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세(노동운동 동향) | 화물연대 파업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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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12-12 12:14 조회306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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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의 교훈.hwp (17.0K) 0회 다운로드 DATE : 2022-12-12 12: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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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12월 12일자) 글입니다.
화물연대 파업의 교훈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지난 9일 화물연대 파업이 종료됐다. 그 과정은 파쇼권력이 노동자를 어떻게 짓밟는가를 보여준 하나의 전형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파업 대응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을 북한의 핵 위협에 비유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연대를 조폭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는 노동계를 제 세상인 양 활개 치는 조폭들을 확실하게 정리해, 노사관계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규율되는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을 ‘사회 재난’으로 규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윤 정권은 2004년 노무현 정권 당시 제도화된 후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는 업무복귀명령을 발동했다.
윤석열 정권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을 차주라고 호명했다. 생산수단 소유자이므로 피고용 임금노동자가 아니며, 따라서 노동조합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로 화물연대는 불법조직이고, 불법조직이 정상적 업무를 거부했으므로 불법적 집단운송거부 또는 불법파업이고, 불법파업 과정에 폭력행위가 있었으므로 폭력조직이라는 것이다. 또 정부를 교섭 상대로 해서 파업했으므로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화물연대가 노동조합이 맞느냐 여부를 길게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화물연대에는 타인노동을 착취하는 사용자들은 일절 가입돼 있지 않다. 그러므로 화물연대는 고용돼서든 고용되지 않고서든 노동하는 사람들의 단체다. 그리고 자본에 직접 고용돼 있는 노동자만이 노동자로 인정받고 노동조합으로 단결할 수 있으며, 노동조합으로 단결한 노동자만이 파업을 할 수 있다는 현행법 자체가 노동을 탄압하는 파쇼적 법질서다. 이는 2014년 9월 노동법학자 조경태 교수가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의 쟁의행위와 책임’이라는 글과 함께 김선수 대법관이 인권변호사 시절인 2016년 11월 국제심포지움에서 발표한 ‘한국의 노동기본권 현실과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노동법 개정’이라는 제목의 글에 잘 밝혀져 있다.
화물연대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보면 화물연대가 왜 자영업자단체가 아니라 노동자단체인지가 더 분명해진다. 화물연대의 전신은 전국화물운송노동조합연맹이다. 이 단체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직후인 1988년 9월에 결성됐다. 그러나 IMF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자본은 화물운송 노동자들을 화물차를 갖고 화주의 화물을 운송하는 차주 겸 노동자로 반강제로 전환시켰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화물차를 갖기 위해서는 빚을 내서 차를 사야 했고, 먹고살면서 이 빚도 갚아야 했기 때문에 과적·과속·과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노동자들은 화물연대라는 이름의 노동단체를 만들어 사실상의 고용주인 하주들에 맞서 투쟁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우리나라 노자관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교훈적이다. 이 나라에는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헌법 제33조에만 적혀 있을 뿐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그대로 말하면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무권리 상태다. 이렇게 말하면 대기업 대부분에 노동조합이 있고 이들이 전국적으로 결합한 총연합단체가 둘씩이나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오로지 기업단위 교섭창구 단일화에 의한 교섭만이 허용된다. 그러니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은 교섭권이 없으므로 존립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사실상 단결권이 없다. 또 교섭·조정 없는 파업은 불가능하니 자본의 공격에 기동성 있게 대응할 수 없고, 또 동정파업이나 정치파업은 원천적으로 불법이니 노동자는 연대투쟁도 정치투쟁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사실상 파업권이 없다.
윤석열 정권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했다고 하는데 그가 말하는 법은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파쇼악법이고, 그가 말하는 원칙은 이 파쇼악법을 법대로 관철하는 것이다. 한데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파쇼노동법 질서하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일반국민은 물론이고 자칭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는 인사들도 인식이 부족하다. 심지어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많은 수도 그러하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그 무지를 깨뜨려 주었다. 이참에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던 지난 금요일 오후 3시께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갑자기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문전박대하기 어려워 만나서 약 1시간 동안 대화했다. 대화하는 중에 그가 계속 전화를 받느라 대화가 끊어져서 실제 대화는 30분 남짓 했다. 그 가운데 일부만 공개한다.
“(승) 화물연대 위원장을 만났다는데 만나서 뭘 했나? (문) 원희룡 장관과 만나게 해 달라고 하더라. 원희룡 장관에게 연락했더니 만나지 않겠다고 하더라. 지난 6월에 장관이 나서서 타협적으로 봉합했는데 대통령한테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승) 그런 대화 하나 주선하지 못하는 노사정 위원장 왜 하나? 자리가 그렇게 좋은가? (문) 나는 자리에 관심이 없다. 노사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이 자리를 맡았다. (승) 노사정 위원회는 파쇼체제하에서 자본과 정권의 들러리일 뿐 아니냐? 그러니 당신 선배 김대환 때나 후배 문성현 때나 민주노총이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 아니냐? 그러니 하루빨리 거기에서 나오는 게 좋겠다. (문) 파쇼라니 무슨 말이냐? 경찰이 시민들한테 얻어맞는 세상인데. (승) 강준만 교수가 쓴 <부드러운 파시즘>이라는 책 안 읽어 봤는가? 거기에 보면 김대중 정권도 부드러운 파시즘이라고 비판했다. (문) 강준만 교수는 좋은 사람이지. (승) 국가보안법이 있고 그것을 집행하는 국정원이 있으며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파쇼 노동법이 존재하는 나라가 파쇼국가 아니고 무엇인가? (문) 국정원 같은 것은 미 CIA도 있고 이스라엘 모사드도 있지 않으냐? (승) 그것은 대외 첩보·공작기구이지 자국민을 감시·처벌하는 국가비밀경찰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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