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세(정치) | 전태일을 이용하지 마라! 전태일 정신을 왜곡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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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1-16 10:59 조회863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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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을 이용하지 마라 전태일 정신을 왜곡하지 마라.hwp (84.5K) 4회 다운로드 DATE : 2020-11-16 10: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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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11월 16일자) 글입니다.
전태일을 이용하지 마라! 전태일 정신을 왜곡하지 마라!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지난 13일은 전태일 동지 분신항거 50주년이었다. 이날을 앞뒤로 여러 행사가 있었고, 여러 말들이 있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전태일을 다른 목적에 이용하고 전태일 정신을 왜곡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문재인 정권이 전태일 동지를 대하는 모습은 위선적이다. 전태일 동지는 지키지도 않는 노동법의 하나인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권은 전태일 동지에게 훈장을 추서하면서 노동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전태일을 함부로 이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무궁화훈장을 추서하면서 “오늘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의지의 표현이다.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지만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한 전태일이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는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질문에 “발걸음이 더디지만 우리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미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을 다수 파기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파기했고,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도 파기했다.
또 14일 열린 민주노총 주최 전태일 열사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해 “오늘 주말집회도 재고돼야 한다. 집회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은 더욱 중요하므로 방역수칙을 어기거나 코로나 확산의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엄정히 법을 집행하고 책임을 분명히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자유가 중요하지만 안전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은 국가안보가 중요하므로 파업의 자유는 유보돼야 한다는 유신파쇼 정권의 발상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떤가.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이 무궁화훈장을 추서하던 날 모란공원 전태일 열사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그 자리에서 “노동존중 사회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늘 지혜가 모자라고 열정이 부족해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직도 수많은 전태일이 이 땅에 있고 당시 평화시장 같은 직장환경이 없어졌다고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에게 전태일은 누구인가. 그저 열악한 노동조건하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노동자다. 그러나 전태일은 단순히 열악한 노동을 하는 ‘불쌍한 노동자’가 아니다. 그런 열악한 노동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투쟁한 노동투사다. 동시에 가장 밑바닥 노동자일 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을 착취와 억압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노동해방투사다. 전태일 동지는 죽음 직전에 어머니에게 “어머니 나는 만인을 위해 죽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전태일의 묘비에는 300만 근로자 대표 전태일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전태일은 무시된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전태일 언급은 더욱 가관이다. 근로기준법이 너무 이상적이었기 때문에 전태일이 분신항거하게 됐으므로, 그것을 교훈 삼아 너무 이상적인 주 52시간제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왜곡도 이 정도면 역대급이다.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역사의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한다.
언론은 또 어떤가. 조선일보는 지난 13일 ‘만물상 - 전태일 50주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장기표씨의 말을 빌려 이렇게 주장한다. 장씨는 “전태일이 말한 ‘모든 나’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지칭하는 것”이라며 “회사원이든 사업주든 모든 주체가 노동 속에서 보람과 기쁨을 찾고 사회개혁을 하자는 것이 전태일 정신”이라고 했다. 또 “전태일이 전체 임금노동자의 10% 대기업 귀족노조가 나머지 90%를 사실상 착취하는 요즘 세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태일 정신을 왜곡해서 노동자와 자본가는 화해시키고 상층 노동자와 하층 노동자는 분열·대립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앙일보는 13일 사설에서 택배기사 처우개선 문제를 다뤘다. 그러면서 느닷없이 이렇게 말한다. “노동현실 개선을 외치며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50주기가 됐다. 그러나 우리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취약계층 노동자의 위기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이 신문 역시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가 자본의 노동 지배·착취와 그로 인한 극심한 불평등이라는 진실에는 입을 닫고 노동 내부의 차별을 핵심 문제로 부각시킨다.
한겨레신문은 13일 ‘전태일 50주기, 다른 나와의 연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그 사설의 결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동 양극화’는 오늘날 노동 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대기업 중심의 기존 노동계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 ‘전태일 정신’은 버스비를 털어 어린 시다들을 먹였던 일화를 빼고 온전히 말할 수 없다. 50년 전 그가 말한 ‘나’와 ‘다른 나’의 연대가 절실한 때다.” 이 진보언론도 노동문제의 핵심이 자본, 특히 독점재벌에 의한 노동에 대한 체계적인 초과착취라는 진실은 주목하지 않는다.
장명국씨가 사장으로 있는 내일신문은 더 심하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대행을 간판으로 세워 노사상생을 주장하며, 전태일 동지가 추구했던 바를 “노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머리를 맞대고 산업경쟁력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본이 강요하는 노사협조주의를 전태일 정신이라니 기가 찬다.
이렇게 이번 전태일 항거 50주년을 맞아 천민자본주의 나라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진보든 수구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결같이 전태일 정신을 훼손·왜곡하고 있다.
노동운동 안에서도 성찰할 지점이 없지 않다. 전태일 정신은 ‘아래로의 연대’나 ‘차별철폐’ 따위에 머무르지 않는다. 모든 노동자가 자본에 맞서 ‘착취철폐’ ‘노동해방’을 요구하며 단결·투쟁하는 것이 전태일 정신이다. 전태일 정신을 왜곡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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