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세(각국의 계급투쟁과 국제정치) | 한미관계,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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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8-08 16:13 조회390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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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 남북관계.hwp (17.0K) 1회 다운로드 DATE : 2022-08-08 16: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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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8월 8일자) 글입니다.
한미관계, 남북관계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국가권력 서열 3위의 막강한 실력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3~4일 양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예고되지 않은 방문이었다. 상대국 대통령의 여름휴가 중에 들이닥친 느닷없는 방문이었다. 이걸 놓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쪽에서는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하고 그를 만났어야 한다는 둥, 오산 미군기지 비행장으로 입국했을 때 정부 대표가 아무도 영접하지 않은 것은 의전상 큰 결례라는 둥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 삼아야 할 것은 국회의장이라는 일국의 고위 당국자가 상대국을 공식 방문하면서 그 나라 최고 권력자와 회동하는 일정도 조율하지 않고 방문하는 것은 국가적 무시라는 지점이다.
이런 펠로시의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이해해야 한다. 이 지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의 관계와 남한과 북한의 관계까지 입체적으로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이 특수한 관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되고 6·25전쟁 이후 고착화한 역사적 산물인 만큼 역사적 시야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
한때 ‘괴뢰’라는 말이 있었다. 남북이 분단된 이후 반 세기가량 남쪽과 북쪽은 서로를 괴뢰라고 불렀다. 남쪽에서는 북쪽을 ‘북괴’ ‘000 괴뢰정권’이라고 불렀다. 북쪽에서는 남쪽을 ‘남조선 괴뢰도당’이라고 불렀다. 이 ‘괴뢰’ 규정은 과연 온당했는가? 지금은 달라졌는가? 남쪽부터 살펴보자. 민주화되면서 남한은 미국의 괴뢰에서 탈피했는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에게서 그런 면모가 조금은 엿보였다. 그러나 한·미 간 관계의 기본 틀이 바뀔 정도는 아니었다. 김대중 정권은 미국-IMF의 경제신탁통치에 맞설 생각이 없었다. 당시 집권당 부총재이던 고 김근태 의원은 필자와 토론하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이에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정권의 업적으로 남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게 당론이라고 했다. 그렇듯 이후 남한은 신자유주의 세계체제에 완전 통합됐다. 하지만 역사적인 남북의 6·15공동선언은 이후 북미관계 사안인 북핵문제에 덮여 버렸다. 그러면 한미 관계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시절과 똑 같은가.
얼마 전 어느 동지가 찾아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한미관계에 대해 운동권 안에서 식민지, 신식민지, 반식민지, 종속 등의 얘기를 하는데 어느 것이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식민지냐 신식민지냐 종속이냐 하는 것은 국가권력간 관계와 함께 사회·경제적인 관계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식민지 경제, 식민지 수탈 없는 식민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자본주의 산업화에 성공하여 세계 10대 경제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군사적·문화적으로 보면 미국의 속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린다. 유엔사라는 외피를 쓰고 주한미군사령부가 군사 전반을 합법적(?)으로 관장하고 있다. 미군기지가 국토 도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영어는 준 공용어다. 시내버스, 고속버스, 지하철, 철도 같은 대중교통 시설에서 본토식 영어 발음으로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아파트 이름도 래미안이니 푸르지오니 한국어도 아니고 미국어도 아닌 이름을 지어놓고 있다. 토대인 경제에서는 강대국이면서 상부구조인 정치·군사·문화적으로는 속국인 복합적 성격을 반영하는 것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최근호에서 표현한 ‘위성국’이 아닌가싶다. 미 제국주의의 지정학적 이해관계 때문에 한국은 경제적 강국으로 키워지면서 정치적 속국으로 종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북쪽은 어떤가. 분단 당시는 모르지만 스탈린이 사망하고 6·25전쟁이 끝난 이후 중공군이 주둔하는 상태의 북한을 소련의 괴뢰라 하기 어렵고, 1960년대 중·소분쟁을 거치면서는 확실히 소련의 괴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중공 모택동 정권의 괴뢰도 아니었다. 김일성과 모택동은 서로가 서로에게 은인인 동지적 관계였다. 그러므로 북한을 북괴라고 부르도록 강요한 것은 명백히 남한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체제와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어낸 거짓 이데올로기였다. 더구나 1990년대 초 소련은 해체됐고 미소 냉전은 종식됐다.
그러므로 남쪽은 북쪽을 괴뢰라고 규정하고 그것을 명분으로 적대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미국과 남쪽 지배계급은 명분을 지어내서라도 북쪽을 적대해야 했다. 우선, 미국으로서는 냉전이 끝났으니 미군도 철수하고 한미동맹도 폐지하며 북한과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했지만, 이는 미 제국주의의 지정학적 이익에 반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새로 발견된 명분이 북쪽이 반민주적·반인권적 세습독재체제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억지춘향이었다. 미국은 수많은 군사파쇼 정권을 만들고 지지했으며, 미국이 지지하는 중동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의 나라들은 모두 세습 왕국이나 토후국이다.
미국의 이런 대북 적대는 남한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와도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 한반도 북쪽에 사회주의 체제가 존재하는 것은 남한 자본가계급의 계급독재에 심각한 도전이다. 특히 지배분파인 독점재벌은 천민자본주의를 혁신해서 사회주의와 평화적으로 경쟁할 의향이 없다. 그래서 속내를 숨기고 반민주적 세습독재이기 때문이라며 북쪽을 적대한다.
미국은 이렇게 북쪽 사회주의를 적대하는 남한 천민자본가계급을 지렛대로 삼아 정치·군사·문화적 지배를 구축한다. 그리고 이런 지배를 통해 남쪽이 북쪽을 계속 적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적대를 계기로 남한에 대한 정치군사·문화적 지배를 지속시킨다. 이처럼 한국의 대미예속이나 대북 적대에는 미 제국주의의 야욕과 더불어 독점재벌의 계급적 이해관계가 톱니처럼 맞물려 있다. 따라서 굴욕적인 대미 예속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나 소모적인 남북 적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나 지렛대 역할을 하는 천민독점자본의 계급독재정권을 타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민중권력으로 대체해야 한다. 이것이 핵심 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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