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세(군사와 전쟁) | 인도주의와 3차 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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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4-08 10:10 조회879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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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4월 8일자) 글입니다.
인도주의와 3차 세계대전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지구촌이 3차 대전을 향해 치닫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국내에 번역된 <빈곤의 세계화>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캐나다 오타와대 미셸 초수도프스키 교수는 2011년 <제3차 대전 시나리오>(Towards a World War Ⅲ Scenario)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당시 미국이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이란을 침략하려 하고 있으며, 이 침략은 세계적 범위의 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미국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이란·이라크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을 연상시키는 표현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으로 쳐부숴야 할 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 후 5월 존 볼턴 당시 미 국무차관은 리비아·시리아·쿠바를 악의 축에 추가했다.
부시정권의 테러와의 전쟁에 앞장섰던 그 존 볼턴이 지난해 4월 미 국가안보보좌관에 취임했다. 그는 같은해 11월 마이애미에서 한 연설에서 베네수엘라를 쿠바·니카라과와 함께 ‘폭정의 트로이카’라고 지목했다. 이를 전후로 중남미에 전쟁 기운이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정권은 오바마 정권이 이란과 맺었던 핵개발 관련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로 인해 이란과 미국 사이에 전쟁 위협이 오갔다. 지금은 다소 소강상태지만 전쟁위기가 해소된 것이 아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핵·미사일 실험을 둘러싸고 2017년 전쟁 직전까지 갔다. 지난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자기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다고 발언했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에게 더 크고 강력한 핵단추가 있다고 응수했다. 전쟁위기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완화돼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는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발표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찾아올 듯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기대는 올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파탄 났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존 볼턴을 앞세워 싱가포르 선언의 평화공존 기조를 깨고 북한에 '선 핵무력 포기'를 압박했다. 이로써 한반도 전쟁위기 불씨는 되살아났다. 이런 종래의 전쟁위기에 중남미 전쟁위기까지 추가됐다. 초수도프스키 교수는 이런 현상을 두고 “전쟁의 세계화 : 인도주의에 반하는 미국의 긴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베네수엘라는 1999년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해 볼리바리안 혁명을 추진하면서 미 제국주의와 날카롭게 대립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국가연합’과 ‘중남미·카리브해 국가공동체’를 만들어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지배체제를 해체하고자 했다. 나아가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석유지배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달러패권에 도전했다. 이렇게 미국의 석유지배와 달러패권에 도전한 나라들은 하나씩 미국과 서구 제국주의 나라들의 침략에 의해 정권이 전복되고 나라가 결딴났다. 이라크와 리비아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다음 차례로 지목된 것이 베네수엘라였다.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다음 침략 타깃으로 지목된 데에는 이런 이유들만 있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은 민중과 함께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추진했다. 그리고 차베스를 이은 마두로 정권이 이 노선을 계속 밀고 나갔다. 제국주의 저항에서 나아가 자본주의에 반대하고 대안체제로 나아가려 했다. 이로써 베네수엘라는 소련 붕괴 이후 지리멸렬하던 사회주의 혁명운동을 부활시키고, 이를 중남미와 전 지구촌에 확산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세력에는 존망이 걸린 문제였다. 그들은 이것을 파괴해야 했고,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10여년 전 이란에서 일어날 듯했던 3차 세계대전 위기가 지금 베네수엘라로 전장이 옮겨지고 있다.
이 전쟁은 인도주의라는 포장을 하고 도발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보내려고 하고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은 이것을 가로막는 외양을 띠고 있다. 더구나 마두로 정권은 미국을 비롯한 민주적이고 인도주의적 세력이 들여보내는 구호품을,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긴급한 구호품인 의약품을 불태우는 잔혹한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2월23일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를 잇는 다리에서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줄 서기를 주저하던 나라들도 태도를 바꿔 선출된 대통령 마두로를 버리고 스스로 대통령을 자임한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대열에 가담했다.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도 그런 나라 가운데 하나다. 문재인 정부 외교부는 2월25일 이런 입장을 성명으로 발표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구호물품 방화사건이 있은 지 만 하루 만이다.
미국은 이 방화사건을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반인도주의 성격을 입증하는 사례로 대대적으로 전파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폼페이오 국무장관·볼턴 안보보좌관이 총출연했고, 쿠바 출신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루비오도 전면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이웃 콜롬비아 이반 두케 정권도 앞장섰다. 여차하면 이 사건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태세다. 베네수엘라 민중을 인도주의적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그런 인도주의적 위기를 만들어 내고도 인도주의적 원조마저 불태우는 마두로 독재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전쟁 말이다.
그러나 그날 불탄 트럭에는 미국의 선전과 달리 생명과 직결되는 식품과 의약품은 없었고 수술용 장갑·마스크·주사기 따위만 실려 있었다. 또 트럭에 불을 붙인 것은 베네수엘라 경찰이 쏜 최루탄 통이 아니라 콜롬비아 쪽에서 날아온 화염병이었다. 그렇게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이 3월10일 <뉴욕타임스>에 폭로됐다. 마두로 정권이 의약품에 방화했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로 밝혀졌고 자작극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게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인도주의를 앞세우는 전쟁광 미 제국주의의 진짜 모습이다. 문재인 정권의 외교는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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