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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와 투쟁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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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번역글]'오징어게임'은 자본주의 지옥에 대한 알레고리(풍유諷諭)이다 (Squid Game Is an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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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10-18 14:52 조회5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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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은 자본주의 지옥에 대한 알레고리(풍유諷諭)이다 (Squid Game Is an Allegory of Capitalist Hell)1)

 

캐틀린 클라크(Caitlyn Clark) 씀2)


이 드라마에 앞선 영화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의 서바이블 스릴러(살아남기 공포영화) ‘오징어게임’은 남한의 지금의 불평등과 착취의 공포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부유해진다는 자본주의 신화를 갈가리 찢어버린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예능산업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주로 여럿이 무대에 나와 명랑하게 노래하고 춤추는 K-팝3)의 기계적인 다량제작에 관한 것이지만, 근년에 들어 몇몇 소수의 한국 영화와 텔레비전 연속극 또한 국제적 주의를 끌고 있다. 이 나라의 영화 수출품들은 한국 자본주의 하의 암울한 삶의 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그리고 비유적으로 다루면서 점점 더 어두운 색조를 띠고 있다. 


이런 예술작품양식(장르)에 들어가는 가장 최근작으로 넷플릭스의 서바이블 드라마인 ‘오징어게임’(Squid Game)이 있다. 이 드라마는 지금까지 통틀어 이 영화 플렛폼이 내보낸 시리즈물  가운데 관람자수가 역대 최고의 작품이 되어 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2019년 오스카상 수상작 ‘기생충’ 및 2020년 넷플릭스 K-드라마 ‘인간수업’(Extracurricular)과 마찬가지로 ‘오징어게임’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점증하는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의 호랑이들” 중의 하나라고 일컬어져 왔는데, 한국경제는 한국전쟁이 끝난 다음 지난 60여 년 동안에 이루어진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남한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1960년 당시 82달러에 불과했다. 이것은 가나, 세네갈, 잠비아, 온두라스 등등 경제적으로 착취되어 빈곤화된 나라들의 긴 리스트의 꽁무니에 위치하는 것이었다. 1961년에 독재자 박정희가 정권을 잡고 나서 비로소 한국은 엄청난 경제성장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런 고도성장으로 남한은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저소득국가로부터 세계의 지도적 경제 가운데 하나로 발전했다. 이것을 사람들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이런 경제성장이 국민의 전반적인 생활수준을 향상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대열에서 낙오되었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이런 높은 자살률은 노인들에게 특히 심각하다. 노인의 거의 절반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 청년들 또한 그들 나름으로 고투하고 있다. 청년들은 징집문제, 심화되고 있는 대학입시 경쟁 문제, 어마어마한 실업문제(2020년의 경우 청년실업률은 22%다) 등과 씨름해야 한다. 한국의 청년들은 이처럼 스트레스는 무겁고 기회는 적은 사회를 묘사하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는데, 그것이 바로 “헬조선”(Hell Joseon)이다. 이것은 지금의 한국 현실을 [근대 한국이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엄격하게 위계적인 이조 왕국에 빗대어 풍자하는 말이다.   


수백만의 보통 한국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투하고 있는 데 비해 이 나라의 엘리뜨들은 계속해서 이 나라 경제를 철통같이 지배⸳통제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재벌(chaebol)에 기초하여 운영되고 있다. 재벌이란 몇몇 소수의 부유하고 힘 있는 가족이 소유하는 기업-집단체(coporate conglomerate)를 말한다. 재벌은 한국에서 한때 나라를 빈곤에서 구했다는 이유로 좋게 받아들여졌으나, 지금은 부패의 소굴이며 중요성 없는(free from consequences) 독점자본주의의 본보기로 역할하고 있다. 이 나라의 최대급 재벌 가운데 삼성재벌이 있는데, 삼성재벌 총수 이재용은 2021년 8월 감옥에서 석방되었다. 그는 뇌물과 횡령으로 2년 반의 실형4)을 선고받았는데, 그 중 반을 살고 풀려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그를 석방하면서 이재용이 나라 경제에 중요한 존재라는 점을 그 명분으로 제시했다.


한국의 극단적 불평등은 ‘오징어게임’의 중심 주제이다. 이 쇼에서는 빚을 진 일단의 경기 참여자들이 456억 원(약 3백8십억 달러)의 내깃돈을 따기 위해 ‘붉은 빛, 파란 빛’(‘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으로부터 한국의 전통적인 뽑기(‘달고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어린이용 게임에 참가해서 경쟁한다. 거기에는 단 하나의 횡재물(catch)5) 밖에 없다. 각 게임에서는 참가자들의 일부가 죽을 때까지 시합이 이루어진다. 실패하는 경기자들은 즉석에서 살해된다. 제거의 위험은 매 회전(라운드)마다 증대된다. 경기자 한 사람이 죽을 때 마다 상금 항아리에 돈이 추가된다. 그 상금 항아리는 경기자들의 공동침실의 한 중앙에 거대한 돼지저금통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전시돼 있다.


그렇게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일단의 극도로 부유한 글로벌 엘리뜨들이 경기 참여자들이 상금을 타기 위해 죽기 살기로 애쓰는 것을 구경하고 즐긴다. 그들은 이 쇼의 주인공인 지훈이 한때 도박을 하다가 목숨을 파멸시킬 빚6)에 내몰린 것처럼 경기 참여자들의 목숨을 놓고 내기를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하에서 사회가 두 종류의 규칙 즉 부자를 위한 규칙과 빈자를 위한 규칙이라는 서로 다른 규칙에 입각해서 움직인다는 것을 창의적으로 예증해 준다.


‘오징어게임’이 배틀 로얄(Battle Royale)7)과 헝거 게임(Hunger Game)8) 같은 다른 디스토피아 콘텐츠와 구별되는 점은 이 연속극이 계급과 불평등에 대해, 특히 현대 한국이라는 맥락 속에서, 숨김없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다. ‘오징어게임’의 두 번째 에피소드(회분)에서 등장인물들은 첫 번째 시험적 에피소드에서 게임을 그만하기로 투표로 결정한 다음 경기장 밖의 일상적인 삶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궤멸적인 빚으로 사람을 녹초가 되게 만드는 그들의 생활조건이 그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경기장으로 되돌아오게 꾀어 들인다. 그들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본주의 하에서 견뎌내려고 할지라도 그 게임이 약속하는 팔자고치는 상금을 따는 데 도전해 볼 지도 모른다. 헬조선의 빠져나갈 수 없는 본성을 떠올리게 하면서 이 에피소드는 “지옥”으로 이름지어져 있다. 


‘오징어게임’은 지훈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는 실직자에다 도박 중독이다. 이로 인해 그는 무일푼에다 빚이 있다. 그가 게임에 참가하기로 선택한 것은 그의 죽어가는 어머니의 의료비를 지불하고 또 그의 딸을 부양하기에 넉넉한 돈을 따겠다는 희망 때문이다. 그의 딸은 그녀의 엄마9)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가려고 하고 있는데, 딸이 이렇게 엄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가는 것을 막으려면 그가 딸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음을 법원에 입증해야 한다.


이 연속물이 계속되면서 지훈의 시초의 금전적 어려움의 원인이 10년 전 그가 직장을 잃은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오징어게임’의 작가 겸 감독 황동혁은 자신이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의 조직가들을 본떠서 지훈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파업은 경찰의 지속된 공격으로 노동자의 패배로 끝났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지훈과 일단의 그의 동료들이 정리해고 되고 그와 그의 친구인 노동조합원들은 쌍용자동차 공장 창고 안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철야농성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업파괴자들은 문을 부수고 쳐들어와 파업 노동자들을 방망이로 두들겨 팬다. 파업파괴자들은 지훈의 동료 노동자를 그의 눈앞에서 곤봉으로 때려서 죽인다. 이런 폭력적 노동탄압 장면이 벌어졌기 때문에 지훈은 자신의 딸이 출생하는 현장에 가지 못한다.10)


남한은 길고 끈질긴 반노동 관행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관행들은 흔히 극단적이고 때때로 폭력적이었다. 바로 지난 달 이 나라의 최대 노동조합 연합체인 민주노총(KCTU)의 위원장이  체포되고 구속되었다. 그 구실은 서울에서 있었던 한 노동자 집회에서 COVID-19 안전규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십중팔구 그는 정부를 당혹하게 하는 노동자 전투성을 어느 정도 드러냈기 때문에 표적이 된 것이었다. 그는 줄줄이 투옥된 민주노총 위원장 가운데 열세 번째 위원장이다.


비록 ‘오징어게임’이 아주 최근의 쌍용자동차 파업을 턱짓으로 불러내고 있기는 하지만 폭력적인 계급투쟁은 한국 역사에서 수십 년 동안 면면히 계속돼 왔다. 예컨대 1976년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은 공정하고 민주적인 노동조합 선거를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 이 투쟁은 거의 2년 간 계속됐다. 이 기간 동안 그들은 어마어마한 경찰의 야만성과 파업파괴자들의 공격을   마주해야 했다. 이 투쟁은 한국 중앙정보부가 뒷받침하는 반노조주의자들의 공격에서 그 절정에 달했다. 그들은 노동조합 선거에 투표하려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똥을 뿌렸다. 이 동일방직 사건은 한국의 노동 역사의 여러 가지 주제들 - 정부의 반노동 정책,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전쟁, 여성에 대한 폭력, 한국노총(FKTU)의 황색 기업별 노조주의 등 - 을 한꺼번에 예증해 주고 있다. 그때 이후 한국의 노동 역사 50년은 그 못지않은 야만적 탄압의 과정이었다.  


‘오징어게임’의 에피소드 4는 “공정한 세계”인데, 이 에피소드에서 한 경기 참여자가 부정행위를 하다 발각된다. 그와 그의 공모자들은 즉석에서 처형된다. 이때 경기 주관자는 감동적인 연설을 한다. 이 연설에서 그는 이 경기 과정을 능력주의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인정이 넘치는 기회 제공자로 묘사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들은 현실 세계에서 불평등과 차별로 무수한 고통을 겪어 왔다. 그런데 우리들은 지금 여러분들에게 공정하게 싸워서 이길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보편적일 터이지만, 능력주의라는 이상은 유교로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문화에서 각별한 반향을 지니고 있다. 지극히 경쟁적인 한국의 교육체계의 일직선의 좁은 길을 쫓아온 한국 청년들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실업, 재벌 지배, 그리고 불평등에 마주치고 있는 바로 이때에, 열심히 노력하면 보답을 받게 된다는 관념은 한국에서 여전히 두루 공유하는 슬로건으로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강의 기적”은 “헬 조선”이 되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 상연된 ‘기생충’과 같이 ‘오징어게임’은 이 나라의 신화체계에 균열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 각주는 역자 주입니다.


1) 2021년 10월 6일 Jacobin 지 South Korea 방에 실린 글이다. 이 디스토피안 서바이블 드라마인 ‘오징어게임’(Squid Game)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점증하는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넷플릑스)

2) 그는 예일대학교 3학년 학생(junior)으로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미국 청년 민주적 사회주의자’(Young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의 회원이다. 그녀는 또 예일대학교 페미니스트 잡지인 『폭넓은 인식』(Broad Recognition)의 편집부원으로 일하고 있다.

3) 대표적인 게 ‘방탄소년단’이지만 그 이전에 여성 그룹으로 ‘원더걸스’, ‘소녀시대’도 있었다.

4) 원문에는 2년으로 되어 있어 바로잡았다.

5) 살아남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6) 드라마 안에서, 지훈은 제때에 빚을 갚지 않을 경우 장기를 적출하는 각서에 강제로 지장을 찍는다.

7) 일본 디스토피아 드라마(2002년 개봉). 최후의 1인이 살아남는 게임.

8) 미국 디스토피아 드라마(2015년 개봉). 상동

9) 지훈의 이혼한 옛 부인.

10) 드라마 안에서, 지훈은 그런 등등의 이유로 부인으로부터 이혼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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