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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투쟁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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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정세 | 초심은 어디 가고 왜 반동의 물결에 발을 담그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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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15 14:09 조회1,6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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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특집 서경식, 와다 하루키에게 묻다.

- 서경식, 와다 하루키 교수에게 공개서한

 

초심은 어디 가고 왜 반동의 물결에 발을 담그십니까

 

등록 :2016-03-11 21:02수정 :2016-03-14 09:31

 

 

지난해 9월 저서 출간에 맞춰 <한겨레21>과 대담하는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왼쪽)20138<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와다 하루키(78) 도쿄대 명예교수. 북한과 옛 소련 사회주의체제 연구의 권위자요 평화운동가로, 1970년대 이래 한국 민주화운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활발하게 연대해 온 일본의 이 저명한 진보 지식인에게, 재일 조선인 서경식(65) 도쿄경제대 교수가 매우 도발적인 공개편지를 썼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와다 교수의 생각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면서 아베 정권의 반동적 우경화에 침묵하거나 동조하고 있는 일본 진보지식계를 향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이 편지에서 그는 “‘일본인의 조선관을 근저에서 다시 묻고 사상혁명과 심리건설을 철저히 실행하겠다고 했던 선생의 초심으로 돌아가라.”며 마지막에 3개항의 요구를 내걸었다. 1.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아시아 여성기금이 실패로 끝난 것을 인정하고, 그 실패의 원인을 사상의 차원에서 깊이 고찰할 것. 2.·일 정부가 공표한 불가역적 최종합의즉각 철회 요구 의사를 표명할 것. 3.위안부 문제에 관한 박유하 교수의 저작과 언동에 대한 견해를 명시해 줄 것.

아시아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의 암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본국민에게 자기변혁의 필요성을 외쳐온 드문 일본인이요 조선민족의 진정한 벗으로 와댜 교수를 존경해왔다는 서 교수가 왜 자신의 그 사상적 스승에게 이런 도발적인 편지를 쓴 것일까?

서경식(65) 도쿄경제대 교수는 교토 출신의 재일동포 2세로 와세다대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했다. 1992년 번역 출간된 <나의 서양미술 순례><디아스포라 기행>,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등을 통해 드러난 서경식의 생각과 작품세계는 독재정권에 항거한 두 형의 장기 구금으로 인한 기구하고 처절한 가족사, 경계인적인 한민족 디아스포라로서의 남다른 정체성, 차별적인 일본 사회가 강화시켜준 마이너리티(소수자) 의식 등이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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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 흑백사진은 19852월 와다 하루키 교수(왼쪽)가 미국 망명에서 귀국을 강행하는 길에 잠시 일본 나리타공항의 호텔에 묵고 있던 한국의 재야인사 김대중씨를 방문한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와다 하루키 선생님, 달리 어찌해볼 수 없는 심정으로 이 편지를 올립니다. 사안의 성질상 공개서한 형식을 취한 점 이해해 주십시오.

지난해 1228, 한일 외무장관회담으로 이른바 위안부 문제에 관한 최종합의’(이하 합의’)가 발표됐습니다만, 피해자를 비롯해 한국이나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비판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이 합의직후에 신문에 공표하신 견해 피해자를 찾아가서 사죄의 말을’(<아사히신문> 20151229)은 이번 합의 최종타결의외였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피해자에게 어떻게 사죄의 말을 전할 것인지, 이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고, 한국정부가 만드는 재단에 10억엔을 출연하겠다고 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반발을 사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표명하셨습니다.

 

이번 합의를 비판하는 대표적인 글로, ‘위안부 문제연구의 제일인자인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교수가 진정한 해결에 역행하는 한일 합의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습니다.(<세카이(世界)> 20163월호) 그 글의 논지를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과 책임의 소재을 인정하는 부분이 애매하다. “(일본)군의 관여하에라고 할 게 아니라, 군이라고 할 수 없는가.

위안부제도가 성노예제도인 것을 부인하고 있다.

배상하지 않는다는 합의.

진상규명 조치와 재발방지 조치가 실시되지 않았다.

가해자 쪽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따위의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말은 피해자 쪽만이 할 수 있다. “이번 합의는 한일 두 나라 정부가 피해자를 억압해서, 해결된 것으로 친다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중략) 이것이 실시 과정에 들어간다 할지라도 피해자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므로 합의의 실현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종해결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중략) 백지화하고 다시 해야 한다.”

 

나는 이 요시미 교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와다 선생님은 어떠하신지요?

와다 선생님은 <아사히신문> 기사에서 자신이 깊이 관여한 아시아 여성기금이 한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그 가장 큰 이유는 일본정부가 정말로 사죄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을 산 점이었다고 했습니다. 바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만, 나는 석연치 않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와다 선생님은 과연 아시아 여성기금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고 계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한다면, 와다 선생님에게는 조선민족(조선반도 남북의 주민 및 재일조선인을 포함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총칭)의 마음이 과연 보이는 것일까, 하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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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의발표 이전부터 와다 선생님은 아시아 여성기금이 객관적으로 보자면 한일간의 문제로서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면서 피해자와 운동단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제시해서 사업에 실패하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쪽이 제시한 조건, 피해자가 수용하고, 한국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안이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의심받는 위안부 문제 해결안’ <세카이> 20161월호)

 

결과적으로 보자면, 선생님의 이런 생각은 일본과 한국의 정권들로부터 배반당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선생님은 이 합의발표가 의외였다고 하셨는데, 그 말은 피해자가 수용하고 한국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해결책으로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신다는 의미인지요?

 

일본정부는 벌써 이번 합의자체를 무효로 만들지도 모를 언동들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례를 들자면, 지난 216,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일본에 대한 심사에서 일본의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 심의관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강조하면서 일본군과 정부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 발언 중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정부가 취해온 대응책의 사례로 아시아 여성기금의 활동을 들었다고 합니다. 즉 일본정부는 이제까지 그렇게 해왔듯이 이번 합의도 외교적인 자기방어 레토릭으로서만 활용하겠다는 자세를 명확하게 내보인 것입니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에게, 이제 한걸음 더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한 와다 선생님의 견해는 요시미 교수의 견해에 비해 너무나 애매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와다 선생님이 우려한 과오는 어디까지나 국가책임을 부정하고 싶은 일본정부 입장에서 보면 과오가 아니라 오히려 외교적 성공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들은 시종일관합니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거기에 가담했습니다. 그것이 과오였다면 아시아 여성기금의 실패 원인을 성찰하지 못하고, 그것을 사상적으로 심화시켜 후대에 계승하지 못한 자들의 과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참으로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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