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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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세(경제) | 이재용의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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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1-25 11:10 조회8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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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125) 글입니다.

 

이재용의 죄와 벌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삼성재벌 총수 이재용이 지난 19일 박근혜·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죄로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실형을 선고받던 당시 이재용의 모습은 이러했다.

피고인석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자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재판부가 법정구속을 통지한 뒤 마지막 진술 기회를 줬지만 이 부회장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가 특검측에 구속영장집행을 명령하자 이 부회장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재판부가 법정을 떠나자 이 부회장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 이재용에 대한 사법처리가 일단락됐다.

그런데 이재용측은 죄에 비춰 벌이 너무 과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재벌이 운영하는 한국경제TV는 여론조사를 앞세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국민의 절반에 가깝다고 보도한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평가에 대해 이 부회장은 4세 승계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영권 승계에 관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법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으로 이보다 더 실효성 있는 조치가 무엇이 있냐고 항변했다. 이번 선고가 내려지기 며칠 전 필자가 서울고법 앞에서 국정농단 공범 이재용에게 중형을내리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을 때 이재용측으로 보이는 어떤 사람이 다가와 자기 아버지 재산을 아들이 물려받는 게 무슨 죄가 되느냐며 힐난했다.

이재용의 죄는 역사적이다. 그는 이건희의 아들이고 이병철의 손자다. 이병철은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까지 대한민국 최대 부자였고, 이건희는 노태우 이후 민간민주 정권 때 국내 최대 부자였다. 그런데 그들의 막대한 재산은 합법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조성한 돈도 아니다. 헌법을 부정하는 무노조경영으로 노동자를 착취해서 만들고 모았다. 노동자 피와 땀의 축적일 뿐 아니라 불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해서 모은 불법재산이다. 또 이런 불법을 눈감아 주게 하고 온갖 특혜를 받기 위해 정경유착과 부패를 일삼으면서 조성한 돈, 죄로써 조성한 돈이다. 이재용은 그 재산을 물려받았다. 따라서 죄도 함께 물려받은 것이다.

그의 할아버지 이병철은 이승만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대가로 숱한 특혜를 받아서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이런 범죄로 인해 4·19혁명 당시 부정축재자 1호로 지목됐다. 박정희의 5·16쿠데타가 아니었으면 그는 감옥살이를 했을 것이며 그의 재산은 국고에 환수됐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오늘날의 삼성재벌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진 자들은 그의 아들 이건희가 경영을 잘해서 재산을 증식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이건희는 자동차산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해서 5조원을 날렸다. 자동차산업 진출도 정경유착으로 노태우 정권으로부터 허가를 받아냈다. 이에 대해서는 김종인씨의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 잘 나와 있다. 또 삼성전자는 반도체 노동자들을 백혈병에 걸려 죽게 하면서 돈을 벌었다. 국가권력과 짜고 노동자의 백혈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이재용은 2014년 이건희가 식물인간이 된 이후 총수 역할을 해 오고 있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죄로 조성한 재산과 경제 권력을 물려받았으므로 생래적으로 죄인이다. 그런데도 그는 재산과 권력의 상속은 주장하면서 죄의 상속은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총수직을 승계하기 위해 부정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의 동의를 받아내고자 회삿돈을 횡령해 박근혜·최순실에게 뇌물을 바쳤다. 그리고 그런 부정한 합병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고의적으로 분식했다.

그는 서울고법 선고가 끝난 뒤 법정 바깥에서 직접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법정구속으로 무산됐다고 한다. 죄인이 아니므로 실형의 벌을 받지 않고 세계를 누비고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던 것이다. 그에게는 죄의식이 전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정농단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르고도 어떻게 집행유예로 풀려나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가.

죄를 지었다는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법을 적용해야 하는가. 작량감경이나 선처가 아니라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사법부는 비록 실형을 선고했지만 작량감경했고 선처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에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하면서 어떻게 26개월의 형을 선고하는가. 뇌물·횡령액이 대법원이 판단한 것만으로도 87억원이며, 최소 5년 이상을 형을 선고하게 돼 있는데. 경제단체 대표들이 탄원서를 넣었는데 그것이 선처의 근거인가. 국정농단 범죄자 재판에서 법률이나 촛불혁명의 양심보다 자본가들의 탄원이 우선인가. 이번 선고는 법적 근거가 없는 명백한 봐주기 재판이다. 이 재판은 법률과 양심에 어긋나며 불법적인 유전무죄 재판이다. 이로써 사법정의는 실종됐고 사법부는 부패사법부임이 판명됐다.

이재용이 이렇게 불법·부당하게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은 사법부만의 잘못도 아니다. 언론이나 정치권이나 종교계나 이재용에게 법대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한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나라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고 재판을 하는 나라가 아니다.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는 헌법 33조는 장식물에 불과하다. 기소는 검찰 입맛대로이고, 재판은 유전무죄무전유죄다. 정론을 말하는 언론을 찾아보기 어렵듯이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정당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헬조선이다. 헬조선은 변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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