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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경제) | 세계경제 위기와 변증법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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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2-15 12:22 조회2,1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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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위기와 변증법적 사고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변증법 하면 헤겔의 정··합 공식을 연상한다. 필자도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변증법에 대해 그렇게 배웠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바이지만 그것은 관념의 변증법이다. 물질의 변증법은 그와 다르다. 물질의 변증법은 첫째로 세상 만물이 서로 고립돼 있지 않고 모두 관련을 맺고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만물은 고정돼 있지 않고 부단히 변화하면서 발전한다는 것이다. 물질적 세계가 그러하므로 정신의 세계도, 특히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그것에 조응해야 한다는 함축이 그 속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12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0~0.25%에서 0.25~0.5%로 인상하면서부터 불안하게 동요하던 국제 금융시장은 올해 129일 미국 금리인상에 대응해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내리면서 더욱 심하게 동요했다. 이제 동요를 넘어 요동친다는 표현이 언론을 장식했다. 이런 금융시장의 동요나 요동은 서로 무관하게 진행된 게 아니다. 유럽 중앙은행은 이에 앞선 지난해 123일 금리를 마이너스 0.2%에서 마이너스 0.3%로 내렸고, 그에 앞서 비유로권인 스웨덴 중앙은행이 지난해 72일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25%에서 마이너스 0.35%로 내렸다. 그리고 이달 11일에는 또 마이너스 0.5%로 내렸다.

 

이렇게 세계경제규모의 4분의 1, 선진 자본주의 경제규모의 절반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선진 자본주의권에서 개개 나라만이 아니라 경제권 전반적으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음을 보여 주는 지표이다.

 

마이너스 금리 기조는 미국의 금리인상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했을 뿐이다. 일본 중앙은행에 앞서 유럽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였고, 일본 금리도 마이너스 금리 이전까지 고작 플러스 0.1%에 불과했다. 이처럼 유럽과 일본의 낮은 금리나 마이너스 금리는 서로 연동돼 있고, 일본의 기습적인 금리인하는 미국 금리인상 후과에 영향을 받았다. 선진 자본주의 경제권은 금융시장, 더 정확하게는 자본시장의 운동이 상호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금융시장의 요동은 금융시장 안에만 그 원인이 있는 게 아니다. 실물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즉 실물경제에서 이윤이 잘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실물경제, 쉽게 말해 기업부문에서 이윤이 잘 벌어져서 높은 이윤율이 실현되고 있다면 제로 금리나 마이너스 금리가 선진경제권 전반에서 널리 수년째 지속되겠는가.

 

실물경제 불황은 선진 자본주의 경제권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과 금융에서 과잉투기 거품이 만들어졌다가 붕괴한 2007~2008년 당시에는 경제위기가 이른바 신흥시장과는 무관하다고 간주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및 자원생산국들의 위기로 인해 선진 경제권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애당초 선진 경제권의 위기가 신흥시장을 포함한 세계경제 전체와 무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최근 가시화된 중국의 경착륙 위험이나 원자재가격의 폭락에 따른 자원생산국들의 붕괴 위험 또한 선진 자본주의 경제권의 장기침체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보자. 미국발 금융공황에 앞서 금융·투자시장 개방으로 신흥시장에 직·간접 투자된 거액의 자본이 막대한 이윤을 벌었고, 이 이윤이 안정성이 높은 선진 경제권 증권시장으로 집중돼 금융투기 거품 조성에 일조했다.

 

한편 미국발 금융공황 이후 중국은 주요 수출지역인 선진 자본주의 경제권이 장기적으로 침체하는 속에서 동반 침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중국 경제위기의 직접적 원인이다. 그런데 이 침체를 인위적인 거품 조성으로 지체시키면 언젠가는 거품이 폭발하는 경착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신창타이 운운하며 높은 성장률(7%)을 지속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과잉축적 과잉투기 거품은 더 커지고 경착륙 위험성도 더 높아진다. 또 중국경제가 경착륙하면 중국에 수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다. 이렇게 선진 경제권과 신흥시장 경제, 중국경제와 남한경제는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지금 세계경제에는 저유가로 인한 자원생산국들의 파산 위험, 중국경제의 경착륙 위험, 선진 자본주의 경제권의 마이너스 금리, 마이너스 물가와 마이너스 성장이 삼위일체가 된 디플레이션 위험이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들은 결코 각각 고립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큰 틀 안에서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이 함축하는 바는 경제위기의 해결도-부르주아 측에서든 프롤레타리아 측에서든-일국적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위기 해법은 무엇인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속에서 해결하든가, 아니면 그것을 부정하면서 해결하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느 경우든 현재의 경제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바꾸자는 것은 변화하자는 것인데, 그 안에는 양적 변화와 질적 발전이 포함된다. 이때 양적 변화만 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질적 발전, 다시 말해 변혁과 혁명에 대해서도 내다보는 것이 바로 변증법적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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