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의 <정세와 투쟁방향>입니다.

국내정세(정치) | 4·15 총선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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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4-20 10:42 조회9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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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420일자) 글입니다.

 

4·15 총선의 의미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이번 4·15 총선은 하나의 이변 또는 격변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 초반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코로나19)으로 인해 투표율이 매우 저조할 것이며 여야가 적당하게 의석을 분점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최종결과는 예상과 현저하게 달랐다. 사전 투표율이 기록적으로 26.7%에 달하더니 공식 투표 당일에도 높은 투표 참여가 이루어져서 합계 투표참여율이 66.2%나 됐다. 또 투표 결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비례대표를 포함하여 여당 180, 야당 103석이라는 놀라운 승패의 갈림이었다. 유시민, 박형준 같은 사람들의 ‘180이니 개헌저지선이니 하는 발언에서 엿볼 수 있듯이 여야 각 당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된 기간의 여론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정치권이나 언론이나 일반국민이나 가릴 것 없이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여당이 압승하고 야당이 참패 내지 폭망 한 지점이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거란 규범적으로는 행정부든 의회든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집권한 당파와 그것을 탈취하려는 당파 간의 권력쟁탈전이 아닌가. 그리고 이런 권력쟁탈전이 적절하게 상호 권력을 균점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을 가장 바람직하게 간주하지 않는가. 예컨대 55가 되거나 그 비슷하게 되는 것 말이다. 그래야 정권 견제가 가능하고, 또 국민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이번 총선은 상궤에서 벗어난 것이다. 야당이 참패 정도를 넘어 폭망하는 수준밖에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고,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에 구애되지 않고 뜻하는 대로 입법할 수 있게 됐으니까.

 

야당이 왜 폭망 했는가 하는 지점에서는 커다란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한마디로 야당은 그냥 보수가 아니라 수구적 보수였고, 그런 수구 정체성이 국민 다수로부터 비호감 내지 혐오를 받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한 TV 대담에서 현 야당은 수구와 보수가 혼재돼 있는데 그 가운데 수구적 모습이 합리적인 국민들로 하여금 기피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본부장도 비슷한 평가를 했다. 그는 사실은 탄핵 이후에 자유한국당이 거쳐오는 과정에서부터 당이 변화해야 할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 돼 가지고, 별로 노력한 흔적도 보이지 않고, 보수 보수만 외치다가 지금에 온 것 아니예요? 아무 변화도 안 한 거지.”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다고 평가한다. 얼핏 보기에 호남권과 대전과 제주에서 싹쓸이 하고, 수도권에서 싹쓸이 하다시피하고, 충청권에서도 승리했으며, 전체적으로 의석을 60%나 차지했으니 그렇게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조금 속으로 들어가 보면 이런 압승은 국민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결과가 아님이 드러난다. 투표자 가운데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에 투표한 비율은 50.2%에 달했지만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33.35%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역구 선거는 소선거구제 선출방식 때문에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차악을 선택한 투표자가 많다. 따라서 그 득표율은 지지율과는 거리가 있다. 이에 비해 비례대표는 상대적으로 자신이 임의적으로 선택하는 측면이 많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례대표 선거를 통한 여당의 지지는 투표자의 1/3로 야당에 대한 지지 33.84%보다 낮았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열린민주당의 득표율 5.4%를 더한다면 득표율이 올라갈 수 있겠지만 여당에서 그 당을 자신들의 비례정당이 아니라고 공언했으므로 여당에 대한 지지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 온당하다.) 여당의 이런 낮은 득표율은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를 무색케 한다. 여당은 비례정당 TV광고에서 대통령으로 도배했고 노골적으로 문재인 마케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그렇게 나타났다. 이는 꼼수로 위성 비례정당을 만든 데 대한 불신의 표현일 수도 있고, 문재인 정권 자체에 대한 불신의 표시일 수도 있다.

요컨대 어느 모로 보나 야당에 대해 국민이 부정적인 심판을 내린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당에 대해 긍정적인 지지를 했다고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여당에 대해 야당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부정적인 심판을 내렸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사실, 투표 이전에 많은 논객들이 차선이 없으면 차악이라도 선택하라고 국민의 선거참여를 독려했다. 경향신문 314일자 사설은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차선도 없으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매일경제 신문 채수환 정치부장은 410일자 칼럼에서 필자가 품었던 의문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느냐였다. 그리고 현재의 시점에서 감히 내린 결론은 국민을 위해서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 총선판을 보면 그랬다. ... 개인적인 희망이 있다면 차라리 압승하는 정당과 폭망하는 정당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임미리 교수는 일찍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지금까지 국민은 최악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차악에 표를 줬다고 하면서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말자고 했다. 그러나 국민은 결국 또 차악을 선택했다. 파쇼체제 아래서 최선이나 차선의 정치세력이 유력한 정치세력이 될 수 없으므로, 구조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국민은 이번에는 차악을 선택하되 압도적으로 차악을 선택하는 것을 통해 다른 한쪽인 악의 정치세력을 폭망하게 만들었다. 참으로 놀라운 민심의 발현이다.

 

그 다음 단계의 과제는 무엇일까? 자유주의 세력과 비()수구 보수세력의 권력균점일까? 아니다. 폭망한 파쇼 수구세력을 완전 궤멸시키고 민간파쇼 체제를 해체시키면서 노동자민중 스스로가 최선의 정치세력이 돼 모든 차악의 정치세력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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