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 연구소
정세와 투쟁방향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의 <정세와 투쟁방향>입니다.

세계정세(각국의 계급투쟁과 국제정치) | 모순의 심화·격화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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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1-11 10:51 조회7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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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111일자) 글입니다.

 

모순의 심화·격화가 희망이다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2021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밝은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10년 넘게 세계적으로 경제 대불황이 계속되고 있고 지난해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또한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객관·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주체의 측면에서도 희망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범위 안에서 보면 희망적인 요소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다가오는 선거들에서 또다시 수구 보수와 자유주의 보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가 아닌 강요이고 희망고문이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 보면 희망적인 요소가 없지 않다. 모순이 적당히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모순이 심화하고 격화하는 것이 오히려 희망이다. 그렇게 모순이 심화하고 격화하는 속에서 사람들은 낡은 체제에 안주하는 것에서 벗어나 금지당했던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전취하기 위해 도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모순의 진정한 해결이다.

 

2021년에도 모순은 계속 심화하고 격화할 것이다. 그런 징후가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대통령 선거 후유증으로 미국 국회의사당이 트럼프지지 세력에 의해 점거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 폭력적 점거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며칠 앞두고 탄핵되거나 기소될 위험을 맞았다. 그러나 이런 표피적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를 지지하고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세력이 이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심층의 흐름이다. 트럼프를 핍박하면 이 세력이 잦아들까? 미국 자본주의가 호황을 누리고 부와 소득의 분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모를까. 현실이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 세력의 움직임은 오히려 더 활발해질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십중팔구 후자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미국 사회의 모순이 깊어지고 그에 따라 인종주의·파시즘 세력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미국 노동자·민중은 어디를 향해 나아갈까. 지난번 대선에서 보듯 선거정치에서는 민중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으로 분열될 것이다. 하지만 선거정치의 장 밖에서 미국 노동자·민중은 한편으로는 안티파 운동처럼 인종주의 파시즘 세력에 반대하는 전투적 광장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경제적 모순을 해결할 참다운 대안에 눈을 돌릴 것이다. 미국에서 폴 애들러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99% 경제: 민주사회주의는 어떻게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그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99%를 위한 경제체제를 만들고자 한다면 기업이 투자와 상품, 노동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수익성만을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내려서는 안 되며 인류와 세계의 요구에 따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사적 소유권을 사회화된 공공 소유로 대체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마르크스 경제학에 친화적인 민주사회주의자다.

 

시선을 지구의 반대편으로 돌려보면 인도 농민시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1126일 수천 명의 인도 북서부 펀자브주 농민(자영농민과 농업노동자조합원)들이 트랙터와 트럭 등을 앞세우고 인근 하리아나 주~뉴델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행진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 시위를 가로막았고, 농민들은 돌을 던지고 바리케이드를 철거해 강에 내던졌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쐈다. 그러나 경찰은 후퇴했고 농민들은 뉴델리시 외곽까지 진출해 진을 쳤다. 그 후 해를 넘긴 지금까지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뉴델리시로 들어가는 도로를 점거한 채 노숙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 시위 과정에서 지난해 1222일 현재 40여명이 교통사고·추위·자살 등으로 숨졌다. 시위에 나선 농민의 많은 수가 노인과 여성이다. 여성들의 경우 남편이 자살한 뒤 가계를 책임져 온 사람들이 많다.

 

농민들은 지난해 9월부터 북부의 펀자브·하리아나·우타르프라데시, 남부의 카르나타카 등 여러 주에서 고속도로와 철로를 막고 시위를 벌여 왔다. 농민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선 직접적 원인은 지난해 9월 나렌드라 모디 정권이 국가가 관리하던 농산물 유통과 가격책정을 민간 시장에 넘기는 농업개혁법을 일방적으로 제정했기 때문이다. 농업개혁법은 농산물 최저가격제·국영 도매시장제와 같은 보호장치를 폐기하고 농산물 유통을 거대 농산물 유통자본에게 넘겨주는 것이 골자다. 농민들은 이런 농업개혁법을 실행하면 민간 독점자본이 담합해 농산물을 헐값에 수탈할 수 있고 시장 불안정성도 커져서 농민의 빚이 늘어나고 삶이 파괴될 것이라며 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모디 정권은 법률 일부개정을 미끼로 모순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죽을 수는 있으나 물러서지는 않겠다며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이번 시위는 매우 견결하다. 나아가 농민들은 농업개혁법 폐기에 그치지 않고 모디를 타도하라고 외치고 있다.

 

인도 농민들은 그 동안에도 심한 가난으로 고통받아 왔다. 인도에서는 교외지역 가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한다. 이 가운데 82%는 소규모 농민 또는 빈곤층으로 해마다 1만여명이 빚에 허덕이다 못해 자살한다. 모디 정권은 2014년 집권 후부터 민중보호적 성격의 제도와 관행을 해체하고 친시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왔다. 그로 인해 인도는 매년 7~8%의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성장이 고도화하는 만큼 사회 양극화가 악화했다. 이렇게 노동자·농민의 처지가 악화해 온 데다 전면적인 농업 시장화를 강요하자 농민들의 누적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인도에는 이런 합법적인 농민시위뿐 아니라 신식민지·반봉건 사회체제를 급진적으로 변혁하려는 농민들의 무장투쟁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저항운동은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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