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세(경제) | 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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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6-13 17:20 조회397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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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hwp (32.0K) 1회 다운로드 DATE : 2022-06-13 17: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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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6월 13일자) 글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5월31일자 본란의 ‘거품조성과 거품붕괴, 둘 다 못 피한다’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거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해를 넘겨서 국내 경제신문도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양적 긴축을 실시할 거라고 보도했다.(<매경> 1월 7일)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는 경기침체를 우려해 양적 긴축에 주춤거렸다. 그 사이 인플레이션은 1월 7.5%, 2월 7.9%, 3월 8.5%로 계속 높아졌다. 이렇게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1분기 경제성장률은 -1.5%로 추락했다. 고물가 속의 저성장 또는 침체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그러자 세계은행은 4월26일자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식량·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50년 만에 최대의 물가충격이 몰려와 지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6월에 접어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험이 됐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다시 한번 “많은 나라들이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 4.1%에서 2.9%로 크게 낮췄다. 세계은행은 이 전망치가 2.1%로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렇게 되자 세계 경제가 과연 스태그플레이션 수렁에 빠질 것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논객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낙관론자들은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한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 이제라도 적절하게 양적 긴축을 실시하면 경기가 역성장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으면서 물가를 잡는 연착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제압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거라고 전망한다. 비관론자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도 경제는 연착륙시킨다고요? 그건 연방준비제도의 희망일 뿐 가능성은 바늘구멍만큼 작습니다”라고 단언한다.
어떻게 될까? 그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부르주아 경제학에서는 공급측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과 수요측에서 유동성이 과잉 공급되는 것에 의해 또는 이 둘이 함께 작용해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난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진실을 왜곡한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1973년 석유파동 이전부터 경기가 둔화하고 물가가 앙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기둔화 상태에서 케인스주의 경제학의 처방에 따라 경기부양을 위해 계속 유동성을 공급했으나 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났던 것. 이런 상태에서 석유파동이 스태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면 석유파동 이전에 어째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됐는가? 스태그플레이션은 저성장 또는 역성장과 물가급등이 병행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성장이 둔화하거나 침체하는 상황에서 이를 반전시키고자 유동성 공급을 증가시킬 때 경기는 회복되지는 않고 물가만 급등하는 상황이다. 이런 유동성 확대 공급이 없다면 경기는 계속 둔화 또는 침체하지만 물가는 급등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유가상승 또한 유동성 공급이 계속 확대되지 않는다면 계속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스태그플레이션은 결국 경제성장 둔화라는 기저질환에 대한 유동성 과잉공급이라는 잘못된 처방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어째서 이 시기에 경제성장이 둔화했는가?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제성장은 곧 자본축적이다. 그러나 자본은 적절한 이윤율이 보장되지 않으면 신규투자를 하지 않고, 그러면 확대재생산인 축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데 자본의 이윤율은 추세적으로 저하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철의 법칙이다. 자본은 노동생산성을 증대시켜서 그 부스러기를 노동자에게 나눠주지 않고는 자신의 지배·착취를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과정은 곧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고도화하는 과정이며,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하면 노동운동의 무력화로 자본의 착취도가 높아지지 않는 한 이윤율은 저하한다. 이런 인과관계로 미국과 영국 경제는 1960년대 말부터 이미 이윤율이 저하하기 시작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그 자체다. 이렇듯이 지금 진행 중인 스태그플레이션에도 그 밑바탕에는 이윤율 저하 경향이 작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가 왔고, 그 이후 장기불황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으며, 그 불황에서 벗어나겠다고 천문학적으로 통화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2020년 3월부터 1년 사이에 트럼프·바이든 정권이 무려 5조달러의 코로나 경기부양자금을 방출함으로써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 왔다. 5월 물가상승률은 무려 8.6%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전망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제 운행을 교란한다. 따라서 자본은 반 인플레이션 정책인 양적 긴축을 실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양적 긴축을 약하게 실시하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다. 반면 양적 긴축을 강하게 실시하면 경기가 침체한다. 어느 쪽을 택할까. 1980년대에 그러했듯이 자본주의는 금융독점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후자를 택할 것이다. 그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기침체”라고 압박한다.
한편 경기침체가 자본의 이윤율 저하에서 비롯됐다면 자본이 유기적 구성을 낮추든가 착취도를 높이든가 해서 이윤율을 높여야만 한다. 그러나 어느 것도 여의치 않다. 노동생산성을 낮춰 유기적 구성을 낮출 수는 없다. 임금몫을 줄여 착취도를 높일 수도 없다. 착취도를 높이면 과잉생산이 발생해서 침체가 악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본으로서는 다른 자본의 경제영토를 빼앗음으로써 축적할 수밖에 없다. 고로 독점자본인 제국주의 상호 간에 경제영토 쟁탈전이 격화한다. 이는 다시 스태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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