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의 <정세와 투쟁방향>입니다.

국내정세(정치) | <주간논평>\'미래구상\'에게 따져 묻는다 -첨부 정대화발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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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철순 작성일07-01-31 00:00 조회1,4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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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구상’에게 따져 묻는다

 지난 1월 12일 서울에서는 ‘한국사회의 창조적 미래를 위한 구상(약칭 미래구상)’ 시국토론회가 열려 언론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대선 정국의 또다른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는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 이수호 민주노총 전위원장, 임진택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부회장,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 97명이 참여했다.
 토론회 발제자 정대화(상지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사회의 위기 양상은 * 한미자유무역협정과 대연정 제안 등 참여정부 개혁의 실종과 사회 양극화의 심화  * 높아지는 수구보수세력의 집권 가능성과 이에 따른 한반도 평화 위기  * 수구보수세력의 ‘증오 정치’에 따른 가치관 혼란  * 민주/반민주 구도의 붕괴에 따른 지역주의 심화로 나타난다.”
 “열린우리당은 사회양극화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고, 민주노동당은 아직 ‘대안정당’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문제제기 정당’에 머물러 있다. ‘반수구 진보개혁 진영에 속하는 다양한 후보들이 일정한 정책적 합의를 전제로 연대를 이루고 국민적 완전 경선을 통해 ’국민후보‘를 선출해 ’반수구 연합‘으로 나아가자.” 
 우리는 따져 묻는다.

 1. 당신들은 신자유주의 공세와 그에 따른 사회 양극화를 정말로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세계 독점자본과 남한의 초국적자본을 ‘통제’하지 못하고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 이는 사회경제적 지배세력에게 메스를 대는 거대한 투쟁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시민사회단체 어디서도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해 왔다는 말을 들은 바 없다. 당신들이 그 과업을 떠맡을 주체라고 믿어줄 근거가 없다.

 2. 우리는 ‘반수구 연합’과 ‘국민 후보’의 정치적 속셈부터 의심스럽다. 당신들이 사회양극화 해소와 복지사회, 한반도 평화를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그 과업들을 “제대로” 떠맡을 사람들끼리 모여서 대안을 모색하고 민중의 지지를 구해나갈 일이다. 십 년이 걸리든 백 년이 걸리든, ‘제대로 된 정치세력’부터 형성하여 집권에 도전할 일이다. 그런데 당신들은 한편으로 ‘수구를 반대하는 사람은 죄다 모이라’고 외친다. “개혁에 실패한 무능한 세력도, 문제제기밖에 할 줄 모르는 세력도 다 하나의 잡동사니가 되자!” 수상쩍은 외침이 아닌가? 국민 대중이 과연 곱게 보아주기나 할까? 당신들에게 정말로 ‘사회 양극화 해소, 복지 쟁취’의 진정성이 있기나 한가? 온갖 화려한 구실을 다 대지만, 결국 ‘함께 대권을 따내서 권력을 나눠 갖자’는 속셈이 아닌가? 양극화야 제대로 해소되건 말건! 

 3. ‘진보 개혁 세력’의 개념을 참칭하는 것도 문제다. ‘반수구 연합’이 “한나라당 빼고 다 모이라”는 말인 줄은 천하가 다 아는데, 그렇다면 한나라당 빼고 다 ‘진보’라는 뜻이다. 정대화는 민주노동당에 ‘대안’이 없다고 했으니, 이는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은 열린우리당이 갖고 있다는 뜻이겠다. ‘현실적으로 인정해줄 만한 진보세력’은 열린우리당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부동산 폭등과 사회 양극화를 해소할 비전이 없다. 그들은 민생 파탄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수십 차례나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어떻게 그들을 ‘진보’라 부른다는 말인가. 그들을 ‘진보’ 또는 ‘좌파’라 부르는 것은 “그보다 더 왼쪽의 세계는 상상하지 말라. 다른 대안은 없다”는 메시지를 암암리에 퍼뜨리는 행위다.
 (그런데 ‘수구 즉 정치적 반동’에 제대로 맞설 세력은 누구일까? 박정희 유신체제의 정치적 반동을 몰아낸 것은 79년 ‘부마 항쟁’이었고, 전두환 군부독재를 파탄낸 주체는 87년에 진출한 노동자 민중이었다. 수구세력의 집권, 즉 신자유주의 파시즘의 출현을 제대로 막을 길은 민주주의 혁명세력이 커갈 길이 아닐까?) 
 
 4. 우리는 ‘미래 구상’의 정체성마저 의심스럽다. 현실에서 국민적 지지를 얼마쯤이라도 얻고 있는 정치세력은 열린우리당이지 난데없이 나타난 ‘미래 구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국민 후보’는 열린우리당 쪽에서 밀어올린 후보일 수밖에 없다. 정책도 불과 1년 안에 탁월하게 만들어낼 리 만무요, 설령 선명한 안을 입안한들 그들이 수용할만한 선에서나 채택될 수 있다. 그들이 ‘한미FTA'를 얼마나 반대할까? 그들이 한미FTA를 찬성하고 민주노동당이 반대한다면 그럼 모두를 아우르는 ‘반수구 연합’은 성사되지 못한다. 당신들은 이 경우 “대단결은 이루지 못했으나, 소(小)단결은 이뤄냈다”고 둘러대며 다음 행보를 옮기지 않겠는가? 당신들은 한미FTA를 ‘기본적으로’ 찬성하고, 비정규악법과 노사관계로드맵도 ‘불가피하다’고 나지막히 중얼거리고, 이라크 파병 문제는 ‘나중에 답하겠다’고 빠져 나가고, 부동산폭등 대책은 늘 나왔던 자질구레한 제안 몇 개로 생색내고, 그런데도 답변이 궁해지면 “그래도 수구세력이 집권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니? 걔네들이 집권하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하고 막연히 공포심에 호소하는 최후의 카드를 들이밀지 않겠는가? 그런데 신년초 김대중 선생이 이미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공포심을 해소해주는 교시를 내렸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개성공단 없애지 않는다!”

5. 당신들은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그리고 우리 시민사회세력이 하나가 되자!”고 외쳤거니와, 이때 무게 중심이 열린우리당에 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판단이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이뤄온 사회변화의 성과는 가볍게 무시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노동당과 나아가 노동자계급의 또다른 실천운동 부분들과 허심탄회하게 ‘하나가 되자’는 뜻을 품고 있을 리 없다. ‘올 테면 오고, 말 테면 말라’는 뜻이요, 민주노동당 등에서 마음이 떠난 일부 사람들을 끌어당기겠다는 소(小) 패권정치만이 준비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미래 구상’은 민주노동당과 한국의 노동자계급이 정치적으로 또는 변혁적으로 진출하는 흐름을 미리 흩으러놓는 지배세력의 ‘방파제’로서 구실할 것이다. 물론 ‘미래 구상’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을 서로 접착시켜주는 ‘중간 접착제’로서 환상적인(?) 반수구 연합을 이뤄내는 일일 터요, 그럴 때 노동자의 계급 정치는 완벽하게 탈색되리라.

6. 민주노총 전 위원장 이수호씨에게 묻는다. 89년 5월, 전국의 뜻있는 교사들은 민주노동운동의 대열에 하나가 되고자, 실정법으로 불법의 상태를 개의치 않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결성했고, 전교조와 전노협 결성으로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진출에 위기를 느낀 지배세력이 이를 누르려고 정략적인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을 만들어냈다. 그때 노무현 변호사는 전교조 집회에 와서 ‘불법은 범해서 고쳐야 한다’고 선동했고, 당신은 전교조 ‘불법(?)’ 결성의 주역으로 나섰다. 그때 한국의 교사들은 모처럼 사회 진보의 주력 군대가 되었고, 당신은 ‘참교육 교사’의 상징처럼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지금의 당신은 ‘열린우리당 2중대’나 다를 바 없는 모임에 참여하여 보수세력의 일원으로 변신함으로써 권력의 자리에 진출하고 싶어한다. 이 참여도 그 옛날처럼 고난의 길에 투신하는 일이라 자긍하는지 묻고 싶다.
 당신은 아마 지금도 민주노동당 당원일 것이다(탈당하면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겠는가). 아시다시피 민주노총은 조직적 결의를 거쳐 민주노동당을 만들어낸 ‘산파’요, 당신은 한때 그 민주노총의 지도자였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만을 지지한다’는 규정을 없애자는 소수 의견이 올라왔을 때 당신은 위원장으로서 그 의견에 찬동하지 않았을 터. 당신이 책임 있는 지도자이고,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방향이 ‘문제가 있다’고 절감했더라면 그 ‘조직적지지’ 규정을 철폐하는 활동에 나섰어야 한다. 그런 소식을 우리가 듣지 못했으니, 이는 당신이 책임 있는 지도자가 못 되거나, 민주노동당의 방향성에 의문을 품지 않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런데 당신이 ‘미래 구상’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믿음을 버렸거나, 아니면 ‘권력 좇기’가 더 급했다는 말이리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전교조 위원장 출신의 이부영씨도 ‘미래 구상’에 참여했는데 이 분도 민주노동당 지도부 선거에 출마한 적 있다. 이 분도 정치 신조가 갑자기 바뀌었거나 입신의 유/불리에 따라 정치 신조를 바꾸었거나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이수호씨에게 묻는다.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은 지도자로서 당신을 존경해 왔다. ‘비정규악법’과 ‘노사관계로드맵’의 입법을 강행하는가 하면, ‘전시 작전권’을 돌려받는 대신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수긍하여 ‘자주적 식민지화’의 길로 내달은 친미 신자유주의자 노무현세력과 당신이 제휴하려는 데 대해 80만 조직노동자가 지금도 기꺼이 공감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혹시 당신은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에도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이 아니었는가? 당신은 지난 연말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나도 정파활동을 졸렬하게 해왔다. 반성한다.”고 털어놓고는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통합집행부’를 제안했었다. 그 반성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민주노총을 백안시하는 시민운동의 흐름에 성급히 합류하기보다 민주노총 혁신의 노력에 더 매진할 일이 아니었을까? 
   
 7. 지난 1월 10일에는 ‘새해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한나라당 박세일과 열린우리당 출신 이부영, 뉴라이트 계열의 이석연, 안병직과 이른바 진보개혁 진영의 최열, 박원순이 한데 모여 좌우가 이제는 ‘중도’로 나아가자고 건설적인 결의를 다졌다. 김지하가 양쪽의 화해 상생을 기리는 시를 읊어 자리를 빛냈다.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최열은 ‘미래 구상’의 주축이고, 아름다운 재단 총괄상임이사 박원순은 열린우리당 대통령후보로 자주 거명된 사람으로, ‘미래 구상’과도 긴밀한 사이다. 이는 ‘미래 구상’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어떠할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자리에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인사들이 전혀 초대받지 못했는데, 이는 한국의 보수세력들이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진출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정치적 영향력 쯤은 ‘미래 구상’이라는 방파제로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이들의 판단대로 정국이 흘러가 준다면 올해와 내년에 형성될 ‘2007체제’에서 노동자 민중이 설 자리는 송곳 꽂을 땅뙈기도 남지 않는다. 어찌할 것인가?(2007.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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