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세(노동운동 동향) | 이재용 vs 정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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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9-05 10:41 조회319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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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vs 정우형.hwp (32.0K) 1회 다운로드 DATE : 2022-09-05 10: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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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9월 5일자) 글입니다.
이재용 vs 정우형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윤석열 정권은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복권했다. 민생을 우선시해서 정치인은 사면하지 않고 재벌 총수만 사면했단다. 민생을 살리려면 경제가 잘돼야 하고, 경제가 잘되려면 재벌이 잘돼야 하며, 재벌이 잘되려면 오너인 총수가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하고, 총수가 경영을 진두지휘 하려면 총수가 감옥 밖에 있어야 하며 법적으로 거칠 것이 하나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재벌공화국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삼성공화국이다. 이는 역대 정권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바로 직전 문재인 정권은 삼성을 ‘우리 삼성’이라 부르며 지난해 8월 광복절을 경축하는 차원에서 국정농단 주범인 삼성재벌 총수 이재용을 가석방시켰다. 교도소가 과밀하다는 그럴듯한 이유로 형기의 80% 이상을 마쳐야 가석방 대상에 포함시키던 종래 심사기준을 60% 수준으로 대폭 완화해서. 당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재용을 가석방한 이유로 “국가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말도 안 되는 특혜다. 이재용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확정한 86억8천만원의 뇌물·횡령죄로 실형을 살고 있었을 뿐 아니라,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입한 죄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이재용은 또 총수승계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재용-최순실-박근혜와 함께 저지른 국정농단 사건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는 사건인,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지금도 이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다중범죄자·중대범죄자에게 가석방이 가당하기나 한가? 더구나 박범계 전 장관은 가석방 후 법대로 취업제한을 해야 마땅함에도 거꾸로 “(이재용 부회장은) 미등기·비상근 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취업이라고 보기엔 어렵지 않느냐…”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경영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참여하지도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국가경제를 살리라고 석방한다는 것인가.
그를 이은 윤석열 정권은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광복절 특사로 이재용을 사면·복권시켰다. 친일파 홍진기의 외손은 그를 또 광복절 경축을 빙자하여.
그 이전에 이재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첫날인 5월20일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 일정에 동행했다. 6월에는 반도체 사업차 네덜란드·독일·프랑스를 잇달아 방문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 및 의회 핵심 의원들을 만나 반도체2공장 건설을 비롯해 반도체 공급망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이처럼 이재용은 가석방 상태임에도 거침없이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했다. 그러니 그가 없으면 한국 반도체가 안 되고, 반도체가 안 되면 4차 산업혁명이 안 되고, 4차 산업혁명이 안 되면 나라경제가 안 되고, 경제가 안 되면 민생안정이 안 되니 그를 가석방하고 사면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의 범죄가 아무리 중하고 많아도, 그의 부회장직 자체가 불법 직책이어도, 재벌 자체가 불법조직임에도, 그의 소유재산 자체가 불법임에도,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게 했어도, 노동자·민중이 먹고살려면 그의 죄를 사해 주고 그를 상전으로 받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위대한 이재용의 대척점에 삼성전자서비스 해고노동자 정우형이 있다. 그는 110여일 전인 5월12일 투쟁조끼를 입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투쟁조끼 왼쪽에는 ‘원직복직’이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유서 끝에는 “투쟁, 결사투쟁” 여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의 시신은 지금도 서울 시내 한 병원 장례식장 냉동 칸에 안치돼 있다. 그의 가족과 삼성전자서비스 해고노동자들은 지금도 삼성과 이재용을 상대로 줄기차게 투쟁하고 있다. 정우형은 법원이 인정한 노조파괴 공작으로 해고된 피해자이며 희생자이다. 그 공작 책임자들은 이재용을 빼놓고 모두 처벌됐다.
그의 삶과 투쟁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이 짧은 지면에 다 실을 수는 없다. 본지의 지면에 그의 삶과 투쟁과 죽음에 관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데 어째서 목숨을 내던진 그의 투쟁에 그가 소속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함께하고 있지 않은가? 또 그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어째서 함께하고 있지 않은가? 그의 요구는 이재용의 ‘진심 어린 사과’와 ‘원직복직’ 딱 그것이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접적 이유는 이재용에게 요구안을 등기우편으로 보냈는데 수취거부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라 한다. 그는 한 마디로 이재용의 무노조경영에 의해서 해고되고 이재용의 깔아뭉개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재용을 친재벌 정권이라고 비판하는 민주노총은 어째서 죽음으로 삼성에 항거한 정우형 열사의 투쟁을 방관하는지 실로 안타깝다. 하급조직이 찬성하지 않아서라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올바른 투쟁인데 하급조직이 동참하지 않으면 상급조직은 그 하급조직을 설득·지도하고 그래도 정 안 되면 꾸중해야 하지 않는가? 금속노조의 전신인 금속연맹은 2004년 현대중공업노조가 사내하청 노조원 박일수씨 분신과 관련해 열사투쟁을 받아 안지 않고 열사투쟁 정신을 훼손한 것을 이유로 엄중하게 꾸중한 전례가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금속노조, 민주노총과 삼성전자서비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노조파괴공작 피해자 정우형 사이에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복잡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장기간의 복직투쟁 끝에 목숨을 내던진 투쟁으로 사후에라도 노조파괴공작 주범 이재용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 그의 투쟁을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호 간에 불신하는 지점과 갈등이 있더라도 사람의 죽음을 앞에 두고는 최대한 그것을 풀려고 노력해야 하고 또 풀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삼성공화국의 오너 이재용에 맞서 목숨을 내던진 그의 투쟁은 헛되이 되고, 그것은 우리 노동운동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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