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 외면할 수 없는 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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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필렬 작성일07-04-30 00:00 조회1,245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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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07. 04.hwp (34.5K) 0회 다운로드 DATE : 2023-06-15 17: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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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필 렬 (대안에너지 운동가․방송대 교양학부 교수)
2007년 2월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 정부간패널(IPCC)’에서는 6년 만에 새로운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 변화가 빨라졌고 이는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추세가 줄곧 이어질 경우 수십 년 안에 커다란 재해가 일어나리라는 것이 그 결론이다. 보고서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0.74도 올랐는데 지난 수십 년간의 상승 속도는 100년간의 속도보다 2배나 더 빨라졌다. 그래서 최근으로 올수록 찌는 듯이 더운 해가 늘어났다. 최근 150년간에 가장 더웠던 해를 순서대로 적어보면 1998, 2005, 2003, 2002, 2004, 2006년이다.
IPCC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수십 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2050년을 넘기면 늦여름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아버릴 수 있고, 이와 더불어 그린랜드를 뒤덮은 얼음도 녹을 경우 해수면이 7미터나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면은 이미 지난 100년간 20센티미터 남짓 높아졌다. 하지만 이는 해수면 상승의 서장에 불과하고, 이제 북극 일대의 얼음이 본격적으로 녹기 시작하면 해수면의 급속한 상승이 일어날 것이다. 그린랜드의 얼음이 거의 사라진 일은 이미 125,000년 전에 일어났다. 당시에는 해수면이 4-6미터 가량 상승했다.
이 모든 일이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 지난 150년 동안 인간이 대기 속으로 뿜어낸 이산화탄소, 메탄, 질소 산화물, 염화불화탄소 등에 의해 온난화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이들 기체들이 늘어난 시점은 산업화가 시작된 시점, 인간이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때기 시작한 시점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수천 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던 이 기체들의 농도는 1800년경부터 상승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30% 이상 높아졌다. 모두 에너지소비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것인데, 이러한 증가 추세는 막을 수 없으며 기후 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따끔한 경고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 증가 추세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몰고 올 이른바 한계점(tipping point) 부근까지 도달했기 때문에 이제는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는 등 대책을 아무리 세워 봤자 하릴없다는 한탄의 소리마저 들린다. 미래에 대한 어두운 그림이 자꾸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것이다.
한사코 인재(人災)를 부인하는 논리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인간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말이다. 이들도 물론 지구의 평균 기온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측정을 통해서 확인된 객관적인 사실을, 지역과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상하게 기온이 춤추는 현상을 부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03년 여름에 유럽에서는 이상 고온이 3주 넘게 이어져서 수만 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더랬다. 어느 누구도 2006년 여름 월드컵 개최 당시의 독일 날씨가 비정상적으로 더웠고, 2006년 유럽의 가을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가을이었다는 사실을 쉽게 부정하지는 못한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해체의 위기에 직면했고 급기야 투발루 정부가 온 국민을 뉴질랜드와 통가와 오스트레일리아로 뿔뿔이 흩어서 이민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엄연한 사실이다.
이렇게 엄연한 기후 변화가 ‘인재(人災)’가 아니라면 대관절 무엇 때문인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려는 자들은 기후 변화가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기후란 원래 변동이 잦은 것인데, 100년간 기껏해야 1도도 채 올라가지 않은 상황을 놓고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느냐는 것이다. 지구의 절반이 빙하로 덮인 적도 있고, 시베리아나 몽골이 공룡이나 대형 코끼리가 서식할 정도로 더웠던 적이 있듯이 지구 기온이란 원래 들쭉날쭉하다는 것이 이들 논리의 근거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세계를 통틀어 극소수에 불과하다. 석유메이저의 연구비를 받는 사람들과 무턱대고 세계의 미래를 낙관하는 보수주의자들이 그 주창자들인데 이들은 대부분 미국에 산다. 미국 바깥에도 그 추종자들이 더러 있는데 석유를 팔아야만 부를 누리는 중동 나라와 막대한 석유를 사들일 수밖에 없는 한국에 주로 몰려 있다.
그들의 말씀은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인재론(人災論)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냐는 점잖은 불가지론(不可知論)부터, 미국 같은 나라도 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했으니 미국을 믿어야 하지 않겠냐는 미국 맹신론, 기후변화 담론은 틀림없이 한국 같은 후발 산업국을 내리누르려는 선진 산업국들의 압력 도구일 게라는 꽤 그럴듯한 음모론까지 백 가지 다양한 설(說)이 꽃피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심지어 어떤 에너지 전문가는 전세계의 개미가 내뿜는 메탄이 인간이 내놓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다는, 과학적으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전세계의 개미를 다 합하면 그 무게나 부피가 전세계 인간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개미 연구자들의 정설이다. 개미는 지구상에 아주 오래 전에 등장해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번식한 대단히 생명력이 강한 동물이다. 그런데 개미가 모두 온실가스를 뿜어대는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인 메탄을 내놓는 개미는 흰개미이다. 그런데 흰개미는 사실 개미 종에 속하지 않고, 바퀴벌레와 친척관계다. 미국의 주택소유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동물은 흰개미인데 흰개미는 소와 마찬가지로 온갖 종류의 셀룰로즈를 먹어치워 소화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목조 주택이 아주 많은데 흰개미의 습격을 받은 주택은 거의 형체 없이 무너져버리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흰개미는 나무를 먹어치우면서 메탄가스를 내뿜는데 이들이 엄청나게 번식하여 왕성한 활동을 한다면 메탄가스의 농도가 꽤 유의미하게 높아지겠지만 전체 개미의 수와 비교하면 무시할 만큼 적다. 그러므로 흰개미가 내뿜는 메탄가스의 양도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보다 훨씬 적다. 흰개미가 기후변화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우스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그럴듯한 자연발생설은 ‘태양활동 변화론’이다. 태양의 활동이 활발하면 지구 기온이 올라가고 주춤하면 당연히 떨어진다. 그런데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이 태양 활동이 활발한 시기라는 말이다. 이들 말대로라면 기후 변화를 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으므로. 그런데 자연발생설의 주장이 정말 타당하다면 지속적인 기온상승을 뒷받침하기 위해 태양의 활동이 계속 활발해져야 하고, 그 활동이 장기간에 걸친 관측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렇지만 기후학자들은 태양활동 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론의 타당성을 제한적으로 만 인정할 뿐이다. 지난 100여 년간의 지구평균기온이 왜 높아졌는지 기후학자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한 바에 따르면 태양 활동의 영향이 30%, 인간 활동의 영향이 70%쯤 된다고 한다. 결국 최근의 기온상승을 유발한 주된 요인은 인간이 내뿜는 온실가스라는 것이다.
석유 기업들이 문제다
자연발생설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화석 연료를 사고파는 기업체들이다. 특히 세계 최대의 석유자본 엑손-모빌(Exxon-Mobil)이 그렇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이따금 수긍하기도 하지만 1999년에 발간된 그들의 연례보고서는 ‘화석연료 원인론’이 사변적인 가정과 증명되지 않은 모델에 근거한 것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한 “현재의 과학적 이해가 화석연료의 강제적 사용 제한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엑손모빌은 그러므로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가 아직 더 쌓여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결국 복잡한 기후변화 현상을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으로 돌리기는 아직 시기상조이고, 따라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때 이르다는 점이 엑손모빌이 말하려는 핵심이다.
석유를 많이 팔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논리야말로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를 부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인간이 기후 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하면 화석연료 사용 제한론에 동의해야 하므로 기업 활동이 타격을 입는다. 그러니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시간을 벌어야 한다. 엑손모빌은 당연히 기후 변화에 관한 교토(京都) 의정서도 비판한다. 원인이 복잡다기한 기후 변화를 단순하게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인재론(人災論)에 대한 이러한 반발이 아무리 끈질기다 해도 국제연합의 기치 아래 모인 전세계의 기상학자들은 “인간의 활동이 기후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해가 갈수록 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IPCC에서는 몇 년에 한번씩 기후 자료를 종합하여 기후 변화를 진단한다. 1996년 보고서에는 “여러 증거를 검토했을 때 인간의 활동이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고 적혀 있다. 2001년 보고서는 “지난 50년 동안 관찰된 지구 온난화 현상 대부분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더욱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2007년 초의 보고서에는 ”20세기 중엽 이래 관측된 대부분의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농도의 상승에 기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Most of the observed increase in globally averaged temperatures since the mid-20th century is very likely due to the observed increase in anthropogenic greenhouse gas concentrations)고 정확하게 서술되어 있다.
전세계 대다수 기상학자들의 연구를 믿을 것인지, 아니면 엑슨모빌 같은 석유자본과 몇몇 기후학자들의 주장을 믿을 것인지는 크게 고민할 일이 아니다. 단순하게 1860년대 이후의 세계 평균기온의 변화와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를 비교해 봐도 기후 변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판명된다. 인간이 화석 연료를 때기 시작한 1860년대부터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높아졌고, 평균기온도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150년 이상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평균기온이 줄곧 높아진 적이 없다.
150년 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ppm이었다. 100만개의 공기알갱이 중에서 280개가 이산화탄소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0년에는 이 알갱이의 수가 370개로 증가했다. 32%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동안 지구평균 기온은 거의 섭씨 1도 가량 상승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다른 온실가스도 크게 증가했는데, 이산화탄소보다 20여배나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은 산업화 이전의 농도는 700ppb였지만, 2000년에는 농도가 그 2.5배인 1753ppb로 증가했다. 온실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4600배나 더 높은 염화불화탄소 계열 화합물은 산업화 이전에는 전혀 없었지만 2000년에는 265ppt로 증가했다. 이러한 온실가스의 꾸준한 증가와 수천 년 인류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속적인 기온 상승이 상관이 없다고 잡아떼는 것은 정말 언어도단이다.
손 놓고 지내는 것은 파멸의 길
대다수 기후학자들은 인류가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계속 내뿜는다면 기후 변화가 점점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래서 100년 뒤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최대로는 섭씨 6.4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04년 초에 발표된 미국 국방부(펜타곤)의 보고서는 20년만 지나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벌써 닥칠 것이라고 염려한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자연적인 재앙이 국제정치, 군사, 경제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연구한 글이다. 펜타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세계 식량생산을 크게 줄이고 세계의 화석에너지 생산 인프라를 혼란에 빠뜨려서 에너지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갖가지 기상재해를 불러와서 깨끗한 식수의 확보도 어렵게 하리라고 예측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제적인 분쟁과 전쟁이 터져 나올 수 있다는 대목이다. 핵무기 개발능력이 있는 한국과 북한 같은 국가들은 식량과 에너지와 물을 확보하려고 핵무기를 휘두를 수도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또 다른 예측이다.
기후변화가 자연현상일 뿐이라고 손놓고 지낸다면 그에 따른 엄청난 결과를 속수무책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가 정말로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면 어쩔 것인가? 내버려 두는 것은 파멸로 가는 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만에 하나, 기후 변화가 인간 활동에 따른 것이 아닐지라도 유비무환(有備無患)에 나설 일이다.
기후 변화를 막는 방도는 다양하다. 개인들은 화석 에너지를 되도록 적게 소비하고, 국가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여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 산업체는 에너지를 적게 쓰는 생산방식을 개발하고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개발에 나서야 한다.
결국 기후 변화는 생태적인 삶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기후변화 극복의 길이다. 지금 기후 변화가 너무나 깊숙이 진행되어서 어떤 노력도 소용없다고 하더라도 생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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