눈앞에 어른거리는 교원집단에 대한 불신으로 옮아간다. 그러니 언론의 전교조 험담이 상당 부분 국민 대중에게 먹혀든다. 기실 그 불신은 군부독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뿌리깊은 것이 아닌가. 이 따가운 눈길에 이미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주눅 들어 있어서 전교조 안에 투항과 타협의 소리가 활개칠 공간을 마련해 준다.
전교조가 ‘신자유주의 반대’의 한 목소리만 내온 것도 아니다. 전교조 안에는 87 대투쟁 시절부터 ‘김대중 지지세력’이 뚜렷이 한 축을 잡아 왔거니와, 이들은 1995년 시동을 건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에 대해 아주 애매한 태도를 취해 왔다. 교원대중의 거부 정서가 아주 분명했던 성과급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반대’ 소리에 동조하지만 한편으로 다양성과 자율의 그럴싸한 담론에 대해 솔깃해 하는 이중성을 보여 왔다. 김대중과 노무현에 대한 비판적 지지의 태도가 이들 정치세력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 셈이다. 민주노동당이 출범한 뒤로, 전교조는 조직방침으로 ‘민주노동당 지지’를 결의하여 개혁보수세력에게서 거리를 두었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이 꼭 이 방침을 따라온 것도 아니고, 여전히 주류 세력에 기대는 정서가 만만치 않다. 뒤에 다시 살피겠지만, 이른바 ‘민주화 세력’에 동조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전교조 안에 두 흐름이 끊임없이 다툼을 벌여 왔다. 6월엔가, 전교조 출신의 전 청와대 비서관 김진경이 전교조를 가리켜 ‘교육발전의 걸림돌’이라며 직격탄을 날리고, 별것도 아닌 이 험담을 받아 여러 언론이 대서특필한 것도 전교조 내부로는 이 다툼의 연장선이요, 사회 전체로는 ‘진보세력 무릎 꿇리기’ 공세의 하나였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것은 최근 들어와 수구언론의 험담이 부쩍 사나워졌다는 사실이다. 아예 전교조를 퇴출시키고 싶다는 투다. 아니, 대문짝만한 활자 ‘전교조 내 PD그룹...’이 내비치듯이 이른바 전교조 내 ‘강경파’를 바로 겨냥하여 토벌 작전(!)에 나섰다. “강경파만 잡으면 전교조를 길들일 수 있다!” 이렇듯 저들이 목청을 높이는 비결은 전교조 ‘토벌’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일찍부터 ‘대연정(大聯政)’을 이뤄왔던 데 있다. 처음 전교조 좌파를 굳이 들춰내서 직격탄을 날린 사람은 NEIS저지투쟁에 혼쭐이 나서(?) 초창기 몇 달간의 개혁정치를 미련없이 접어버린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가.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가 들려오고 있다.
그래서 좌고우면이 절실하다. 운동의 진로와 형세를 살피는 판단이. 종주먹도 거듭 맞으면 항우 장사가 넘어지거늘, 저들이 전교조 내부 그룹까지 버젓이 까발기는 마당에 어찌 지피지기(知彼知己)를 게을리 하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